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환 -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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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오랜만에 정겹게 느껴집니다. 퇴근을 해 본지도 벌써 3년이 넘었네요. , 육아퇴근은 매일 하고 있습니다만. 직장에서 돌아오는 퇴근길은 늘 자동차와 함께여서 그 시간에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어요. 지하철이나 버스만큼 책을 읽기 좋은 장소도 없죠. 적당한 흔들림,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만의 세계를 갖는다는 특별한 느낌. 첫째 곰돌군의 어린이집 등하원 때만 잠깐씩 바깥구경을 하는 저로서는 퇴근길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도 부럽기만 합니다. 퇴근길에, 인문학 수업이라니 뭔가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책 제목이에요.

 

주로 문학, 에세이 분야의 책을 읽지만 인문학이라는 부분에 대한 동경과 목마름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내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채우고 싶다는 갈망이라고 할까요. 비록 기억하는 것은 책을 읽을 때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어버린다고 해도 또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 해 한 해 더 해갈수록 이제는 더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고 되짚어보고 싶지만 지금 제 여건 상 너무 어려운 책은 힘들 것 같아 나중으로 미루고 있었는데요,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육아퇴근 후, 혹은 낮 시간에도 아기가 잠들어 있을 때 잠깐씩 읽기에 참 좋았습니다.

 

시리즈 중 <전환>이라는 명칭을 내세운 이번 책은, 역사와 심리, 예술과 천체 등 평소 제가 관심 갖던 주제에 대해 실려 있어 더 눈길이 갔어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선과 르네상스와 차()를 주제로 한 중국의 경제와, 번아웃 신드롬, 동양고전과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한 권의 책의 저자가 여러 명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기-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길지 않은 분량의 챕터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어요. 말 그대로 치유 받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목도, 내용도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책이었다는 생각에 충만한 기분이 듭니다. 퇴근길에 읽기에도 좋겠지만, 저는 고즈넉한 밤에, 새벽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읽어 더 뜻 깊었어요. 시리즈인 <멈춤><진전>에 대한 욕심이 나네요. 저의 시간들을 꽉 채워줄 다른 책에서는 어떤 내용이 실려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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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분 근대 속의 대한제국을 읽다 - 개항부터 한일합병까지 한국사 이면 엿보기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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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그러셨겠지만, 저 역시도 한동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빠져 살았습니다. 역사적 고증은 차치하고, 김은숙 작가표 대사를 하나하나 묵직하게 음미하며 듣느라 드라마를 보는 동안은 짝꿍에게 한 마디도 못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최고 작품이라 꼽았던 <도깨비>를 비롯 그동안 양산한 수많은 히트작들은, 드라마가 끝남과 동시에 , 그 동안 잘봤다! 재미있었다!-하며 쉽게 잊고 또 다른 드라마를 즐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가 아니었던 겁니다. 단순히 고애신과 유진 초이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라 여겼던 내용은 끝을 향해 치달을수록 망국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고, 병든 조국일지라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의병과 고달픈 민초들의 삶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해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시대의 역사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게 만들었어요. 어찌 살펴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근현대사는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그대, 그런 분야였어요. 어렵게 느껴지는 한편, 알면 알수록 마음이 아파졌기 때문이죠. 만약 이 때 이랬더라면, 그 때 저랬더라면 같은 후회와 울분으로 얼룩졌던 시대가 아니었을까요. 여전히 고통스럽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하루 30분 근대 속의 대한제국을 읽다]입니다.

 

개항부터 한일합병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저자 이수광님의 다른 역사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일화부터 흥선대원군 이하응, 명성황후 시해사건, 임오군란과 청일전쟁, 을사조약, 드라마에서도 등장했던 헤이그 조약,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한일합병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에는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근대사를 공부해봐야겠다, 뭐라도 좀 알아야겠다고 결심하신 분들에게는 그 시작을 열기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가깝고도 먼 섬나라 사람들이 주장하는 역사 왜곡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역사를 공부하고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여겨져요. 드라마를 통해 느꼈던 울분과 고통을 마음에 담아두지만 말고 그런 감정을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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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24시 - 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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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의 위협에 대비해 조직된 특수기관 정안사. 그 정안사의 수장인 이필은 장안을 불바다로 만들려는 돌궐의 테러 계획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돌궐의 정예병에 대응하기 위해 전직 수사관이자 현재는 사형수인 장소경을 석방합니다. 젊지만 두뇌가 명석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형수조차 기용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필과, 거칠고 막무가내에 잔혹한 성정을 지닌 것처럼 보이나 그 누구보다 장안의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고 장안 108경을 훤히 뚫고 있는 장소경의 협조 아래 테러의 배후 세력이 점점 드러나고, 그 거대한 세력 앞에 선 두 남자의 목숨을 건 추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장안 24]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이필과 장소경입니다. 사형수의 신분인 장소경은 얼핏 무례하고 인정사정없는 인물로 보이는데요, 소설을 따라가다보면 그가 사형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 그 어떤 달콤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을 것 같던 그가 이필을 돕는 이유 등이 밝혀지면서 사실은 장안에 있는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신의를 중시하며 속마음은 따뜻한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칠고 무뚝뚝하지만 장소경이 보여주는 희생정신이나 빠른 상황파악, 정확한 판단력은 그를 다른 등장인물에 비해 한층 매력적으로 비추는 요소이기도 하고요. 다만,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부드럽게 바꿀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정안사의 수장인 이필은 엘리트 관료로서 매우 스마트한 인물입니다. 초반에는 거만한 지략가인 줄로만 알았는데 젊은 나이에 갖추기 어려운 카리스마와 천재적인 두뇌, 다루기 어려워보이는 사형수인 장소경마저 이용하는 과감함 등이 돋보여요. 장소경에 비해 노련함은 다소 부족해보이지만 장소경과 마찬가지로 장안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목숨과 자존심마저 내던질 정도로 열정적인 남자입니다. 집안의 하녀인 단기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를 단순한 하녀로만 취급하지 않는, 급진적인 성향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장소경과 이필, 두 남자의 매력을 앞세워 작품은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됩니다. 이미 상권에서 장안을 위협하는 세력이 어느 정도 드러난 데다 장소경의 능력으로 테러 집단에 대한 단서를 거머쥐고 추격이 시작되었죠. 하지만 그 때마다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 이 벽을 이번에는 어떻게 돌파하려나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바빠졌습니다. 사실 그 동안은 중국 문학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때문에 책을 읽기 전에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이 소설은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어요. 정말 재미있는 책은 책을 읽지 않는 순간에도 머릿속에 계속 소설 내용이 맴도는데 이 작품이 그랬습니다. 어째서 작가인 마보융을 문학 귀재라 표현했는지 알 것 같아요.

 

장소경과 이필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주변 인물들도 입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매력과 명석한 두뇌를 모두 갖춘 단기, 처음에는 장소경을 위험인물로 간주하지만 어느 덧 그의 깊은 성정을 알아보는 요여능도 작품에 재미를 더해줍니다. 분량이 꽤 많다보니 등장인물들도 많고 용어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풍부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하권도 상권과 같은 분량이라면 작가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뒤에 준비해두고 있을지 무척 기대됩니다. 과연 사형수였던 장소경은 장안을 지키고 사형수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미묘한 감정선을 보이는 단기와 인연이 닿을지, 요여능은 어떤 인물로 성장할지 어서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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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토끼 식당 차림표 : 6시 20분의 고기감자조림 눈토끼 식당 차림표
고미나토 유우키 지음, 박유미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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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작은, 귀엽고 깜찍한, 제가 좋아하는 분홍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진 표지였습니다. 책을 고르는 데 있어 취향을 저격하는 표지 또한 무시할 수 없죠. 낯선 작가, 식당을 주제로 하는 소설은 평소 아주 끌렸던 소재는 아니었지만 이 무시할 수 없는 매력적인 표지에 그만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토끼라는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표지보다 더 매력적인 건 바로 이야기였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읽어내려갔는데 어느새 온 마음을 다해 읽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둘째 곰돌군이 태어난 이후 책을 읽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저로서는 무척 기쁜 일이었어요. 덕분에 모유를 유축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기도 수월했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눈토끼 식당을 이어받은 유키무라 다이키. 다시 문을 여는 날부터 찾아온 시크한 고양이에, 고양이에게 이끌리듯 식당을 찾은 사람들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느 날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식욕을 잃은 아오이가 눈토끼 식당에 찾아오고, 다이키의 요리와 그의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에 매료된 아오이는 눈토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돼요. 그 곳에서 만난 식당의 단골손님들과 건너편 양과자점 남매, 그리고 시크한 고양이 무사시로 인해 아오이의 생활은 다시 풍성해집니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에피소드들로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요리가 서투릅니다. 먹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딱히 반찬투정이 심한 편도 아니고, 짝꿍은 아침만 집에서 먹기 때문에 많은 반찬이 필요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두 명의 곰돌군들을 돌보다보니 많은 시간을 들여 요리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양가 어머님들의 지원이 빵빵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유식이나 곰돌군 반찬 외에 가끔 짝꿍이 먹고싶어하는 메뉴를 만들기도 하지만요.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저는 제 자신 스스로가 요리에 흥미도 없고 재능도 없다 여기고 있었어요. 때때로 만드는 요리에 짝꿍이 맛있다고는 하지만 격려차원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무언가를 자꾸 만들고 싶어져요. 서툴더라도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마구 솟아납니다. 음식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사랑과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들이,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계절을 따뜻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에요.

 

일본 소설은 일상생활 속 장소들을 소재로 따스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요, 제가 읽은 작품들만 해도 그 무대가 이발소, 카페, 우체국, 식당 등 다양합니다. 특별한 장소나 시간이 아닌, 우리가 항상 함께 하는 장소들을 통해 일상의 소소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요. 그래서 더 무게를 갖는 그런 장소들이요. 다른 작품들을 읽을 때는 그런 감상을 그저 마음에 간직하기만 했었는데, [눈토끼 식당 차림표]를 읽다보니 갑자기 저도 식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하지 않게, 눈토끼 식당처럼 단골손님 위주로, 맛있는 음식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정말 할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고요. 히히.

이 작품은 각각의 소제목들이 무척 귀여워요. <23시에 만든 애정어린 냄비요리>같은. 제목에 냄비요리가 들어가서인지는 몰라도 읽다보니 뜨거운 냄비 요리가 먹고 싶어지는 작품이었어요. 마침 그런 요리가 어울리는 계절이 돌아왔네요. 모두 따끈한, [눈토끼 식당 차림표] 한권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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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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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중 <파견의 품격>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장의 신>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었었는데요, 파견직이지만 모든 일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처리하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그녀와 관계된 회사 내 에피소드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보다보면 통쾌함이랄까 카타르시스라고 할까 그런 시원한 기분이 느껴져 무척 재미있게 봤었어요. 맡은 일은 100% 완수해내고 당당하면서 할 말 다하는 여주인공을 보면서 , 나도 저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드라마지만 그 때의 저는 직장의 신으로 불리던 그 여성보다는, 그녀와 같은 회사를 다니며 그녀를 동경하는 다른 여성 캐릭터에 더 가까웠거든요. 지금의 저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알 수 없지만, 한 번씩 책이나 드라마를 통해 앗코같은 여성을 만나면 또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나도 이런 멋진 여성이 되고 싶다고.

 

[나는 매일 직장 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를 처음에는 오해했었어요. 사전연재로 만난 이 작품의 제목만 얼핏 보고 으아니! 직장 상사의 도시락을 매일 싸다니, 직장 내 괴롭힘인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요. 읽다보니 저절로 빠져들게 되는, 도시락과 관련된 무척 따뜻한 이야기인겁니다. 비정규직에 실연까지 당한, 절대로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성격의 미치코는 어느 날 자신의 도시락을 한 번 먹어본 직장 상사인 앗코짱으로부터-물론 그녀 앞에서 대놓고 앗코짱이라고 말하지는 못합니다-일주일간 점심식사를 바꾸자는 제안을 받습니다. 미치코는 앗코짱에게 일주일간 도시락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앗코짱은 자신이 가던 음식점과 점심값을 제공하는 형식인 거죠. 각각의 장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과 맛있는 음식들. 단 일주일의 경험이었지만 그 시간들은 미치코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앗코짱은 겉보기에는 냉정하고 빈틈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이에요. 하지만 침울한 미치코를 알게 모르게 위로해주기도 하고, 자신에게 관심 있다는 남자의 연락처를 받고선 수줍게(?) 미소를 띠기도 하죠. 겉은 차가워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츤데레같은 캐릭터라고 할까요. 읽는 내내 미치코가 성장해가는 과정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면서 나도 앗코같은 여성이 되고 싶다, 혹은 앗코 같은 여성이 주위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럽기도 했습니다. 책 중간중간에 음식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요, 무척 따뜻한 색감에 마음까지 부드러워지는 그림들이었어요. 앞의 두 편은 미치코와 앗코의 이야기, 뒤의 두 편은 그들과는 상관없지만 역시 성장해가는 여성 캐릭터들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앗코 같은 완성형(?) 캐릭터도 멋지지만 미치코처럼 실수하고 방황하면서도 결국에는 길을 찾아내 성장해같은 캐릭터도 멋지다고요. 앗코와는 달리 미치코는 요리도 잘하고 순수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가지고 있거든요. 우리 모두 어쩌면 앗코보다는 미치코라는 여성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앗코를 보며 부러워하면서도 미치코를 생각하면서는 더 힘을 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먹는 것은 살아가는 것, 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박힌 즐거운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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