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별자리 러브스토리
가쿠타 미쓰요.가가미 류지 지음, 장점숙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종교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있어 혈액형과 별자리로 운세를 알아보는 것은 일종의 우상숭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독실한 신자도 아니면서, 나는 어쩌면 나에게 언제 어떻게 내려질지도 모를 벌을 무서워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은 그렇게 정확하게 나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내 생각도 조금씩 유연해져갔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궁금해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데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 속에는 다른 누군가에 대한 호기심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그 호기심에 의해 연구되고 알려진 것이 바로 혈액형과 별자리로 보는 인간심리다. 

이 책은 12개의 별자리로 보는 소설+별자리 칼럼이다.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로 나에게 다가온 가쿠타 미쓰요가 소설 부분을, 점성술연구가이자 점성술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법을 일본에 소개해 기존의 이미지를 크게 바꾸어 놓은 가가미 류지가 칼럼 부분을 맡아 12개의 별자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내 별자리를 제외한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역시 제일 크게 공감하면서 읽은 부분은 나의 별자리, 바로 <전갈자리>부분이었다. 전갈자리를 검색해보면 여러 가지 키워드가 쏟아져나온다. 그 키워드를 보면서 좋은 것은 믿고, 나쁜 것은 버렸지만 가쿠타 미쓰요가 쓴 전갈자리 여성의 이야기에는 '맞아,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주인공은 미야지 아미코.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지만 때때로 냉정하다거나 쌀쌀맞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친구들은 모여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친한 친구사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미코는 속속들이 드러내는 것을 거북해한다. 책 속에서 그녀는 비밀주의라 불린다. 

나는 쌀쌀맞다거나 냉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친구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은 어쩐지 이해가 되었다. 이를테면 그것은 내가 친구들을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의식 중에(혹은 의식적으로), 할 이야기와 하지 않을 이야기를 구분짓고 있는 것 뿐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마음 속에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한 두 가지 존재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는 능하지만, 정작 내 자신의 이야기를 잘 못할 때가 있다. 친하다고 해서 나의 모든 것을 말하기를 강요하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어쩐지 쓸쓸하다.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니까. 그것을 비밀주의라고 한다면, 글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지만 별자리는 별자리일 뿐이다. 각 개인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듯, 같은 별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달라진다. 이것을 가가미 류지는 "x"인자라고 불렀다. 그는 별자리도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X"라는 인자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즉, 같은 별자리에 있는 사람이어도 각각 하기 나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별자리와 혈액형으로 운세를 보거나 사람을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깊이 빠져서는 그 재미를 만끽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도구로써 별자리를 바라볼 때,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나는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그가 무엇을 하든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행복하고 변함없이 세련되고 멋져서, 앞으로도 누군가와 누군가를, 혹은 누군가와 세계를 만나게 해서 인연 맺게 해 주면 좋겠어, 하고 생각했다.

                                                    -p186 <천칭자리인 그는 안테나군>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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