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한다]
온종일 전화기가 울려대는 하청 콜센터업체 애니웨어콜로 한 통의 의문스러운 클레임 전화가 걸려옵니다.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응대에 나선 관리 직원은 전화를 건 상대가 말한 내용에 충격을 받죠. 애니웨어콜에서 일하던 직원 무라세 아즈사를 데리고 있으며, 이것은 영리 목적의 납치라는 것. 그렇지 않아도 좋은 평가를 받던 직원 아즈사가 며칠째 결근을 해 모두 미심쩍게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자신을 퓨와이트라 밝힌 범인은 몸값으로 1억엔을 요구하면서, 돈을 나누어 가진 경찰 백명이 각각 지정된 장소로 이동할 것을 요구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요구지만 어쨌든 속수무책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희대의 납치극 앞에서 각각의 사연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충격 속으로 독자들을 몰아넣습니다.
데뷔작 [도덕의 시간]을 시작으로 매번 발표하는 작품마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가 오승호(고 가쓰히로)가 데뷔 작품 발표 후 4개월만에 집필한 작품이 바로 [로스트]입니다. 압도적인 분량의 납치 미스터리극이라니, 아무리 오승호 작가라고 해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역시 기대했던 대로 여타의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어째서 무라세 아즈사인가, 아즈사가 몸담고 있던 연예기획사 사장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면서 그녀를 구해내려고 하는가, 왜 퓨와이트는 번거로움을 자처하면서까지 그런 운반 방법을 사용했는가 등, 끊임없이 떠오르는 의문 앞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한 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