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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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매력적인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

 

전작에서부터 돈 밝히기로 유명한 변호사 미키 할러는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의 평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해 검찰청장 선거에서 떨어진 데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갤러거를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석방시켰지만 그가 풀려나 저지른 음주운전으로 두 명이 희생된 것이다. 게다가 희생자들은 미키의 딸인 헤일리의 친구와 그 엄마였기 때문에 헤일리로부터의 비난을 면치 못했고, 지금은 거의 연을 끊다시피 생활하고 있었다. 직업적으로도 난항을 겪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의뢰인이 연락한다. 그의 정체는 콜걸들의 소셜미디어를 관리해 주며 돈을 버는 디지털 포주로, 자신과 동업하던 콜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드레 라 코세다. 높은 수임료를 제시하는 그에게 구미가 당긴 미키는, 살해된 피해자가 자신이 예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글로리아 데이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매춘부 생활을 청산하고 하와이로 떠났던 그녀가 사실은 원래의 생활로 돌아와 있었던 데에 배신감을 느낀다. 어찌됐든 라 코세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정보력을 동원해 조사에 착수한 미키. 이 사건에 예상보다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하고, 결국 생명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미키 할러, 해리 보슈 시리즈로 수많은 독자팬을 거느린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다섯 번째 증인]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탓에 언제 그가 검찰청장 선거에 출마하고 그 새 낙선까지 했는지 의아했지만 [배심원단]을 읽어나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최악의 평판에 시달리며 딸에게마저 외면당한 아빠 미키는, 그래도 동료들을 챙겨야 하고 일을 계속해나가야 하는 처지. 처음에는 라 코세가 지불한 선금에 마음이 동하지만, 이 사건이 글로리아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또 약간의 정의감에 불타오른다. 이것이 그의 매력. 평소에는 돈만 밝히는 탓에 파렴치한 이들의 변호도 마다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 또한 해리 보슈의 동생. 마음 속에 살아있는 정의의 불꽃이 활활 불타오르며 그의 적들이 볼 때는 '개자식'처럼 보이는 순간이 오고야 마는 것이다. 물론 100퍼센트의 정의감은 아닐지라도. 능숙한 변론과 정보력, 수많은 경험으로 이번에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싸움에 뛰어든다. 그 뒤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안타까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랄까.

 

단죄의 신들로 불리는 배심원단. 그 배심원단을 꾸리는 데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작품은 특히 배심원단을 고르고 운용하는 미키 할러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는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법정 관련 묘사에 촘촘하다는 느낌이 든다. 엄청 속도감이 있거나 스릴이 느껴진다보다 평소에는 능구렁이처럼 악인을 변호하는 데 서슴치 않지만 진실을 찾아가는 미키의 모습에 또다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해리 보슈보다도 이 속물적인 변호사에게 더 마음이 가는 이유다. 특히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며 적들을 궁지로 모는 후반부에서는 '역시 미키 할러, 역시 마이클 코넬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해리 보슈 시리즈보다 절대적으로 시리즈의 수가 적은데 개인적으로는 미키 할러의 이야기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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