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 천사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제가 애정해마지않는 지로 아저씨의 신작입니다 갑자기 요 한 문장으로 리뷰를 끝내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만 쓰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솟아나요. 그만큼 온몸으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쓰는 좋은 작가에요. 지로 아저씨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마다 언급했던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칼에 지다]를 읽지 않았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 조용히 서점으로 달려가셔서 책을 손에 드시길 권유합니다. 어떤 분은 지로 아저씨의 작품이 모두는 좋지 않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같은 경우는 다른 작품들도 다 좋더라구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칼에 지다]는 그다지 취향을 타지 않는 작품이니 꼬옥! 읽어보세요  

[저녁놀 천사]는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입니다. 저는 단편집을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지로 아저씨의 작품이라면 단편도 상관없이 모두 읽어요  네, 제가 좀 편애하는 경향도 있어요. 하지만 지로 아저씨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셨거나 저를 좀 아시는 분이라면 '아, 얘는 이럴만 해'라고 아마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것은 저의 지나친 착각일까요. 남들이 뭐라하든, 저는 계속 지로 아저씨를 사랑할 거에요! 편두통으로 인한 정신없는 리뷰, 그래도 계속 읽어주세요! 에헴! 약도 먹었으니 이제 얌전해질게요. 

표제작 <저녁놀 천사>는 자신의 가게에서 잠깐 일하다 사라진 여자를 그리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결혼으로 심한 상처를 받고 그 아픔을 잊을 수 없어 50이 넘는 나이까지 아버지와 둘이 장사를 하며 살아가는 이 남자의 가게에, 준코라는 여자가 잠시만 머물게 해달라며 통사정을 하죠. 처음에는 마뜩찮았던 남자지만 어느 새 그녀는 남자의 가슴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진 준코. 그녀가 떠나고 일년 반 후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남자는 잊은 듯 살았던 그녀를, 자신이 얼마나 사랑했는 지 깨닫게 됩니다. 나이도 자실만큼 자신 어르신이 그 사실을 깨닫고 훌쩍훌쩍 우는 장면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모든 감정은 강렬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죠. 

<저녁놀 천사>의 감성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 뒤의 이야기들이 모두 주옥같습니다. <차표>와 <언덕 위의 하얀 집>은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두 작품의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차표>에 등장하는 소년이 우리나라의 <소나기>를 연상시킬만큼 착하고 순수하다면 <언덕 위의 하얀 집>의 소년은 이제 반항기에 접어든 아이에요. 둘 다 성장하기 위해 한 계단을 밟는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계단이 어떤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성장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를 비교하면서 읽어보신다면 절로 '캬~'소리가 나올 겁니다. 

<호박>은 공소시효를 일주일 남겨둔 남자와 우연히 그를 찾아낸 형사의 이야기가, <나무바다의 사람>은 작가의 자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에요. 하지만 이 여섯 작품 중에 가장 강한 '캬~'를 연발하게 만든 이야기는 바로 <특별한 하루>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고, 뒤통수를 탁 얻어맞은 느낌으로 연달아 세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추리소설같은 기발한 설정과 가슴으로 깊이 전해져오는 감동에 환성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한순간이라는 척도를 영원으로 바꾸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저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아낌없이 별 다섯을 칠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쪼콤 아쉬움을 느끼게 한 것은 단 하나의 번역이었습니다. <언덕 위의 하얀 집>에 '정사'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문맥에 따르면 이 '정사'는 므흣한 그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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