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줄곧 고립된 생활을 이어오는 아나. 그런 그녀에게 단 하나뿐인 친구이자 조력자였던 아망트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어느 날 독일에서 온 편지가 있었던 것 같다는 아망트의 말에 남편의 침실에 몰래 들어간 아나는 그 동안 그가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 되는데!!
나는 처음 했던 변장을 똑같이 유지했다. 외모를 추하게 만드는 염색과 변장을 하고 또 했더니, 어느 순간 머리색과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p 99
아나가 ‘회색 여인’이 된 이유에만 집중해서 읽다가, 이 글이 아나가 그녀의 딸 커즌 우르술라의 결혼을 막기 위해 쓴 편지라는 사실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리고 두둥! 충격의 결말!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면 어찌 우르술라가 결혼을 고집할 수 있었겠는가!
아나의 불행한 운명도 그렇지만, 누구보다 아망트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오랜 시간 아나와 교우한 것도 아니고 혈연관계도 아닌데 끝까지 아나를 돕기 위해 애썼던 아망트.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아망트의 희생이 불꽃처럼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