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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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계보를 잇는 반전 미스터리] 


에다우치지마에 모인 아홉 명의 사람들. 큰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한 후 몇 년동안 버려져 있던 섬을 관광지구로 개발하기 위해 삼수생인 리에와 아빠, 큰아버지의 친구 개발회사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일행입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섬을 찾은 일행을 반긴 것은 다름아닌 폭탄! 게다가 주인 없는 섬에 머무른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흔적이 여기 저기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불안에 휩싸입니다. 당장이라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섬에 있는 폭탄에 대해 신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어차피 다음 날이면 떠날 예정이니 폭탄에 대해서는 뒤로 미루기로 결정하죠. 하지만 다음 날 일행 중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범인이 남긴 메모를 발견합니다. 


메모에는 총 열 가지의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어요. 사흘 동안 섬을 떠나지 말 것, 외부에는 섬의 상황을 알리지 말 것, 탈출 또는 지시의 무효화를 시도하지 말 것 등등의 사항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역시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입니다. 우리 중에 누군가가 범인이다!-라는 불안감을 안고 결국 범인의 지시대로 따르기로 한 일행들. 이제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과연 범인의 의도가 무엇인가 생각하던 이들은 그러나 그 다음 날 또 한 구의 시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과연 이 모든 일을 벌이는 범인은 누구일까요? 그는 대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요??!!


유키 하루오의 [방주]를 읽고 난 뒤의 충격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 데다 클로즈드 서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읽기 전부터 저평가했던 저를 탓하며 작품 앞에 무릎을 꿇었더랬지요. 그래서 이번 [십계]에 대한 저의 기대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정도였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충격을 선사할지 마음이 조급해져 하마터면 결말 부분으로 바로 달려갈 뻔 했어요. 


[십계] 역시 머리카락이 쭈뼛 돋는 결말이었지만 [방주]와는 조금 결이 다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주] 에서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이었기에 숨막히는 긴장감이 일품이었는데, [십계]는 그래도 사흘 후면 섬을 나갈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서인지 [방주] 보다 긴장감은 좀 덜 했던 것 같아요. 대신 제한된 시간 안에 범인을 밝힐 수 있을 지, 사건 하나하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추리의 과정이 훨씬 촘촘하게 쌓여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주]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마 결말 부분에서 꽥 소리를 지르셨을 거예요. 저도 그랬는데 [십계]에서는 비명보다 '헉,이게 뭐지? 으에에' 이런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몸에 다가오는 공포보다, 의미를 알고나면 몸이 오싹해지는 두려움이라고 할까요. 


[방주]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인 [십계]. 과연 대미를 장식할 성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은 어떨지 기대해봅니다!!


** 출판사 <블루홀식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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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한국사 - 읽기만 해도 역사의 흐름이 잡히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임소미 지음, 김재원 감수 / 빅피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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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손에 들면 멈출 수 없는 재미있는 역사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를 읽고 유튜브 채널까지 챙겨보았던 작가, 임소미. 이번에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한국사]가 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세계사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한국사 관련 책도 나와주면 좋겠다 생각했었거든요.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사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한 터라 한국사는 과연 어떻게 기술했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국사 책은 더 슉슉 잘 읽혔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한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 그 동안 다양한 한국사 책을 읽어볼 수 있었어요. 관련 동영상도 자주 챙겨보기도 하고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조선부터 고려 시대까지 이해하는 것을 무척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전달할 때에도 구석기 시대부터 고조선까지는 잘 따라오던 사람들도 부여와 고구려 삼한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동공지진은 물론 유체 이탈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순간도 많았어요. 저도 공부하면서 깨달았는데 우리 역사가 참 촘촘하고 세세한 이야기들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그에 비해 교과서는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분량을 전달해야 하다보니 압축되는 부분이 많아서 학생들도 어려워해요. 학생들과 한국사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분들에게 꼭 이 책 한권만은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 책에서는 고조선~일제강점기 전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세세하고 촘촘하게 다루기보다는 굵직굵직한 사건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럼에도 독자들이 꼭 알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만은 또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이 책을 읽고 관련도서나 방송들을 통해 더 깊에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제강점기 전에 책이 끝난다는 것입니다. 요즘 교과서는 근현대사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 제가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조선시대까지는 엄청 열심히 배우다가 대한제국 이후에는 설렁설렁 지나간 기억이 나요. 개인적으로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한국사] 2권이 출간되어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사까지 다루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요즘 아이들에게 한국사는 '필수'가 아니에요. 물론 학교에서 1년 정도 배우기는 하지만 입시에 있어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다보니 아이들에게도 한국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납니다. 주로 공부하는 것은 국어, 영어, 수학. 물론 중요한 과목들이지만 한국사를 포기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한숨이 나올 때가 많아요 . 부디 우리 아이들과 많은 어른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과거를 되돌아보며 현재 자신의 선택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짚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 출판사 <빅피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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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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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에서의 충격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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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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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한다] 


온종일 전화기가 울려대는 하청 콜센터업체 애니웨어콜로 한 통의 의문스러운 클레임 전화가 걸려옵니다.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응대에 나선 관리 직원은 전화를 건 상대가 말한 내용에 충격을 받죠. 애니웨어콜에서 일하던 직원 무라세 아즈사를 데리고 있으며, 이것은 영리 목적의 납치라는 것. 그렇지 않아도 좋은 평가를 받던 직원 아즈사가 며칠째 결근을 해 모두 미심쩍게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자신을 퓨와이트라 밝힌 범인은 몸값으로 1억엔을 요구하면서, 돈을 나누어 가진 경찰 백명이 각각 지정된 장소로 이동할 것을 요구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요구지만 어쨌든 속수무책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희대의 납치극 앞에서 각각의 사연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충격 속으로 독자들을 몰아넣습니다. 

 

데뷔작 [도덕의 시간]을 시작으로 매번 발표하는 작품마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가 오승호(고 가쓰히로)가 데뷔 작품 발표 후 4개월만에 집필한 작품이 바로 [로스트]입니다. 압도적인 분량의 납치 미스터리극이라니, 아무리 오승호 작가라고 해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역시 기대했던 대로 여타의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어째서 무라세 아즈사인가, 아즈사가 몸담고 있던 연예기획사 사장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면서 그녀를 구해내려고 하는가, 왜 퓨와이트는 번거로움을 자처하면서까지 그런 운반 방법을 사용했는가 등, 끊임없이 떠오르는 의문 앞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한 가지입니다. 

아무리 초라하고 비겁하고 꼴사나워도, 설령 그게 더 편하다고 해도 나는 죽어서는 안 된다......포기할 수 없다. 기꺼이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죽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오직 나만큼은 그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p 558

죄는 무엇인가, 속죄는 무엇인가. 과거의 범죄와 비극을 껴안고 사람은 과연 살아낼 수 있는가. 이는 오승호 작가가 데뷔 때부터 끊임없이 묻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 한 사람을 계략에 빠트려 죽음으로 내몰고 그의 가족들까지 고통 속에 살게 만들었던 연예기획사 사장 아즈미 마사히코. 그는 속죄하기 위해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우려 하고, 자신이 죽게 만들었던 사람의 측근이 가하는 고통까지 받아들이려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퓨와이트가 나타난 이후 미처 실감하지 못했던 피해자들의 거대한 절망과 고통을 마주하고 편하게 죽음을 맞이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그가 선택한 것은 결국 삶입니다. 자신은 결코 편하게 죽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 자신의 목숨을 거두는 것이 ‘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 어떻게든 이 죄의식과 괴로움, 비극을 짊어지고 삶을 마주해야 한다고요.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고, 떠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된다. 포기 따위 말도 안 된다. 고작 이 정도의 비극. 이런 저열한 이유로 춤추지 못하게 되는 건 전적으로 사양이다. 

<스완> p511

이런 그의 모습은 오승호 작가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애정하는 [스완]의 이즈미와 닿아 있습니다. 자신의 삶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비극. 이 비극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작 이런 비극 때문에 춤추지 못하게 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이즈미와 자신이 선택한 ‘편한’ 죽음 때문에 누군가를 허무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리지 않겠다는 아즈미. 그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등에 지고라도 삶에 진지하게 임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속죄와 벌. 쉽지 않은 소재입니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일 겁니다. 그 어려운 숙제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매번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오승호 작가. 아마 그에게 매료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이번에는 ‘숙제’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지켜보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출판사 <블루홀식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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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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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규칙을 깨는 여성들] 


여자의 몸이지만 시신들의 검험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한성부 수사파 아란을 주인공으로 하여 조선시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 [한성부, 달 밝은 밤에]의 작가 김이삭. 이번에는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로 또 한번 만나게 되었습니다. 괴담집, 이라고 할지 옛날 이야기라고 할지 망설여지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여성들을 내세워 이야기 속에 잠식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자랑합니다.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에 시달리던 여성이 이른바 '미친XX' 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똑같이 미친 여자가 될 각오까지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성주단지>, 괴담의 중심 광명고 학생들의 괴담기를 그린 <야자 중 XX 금지>, 여섯 남편을 잃은 과부 옹녀와 늑대인간 변강쇠의 이야기를 다룬 <낭인전>, 기억을 잃은 할머니가 절대 잊지 못하는 과거와 맞물려 진행되는 현재의 속죄 <풀각시>, 서학 신자들이 모여사는 마을이 숨긴 비밀 <교우촌> 까지 한편 한편 기대되고, 흥미롭게 진행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독특한 것은 어딘가 오싹하기도 한데, 그 오싹함이 끝까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감정을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무언가, 어떤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아마 이 작품집이 단순히 괴담, 호러나 미스터리를 그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이야기의 방향은 조금 달라졌을 거에요. 주인공들은 죽음을 면치 못하거나 실종되거나 그에 버금가는 상처를 껴안은 채 살아남았다는 찝찝한 결말을 맞이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조금 달라요. 어찌됐든 자기 앞에 닥친 위기를 뛰어넘기 위해 귀신과의 만남도 주저하지 않으니까요. 누군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어딘가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 삶을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그 결과까지 책임지려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여성들을 지키고(?) 위기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존재들이 그들이 속해있던 세계의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세계라고 할 수도 있는 곳의 존재라는 것에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것들이 어쩌면 우리를 영원히 보호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그럼에도 새로운 접점을 가진 존재가 또 우리 삶에 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호기심. '괴력난신'으로도 불리는 그 새로운 존재들이 그녀들의 세상에서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세상에서 '절대성'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작가의 말 중 '부디 우리의 삶에 깃든 공포가 언제나 안전하기를'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어쩌면 작품 속 여성들의 결말이 그러했던 것은 작가의 바람이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오싹함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특별한 다정함을 함께 맛볼 수 있었던 작품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다려봅니다!!

** 출판사 <래빗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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