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 -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해부학 연구
마르셀로 G.지 올리베이라 외 지음, 유영석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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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술'과 '비밀'. 이 두 단어만으로 책에 손이 가기에 충분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 그렇지만 자꾸만 관심이 가고 알고 싶어지는 분야가 바로 미술이다. 워낙 미술에 소질이 없었기 때문에 그림이나 조각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굉장함과 부러움을 느끼고는 했다. 나에게는 그저 손 하나 데생하는 것도 힘겨웠는데, 유명 화가들은 어떻게 갖가지 색을 내고, 입체감을 나타내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명화들을 만들어냈던 것일까. 미술,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 속에서 호기심이 몽글몽글 솟아오른다. 그런데 그림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했던 화가들도 그림 속에 숨겨놓고 싶은 비밀이 있었던 모양이다. 특히 이 미켈란젤로는. 

미켈란젤로는 다른 화가들에 대한 독설과 뛰어난 조각 솜씨로 유명했고 회화에도 재능이 있어, 교황으로부터 끊임없이 작업에 대한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그가 사망한 후, 그가 썼다고 하는 시까지 발표되었다고 하니 그의 심장은 오직 예술을 향해서만 뛰고 있었던 듯 하다. 그런 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미켈란젤로의 이름까지는 모르더라도, 다만 그런 것이 있다더라 정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 정도로 유명하다. 나는 그저 책 속에 있는 도판만 보고도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저자는 그런 천장화 속에 숨겨진 하나의 비밀을 발견한다. 

저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속에는 인체의 신비가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아담의 탄생>에서 튜닉을 입고 있는 신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케루빔들은 인간 두개골의 시상 단면 해부도의 구조와 일치하며, <이브의 탄생>에 그려진 조물주의 망토가 측면에서 본 왼쪽 폐의 모습과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창세기, 구약의 장면들, 예언자와 무녀들, 그리스도의 조상들로 나누어 각각의 그림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인체와 관련지어 그림을 보는 포인트를 일러주고 있다. 

처음에는 '오, 이렇게 그림을 볼 수도 있구나. 인체에 관심이 많고 해부학에 능통했다던 미켈란젤로라면 정말 이런 의도로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르겠구나' 라며 제법 감탄하면서 보았다. 하지만 워낙 많은 천장화들을 인체와 비교하여 설명하려니 약간 무리가 따르지 않았나 싶다. 포인트로 일러주는 부분에서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것도 많았지만, 저자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그림들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가 그저 그림으로 만족하면서,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고 감탄하면서 봤어야 할 그림들을 숨겨진 비밀에 집착하여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은 한 번 보고 지나쳤을 그림들에서 이렇게 인체와 닮은 부분을 발견한 그들의 눈썰미가 부럽기도 하다. 주위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그림을 볼 줄 아는 재주, 그것 또한 하나의 예술에 포함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다룬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마지막 장에서 다룬 <피에타>에서는 몹시 감동해버렸다. 옷의 주름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조각한 미켈란젤로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와 같은 능력이 내게는 없지만, 이렇게 훌륭한 조각상을 보고 감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그것마저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눈과 마음,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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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미국의 역사
아루카 나츠키.유이 다이자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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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촛불집회가 한 달째 계속되는 가운데, 혼란스러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의 생활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우리 삶을 온통 뒤흔들고,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폭력으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미적지근한 것만 같다. 6월 6일 현충일, 이명박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고 인삿말을 전했다. 이제 겨우 하루 지났을 뿐이니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도대체  갈등의 끝이 어디일지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의 이 갈등과 혼란, 두려움의 소용돌이의 정점에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우뚝 서 있다.
 
미국.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경제, 문화, 예술 등 온 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이라 불리는 나라. 사실 우리나라 역사도 제대로 전부 알지 못하는데 어째서 '상식으로 꼭' 미국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인지 살짝 저항감이 생기기도 했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사람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우리보다 짧다면 짧은 역사를 가진 그들이 어떻게 세계최강국이 되었는지, 그 비결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것을 그들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이 책을 펼쳐든 계기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저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 책은 맺음말을 포함하여 총4부, 15장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앞쪽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국의 변화된 모습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으며, 황야에서 도시로, 신경제의 형성, 문화복권을 추구하며, 피부가 검은 우리들도 미국인이다, 만들어지는 성의 차이 등과 같은 각각의 테마로 미국의 역사를 풀어냈다. 그 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의 어려운 말들도 불쑥불쑥 튀어나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책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다.
 
그러나 한편 이 책은 딱딱하다. 이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하는 곳이 있다면 들고 가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쳐가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일본인이니만큼 그들이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을 좀 더 자세하게 소개했다면 그나마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과 내용들로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한 번 읽어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궁금한 사항들이 생길 때마다 들춰보다보면 역자가 말한대로 우리들만의 미국사라는 직물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똑같은 행동을 취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대처법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에 역사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들여다 본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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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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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치있고 유쾌한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오쿠다 히데오. 그 명랑과 익살 때문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일본소설을 좋아하고, 꽤 유명한 작가들의 책은 거의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는 정작 그의 책을 손에 든 적이 없다. 많은 팬을 탄생시킨 [공중그네]를 비롯한 아라부 시리즈, GIRL 이 책장에 꽂혀 있기는 하지만 어쩐지 밀쳐지고 밀쳐져 자꾸만 책장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다. 그런 와중에 '뭐, 유쾌하면 얼마나 유쾌하고 재미있으면 얼마나 재미있겠어'라고 생각하며 처음으로 집어든 그의 작품, [스무살 도쿄]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지하철에서 내내 책을 읽다가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다 들릴 정도로 말이다. 

재수생활을 위해 나고야에서 도쿄로 상경한 다무라 히사오, 그가 우리의 주인공이다. 작품은 모두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그의 10년의 세월을 그리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여자친구가 생긴 일, 재수를 하러 도쿄로 왔을 때 느꼈던 그 밤의 달콤쌉싸름한 감정들, 취직하고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며 맛보는 삶의 잔상들, 나이를 먹고 결혼적령기가 되어 처음으로 선 아닌 선을 보러 나가 만난 그녀, 그리고 서른을 코앞에 두고 일어나는 히사오의 일상들이 마치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인것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사실 작품 초반에 그려지는 히사오의 모습은 살짝 한심하다. 아무런 꿈도 없고, 뭘 하고 싶은지, 뭐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그저 술을 마시고 하루하루를 가볍게 보내버린다. 막연히 '음악평론가'의 길을 꿈꾸지만, 그저 꿈만 꿀 뿐이다. 히사오의 그런 일상을 약간은 질책하며 책을 읽던 나는 순간 무언가를 깨달았고, 또 부끄러웠다. 내가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어땠는가를 돌이켜보았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 안에서 나 역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많이 방황하고, 남에게 티를 안냈을 뿐 마음 고생을 많이 했었다. 나도 그런 길을 걸어왔으면서, 어느 새 나는 나만의 기준으로 그의 청춘을, 그의 젊음을 비난하고 있었던 것이다. '젊다는 건 특권이야. 너는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라는 표지에 새겨진 문구의 진정한 의미를 어쩐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히사오도 버젓이 직장을 구하고, 의젓한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낸다. 서른을 코앞에 두고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며 미래를 바라본다. 지하철 안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할만큼 지나치게 유쾌하지만, 그 안에 담긴 오쿠다 히데오가 세상을 보는 시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유쾌함으로 포장되어 있으나, 속은 알싸하면서도 땀냄새가 나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그런 면이 오쿠다 히데오에게 열광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지하철 안에서 터져버린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킥킥거리며 내렸을 때, 불안했던 나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순간 그의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아라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책장에 꽂힌 채 고개를 쑤욱 내밀고 있을 오쿠다 히데오의 또 다른 주인공들을 조금은 기대에 찬 마음으로 만나러 가야겠다. 

덧붙이기 : 이야기들이 시간 순서이기는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는 시간의 순서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편집상의 오류인 걸까?..아니면.. 작가의 의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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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박노출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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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그마치 2박3일이나 되는 여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 책 한 권에 2박3일, 그것도 그 시간을 모두 바쳐 읽은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다. 장장 774페이지에 이르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지만, 읽으면서 한 순간도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남은 책장이 얼마 되지 않을수록 도대체 사건이 어떻게 풀려갈 것인가에 대해 신경이 곤두섰다. <코난 도일과 찰스 디킨스가 극찬한 서양문학사 최구의 추리소설!>이라는 선전문구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있는 이 작품, 표지부터 유독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흰 옷을 입은 여인] 이다. 

19세기 영국, 화가인 월터 하트라이트는 친구의 소개로 리머리지 가(家)에서 그림을 가르치게 된다. 런던을 떠난기 전날 밤, 거리에서 흰 옷을 입은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알 수 없는 말들을 남긴 채 사라진다. 한편 리머리지 가에서 로라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월터는 그녀의 언니 마리안 할콤과 셋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면서 로라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 마리안은 로라의 월터가 떠나는 것이 로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이라 생각하고 그에게 떠나주기를 부탁한다. 사랑의 아픔을 뒤로 한 채 결국 영국을 떠나는 월터. 로라는 약혼자와 결혼하지만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그 시간 속에서 마리안은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월터가 만났던 흰 옷을 입은 여인이 자꾸 로라의 곁을 맴돈다. 

작품은 기존의(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추리소설이 진행해가는 방식과는 달리 꽤 복잡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나뉘어진 세 부분도 각기 다른 사람의 시각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때로는 월터가, 때로는 마리안이, 그리고 작품에서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원된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내용이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마지막의 사건 해결에 모두 중요한 힌트들을 제공하고, 이 작품을 통해 생명을 부여받은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 책이 아니라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추리와 사건 해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는 하나, 작가가 그리는 당대의 묘사는 감탄할만하다. 19세기 영국의 계급제도, 상속제도, 결혼제도의 복잡한 문제들을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타임스가 극찬한 것처럼 서스펜스, 공포, 사랑, 미스터리, 탐욕, 광기, 용기 등의 모든 감정들을 맛볼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선사했다. 세심한 인물묘사, 풍경묘사, 심리묘사들은 그러한 분위기를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악당들에게 숨겨진 음모가 무엇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추리를 하기 위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흰 옷을 입은 여인에 의해 조성되는 음울하면서도 안타까운 분위기를 느끼고, 과연 어떠한 세계로 우리들을 이끌어줄 것인가를 기대하고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100년이 넘어도 변하지 않는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이 작품, 오늘 밤 꼭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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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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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많이 여행을 해 보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떠나기 전에 걱정되는 것들이 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좋지만 혹시..부터 시작해서 여행지의 음식은 괜찮을지, 가서 정말 즐거울지, 어디 아프지는 않을지, 무엇보다 위생상태는 괜찮을지 하는 것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족과의 여행이어도 나의 고민은 계속된다. 약간의 결벽증까지 느껴지는 내 성격, 내가 생각해도 정말 답답하고 참으로 못나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내 첫마디는 이랬다. "헉, 아프리카에 어떻게 가, 화장실은? "

24세의 나는 졸업과 동시에 합격을 노리며 빡빡한 일상에 갇혀 살고 있었다. 봄이고 가을이고, 계절의 낭만을 느껴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나 똑같은 24세의 봄, 마다가스카르를 향해 Jin은 떠났다. 취업을 걱정하고, 취업 이후 계속될 삶에 대해 고민했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 오지여행을 주로 하는 한비야님의 여행기를 떠올리며 그녀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지 궁금했다. 

여행서적과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책을 탐독하고 스스로 일정을 짜고, 불어를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면서 여행을 향한 한걸음이 시작되었다. 매일 달리기로 체력을 키우고, 인터넷의 여행자 카페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줄만한 사람의 정보를 얻으며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가던 즈음, 드디어 한국을 떠난 Jin. 마다가스카르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P의 집을 기점으로 디에고, 피아나란추아, 포르트돌팡, 마하장가, 마나카라, 수도 안타나나리보까지 여러 곳을 여행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순박한 사람들과의 교감과 다양한 풍경이 그녀의 정신을 풍요롭게 변화시켰다. 딱시부르스를 타고 덜커덩거리며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고, 길을 물은 사람과 친해지며, 용감하게 홀로 간 나이트클럽에서 친구도 사귄다. 프랑수아, 카엘, 한국인 P와 그녀의 천사 렁드리까지. Jin이 이동하면 할수록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Jin은 소심한 나와는 달리 용감하다. 홀로 여행을 시작했고, 그 여행지는 누구나 다 아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위생상태, 치안, 모든 것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에게는 이국적이나 생소한 곳이었다. 부댓자루에서 튀어나온 못처럼 쭈뼛거리는 자신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전혀 쭈뼛거리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걸고, 돈을 달라는 사람들을 만나도 여유롭게 넘기면서 자유로운 삶을 즐긴다. 하지만 그녀는 또 말한다. 한국에서의 자신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여행지였으니까, 마다가스카르였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이다.

나도 여행을 떠나면 지금의 내 모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한 번에 많이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빈껍데기 같은 황량한 마음과 아픈 가슴을 조금은 비워낼 수 있을까. 문득 정말, 진심으로, 간절하게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것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일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자문해본다. 어쩐지, 이 책이 자꾸 나의 등을 떠미는 것 같다. Jin처럼 아프리카까지는 아니지만 올해가 가기 전, 겨울이 되기 전, 나도 떠나련다. 아니,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기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가 될지도 모르겠다. 

24세의 그녀의 눈으로 본 마다가스카르는 젊은 그녀의 감각 탓인지도 모르지만 유쾌하고 통통 튀고 따뜻한,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인생을 보는 깊은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유쾌하고 통통 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녀의 글 속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사진과 정성스런 Jin의 글 안에서, 나는 조금이나마 내 마음의 자물쇠를 풀어놓고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덧붙이기 : Jin, 렁드리와는 어떻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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