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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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을 울리는 남일 같지 않은 업무 미스터리(?)]

 

처음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영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 일반 회사가 아니기 때문인지 직장생활을 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책에 등장한 용어들은 난생 처음 보는 것들 뿐이었다. 그 가운데서 비록 경력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당당하게 한 사람 몫을 해내고 있는 히나코. 그녀도 예전에는 파견사원이었지만 노무사 자격증을 딴 뒤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 정규 사원으로 취직한 것이다. 노무사는 노동 및 사회보험 전문가로 회사의 총무 업무를 거드는 직업이라고 한다. 이름이 히나코(일본어로 병아리를 뜻하는 히요코와 발음이 비슷해 신입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별명)라 늘 병아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녀. 아직 신입이지만 차분하면서도 전문적인 시각을 발휘해 일을 해치워나가는 히나코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자진퇴사인지 해고인지를 두고 대립하는 회사와 사원, 열정페이를 챙기려는 기업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계약직 사원, 육아휴직과 여성의 출산 후 업무복귀, 파견사원이라는 이유로 아무 실수한 것도 없는데 억울하게 누명을 써야 했던 사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연장근로수당이 늘어날 것을 염려하여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의류제조회사 등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 히나코 자신도 처음부터 정식 직원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세심하고 예리하게 경우 하나하나에 진심을 바쳐 일하게 된다. 어느 때는 거래처 사람들의 하소연까지 등에 짊어지게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기운이 난다는 히나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니 나도 더욱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지금이야 그날이 그날같은 일상이지만, 내년에 복직하면 가늘고 긴 열정을 발판삼아 최선을 다해보리라 다짐해본다.

 

회사에 다니는 옆지기를 통해 나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예전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육아휴직 쓰는 것도 자유로운 데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휴직 후 복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으로 부서의 책임자는 존재하지만 상하관계가 그리 강하지도 않고(그동안 내가 속한 곳이 좋은 곳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본인이 맡은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힘든 점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히나코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니, 세상에는 훨씬 더 복잡한 사연과 조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느낌.

 

생활과 밀접한 업무 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억울한 사연도 있고, 자신의 있을 곳을 찾아 빠른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다룬 이야기도 있었다. 어찌됐든! 직장인들은 모두 대단하다. 밥벌이에 종사하는 모든 직장인들이여, 꽃길만 걸을 수는 없어도 진흙탕길도 무소의 뿔처럼 헤쳐나갈 수 있게 되기를. 모두에게 엄지척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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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모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기원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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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 대망의 첫 출격!]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엘러리 퀸 콜렉션의 대망의 첫 번째 책 [로마 모자 미스터리] .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시작하기에는 그 양이 어마무시 방대한지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하나 망설여지는 시리즈 중 하나였다. 읽을 책은 많고 좋아하는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의 도서들도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인지라 이렇게 함께 읽는 도서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평생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 읽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애정하게 될 시리즈가 또 하나 늘어났다.

 

엘러리 퀸은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을, 20세기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작가 활동 외에도 미스터리 연구가, 장서가, 잡지 발행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 '엘러리 퀸'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만프레드 리'와 '프레더릭 다네이'라는 사촌형제의 필명이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각각 광고 회사와 영화사에서 일하던 중, 당시 최고 인기작가였던 밴 다인의 성공에 자극받아 미스터리 소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맥클루어스> 잡지사에 소설을 공모하고 응모한 작품이 1등으로 당선되지만, 공교롭게도 잡지사가 파산하고 상속인이 바뀌어 수상이 무산된다. 하지만 스토크스 출판사에 의해 작품이 다시 빛을 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엘러리 퀸의 역사적인 첫 작품 [로마 모자 미스터리]였던 것이다. 이 작품은 엘러리 퀸의 첫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엄격한 형식에 얽매인 퍼즐 미스터리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엘러리 퀸 1기 작품의 시작이기도 하다. '엘러리 퀸'은 두 작가의 공동 필명이자 작품 속에 등장하는 탐정의 이름.

 

192x년의 9월 24일 월요일 저녁, <건플레이>라는 연극이 상영되는 로마 극장 안에서 한 남자가 독살당한 채 발견된다. 좌측 LL43번 좌석에서 앉은 채로 시체로 발견된 사람은 몬테 필드라는 악명 높은 변호사. 사기꾼 중에서도 거물급들만을 고객으로 받아 많은 돈을 벌었고, 도박 등으로 재산을 탕진한 것으로 유명했다. 사건 현장에 나타난 것은 뉴욕 경찰청의 리처드 퀸 경감과 그의 아들인 엘러리 퀸. 필드의 모자가 사라진 것을 단서로 삼은 이들은 필드가 벤자민 모건이라는 예전 동업자를 모종의 이유로 협박하고 있었음을 알아내고, 사망 당시 가지고 있던 작은 핸드백과 유류품 등을 단서로 수사에 착수한다. 명석한 두뇌를 이용하여 아버지를 도와 사건 해결에 유력한 증거를 제공하는 엘러리. 마침내 그의 첫 활약이 시작된다!

 

자극적인 추미스에 익숙해진 탓인지 고전적인 미스터리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는 단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액자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J.J.맥이라는 인물이 엘러리 퀸으로부터 로마 극장에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지은 <로마 모자 미스터리>라는 작품을, 거의 빼앗듯이 양도받아 출간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오래된 철제 캐비닛에서 발견된 엘러리 퀸의 <로마 모자 미스터리>. 작품 안에서도 엘러리 퀸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게다가 독특한 인물 소개와 '이 장에서는 -한다'와 같은 소제목들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들 부자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풀지 못했을 사건. 치밀한 논리와 두뇌 싸움으로 집약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퀸 부자만 알고 있는 범인의 정체에 대해 갈급함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기를 쓰고 그들의 수사를 따라가는 여정 속에서의 즐거움과 희열을 만끽하게 한다. 중간에 J.J.맥이 '이제 여기쯤이라면 독자들도 범인이 누구인가 알 것이다'라고 하지만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해 멍할 따름. 원래 미스터리 작가들로부터 뒷통수 얻어맞는 것을 즐기지만, 이번에는 나도 조급함이 느껴져 페이지 앞장을 뒤적거렸을 정도로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앞으로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줄지. 특히 두 사촌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작품이자, 탄탄한 논리와 수수께끼를 감추는 현란한 기교가 더욱 발전된 형태로 펼쳐진다는 평가를 받는 다음 작품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에 대한 기대가 더욱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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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몰랐던 내 아이 마음 처방전 - 몸과 마음이 크게 자라는 우리 아이 성장 수업
위영만 지음 / 더블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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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이들이 하루종일 함께 있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첫째는 둘째에게 아직 그리 애정이 깊지 않다. 같이 놀자면서 예뻐할 때도 있지만 요즘 둘의 관계는 다툼과 화해의 연속. 첫째가 만들어놓은 블록 완성품을 둘째가 다가가 망가트리기 일쑤이고, 서로가 서로의 것을 빼앗으며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첫째가 둘째를 때리는 일이 잦아졌다. 얼마 전에는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퍽퍽 때리는데, 내 눈을 의심했을 정도. 아이가 받는 첫째로서의 스트레스에 대해 이해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장면들이 반복되다보니 나도 이성을 잃고 화를 낼 때가 많다. 이건 일상이 전투. 둘째를 낳고나서 첫째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아이가 동생을 때리는 게 내 탓인가 싶기도 해서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궁금했던 책 [미처 몰랐던 내 아이 마음 처방전]. 상황별 솔루션이 실려 있다고 해서 혹시나 지금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고민이 담겨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그런 내용은 없다. 지금보다는 아이들이 좀 더 컸을 때 살펴볼만한 내용들이 대부분. <표현이 서툰 아이를 위한 마음 처방전>과 <관계가 서툰 아이를 위한 마음 처방전>으로 나뉘어 아이의 불안과 사춘기의 반항, 스트레스와 뇌 문제로 인한 수면파괴, 불안으로 인해 야기되는 신체적 증상, 아이의 우울증, 틱 증상, ADHD,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나마 지금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시기의 고민은 '밥을 떠먹여줘야 겨우 먹는 아이'에 관한 부분. 첫째는 입도 짧고 양이 적은 편이라 아기 때부터 이유식 먹이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죽 이어져오고 있는데, 밥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도 힘들고, 아이도 힘든데 밥에 대한 내 욕심을 버리기가 참 어렵다. 옆지기는 옆에서 먹기 싫어하면 그만 먹이라는데, 콩만큼 먹어서 어디 크겠나 싶어, 아이가 숟가락질 하다가 멈추면 내가 조금씩 떠먹여주고는 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는 둘째를 내가 옆에서 보조하는데(둘째는 저얼대 내가 주면 받아먹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더니 자기는 먹여달라고. 왓?!!! 이 부분에 대한 글을 보면서 '식사'에 대한 나의 생각과 아이의 기질을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육아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 잘할 수 없는 일이라서 더욱. 내가 고민하던 부분에 있어서는 조언을 얻지 못했지만, 관련 내용을 읽다보니 일단 내 마음부터 가라앉히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화내지 말고, 짜증내지 말고,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잘 들여다봐야겠다. 으미, 오늘도 아이를 울렸는데,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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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단숨에 이해하는 다이제스트, 책 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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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알제리의 해안 도시 오랑에 살고 있는 의사 리외. 어느 날 진찰실에서 나오다가 계단에 죽어 있는 쥐를 밟을 뻔 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한쪽으로 치우고 지나간다. 이런 곳에 쥐가 죽어있을 리 없다고 미심쩍게 생각하지만 곧 아무 일도 아닐 거라 생각하는 리외. 그의 아내는 병든 몸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원으로 떠나고, 이제 쥐떼는 곳곳에서 쏟아져 나와 거리에서 죽어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죽음.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이것이 페스트의 시작이라 직감한 리외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병마 앞에 차차 지쳐간다. 한편 부당한 죽음을 거부하며 역시 페스트와 싸워 이기기를 다짐하는 타루와, 프랑스에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봉쇄된 오랑 시를 탈출하려는 기자 랑베르, 재앙을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주장하며 신의 뜻에 따르자고 설교하는 신부 파늘루, 모두 공포에 빠진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세상에 소속감을 느끼는 자살미수자 코타르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페스트 앞에 놓인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독자들이 그렇듯,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 정부 대처는 어떠했는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또 어떠했는가, 현재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고 이 바이러스가 영원히 종식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등등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들로 심기가 불편해졌다. 일단 나부터도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 될 줄 상상도 못했다. 1월에 이런 바이러스가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금방 끝나겠거니 했는데, 설 명절이 끝나고나서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신천지 교인들로 인해 감염자가 증가했고, 마스크 가격은 폭등한 데다, 한때 당일배송 사이트에서는 기저귀마저 품절이라는 문구가 떠서 그야말로 멘붕의 연속인 시간들이었다. 변종 바이러스라 백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더 부채질했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마스크 구입 5부제로 마스크도 어느 정도 구매가 가능하고,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재기가 심각하지 않아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이 바이러스가 올해 안에는 끝나기나 할 지 정말 걱정되고 무섭다.

 

[페스트] 속 오랑 시의 모습은 현실의 우리 모습을 대변한다. 페스트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하느냐 마느냐부터 시작되는 갑론을박, 부족한 백신과 예방주사, 봉쇄된 도시,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하거나 가족이 사망해도 장례조차 제대로 치러줄 수 없는 경악할만한 상황. 하지만 그 안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인 리외의 모습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나에게는 파늘루 신부의 변화된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신의 재앙이니 받아들이자던 주장을 접고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죽어나가는 잔혹한 상황 앞에서 병자들을 간호하고 방역에 힘쓰는 모습.

 

작품 안에서 페스트는 물러갔지만(혹은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상황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될 것 같아요, 여러분! 봄이라 술렁이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부디 외출을 자제하시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힘써봅시다! 다이제스트라 더 쉽고 산뜻(?)하게 읽을 수 있었던 [페스트]. 기회가 된다면 원작을 제대로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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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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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매력적인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

 

전작에서부터 돈 밝히기로 유명한 변호사 미키 할러는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의 평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해 검찰청장 선거에서 떨어진 데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갤러거를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석방시켰지만 그가 풀려나 저지른 음주운전으로 두 명이 희생된 것이다. 게다가 희생자들은 미키의 딸인 헤일리의 친구와 그 엄마였기 때문에 헤일리로부터의 비난을 면치 못했고, 지금은 거의 연을 끊다시피 생활하고 있었다. 직업적으로도 난항을 겪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의뢰인이 연락한다. 그의 정체는 콜걸들의 소셜미디어를 관리해 주며 돈을 버는 디지털 포주로, 자신과 동업하던 콜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드레 라 코세다. 높은 수임료를 제시하는 그에게 구미가 당긴 미키는, 살해된 피해자가 자신이 예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글로리아 데이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매춘부 생활을 청산하고 하와이로 떠났던 그녀가 사실은 원래의 생활로 돌아와 있었던 데에 배신감을 느낀다. 어찌됐든 라 코세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정보력을 동원해 조사에 착수한 미키. 이 사건에 예상보다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감지하고, 결국 생명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미키 할러, 해리 보슈 시리즈로 수많은 독자팬을 거느린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다섯 번째 증인]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탓에 언제 그가 검찰청장 선거에 출마하고 그 새 낙선까지 했는지 의아했지만 [배심원단]을 읽어나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최악의 평판에 시달리며 딸에게마저 외면당한 아빠 미키는, 그래도 동료들을 챙겨야 하고 일을 계속해나가야 하는 처지. 처음에는 라 코세가 지불한 선금에 마음이 동하지만, 이 사건이 글로리아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또 약간의 정의감에 불타오른다. 이것이 그의 매력. 평소에는 돈만 밝히는 탓에 파렴치한 이들의 변호도 마다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 또한 해리 보슈의 동생. 마음 속에 살아있는 정의의 불꽃이 활활 불타오르며 그의 적들이 볼 때는 '개자식'처럼 보이는 순간이 오고야 마는 것이다. 물론 100퍼센트의 정의감은 아닐지라도. 능숙한 변론과 정보력, 수많은 경험으로 이번에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싸움에 뛰어든다. 그 뒤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안타까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랄까.

 

단죄의 신들로 불리는 배심원단. 그 배심원단을 꾸리는 데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작품은 특히 배심원단을 고르고 운용하는 미키 할러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는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법정 관련 묘사에 촘촘하다는 느낌이 든다. 엄청 속도감이 있거나 스릴이 느껴진다보다 평소에는 능구렁이처럼 악인을 변호하는 데 서슴치 않지만 진실을 찾아가는 미키의 모습에 또다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해리 보슈보다도 이 속물적인 변호사에게 더 마음이 가는 이유다. 특히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며 적들을 궁지로 모는 후반부에서는 '역시 미키 할러, 역시 마이클 코넬리'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해리 보슈 시리즈보다 절대적으로 시리즈의 수가 적은데 개인적으로는 미키 할러의 이야기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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