-
-
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1791년 10월.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고 가계를 허물었다는 이유로 윤지충과 권상연이 참형에 처해진다. 죽은 사람을 섬기고 죽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을 비판하고 살아있는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권상연. 신주를 불사른 것은 무덤을 파헤친 발총죄로 여겨졌고 조정은 극형 아래 죄상이 논해지길 원한다. 나라의 근본을 뒤흔든 자들에 대한 본보기. 죽음 앞에서도 의연한 그들이 피를 뿌린 자리는 성스럽게 여겨지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전해지면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가치관들. 그 가치관들을 둘러싼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농밀하게 담겨져 있다.
과연 어디부터 허구이고 어디까지 진실인지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세종대왕 때 불현듯 몸을 감추고 사라져버린 장영실이 전했다 여겨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이 표지를 장식한다. 이 그림과 우리 역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펼쳤다. 이 그림 안에 우리나라 인물이 묘사되어 있다는 참신한 상상과 천주교를 박해하는 입장에 있던 왕과 천주교를 바탕으로 충실한 삶을 살아보려 하는 인물들의 입장이 고르게 서술된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는 데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됐다. 웬만하면 이런 이야기 잘 안하려고 하는데, 나도 혼불문학상에 대해 들어 알고는 있었기에 예사로운 작품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읽어나가는 게 정말 너무 힘이 들었다. 첫 시작부터. 아무리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도 문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시처럼 서정적인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좀 더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는 없었을까 원망스러울 정도로. 요즘의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분명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사실 이런 문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지가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는 문장,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모호한 문장. 게다가 내가 그 동안 생각해온 인물상이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이질감을 느꼈던 것 또한 한몫했다. 장르는 역사소설인 것 같은데 미스터리한 면도 있어, 근데 그 답이 뭔지 모르겠는 답답한 설정, 안개가 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호한 상황. 작가님에게는 죄송하게도 읽는 내내 시종일관 나는 그저 답답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투덜투덜하며 책을 읽고 있으니 곰돌이아빠는 그럼 직접 책을 써보라고 하는데, 나는 내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엄두도 내지 않는다. 그래도 독자니까 나랑 안 맞는다고 한 마디는 할 수 있잖아요. 다른 분들 리뷰 찾아보니 별 다섯 주신 분들도 많던데 어떤 포인트에서 그렇게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절대 빈정거리거나 비난하는 말투 아니고, 정말 궁금해서 여쭙는 것이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가르쳐주신다면, 이 작품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 번 도전해볼 의향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