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리터의 눈물 마지막 편지 - 한국어 특별판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아야를 만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더운 여름, 아무 이유없이 선택한 일본드라마 [1리터의 눈물]을 보고 참 많이도 울었더랬다. 워낙 눈물이 많아서 잘 울기도 하는 나였지만, 마지막회인 11회까지 한꺼번에 보면서 장장 7시간은 울었으니,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오래, 그리고 많이 울었던 일은 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내가 선택한 길이 너무 힘들어서, 그리고 조금 지겨워서 게으름을 피울 요량으로 그렇게 뜻하지 않게 만난 아야.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으니 우리가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할 기회는 없을테지만,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녀를 내 친구로 여긴다.

키토 아야가 병에 걸린 것을 안 것은 고등학교 입학을 눈 앞에 둔 중3때였다.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이었다. 웃기도 잘 하고, 화를 냈다가도 금방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소심하지만 공부도 곧잘 했던 그녀는 그 병으로 인해 자신의 생활을 포기해야만 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고등학교까지는 다니고 싶어했지만, 주변에 폐가 된다고 생각하고 양호학교로 옮긴다.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자꾸만 늘어가던 그 때, 그녀는 자신의 생활을 글로 남기면서 세상에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깊은 감동을 남기고 떠나갔다.

이 책은 그녀가 친구들에게 남긴 편지모음집이다. 1편인 [1리터의 눈물]을 시작으로 2편 [1리터의 눈물-어머니의 수기], 3편인 [1리터의 눈물-마지막 편지]에 이르는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희귀병에 걸린 것을 알고도, 그녀의 삶은 빛으로 가득차 있다. 병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관심거리, 고민, 생활은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원에 난 이질풀이 뿌리 채 뽑힌 채 뭉개져 있는 거야.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하고 안타까워서 씩씩거렸는데 어제 비죽하게 작은 싹이 돋아났어. 그 때의 기쁨이란..뭐라고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야. 이질풀을 그늘에 말려서 달여 먹으면 복통이 낫는다고 들었거든. 싹이 자라 잎이 커지면 그렇게 해서 보내줄게. -p27

큰 병에 걸린 적이 없었던 나는 드라마나 TV를 통해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면 분명히 추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기때문에, 병에 걸렸을 때 사람은 자기자신에게만 온 신경이 집중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배려와 눈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까지 향한다. 힘든 상황임에도 꿋꿋하게 열심히 재활치료를 하고, 친구에게 생활의 소소한 일상을 편지로 전달하는 그녀를 볼 때면, 나는 어느 새 아야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만다.


 요코, 피하지마! 힘든 일이나 고통스런 일에서. 즐거운 일조차 사라져버려. 귀찮다고 말하지마.-p65

그러나 그녀가 아픔을 완전히 잊고 살았다는 것은 아니다. <힘든 일이나 고통스러운 일을 피하려고 하면 즐거운 일도 없어진다> 우리는 이 글귀를 읽으면서 '그래, 그렇구나. 힘든 일도 피하지 말고 잘 해결해나가자' 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이 글귀는 아야가 병에 걸려 몸으로 깨달은 그녀의 생활이다. 단순한 사실을 깨닫기 위해 우리가 아야처럼 많은 희생을 치루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한다.



시간은 영원하다.

단 하나, 인간은 시간을 멈추게 하려고 생각해낸 것이 있어. 그것이 글을 쓰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한시도 펜을 놓아서는 안 될 것 같은 심정이 돼. -p81

병이 서서히 진행되고, 침대에 누운 채 그녀가 펜을 잡을 수 없을 때까지 쓴 아야의 편지와 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었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 있어서도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자신은 병에 걸렸지만, 이렇게 힘차게 살고 있고, 삶의 보람도 찾았다는 것. 그러니 우리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아야는 말만이 아닌 몸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항상 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아야는 살아있을 때도, 세상을 떠난 후에도 우리 모두의 삶에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 단순히 어린 소녀의 병상일지라 생각하지 말고, 친구에게 보낸 우정의 편지 모음집이라 생각하지 말고. 지금 자신의 삶을 자신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얼마나 보람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느끼면서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1리터의 눈물] 드라마와, 책은 내가 그것들을 접한 순간부터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어쩌면 비웃음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가 힘들 때마다 마음 속으로 아야에게 말을 건다.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고, 이미 이 세상에 없지만 내가 말을 걸면 아야가 꼭 대답해주는 것만 같다. 나는 잘 하고 있다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웃음을 잃지 말라고.



괜찮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넘어진 후에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봐.
파란 하늘이 오늘도 끝없이 펼쳐져 미소 짓고 있잖아.
나는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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