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미하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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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의 출현이라 생각했다. 차이나칼라 재킷 교복, 길고 호리호리한 팔다리, 조금 부석부석 부어서 졸려보이는 눈과 다소 눈치를 보는 듯한 눈빛. 갑자기 등장한 전학생인데 처음 만난 사이에 지켜야 할 거리감을 무시한 채 불쑥 다가온다. 뚫어지게 쳐다보고, 성이 아닌 이름을 부르고, 만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오늘 집에 가도 돼?'냐고 물어보며 짓는 흉악해보이는 미소. 아무리 본래부터 마음이 약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두고보지 못하는 성격의 미오라도 이건 놀랄 수밖에 없다. 무엇인가 잘못됐다.

 

그래서 동아리 선배인 간바라 잇타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아니 이건 또 뭔가??!! 처음에는 미오에게 호감이 있어 그녀의 불안함을 달래주기 위해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간바라 잇타의 언행은 도를 넘기 시작한다. 이것은 흡사 세뇌, 가스 라이팅. 소름 끼칠 정도로 압박해오는 간바라 잇타로 인해 한계에 부딪힌 미오 앞에 그 전학생, 가나메가 나타난다.

 

츠지무라 미즈키가 호러 미스터리 [야미하라] 를 선보이며 작가 경력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은 듯 하다. 작품의 제목인 '야미하라'는 일상에서 겪는 불쾌한 공포와 두려움을 의미한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어둠을 흩뿌리고, 강요하고, 타인을 끌어들이는 야미하라. 이 야미하라를 퍼뜨리는 '간바라 일가'에 대한 이야기가 연작 단편으로 엮여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린 미오와 가나메가 다시 한 번 등장해 사건에 종지부를 찍는다. 각 단편에는 '오잉?' 할 정도로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알고보면 그 이상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누군가가 존재한다. 읽고 있다보면 있을 리 없는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스멀스멀 다가와 온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에 등골이 오싹해지는데, 호러 미스터리다보니 논리를 따지지 말고 분위기와 현상 자체를 그대로 느끼는 것이 포인트 일지도.

 

작가는 '호러'를 내세워 '야미하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지만 어찌보면 사람들이 아예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타인의 마음 속 어둠을 알아채는 데 능한 인간들이 있다. 그 알아챈 어둠을 안아주려고 하기보다 그것을 이용해 주위를 잠식해가는 악마같은 사람들. 곁에서 같은 말을 반복해 세뇌시키고, 끊임없이 속닥거리는 뱀의 혀를 가진 자들. 어쩌면 작가는 그런 인간들을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퇴치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가나메'같은 퇴치자 또한 창조해낸 것일지도.

 

호러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앞세우기는 했지만 작가가 선보이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정말로 탁월하다. 마치 내가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 책에 빨려들어가는 듯 압도되어 순식간에 읽었지만, 혹시라도 책이 아니라 어두운 기운에 유혹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섭기도 했다. 지금까지 읽은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과는 조금 결이 다른 듯 하나, 그의 도전이 훌륭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듯. 다시 한 번 가나메의 활약을, 그리고 바라도 된다면 미오와의 러브러브를 통해 소년의 본질이 드러나는 그의 모습도 만나보고 싶다!

 

** 출판사 <블루홀식스(블루홀6)>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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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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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는 [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밀의 열쇠>다. 어쩐지 [작은 아씨들]의 분위기가 떠올라 처음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역시 집과 여성, 공포라는 소재는 다루고 있으면서도 앞서 읽은 두 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밝고 사랑(?) 스러움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문득 고딕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생각에 검색해봤더니,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 소설의 일종이라고 한다. '고딕'하면 떠오르게 되는 건축물이 주는 폐허같은 분위기에서 상상력을 이끌어냈다고 하는데 내가 상상하고 있던 내용과 얼추 비슷해서 괜히 뿌듯했다.

 

보통 고딕작품의 작가는 남성으로 여성은 고작 작품 안에서 공포에 희생되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공포, 집, 여성] 속 여성들은 죽음을 맞이할지언정 단순한 희생양의 모습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보다 당당하고 두려움에 맞서고, 사랑을 갈구하는 주체적인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이라는 명칭에도 걸맞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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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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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만나게 된 작품은 버넌 리의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 왜 나는 이 제목을 보는 순간 옆지기가 오래 전 하던 유머가 떠오르는 것인가 ????

 

버넌 리는 프랑스에사 태어나 자란 영국 작가 바이올렛 파짓의 필명으로, 주로 유령 출몰이나 홀림 등 초자연적 소설과 미학에 관한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작가의 이력을 알게 되어서인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이 그저 단순한 인간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제목을 보라! 팬텀 러버라니, 괴이한 동경의 대상이 된 그녀는 과연 사람인가 유령인가!!

 

앨리스 오키는 왜 17세기 자신의 선조가 하던 복장을 따라하는 것일까.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작품의 끝에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괜히 오싹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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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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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줄곧 고립된 생활을 이어오는 아나. 그런 그녀에게 단 하나뿐인 친구이자 조력자였던 아망트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어느 날 독일에서 온 편지가 있었던 것 같다는 아망트의 말에 남편의 침실에 몰래 들어간 아나는 그 동안 그가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 되는데!!

 

나는 처음 했던 변장을 똑같이 유지했다. 외모를 추하게 만드는 염색과 변장을 하고 또 했더니, 어느 순간 머리색과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p 99

 

아나가 ‘회색 여인’이 된 이유에만 집중해서 읽다가, 이 글이 아나가 그녀의 딸 커즌 우르술라의 결혼을 막기 위해 쓴 편지라는 사실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리고 두둥! 충격의 결말!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면 어찌 우르술라가 결혼을 고집할 수 있었겠는가!

 

아나의 불행한 운명도 그렇지만, 누구보다 아망트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오랜 시간 아나와 교우한 것도 아니고 혈연관계도 아닌데 끝까지 아나를 돕기 위해 애썼던 아망트.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아망트의 희생이 불꽃처럼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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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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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서가 3종 세트 중 처음으로 읽게 된 책은 [공포, 집, 여성]. 앨리자베스 개스켈,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메리 셸리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작품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회색 여인] 인데, 화사하고 아름다웠던 소녀 ‘아나’가 어떤 일을 겪은 후 곱던 생기를 잃은 일화를 다루고 있다. 일단 초반부터 가슴이 답답해져 온 이유는, 아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혼이 진행되기 때문인데, 아마 그 시대 여인이라면 대부분 그랬겠지만 수동적인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이 한 인간을 얼마나 무력감에 휩싸이게 하는지 작품 안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의 결혼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아나가 행복해졌다면 '회색 여인'이 될 리가 없었으리라. 그런데 그녀의 남편인 무슈 드 라 투렐은 의심도 많고, 갑자기 화를 내는가 하면 아나를 향한 질투심이 강한 남자로 묘사되어 있다. 한 미모 하는 남성인 듯 한데 왜 나는 글을 읽을수록 그가 흡혈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인가!!

 

아나가 '회색 여인'이 되는 데에는 분명 이 남편이라는 작자가 한몫 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이 남편이 지닌 비밀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그런데 분위기 너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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