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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평점 :
그리 많이 여행을 해 보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떠나기 전에 걱정되는 것들이 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좋지만 혹시..부터 시작해서 여행지의 음식은 괜찮을지, 가서 정말 즐거울지, 어디 아프지는 않을지, 무엇보다 위생상태는 괜찮을지 하는 것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족과의 여행이어도 나의 고민은 계속된다. 약간의 결벽증까지 느껴지는 내 성격, 내가 생각해도 정말 답답하고 참으로 못나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내 첫마디는 이랬다. "헉, 아프리카에 어떻게 가, 화장실은? "
24세의 나는 졸업과 동시에 합격을 노리며 빡빡한 일상에 갇혀 살고 있었다. 봄이고 가을이고, 계절의 낭만을 느껴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나 똑같은 24세의 봄, 마다가스카르를 향해 Jin은 떠났다. 취업을 걱정하고, 취업 이후 계속될 삶에 대해 고민했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 오지여행을 주로 하는 한비야님의 여행기를 떠올리며 그녀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지 궁금했다.
여행서적과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책을 탐독하고 스스로 일정을 짜고, 불어를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면서 여행을 향한 한걸음이 시작되었다. 매일 달리기로 체력을 키우고, 인터넷의 여행자 카페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줄만한 사람의 정보를 얻으며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가던 즈음, 드디어 한국을 떠난 Jin. 마다가스카르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P의 집을 기점으로 디에고, 피아나란추아, 포르트돌팡, 마하장가, 마나카라, 수도 안타나나리보까지 여러 곳을 여행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순박한 사람들과의 교감과 다양한 풍경이 그녀의 정신을 풍요롭게 변화시켰다. 딱시부르스를 타고 덜커덩거리며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고, 길을 물은 사람과 친해지며, 용감하게 홀로 간 나이트클럽에서 친구도 사귄다. 프랑수아, 카엘, 한국인 P와 그녀의 천사 렁드리까지. Jin이 이동하면 할수록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Jin은 소심한 나와는 달리 용감하다. 홀로 여행을 시작했고, 그 여행지는 누구나 다 아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위생상태, 치안, 모든 것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에게는 이국적이나 생소한 곳이었다. 부댓자루에서 튀어나온 못처럼 쭈뼛거리는 자신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전혀 쭈뼛거리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걸고, 돈을 달라는 사람들을 만나도 여유롭게 넘기면서 자유로운 삶을 즐긴다. 하지만 그녀는 또 말한다. 한국에서의 자신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여행지였으니까, 마다가스카르였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이다.
나도 여행을 떠나면 지금의 내 모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한 번에 많이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빈껍데기 같은 황량한 마음과 아픈 가슴을 조금은 비워낼 수 있을까. 문득 정말, 진심으로, 간절하게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것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일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자문해본다. 어쩐지, 이 책이 자꾸 나의 등을 떠미는 것 같다. Jin처럼 아프리카까지는 아니지만 올해가 가기 전, 겨울이 되기 전, 나도 떠나련다. 아니,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기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가 될지도 모르겠다.
24세의 그녀의 눈으로 본 마다가스카르는 젊은 그녀의 감각 탓인지도 모르지만 유쾌하고 통통 튀고 따뜻한,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인생을 보는 깊은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유쾌하고 통통 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녀의 글 속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사진과 정성스런 Jin의 글 안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내 마음의 자물쇠를 풀어놓고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덧붙이기 : Jin, 렁드리와는 어떻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