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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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일을 당하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해준다면 어떨까요.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절망의 깊이와 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나 한번은 솔깃해서 그 방법이나 한 번 들어보자고 할 법합니다. 대표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후고 함린. 그의 비서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서글픈 인연으로 묶인 옌뉘와 케빈이예요. 교활한 미술품 거래인의 계략에 빠져 전재산 등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옌뉘와 자신의 자식을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되는 사악한 존재로 인식한 아버지 덕분에 사자 먹이로 던져졌던 케빈. 그 미술품 거래인과 악독한 아버지는 동일인물로,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인연에 의해 알게 된 두 사람 앞에 단비처럼 후고의 사무실이 나타난 것입니다! 탁월한 사업적 감각으로 인해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하면서 복수를 대행해주었던 후고. 예상치 못한 두 사람의 등장으로 그의 인생도 잠시 꼬이는 듯 한데요, 과연 이 세 사람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질까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이름을 알린 요나스 요나손. 이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이 국내에 출간된 듯 한데 저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로 작가님과 처음 만나요. 복수를 대행해준다고 해서 그동안 읽어왔던 숱한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에서처럼 억울한 감정을 느끼고 울분에 가득찬 진행과정을 거쳐 통쾌하지만 씁쓸한 결말이 아닐까 예상했는데, 뭐죠, 이 작가님??!! 분명 악독하고 사악한 빅토르의 존재에는 분노를 느꼈지만 작품 전체가 그저 웃겨요! 옌뉘와 케빈은 복수를 계획하는 사람들치고 무척 순수하고요, 이런 그들에게 노련한 사업가 후고까지 휘말려버린 듯한 기분이예요. 사자 먹이가 될 뻔한 케빈을 구해주고 입혀주고 먹여주고 돌보아준 양부 올레 음바티안은 또 어떻고요! 평생 케냐 사바나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그가 케빈을 찾아 스웨덴으로 향하는 모습은 순진무구 그 자체에, 한 편의 코메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후고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이런 저런 복수의 방법과 함께 이 작품의 또 하나의 매력은 실재했던 화가 이르마 스턴의 작품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그린 그림 두 점이 소동의 원인으로, '헌대 미술의 거장'이라 알려진 화가를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어요. 저는 그녀의 그림들에서 신기하게도 고갱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검색해보니 아프리카의 문화와 풍경, 인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자유로운 예술가와 누군가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고 압박한 빅토르, 그리고 그 빅토르에게 대항하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일행들. 어떤 구도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초반에 히틀러 이야기가 잠깐 언급되어 있어서 그런지, 작가님이 일부러 이런 구도를 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술과 유머와 풍자, 재치가 어우러져 한 편의 멋진 드라마로 완성된 이야기. 특히 후고와 올레 음바티안은 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저 책 읽다 정말 깜짝 놀랐잖아요! 후고의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 무려 서울에 사는 부유한 과부가 연락을 해왔다지 뭡니까! 게다가 우리나라 화폐가 등장해요. 2천 5백만 원, 175억원, 이런 식으로요! 한국의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애정한다는 것을 작가님도 알고 있는 걸까요? 감사의 의미로 이렇게 대한민국을 등장시켜 주신 건가요? 이거 실화 맞죠? 서울이라는 글자 보고 제 눈을 의심했더랬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작품들도 안 읽어볼 수 없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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