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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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읽은 줄 알았으나 읽지 않았던 작품들이 존재한다. 그 이름들이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히 읽었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처음 보는 장면이 등장할 때의 기분이란! 두둥!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도 그러했다. 일상생활에서도 평소와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 '지킬 박사와 하이드도 아니고 저렇게 돌변하다니!' 와 같은 말을 농담처럼 던지기도 하고, 머리속으로 생각도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작품도 읽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그저 캐릭터에만 국한되어 있었을 뿐, 작품 자체는 처음 읽는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쩐지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하다고 여긴 것은 혼자만의 착각일까.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생명의 유래를 밝혀내기 위해 생리학과 해부학에 몰두한 빅터가 인위적으로 생명이 있는 존재를 만들어냈다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지킬 박사가 자신 안에 자리잡은 이중성을 감지하고 스스로 제조한 약물을 마시면서 별개의 사악한 존재를 내보였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지금 실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창조하기 위해 연구하고 실험하고 결국 성공(그것을 성공이라 이름붙일 수 있다면)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더불어 그런 과정에서 불어오는 음습한 분위기와 기운까지.

 

하이드는 유희에 지나치게 탐닉한 지킬의 모든 욕망과 악함을 대변해주는 인물이다. 지킬이 그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 이를테면 길에서 마주친 소녀를 짓밟고 지나가거나 누군가를 살해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일을 실행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이드의 외모가 추악하고 괴상하게 그려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킬도 처음에는 그런 하이드의 존재로 인해 자신의 욕망을 마음대로 분출시킬 수 있다는 것을 탈출구로 여기며 즐겼지만, 악은 점차 본래의 지킬마저 잠식해나간다. 한몸에 공생하는 지킬과 하이드의 비율이, 처음에는 지킬에게 지분이 많았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이드가 점차 그 몸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어느 순간 튀어나오는 하이드의 존재.

 

 

하이드는 지킬의 욕망 뿐만 아니라 인간 모두의 욕망의 결과를 암시하는 듯 하다. 조금만, 아주 살짝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내가 조절할 수 있어, 내가 원할 때는 금방 빠져나올 수 있어-하는 자기암시에 걸려 어느덧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영원히 가라앉게 되고 마는 것. 어쩌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들에게 경고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자신의 욕망과 자만을 조심하라고. 아차싶었을 때는 이미 늦은 거라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1886년에 출간되었다가 반년 만에 4만 부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1901년까지 미국에서만 25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그 기록이 어마어마하다. 극장용으로 영화화된 것만 123편이 있다고 하며, 연극이나 뮤지컬, TV나 라디오 드라마 등 기타 매체로 각색된 수 또한 헤아리기 어렵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책 중 하나라니, 언젠가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볼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이들은 그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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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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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2018년의 앨리스와 1950년대의 넬리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읽는 내내 고구마를 백만 스물 둘, 백만 스물 셋은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열한 살이나 많은 남편 리처드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당하면서도 그의 바람을 모른 척 하며 안락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는 넬리나, 부당한 일로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 남편 네이트로 인해 원하지 않는 이사를 감행한데다 이제는 임신을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앨리스. 두 사람의 처지가 다를 게 대체 뭐란 말인가. 그렇게 두꺼운 시간의 벽을 통과해도 여성의 존재를 '완벽한 주부'와 '임신'으로만 규정하는 사회와 가정 속에서 발버둥치는 두 사람. 실상 그녀들은 자신을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누군가가 계속해서 그런 역할을 강요한다면, 그 틀 안에 갇혀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것이 가스라이팅이 아니고 뭐지.

 

넬리의 남편 리처드나 앨리스의 남편 네이트 모두 최악이었다. 그나마 아직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 네이트가 좀 덜 최악이라고 해야 하려나. 우선 리처드는 '그 시대' 남자들이 그렇듯,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아내인 넬리마저 자신의 '소유'로 여기는 사람이다. 수시로 아내를 학대하고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증거를 아무렇지 않게 내보이며, 심지어 잠자리는 강간으로 여겨질만큼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다.

 

네이트는 미남에 능력 있고 앨리스를 많이 사랑하는 멋진 남자 캐릭터지만, 자신의 결정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역시나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다. 게다가 자신의 결정을 앨리스도 좋아할거라고 생각하는 유아기적 사고의 소유자라고 할까. 결혼을 했고, 어쨌든 아기를 가질 계획이 있다면 아기 갖는 것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 아기를 낳고 주로 돌보아야 하는 사람은 앨리스지 네이트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도 앨리스는 아직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배란 테스트기를 선물이랍시고 내밀고, 아내의 생리 주기까지 정확하게 계산하는 남자라니.  책을 읽다 놀라움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 리처드와 살아가는 넬리의 가장 큰 기쁨은 어머니가 남겨진 레시피를 참고로 요리하고 정원을 돌보는 일이었다. 리처드마저도 넬리의 요리 솜씨에는 톡톡히 '덕'을 보게 되는데, 이야기 중간 중간 등장하는 레시피들을 새벽에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음식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아 허기를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 레시피가 들어있는 책을 이사한 집 지하실에서 발견한 앨리스. 순서대로 따라하면서 자신을 집과 네이트의 요구에 맞춰보려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러나 점점 쌓여가는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 임신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심리 상태로 결국 폭발하고 만다. 언젠가는 벌어졌을 일. 이 폭발과 네이트와의 다툼을 통해 정신을 차린 앨리스는 결국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확실히 깨닫게 되고 이제 자신의 결정을 따를 것인지 네이트에게 촉구한다. 선택의 기회는 항상 있는 거니까.

 

이미 사회적으로 업적과 명성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지금 시대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어쩔 수 없이, 여성들의 '의무'라는 것에 속박당하며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억해야 할 것은,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 주위 사람의 말들에 휩쓸려 원하지 않는 모습이더라도 살아낼 수밖에 없게 되는 때가 오고 말 것이다. 매일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오늘의 나는, 지금의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넬리의 어머니가 남겨준 레시피대로 요리하면서 매일 자신을 들여다보며 결국 자신들의 길을 찾은 두 사람. 그녀들을 위한 완벽한 레시피였다.

 

**출판사 <미디어창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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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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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일을 당하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해준다면 어떨까요.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절망의 깊이와 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나 한번은 솔깃해서 그 방법이나 한 번 들어보자고 할 법합니다. 대표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후고 함린. 그의 비서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서글픈 인연으로 묶인 옌뉘와 케빈이예요. 교활한 미술품 거래인의 계략에 빠져 전재산 등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옌뉘와 자신의 자식을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되는 사악한 존재로 인식한 아버지 덕분에 사자 먹이로 던져졌던 케빈. 그 미술품 거래인과 악독한 아버지는 동일인물로,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인연에 의해 알게 된 두 사람 앞에 단비처럼 후고의 사무실이 나타난 것입니다! 탁월한 사업적 감각으로 인해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하면서 복수를 대행해주었던 후고. 예상치 못한 두 사람의 등장으로 그의 인생도 잠시 꼬이는 듯 한데요, 과연 이 세 사람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질까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이름을 알린 요나스 요나손. 이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이 국내에 출간된 듯 한데 저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로 작가님과 처음 만나요. 복수를 대행해준다고 해서 그동안 읽어왔던 숱한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에서처럼 억울한 감정을 느끼고 울분에 가득찬 진행과정을 거쳐 통쾌하지만 씁쓸한 결말이 아닐까 예상했는데, 뭐죠, 이 작가님??!! 분명 악독하고 사악한 빅토르의 존재에는 분노를 느꼈지만 작품 전체가 그저 웃겨요! 옌뉘와 케빈은 복수를 계획하는 사람들치고 무척 순수하고요, 이런 그들에게 노련한 사업가 후고까지 휘말려버린 듯한 기분이예요. 사자 먹이가 될 뻔한 케빈을 구해주고 입혀주고 먹여주고 돌보아준 양부 올레 음바티안은 또 어떻고요! 평생 케냐 사바나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그가 케빈을 찾아 스웨덴으로 향하는 모습은 순진무구 그 자체에, 한 편의 코메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후고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이런 저런 복수의 방법과 함께 이 작품의 또 하나의 매력은 실재했던 화가 이르마 스턴의 작품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그린 그림 두 점이 소동의 원인으로, '헌대 미술의 거장'이라 알려진 화가를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어요. 저는 그녀의 그림들에서 신기하게도 고갱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검색해보니 아프리카의 문화와 풍경, 인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자유로운 예술가와 누군가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고 압박한 빅토르, 그리고 그 빅토르에게 대항하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일행들. 어떤 구도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초반에 히틀러 이야기가 잠깐 언급되어 있어서 그런지, 작가님이 일부러 이런 구도를 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술과 유머와 풍자, 재치가 어우러져 한 편의 멋진 드라마로 완성된 이야기. 특히 후고와 올레 음바티안은 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저 책 읽다 정말 깜짝 놀랐잖아요! 후고의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 무려 서울에 사는 부유한 과부가 연락을 해왔다지 뭡니까! 게다가 우리나라 화폐가 등장해요. 2천 5백만 원, 175억원, 이런 식으로요! 한국의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애정한다는 것을 작가님도 알고 있는 걸까요? 감사의 의미로 이렇게 대한민국을 등장시켜 주신 건가요? 이거 실화 맞죠? 서울이라는 글자 보고 제 눈을 의심했더랬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작품들도 안 읽어볼 수 없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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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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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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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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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읽은 <검은 고양이>로 인해 고양이, 특히 검은 고양이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길을 가다가도 고양이와 마주치면 내가 빙 둘러 돌아가기도 하고, 도망치듯 뛰어가기도 하면서 혹시나 집까지 따라와 해코지를 하지나 않을까 지레 겁을 먹었다. 그만큼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가 내게 남긴 감정은 무척 강렬한 것이었는데, 생각해보라! 완전범죄라 자신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어른이 된 지금도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쫙 돋으면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끔 아기의 울음소리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때가 있으면, 작품의 주인공이 들었던 울음소리가 혹시나 저것과 비슷하지는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인간은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비열하거나 어리석은 짓을 수없이 저지른다.


p 63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에 포함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표제작 <도둑맞은 편지>를 비롯해 <어셔가의 붕괴>, <붉은 죽음의 가면극>, <검은 고양이> 등 총 네 편이 실려 있다. 모두 광기, 혹은 신들린 듯 써내려갔다는 표현이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들로 볼 때 포가 선보인 작품 세계가 평범하지만은 않다고 느껴진다.

 

평생을 '때 이른 매장'에 대한 공포에 집착했다는 이야기에서, 혹시나 포 자신이 그런 범죄와 연관된 적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특히 <어셔가의 붕괴>가 전달하는 공포와 두려움은 무척 생생하다. 처음에는 화자의 친구인 로드릭 어셔의 쌍둥이 동생 매들린에 대해 '혹시 뱀파이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로드릭 어셔가 보이는 신경증과 유전병,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화자가 어셔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근친상간'으로 인한 죽음의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인다. 어쩌면 가문 대대로 내려왔을지도 모를 전통. 포는 '근친상간'으로 인한 가문의 몰락, 그에 대한 로드릭 어셔의 강박적인 공포 등을 환상적이고도 괴이한 분위기로 자아내다가 결국에는 실체적인 붕괴를 선보이며 절묘한 결말을 제시한다.

 

<붉은 죽음의 가면극>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 기묘하면서도 매우 독창적이다. '붉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천 명이나 되는 사람이 성에 모여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고 연회를 즐기지만, 결국 그들도 그 죽음을 피하지는 못한다. 죽음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실체화하여 사람들이 피로 물들어 쓰러지는 장면은 가히 연극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아있는 것이 어디에 있든 아무리 죽음을 피하려고 발버둥쳐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1842년 1월 아내인 버지니아가 각혈할 뒤 발표된 것으로 '붉은 죽음'이 결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듯 하다.

 

<모르그 가의 살인>,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와 함께 아마추어 탐정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여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로 유명한 <도둑맞은 편지>. 현 내각의 장관이자 문제적 인물인 D가 어떤 중요한 인물에게서 탈취해 간 편지를 너무나 간단하게 되찾아오는 뒤팽의 모습을 그린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물론 인간의 본성이나 본능, 논리와 추론에 대한 뒤팽의 의견을 듣는 재미도 무척 크다.

 


 

 

마치 각기 다른 세계의 문을 하나씩 열고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작품들. 불행한 유년시절과 그보다 더한 불행을 겪었던 포의 이야기를 알고 작품을 읽으면 어딘가 아련한 슬픔 비슷한 것이 느껴지는 듯도 하다.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가 마음을 움켜쥐는 것 같지만, 한 번이라도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맛본 독자라면 그 중독성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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