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별자리 러브스토리
가쿠타 미쓰요.가가미 류지 지음, 장점숙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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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교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있어 혈액형과 별자리로 운세를 알아보는 것은 일종의 우상숭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독실한 신자도 아니면서, 나는 어쩌면 나에게 언제 어떻게 내려질지도 모를 벌을 무서워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은 그렇게 정확하게 나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내 생각도 조금씩 유연해져갔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궁금해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데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 속에는 다른 누군가에 대한 호기심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그 호기심에 의해 연구되고 알려진 것이 바로 혈액형과 별자리로 보는 인간심리다. 

이 책은 12개의 별자리로 보는 소설+별자리 칼럼이다.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로 나에게 다가온 가쿠타 미쓰요가 소설 부분을, 점성술연구가이자 점성술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법을 일본에 소개해 기존의 이미지를 크게 바꾸어 놓은 가가미 류지가 칼럼 부분을 맡아 12개의 별자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내 별자리를 제외한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역시 제일 크게 공감하면서 읽은 부분은 나의 별자리, 바로 <전갈자리>부분이었다. 전갈자리를 검색해보면 여러 가지 키워드가 쏟아져나온다. 그 키워드를 보면서 좋은 것은 믿고, 나쁜 것은 버렸지만 가쿠타 미쓰요가 쓴 전갈자리 여성의 이야기에는 '맞아,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주인공은 미야지 아미코.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지만 때때로 냉정하다거나 쌀쌀맞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친구들은 모여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친한 친구사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미코는 속속들이 드러내는 것을 거북해한다. 책 속에서 그녀는 비밀주의라 불린다. 

나는 쌀쌀맞다거나 냉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친구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은 어쩐지 이해가 되었다. 이를테면 그것은 내가 친구들을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의식 중에(혹은 의식적으로), 할 이야기와 하지 않을 이야기를 구분짓고 있는 것 뿐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마음 속에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한 두 가지 존재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는 능하지만, 정작 내 자신의 이야기를 잘 못할 때가 있다. 친하다고 해서 나의 모든 것을 말하기를 강요하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어쩐지 쓸쓸하다.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니까. 그것을 비밀주의라고 한다면, 글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지만 별자리는 별자리일 뿐이다. 각 개인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듯, 같은 별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달라진다. 이것을 가가미 류지는 "x"인자라고 불렀다. 그는 별자리도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X"라는 인자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즉, 같은 별자리에 있는 사람이어도 각각 하기 나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별자리와 혈액형으로 운세를 보거나 사람을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깊이 빠져서는 그 재미를 만끽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도구로써 별자리를 바라볼 때,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나는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그가 무엇을 하든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행복하고 변함없이 세련되고 멋져서, 앞으로도 누군가와 누군가를, 혹은 누군가와 세계를 만나게 해서 인연 맺게 해 주면 좋겠어, 하고 생각했다.

                                                    -p186 <천칭자리인 그는 안테나군>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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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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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로버트 해리스는 히스토리 팩션의 전문작가라고 여겨진다. 히스토리 팩션이라는 장르 안에서 많은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역사의 어느 한 시점에 눈을 돌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 의문을 갖는 자세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히스토리 팩션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사람들의 '호기심'때문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영원히 알 수 없는 역사 속의 진실을, 그래도 꼭 알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호.기.심. 그것이 바로 히스토리 팩션의 출발점이다. 

스탈린. 레닌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반세기동안 전 소련을 독재적으로 지배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연합국과 손을 잡고 독일의 항복을 받아내기도 했지만, 1945년 원수가 되어 동구제국에 대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미국과 대립함으로써 냉전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대내적으로는 반대자에 대한 탄압을 계속했는데, 책에서 묘사하는 그의 모습은 나에게는 미치광이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끔찍했다. 스탈린 사후 최초의 중앙위원회 총회에서 흐루시초프가 제1서기로 선출되면서 흐루시초프에 의해 스탈린 비판이 시작된다. 작품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의 대통령이 되기 전, 즉 옐친이 국가의 원수였을 때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러시아 학회 모임에 참석한 영국인 플루크 켈소는 우연히 파푸 라파바라는 정체불명의 노인에게서 스탈린의 임종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탈린이 가지고 있던 노트를 자신이 숨겼다고 이야기하던 노인은 갑자기 사라지고, 그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된 켈소는 그를 찾아 헤매지만 라파바는 끔찍한 시체로 발견된다.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그를 죽였는가를 생각해 볼 사이도 없이, 라파바가 그의 딸에게 단서를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된 켈소는 결국 스탈린의 노트를 발견한다. 그 노트에는 스탈린에게 연정을 느끼던 안나라는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이야기가 이끄는 대로 켈소와 미국인 기자 오브라이언은 그 소녀의 고향인 아크엔젤을 향해 떠난다. 러시아 북부의 항구도시로. 

[아크엔젤]을 읽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어려움을 예상해야 한다. 첫 번째는 '이름'이다.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주인공의 이름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한결같이 발음하기 힘들다. 매번 '~프'라고 끝나거나 이름이 여섯자를 넘어가는 경우는 그 이름이 그 이름인 듯하여 도통 책의 진도가 나가지를 못했다. 초반에는 배경설명이 주를 차지하고 있어 약간의 인내심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러시아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다. 역사를 전공했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없겠지만, 나처럼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역사를 공부한 사람에게 러시아의 근대사는 책을 읽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속도감있게 휘리릭 넘어갔다. 도대체 스탈린의 비밀노트가 감추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노트의 주인으로 판명된 안나는 대체 스탈린과 무슨 관계이며, 라파바를 죽이고 켈소를 추적하는 무리들이 비밀노트를 얻으려는 목적은 무엇인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모든 의문은 끝부분에서 하나의 매듭으로 완성된다. 

러시아는 지금의 러시아로 불려지기 전부터 세계의 강대국이라 일컬어져왔고, 미국과의 오랜 냉전을 유지했던 사회주의 국가였다. 책 속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지금도 전 국민의 1/6이 죽은 스탈린을 지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에의 회귀를 열망하고 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고 현재를 현재답게 살아갈 때에 비로소 빛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집착해 아집과 교만을 버리지 못하면 발전은 커녕 도태되어 버리고 만다. 과거를 발판삼아 미래를 향해 나갈 줄 아는 지성이야말로 현재사회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곳에는 반드시 평화와 공존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아크엔젤] 을 읽고나서, 냉전체제가 무너짐에 따라 자본주의의 물결에 급하게 휩쓸렸고, 서방세계는 러시아의 역사를, 러시아의 사회를 마치 자기네 것인양 취급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나는 어째서 한 나라의 역사에 다른 나라들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해 괜히 마음이 아파왔다. 물론 세계는 하나가 되어가고, 어떤 국가도 자국의 힘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도 다른 나라에 의해 우리나라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시기를 거쳤기 때문인지 남일같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한 때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했던 스탈린. 그를 모티브로 마치 사실인 듯 쓰여진 이 책을 통해, 작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커다란 스크린에서 러시아를 배경으로 숨가쁘게 전개될 이야기를 기쁘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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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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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님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잠 못 이루었던 밤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 때까지 단순히 살인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며 피의자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 죽은 사람은 불쌍한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내 세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세상에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할 수 있는가. 오래도록,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의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미래를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일어나는 죽음은 가장 사악한 범죄로 치부된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이 피의자가 되어버린 동기와 과정을 완전히 묵살해 버리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차갑고 잔인한 세상 속을 걷고 있다. 

작품은 시미즈 유이치라는 범인이 잡히면서 시작된다. 후쿠오카와 사가를 연결하는 263번 국도의 미쓰세 고개에서 이시바시 요시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유이치를 만나러 나가면서 친구들에게는 마스오 게이고를 만나러 나간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수사는 잠시 혼선을 빚게 된다. 게다가 마스오가 며칠 째 행방불명이라는 것을 알아낸 경찰은 그의 행적을 조사하는 한편, 요시노가 만남 사이트에서 만난 여러 명의 남자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펼친다. 유이치는 미쓰요라는 여자와 만나면서 사랑을 느끼지만, 결국 경찰의 추적망에 걸리게 되고, 희생자 요시노의 아버지, 유이치의 할머니, 미쓰요의 일상 등이 펼쳐지면서 사람들의 심리가 낱낱이 파헤쳐진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나는 상당히 불편했다. 제목이 [악인]이기 때문에 으레 그렇듯,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이 있고 희생당한 사람이 있고, 결국에는 범인이 응징을 당하는 스토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책을 읽고 난 뒤의 기분이 깨끗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대신 답답함만을 남겨놓았다. 정확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인간이 같은 인간의 미래를 짓밟는 행위보다 더한 잔혹함 속을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 영감이 난데없이 멱살을 잡더니 '너 때문에 내 딸이 죽었어'라면서 달려드는 거야. 야, 열라 심각. 열라 필사적이더만. 하하앗. 와아, 그 영감 얼굴, 진짜 웃기더라.그 왜 마짱이 가끔 흉내내는 영감 표정 알지? -p450

이상하게도 유이치 대신 마스오에게 화가 났다.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것은 마스오가 아니라 유이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아니라 소설 속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남의 상처를 헤집으며 웃고 있는 마스오가 너무나 혐오스럽고, 너무나 끔찍해서 눈물이 났다. 인간은 잔인하다. 마음 한 구석에 악한 기운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만 쉽게 내보이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악한 기운은 어느 때, 갑자기, 남의 아픔을 아무렇지 않게 취급하고 상처주며 소금까지 뿌린다. 심지어 부모자식 간에도 그렇다. 사실 유이치가 사건을 저지르는 데에는 항구에 자기 자식을 버리고 떠난 유이치의 엄마의 탓이 컸다고 생각한다. 유이치가 그의 엄마에 의해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자라날 수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자신의 상처에 무릎꿇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에 따라서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유이치가, 거짓말을 일삼고 자신을 멸시하는 요시노를 죽인 행위가 올바르다는 것은 아니다. 요시노는 확실히 허영심에 가득찼고 여러 남자와 사랑없이 가벼운 관계를 가졌지만,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었고, 동료였다. 누군가의 순간의 충동과 다스리지 못한 상처로 인해 숨을 놓아서는 안 되는,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범죄에만 민감하게 대처할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잔인함 또한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만남사이트가 성행했던 것처럼 간혹 현실의 매스컴에서 비슷한 사건이 비춰지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슬픔 때문에 죽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하니까.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존재. 외로움에 잠겨있던 자신의 일상을 벗어나 유이치를 만난 미쓰요와,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상처를 안은 채 자란 유이치가 서로 사랑하게 된 것도 서로의 외로움을 그들만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그 결말이 더욱 마음 아팠다.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몸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을 치료하는 방법도 터득해야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처음 접했다. 쏟아지는 일본 문학 속에서 나름대로의 거름장치가 필요했고, 그의 작품은 그 거름장치를 통해 흘러갔다. 하지만 [악인]의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나는 굉장한 작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범행만으로 끝나버렸을지도 모르는 한 사건을 통해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과 그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보여준다. 무언가 완결되었다는 깨끗한 기분은 느끼지 못했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중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오래도록 갖게 했다. 아마도 지금 느끼는 혼란은 오래도록 가시지 않겠지만, 그 때문에 더욱 '감히 나의 대표작이라 하겠습니다' 라고 말한 작가의 말처럼, 정말로 괜찮은 작품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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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 마법과 사랑을 담아 Carlton books
앨리슨 맬로니 지음, 패트리샤 모펫 그림, 이주혜 옮김 / 삼성당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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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든 순간,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정말 작은 미니북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품에 가득 들어올 정도의 크기에, 앞뒤 표지가 무척 화려했다. 손으로 쓰다듬는 느낌이 아주 좋다 ^^



첫장을 열면 커다란 분홍꽃이 활짝 피어난다.
속에는 어린 요정이 잠들어 있고, 그 안에 <요정을 찾는 이들의 공책>이라는 앙증맞은 노트가 들어있다.



짜잔~! 요정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요정들은 집 정원에도, 숲 속에도, 집 안에도 있지만 요정들의 진짜 집은 바로 요정의 나라다.
요정의 나라에만 머무는 요정도 있지만, 세상에 가서 착한 일을 하고 오라는 여왕의 명령을 받고 떠나는 요정도 있다.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한 요정 여왕의 성이다.
마치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의 집을 예쁘게 복원시켜 놓은 그림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왕 타이타니아가 사는 성의 내부가 보고 싶다면 이렇게 살짝 종이를 들어보면 된다.
왕과 여왕의 방, 무도회장, 옷 갈아 입는 방, 어린이집까지 정말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 다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사는 장소에 따른 요정들의 소개.
집안의 요정, 정원의 요정, 숲 속의 요정, 물의 요정 등 요정들이 사는 장소도 다양하다.
그림들이 어찌나 예쁘고 요정들에 대한 소개도 다양한지 보는 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대 버섯처럼 보이는 것은 요정들의 집. ^^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요정들의 소개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팅커벨과 눈의 여왕도 소개되어 있으니, 기대하시길~



요정들의 옷차림, 요정들의 적에 관한 부분이 나오면 책이 끝난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날개!
맨 뒷부분에 요정왕국의 증명서와 함께 고이 접혀 있는 이 날개는 그야말로 정말 요정이 될 수 있을 것만 같게 한다.
 
사실 책을 보기 전까지는 책이 이렇게 굉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단순히 그림동화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상이상으로 꼼꼼하고 화려한 그림에, 담겨있는 이야기들도 알차다.
어른인 내가 이 책에 열광할 정도니 어린 아가들이 보면 정말 매일 밤 껴안고 잠들 정도로 좋아할 것 같다.
평면 그림에서 진화한 입체적인 동화.
이 책과 함께 오늘밤 잃어버린 꿈을 꿔보는 것은 어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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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나의 베아트리체
안토리오 솔레르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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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거의 평탄했다. 남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라 부르는 사춘기도, 나에게는 그저 항상 존재하는 공기와 같이 그냥 스쳐 지나갔고, 어렸을 때 자잘한 병치레를 하기는 했지만 큰 병에 걸린 적 없이 건강한 몸으로 살아왔다. 때때로 어려움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세운 목표는 거의 이루었다 생각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을 해도, 내가 청춘이라 생각했던 시기에 내 인생에 불꽃 같다거나, 정열이라거나 그런 단어는 도무지 찾기가 힘들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길은 그저 뚜벅뚜벅 걸어온 느림의 미학을 고수하고 있었지, 정신 못차릴 정도의 소용돌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그렇게 불편하고 또 불편했나 보다. 

1970년대 여름, 바다가 보이는 스페인의 소도시 영국인 거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장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미겔리토는 같은 병실을 쓰는 옆 침대 환자에게서 단테의 [신곡]을 선물받는다. 친구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신곡]의 글귀를 외우고, 급기야는 시인이 되기로 마음 먹은 미겔리토. 어느 날 자신만의 베아트리체 룰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금새 지나가버리는 계절처럼 그 사랑 또한 짧은 끝을 예고한다. 미겔리토의 친구인 바람벽 파코, 멧돼지 아마데오 눈니, 아벨리노 모라타야도 그 스쳐 지나가는듯한 계절 안에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다. 

사실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 <베아트리체>는 그저 예쁜 이름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성의 이름이 베아트리체인 줄 알고 있었으니, 책을 펼치고 나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신곡]을 읽고 책을 접한다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미겔리토와 룰리의 사랑은 강렬하다. 하지만 짧다. 짧아서 강렬했던 것인지, 강렬해서 짧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나에게는 그들의 사랑이 잘 전달되어 오지 않았다. 그들은 젊었음에도 사랑 하나만 보기에는 너무나 현실을 의식했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말에 쉽게 흔들렸다.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가녀리게 흔들리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그들이 정말 사랑을 하고 있었던 건지,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고 있었던 감정이 사랑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사람이 느끼는 방법이 제각각이듯, 사랑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도 제각각이므로 미겔리토와 룰리의 감정이 사랑이었다고 확신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좀 더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고, 현실의 유혹이 커서 고민은 할지언정 진정으로 서로를 버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의 특징은 비록 미겔리토와 룰리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로 적절히 양념을 잘 했다는 데 있다. 시점은 '나'이지만 나는 책 속에서 그저 이야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시점은 마치 신처럼 이곳저곳을 한꺼번에 서술하며 미겔리토 이외의 사람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순간순간 비춘다. 다양한 사람들의 독특한 성격은 읽는 재미를 부가시켰다. 게다가 각각의 청춘들이 고뇌하게 되는 삶과 그들이 어른이 되기 위해 느낄 수 밖에 없는 성장통은 마치 내가 겪는 이야기처럼 내 가슴 한구석을 콕콕 찔러왔다. 삶은 어쩌면 항상 폭풍전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조용한 이 인생은 어느 날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이 한꺼번에 통합되어 언제 커다란 충격에 휩싸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그 충격은 세상의 주인공이 나뿐이라고 느끼는 청춘의 한가운데 있을 때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어렵고 긴 이름들 때문에 읽는 데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지만, 어휘 또한 나를 무척 당황스럽게 했다. 나는 아직도 이런 어휘에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색다른 공간의 청춘들의 아프고 쓰고 달콤한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영화는 책의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언젠가 내 청춘이 그리워질 때 내 과거의 한 부분이 아련해질 때 다시 펼쳐보면, 그 곳에 다른 내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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