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내 아이 마음 처방전 - 몸과 마음이 크게 자라는 우리 아이 성장 수업
위영만 지음 / 더블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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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이들이 하루종일 함께 있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첫째는 둘째에게 아직 그리 애정이 깊지 않다. 같이 놀자면서 예뻐할 때도 있지만 요즘 둘의 관계는 다툼과 화해의 연속. 첫째가 만들어놓은 블록 완성품을 둘째가 다가가 망가트리기 일쑤이고, 서로가 서로의 것을 빼앗으며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첫째가 둘째를 때리는 일이 잦아졌다. 얼마 전에는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퍽퍽 때리는데, 내 눈을 의심했을 정도. 아이가 받는 첫째로서의 스트레스에 대해 이해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장면들이 반복되다보니 나도 이성을 잃고 화를 낼 때가 많다. 이건 일상이 전투. 둘째를 낳고나서 첫째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아이가 동생을 때리는 게 내 탓인가 싶기도 해서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궁금했던 책 [미처 몰랐던 내 아이 마음 처방전]. 상황별 솔루션이 실려 있다고 해서 혹시나 지금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고민이 담겨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그런 내용은 없다. 지금보다는 아이들이 좀 더 컸을 때 살펴볼만한 내용들이 대부분. <표현이 서툰 아이를 위한 마음 처방전>과 <관계가 서툰 아이를 위한 마음 처방전>으로 나뉘어 아이의 불안과 사춘기의 반항, 스트레스와 뇌 문제로 인한 수면파괴, 불안으로 인해 야기되는 신체적 증상, 아이의 우울증, 틱 증상, ADHD,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나마 지금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시기의 고민은 '밥을 떠먹여줘야 겨우 먹는 아이'에 관한 부분. 첫째는 입도 짧고 양이 적은 편이라 아기 때부터 이유식 먹이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죽 이어져오고 있는데, 밥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도 힘들고, 아이도 힘든데 밥에 대한 내 욕심을 버리기가 참 어렵다. 옆지기는 옆에서 먹기 싫어하면 그만 먹이라는데, 콩만큼 먹어서 어디 크겠나 싶어, 아이가 숟가락질 하다가 멈추면 내가 조금씩 떠먹여주고는 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는 둘째를 내가 옆에서 보조하는데(둘째는 저얼대 내가 주면 받아먹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더니 자기는 먹여달라고. 왓?!!! 이 부분에 대한 글을 보면서 '식사'에 대한 나의 생각과 아이의 기질을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육아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 잘할 수 없는 일이라서 더욱. 내가 고민하던 부분에 있어서는 조언을 얻지 못했지만, 관련 내용을 읽다보니 일단 내 마음부터 가라앉히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화내지 말고, 짜증내지 말고,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잘 들여다봐야겠다. 으미, 오늘도 아이를 울렸는데,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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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단숨에 이해하는 다이제스트, 책 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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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알제리의 해안 도시 오랑에 살고 있는 의사 리외. 어느 날 진찰실에서 나오다가 계단에 죽어 있는 쥐를 밟을 뻔 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한쪽으로 치우고 지나간다. 이런 곳에 쥐가 죽어있을 리 없다고 미심쩍게 생각하지만 곧 아무 일도 아닐 거라 생각하는 리외. 그의 아내는 병든 몸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원으로 떠나고, 이제 쥐떼는 곳곳에서 쏟아져 나와 거리에서 죽어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죽음.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이것이 페스트의 시작이라 직감한 리외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병마 앞에 차차 지쳐간다. 한편 부당한 죽음을 거부하며 역시 페스트와 싸워 이기기를 다짐하는 타루와, 프랑스에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봉쇄된 오랑 시를 탈출하려는 기자 랑베르, 재앙을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주장하며 신의 뜻에 따르자고 설교하는 신부 파늘루, 모두 공포에 빠진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세상에 소속감을 느끼는 자살미수자 코타르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페스트 앞에 놓인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독자들이 그렇듯,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 정부 대처는 어떠했는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또 어떠했는가, 현재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고 이 바이러스가 영원히 종식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등등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들로 심기가 불편해졌다. 일단 나부터도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 될 줄 상상도 못했다. 1월에 이런 바이러스가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금방 끝나겠거니 했는데, 설 명절이 끝나고나서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신천지 교인들로 인해 감염자가 증가했고, 마스크 가격은 폭등한 데다, 한때 당일배송 사이트에서는 기저귀마저 품절이라는 문구가 떠서 그야말로 멘붕의 연속인 시간들이었다. 변종 바이러스라 백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더 부채질했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마스크 구입 5부제로 마스크도 어느 정도 구매가 가능하고,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재기가 심각하지 않아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이 바이러스가 올해 안에는 끝나기나 할 지 정말 걱정되고 무섭다.

 

[페스트] 속 오랑 시의 모습은 현실의 우리 모습을 대변한다. 페스트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하느냐 마느냐부터 시작되는 갑론을박, 부족한 백신과 예방주사, 봉쇄된 도시,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하거나 가족이 사망해도 장례조차 제대로 치러줄 수 없는 경악할만한 상황. 하지만 그 안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인 리외의 모습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나에게는 파늘루 신부의 변화된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신의 재앙이니 받아들이자던 주장을 접고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죽어나가는 잔혹한 상황 앞에서 병자들을 간호하고 방역에 힘쓰는 모습.

 

작품 안에서 페스트는 물러갔지만(혹은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상황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될 것 같아요, 여러분! 봄이라 술렁이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부디 외출을 자제하시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써봅시다! 다이제스트라 더 쉽고 산뜻(?)하게 읽을 수 있었던 [페스트]. 기회가 된다면 원작을 제대로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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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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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매력적인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

 

전작에서부터 돈 밝히기로 유명한 변호사 미키 할러는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의 평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해 검찰청장 선거에서 떨어진 데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갤러거를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석방시켰지만 그가 풀려나 저지른 음주운전으로 두 명이 희생된 것이다. 게다가 희생자들은 미키의 딸인 헤일리의 친구와 그 엄마였기 때문에 헤일리로부터의 비난을 면치 못했고, 지금은 거의 연을 끊다시피 생활하고 있었다. 직업적으로도 난항을 겪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의뢰인이 연락한다. 그의 정체는 콜걸들의 소셜미디어를 관리해 주며 돈을 버는 디지털 포주로, 자신과 동업하던 콜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드레 라 코세다. 높은 수임료를 제시하는 그에게 구미가 당긴 미키는, 살해된 피해자가 자신이 예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글로리아 데이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매춘부 생활을 청산하고 하와이로 떠났던 그녀가 사실은 원래의 생활로 돌아와 있었던 데에 배신감을 느낀다. 어찌됐든 라 코세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정보력을 동원해 조사에 착수한 미키. 이 사건에 예상보다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하고, 결국 생명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미키 할러, 해리 보슈 시리즈로 수많은 독자팬을 거느린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다섯 번째 증인]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탓에 언제 그가 검찰청장 선거에 출마하고 그 새 낙선까지 했는지 의아했지만 [배심원단]을 읽어나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최악의 평판에 시달리며 딸에게마저 외면당한 아빠 미키는, 그래도 동료들을 챙겨야 하고 일을 계속해나가야 하는 처지. 처음에는 라 코세가 지불한 선금에 마음이 동하지만, 이 사건이 글로리아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또 약간의 정의감에 불타오른다. 이것이 그의 매력. 평소에는 돈만 밝히는 탓에 파렴치한 이들의 변호도 마다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 또한 해리 보슈의 동생. 마음 속에 살아있는 정의의 불꽃이 활활 불타오르며 그의 적들이 볼 때는 '개자식'처럼 보이는 순간이 오고야 마는 것이다. 물론 100퍼센트의 정의감은 아닐지라도. 능숙한 변론과 정보력, 수많은 경험으로 이번에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싸움에 뛰어든다. 그 뒤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안타까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랄까.

 

단죄의 신들로 불리는 배심원단. 그 배심원단을 꾸리는 데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작품은 특히 배심원단을 고르고 운용하는 미키 할러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는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법정 관련 묘사에 촘촘하다는 느낌이 든다. 엄청 속도감이 있거나 스릴이 느껴진다보다 평소에는 능구렁이처럼 악인을 변호하는 데 서슴치 않지만 진실을 찾아가는 미키의 모습에 또다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해리 보슈보다도 이 속물적인 변호사에게 더 마음이 가는 이유다. 특히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며 적들을 궁지로 모는 후반부에서는 '역시 미키 할러, 역시 마이클 코넬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해리 보슈 시리즈보다 절대적으로 시리즈의 수가 적은데 개인적으로는 미키 할러의 이야기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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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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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침입, 기물파손, 절도미수 혐의로 유치장에서 감옥 갈 날만 기다리는 레이토 앞에 생전 듣도보도 못한 이모님, 야나기사와 치후네가 나타난다. 레이토의 어머니 미츠에와는 이복자매 사이로, 어째서인지 그 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 이번에 레이토 일로 할머니가 다급하게 소식을 전하면서 그를 도우러 와준 것. 그런데 감옥에서 풀려나게 해주는 조건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진 이 부자 이모님은 레이토에게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녹나의 파수꾼이 되어달라고 하는데, 단순히 미신이나 전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 나무에 기념을 하러 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심상치 않다. 녹나무에 관한 것은 모두 스스로 직접 체득해야 한다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무엇 하나 가르쳐주지 않는 치후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요청으로 기념하러 오는 사람들, 이웃들도 레이토에게 말을 아낀다.

 

답답함과 무료함이 느껴지는 생활이지만 감옥에 가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하며 생각보다 성실하게 파수꾼 역할을 수행해내는 레이토. 어느 날 아버지의 뒤를 쫓아 녹나무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헤치려는 대학생 유미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아버지가 간직한 비밀을 캐내는 일에 동참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녹나무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치후네가 야나기사와 가문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입장, 그녀의 과거, 레이토의 어머니 미츠에와 관련된 이야기등을 알게 되면서 점차 그녀에게 가족의 정을 느껴가는 레이토다. 유미의 아버지가 간직한 비밀, 또 다른 기념자 소키의 사연, 그리고 차후네가 감추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작품은 감동적인 하모니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대부분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할까요(왠지 정중하게 써야 할 것 같은 기분). 그의 미스터리 작품들도 물론 좋아하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에는 그야말로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리와 휴머니즘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었다고,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을 따스하게 비추는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녹나무의 파수꾼] 이 더 기대되었다고 할까. 어쩐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맛보았던 그 감동을 이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미야를 뛰어넘는 작품은 한 동안 보지 못할 듯 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미야는 역시 최고였던 지라.

 

녹나무의 비밀을 밝히는 건 엄청난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녹나무가 존재한다면 정말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이나 글로 전해지지 않는 어떤 것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감사의 마음, 죽은 이에 대해 오롯이 생각할 수 있는 공간. 미스터리 작품 속에서 인간의 선함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악인이 있고, 그 악인이 저지른 악행을 추적해나가는 것이 기본 플롯인데 반해 [녹나무의 파수꾼]에서는 녹나무에 얽힌 미스터리와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선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

 

주인공 레이토의 성장을 그려낸 작품으로 손색 없기도 하다. 어수룩하고 미덥지 못했던 그가, 녹나무 파수꾼으로서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냄과 동시에 누군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자청하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어쩌면 그 또한 녹나무가 레이토에게 주는 선물이었을까. 작가의 미스터리 작품들도 물론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더 많이 발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따스한 온기,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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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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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한 아버지의 장례식날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마사야. 사실 그에게 잃을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도 좋지만, 아버지의 생명보험금으로 빚을 갚아달라며 찾아온 고모부를 충동적으로 살해하고 만다. 그 모습을 신카이 미후유라는 여자에게 들키는데, 어째서인지 이 여자, 마사야를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고 함께 도쿄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자고 유혹한다. 이후 타고난 미모와 실력으로 승승장구하는 미후유와 공장에서 금속을 가공하는 일을 하며 그녀 곁을 지키는 마사야. 하지만 미후유 앞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나타날 때마다 기이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미후유의 뒤에서 그녀의 그림자로 살면서 방해 인물로 간주되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던 마사야는, 미후유가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도구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게 되고, 미후유를 의심스럽게 생각하던 형사 가토도 그녀의 비밀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남몰래 조사를 시작한다.

 

읽을수록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절로 한숨이 터져나온다. -마사야, 너는 왜 그렇게 사니, 차라리 경찰에 자수하는 게 낫지 않겠니!-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미후유의 무엇에 그렇게 이끌렸던 것인지, 어떻게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말에 모든 것을 용인하고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여자가 가진 미모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머리가 달린 사람인 이상 '이 여자가 나를 이용하고 있구나, 자기 손은 전혀 더럽히지 않고 나에게만 피를 묻히라고 하는구나' 정도는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인데, 마사는 미후유가 명한 일을 그저 우직하게 실행할 뿐이다. 몇 번이나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처음 고모부를 살해한 후 미후유에게 약점이 잡혔다고 생각되었을 때, 도쿄에 올라와 미후유가 범죄에 가담할 것을 요청한 그 때, 집 근처 식당 주인의 딸 요코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 또한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던 그 때. 결국 미후유와의 동행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은 마사야의 선택이었다. 낮이 아닌 밤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선택한 것은.

 

책을 읽는 내내 '이것은 호구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불쾌함이 떨쳐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가독성도 좋고, 이 마성의 여자 미후유가 다음에는 어떤 악행을 저지를 지, 마사야는 마지막에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 미후유의 정체는 무엇인지, 형사 가토가 미후유의 정체를 밝혀내 줄 지 궁금하고 흥미로운 요소가 너무 많아 다음 장을 향한 페이지 넘김을 멈출 수가 없었다. 미후유의 마음은 과연 어땠는지, 이 마성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안타까웠지만 이 작품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욕을 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것. 그것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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