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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평점 :
공장의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한 아버지의 장례식날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마사야. 사실 그에게 잃을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도 좋지만, 아버지의 생명보험금으로 빚을 갚아달라며 찾아온 고모부를 충동적으로 살해하고 만다. 그 모습을 신카이 미후유라는 여자에게 들키는데, 어째서인지 이 여자, 마사야를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고 함께 도쿄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자고 유혹한다. 이후 타고난 미모와 실력으로 승승장구하는 미후유와 공장에서 금속을 가공하는 일을 하며 그녀 곁을 지키는 마사야. 하지만 미후유 앞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나타날 때마다 기이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미후유의 뒤에서 그녀의 그림자로 살면서 방해 인물로 간주되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던 마사야는, 미후유가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도구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게 되고, 미후유를 의심스럽게 생각하던 형사 가토도 그녀의 비밀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남몰래 조사를 시작한다.
읽을수록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절로 한숨이 터져나온다. -마사야, 너는 왜 그렇게 사니, 차라리 경찰에 자수하는 게 낫지 않겠니!-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미후유의 무엇에 그렇게 이끌렸던 것인지, 어떻게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말에 모든 것을 용인하고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여자가 가진 미모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머리가 달린 사람인 이상 '이 여자가 나를 이용하고 있구나, 자기 손은 전혀 더럽히지 않고 나에게만 피를 묻히라고 하는구나' 정도는 금방 깨달을 수 있을 것인데, 마사는 미후유가 명한 일을 그저 우직하게 실행할 뿐이다. 몇 번이나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처음 고모부를 살해한 후 미후유에게 약점이 잡혔다고 생각되었을 때, 도쿄에 올라와 미후유가 범죄에 가담할 것을 요청한 그 때, 집 근처 식당 주인의 딸 요코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 또한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던 그 때. 결국 미후유와의 동행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은 마사야의 선택이었다. 낮이 아닌 밤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선택한 것은.
책을 읽는 내내 '이것은 호구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불쾌함이 떨쳐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가독성도 좋고, 이 마성의 여자 미후유가 다음에는 어떤 악행을 저지를 지, 마사야는 마지막에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 미후유의 정체는 무엇인지, 형사 가토가 미후유의 정체를 밝혀내 줄 지 궁금하고 흥미로운 요소가 너무 많아 다음 장을 향한 페이지 넘김을 멈출 수가 없었다. 미후유의 마음은 과연 어땠는지, 이 마성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안타까웠지만 이 작품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욕을 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것. 그것도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