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토끼 식당 차림표 : 6시 20분의 고기감자조림 눈토끼 식당 차림표
고미나토 유우키 지음, 박유미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시작은, 귀엽고 깜찍한, 제가 좋아하는 분홍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진 표지였습니다. 책을 고르는 데 있어 취향을 저격하는 표지 또한 무시할 수 없죠. 낯선 작가, 식당을 주제로 하는 소설은 평소 아주 끌렸던 소재는 아니었지만 이 무시할 수 없는 매력적인 표지에 그만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토끼라는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표지보다 더 매력적인 건 바로 이야기였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읽어내려갔는데 어느새 온 마음을 다해 읽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둘째 곰돌군이 태어난 이후 책을 읽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저로서는 무척 기쁜 일이었어요. 덕분에 모유를 유축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기도 수월했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눈토끼 식당을 이어받은 유키무라 다이키. 다시 문을 여는 날부터 찾아온 시크한 고양이에, 고양이에게 이끌리듯 식당을 찾은 사람들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느 날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식욕을 잃은 아오이가 눈토끼 식당에 찾아오고, 다이키의 요리와 그의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에 매료된 아오이는 눈토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돼요. 그 곳에서 만난 식당의 단골손님들과 건너편 양과자점 남매, 그리고 시크한 고양이 무사시로 인해 아오이의 생활은 다시 풍성해집니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에피소드들로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요리가 서투릅니다. 먹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딱히 반찬투정이 심한 편도 아니고, 짝꿍은 아침만 집에서 먹기 때문에 많은 반찬이 필요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두 명의 곰돌군들을 돌보다보니 많은 시간을 들여 요리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양가 어머님들의 지원이 빵빵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유식이나 곰돌군 반찬 외에 가끔 짝꿍이 먹고싶어하는 메뉴를 만들기도 하지만요.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저는 제 자신 스스로가 요리에 흥미도 없고 재능도 없다 여기고 있었어요. 때때로 만드는 요리에 짝꿍이 맛있다고는 하지만 격려차원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무언가를 자꾸 만들고 싶어져요. 서툴더라도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마구 솟아납니다. 음식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사랑과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들이,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계절을 따뜻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에요.

 

일본 소설은 일상생활 속 장소들을 소재로 따스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요, 제가 읽은 작품들만 해도 그 무대가 이발소, 카페, 우체국, 식당 등 다양합니다. 특별한 장소나 시간이 아닌, 우리가 항상 함께 하는 장소들을 통해 일상의 소소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요. 그래서 더 무게를 갖는 그런 장소들이요. 다른 작품들을 읽을 때는 그런 감상을 그저 마음에 간직하기만 했었는데, [눈토끼 식당 차림표]를 읽다보니 갑자기 저도 식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하지 않게, 눈토끼 식당처럼 단골손님 위주로, 맛있는 음식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정말 할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고요. 히히.

이 작품은 각각의 소제목들이 무척 귀여워요. <23시에 만든 애정어린 냄비요리>같은. 제목에 냄비요리가 들어가서인지는 몰라도 읽다보니 뜨거운 냄비 요리가 먹고 싶어지는 작품이었어요. 마침 그런 요리가 어울리는 계절이 돌아왔네요. 모두 따끈한, [눈토끼 식당 차림표] 한권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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