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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7일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5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저는 요즘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수파스타 K> 시즌2에 푹 빠져있습니다. <수파스타 K>가 방송되는 금요일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을 정도로요. 호홋. 그렇다고 사전 인터넷투표와 대국민문자투표에까지 참여할 정도는 아니구요, 그저 그들의 열정을 함께 즐기는 거죠. 자신들이 발견한 꿈을 좇아 앞만보고 열심히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이 참 좋아요.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2억이라는 상금과 앨범발매도 그들의 열정을 변질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중간에 탈락한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요. 금요일밤 <수파스타 K>를 보고 나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기도 합니다. 으헥.
장안의 화제인 <수파스타 K>인만큼 여러 가지 논란도 많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의 독설과 매주 탈락자를 선정하는 방식, 리얼리티 쇼인만큼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잔인함'을 느끼게 한 탈락자 발표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에 대국민문자투표 또한 참가자들의 실력이냐 스타성이냐를 판가름한다는 점에서 꽤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들썩들썩하게 했습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참가자가 8일 탈락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전 개인적으로 8일 탈락한 K군의 목소리, 좋아합니데이.
누나의 팬심이라고 할까요. 크하핫. 요렇게 누군가에게는 탈락의 눈물을, 누군가에게는 승자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인터넷과 문자투표 등이 참가자들의 생사를 결정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24시간 7일] 의 소재는 '리얼리티 쇼'입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수잔 콜린스의 <헝거게임> 시리즈, 기시 유스케의 [크림슨의 미궁], 영화 <10억>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소재죠. 근육퇴행위축증을 앓고 있는 딸 제나를 위해 쇼에 참가한 다나, 조종사였던 저스틴, 수의사 네리네, 용접공 버튼, 도축업자 브렌다, 과거에는 수녀였지만 현재는 교사인 노라, 영매 패도라와 시스템관리자 코리, 의사 듀테트레와 어부인 포스터, 회계사 찰스, 중개소를 운영하는 르네. 이렇게 12명은 쇼에 참가하기 위해 바사 섬으로 향합니다. 2백만 달러의 상금과 재미를 위해 참가한 쇼는 '컨트롤'이라는 범인에 의해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오고 참가자들은 하루에 한 명씩 죽음을 맞게 됩니다. 다름아닌 시청자들의 '인터넷 투표'를 통해서요.
생존자들의 몸 속에 투여된 에볼라 바이러스만으로는 긴장감을 극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는 지, 작가는 외부적으로도 이들을 공격합니다. 바사 섬에 갇힌 참가자들이 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섬을 봉쇄하는 한편, 배를 타고 섬에서 나온 참가자들 중 일부를 무참히 죽이기도 하죠. 게다가 참가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지닌 상처, 약점과 싸워 이겨서 인터넷 투표수를 50% 차감시킬 수 있는 안전석까지 얻어내야 합니다. 대체 '컨트롤'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는 지, 참가자 중 섞여 있는 공범은 누구인지, 엘리엇 케이 사이먼이라는 정신이상자가 원하는 '신'이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갖가지 의혹 속에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그러나 전혀 혼란스럽지 않고 매끄럽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갑니다. 긴장과 스릴, 엄청난 속도감은 마치 눈 앞에서 영상이 흘러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이 쇼에 열광합니다. 참가자들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표의 수는 한정없이 올라가죠. 참가자들에게는 '현실'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단순히 '쇼'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앞에서 아무리 시청자들에게 살인자라고 외쳐본들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겁니다. 우리는 과연 어떨까요. 만약 실제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투표를 하지 않게 될까요?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고서는 그 어떤 일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불가사의한 인간의 심리니까요. 발전된 기술로 생활의 편리함을 얻게 된 우리지만, 그 기술의 어두운 부분도 살펴볼 때인 듯 합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상황에서조차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버리기도 합니다. 잔인한 리얼리티 스릴러이지만 이 작품이 그리 무섭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인간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작가가 은연 중에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기술이, 문명의 발달이 도저히 파괴시킬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한 무엇. 그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가슴 한 쪽에서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