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me 일 센티 플러스 미 - 매일 더 나은 1cm의 나를 찾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1cm 시리즈
김은주 지음, 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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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이 책은 나를 위한,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

 

저는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책들을 잘 읽지 않는 편이에요. 그와 내가 처한 상황이 다른데 그가 이렇게 해서 잘 되었다 식의 이야기는 읽으나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럼에도 저 또한 에세이를 찾아 읽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마음이 힘들거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운명같은 문구가 짠!하고 나타나주기를 바라거든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제 앞에는 꼭 그런 책들이 나타나주곤 했었어요. 마치 기도하는 심정으로 읽다보면 단 하나의 문장으로도 구원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제 운명책은 바로 [1cm+me] 입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이 때만이 아니더라도 제가 챙겨 읽는 몇 안 되는 에세이 중 하나인 이 책이, [1cm] 출간 10주년을 맞이한 기념으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재정비되어 찾아온 지난 일러스트들과, 40여개의 새로운 일러스트들로 반가움과 힐링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답니다.

 

[1cm] 시리즈 하면 역시 귀엽고 예쁜 일러스트를 먼저 떠올리실텐데요, 이미지만 내세운 에세이들과는 달리 문구에도 깊이가 담겨 있어요. 그것은 아마도 김은주님과 양현정님의 콤비 플레이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각자의 장점을 내세워 독자에게 그야말로 최상의 책을 선물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느 한쪽이 무너지지 않고 두 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탱해준다는 그 느낌이, 참 좋습니다.

 


 

두근두근, 어떤 문장이 나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줄까 기대하며 펼친 책 속에서 <독서라는 더하기와 빼기>라는 챕터가 먼저 눈길을 끕니다.

 

어떤 책은 좋은 생각을 더하기 위해 읽지만

어떤 책은 나쁜 생각을 쓸어내기 위해 읽는다.

p41, 42

 

딱 지금의 제 상황과 어울리는 문장이라 가슴에 훅 들어왔어요. 제가 이 책을 펼친 이유가 바로 '나쁜 생각을 쓸어내기 위해서'였거든요. 복직을 앞두고 고민이 어마어마해요. 평소에도 자잘한 생각으로 힘들어하는 저에게 환경이 달라진 아이를 두고 복직하는 것은 거대한 벽을 맞닥뜨린 것이나 다름 없는 느낌입니다. 유치원이라면 퇴근 후에 아이를 찾으러 가도 충분한 시간이지만,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해 일찍 하교하는 아이를 위해 동선을 짜고 제가 없는 빈자리를 메꿔줄 방안을 찾는 게 여간 머리 아픈 게 아니더라고요. 거기다 7월에 있었던 너무나 슬픈 소식으로 인해 복직해도 제가 굳건하게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도 더해져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꾸만 나쁜 쪽으로 기울어지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어쩌면 이리도 제 마음을 딱 아시는지!! 이것이 운명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1cm] 시리즈에는 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해주는 글들이 많았어요. 이번에도 그런 문장이 눈에 띄어 소개해봅니다.

 

긍정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닌

'상식'

 

나쁜 일을 예상하다가 나쁜 일을 겪으면

실망도 적을 것이라는 이유로,

 

좋은 일을 기대할 때의 설렘과 즐거움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p148, <긍정 이론> 中

 

현 세태와 잘 어울리는 문구도 있었습니다.

 

상처받아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은데

상처를 준 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아이러니한 것은 상처를 준 사람조차 힐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범죄자, 학폭 주동자와 그 부모, 사내 왕따 주동자, 괴롭힌 사람마저

자신이 상처받았다고,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p 81, <힐링 말고 사과가 필요할 때> 中

 

따스한 느낌이 대부분인 글귀 중에서 <힐링 말고 사과가 필요할 때>는 촌철살인이라고 해도 좋을 강함을 풍깁니다. 자신의 잘못은 알지도 못한 채,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상대방에게만 사과와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저는 유독 얼마 전 벌어진 서이초 선생님 사건이 생각나 마음이 무척 안 좋았습니다. 이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한 사람들로 넘치게 된 건지, 잘못을 인정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된 건지요. 부디 우리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을 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성스러운 그림들과 글들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좋은 생각으로 이끌어주는 긍정적인 책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목의 'me' 부분에 스티커로 자신의 이니셜을 붙여 자신만의 책으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어요. 이렇게 제 이니셜을 붙여놓고 보니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오직 나만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요. 더위에 지치고 일에 치이고 각자가 처한 상황 때문에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기를요. 소소하게 건네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여러분도 저처럼 운명의 문구를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출판사 <허밍버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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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아 타임스 - 외국인이 본 신기한 100년 전 우리나라
이돈수.배은영 지음, 토리아트 그림 / 제제의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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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함께 읽고 싶은 너무나 흥미로운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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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아 타임스 - 외국인이 본 신기한 100년 전 우리나라
이돈수.배은영 지음, 토리아트 그림 / 제제의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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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함께 보고 싶은 역사책]

 

역사 공부를 하면서 저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부분이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변화와 격동의 시기였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수긍도 하지만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무척 헤매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철기 시대까지 초롱초롱 빛나던 눈빛이 삼국시대부터는 사그라들고 고려 시대로 넘어가면 거의 혼절. 조선 시대에 접어들면 그나마 아는 이야기들이라고 반가워하며 신나게 듣다가 근현대사로 넘어가면 다시 머릿속에 태풍이 부는 모양입니다. 그런 저와 아이들에게 딱! 너무 필요한 책이 출간된 것 같아요. 근현대사를 단순히 종이에 적힌 글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었고 생생한 삶의 현장이었음을 알려주는 책, [꼬레아 타임스]입니다.

 

[꼬레아 타임스]는 '외국인이 본 신기한 100년 전 우리나라'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요. 저는 책의 설정인 줄 알았는데 각각의 사진에 대해 몇 년 몇 월 며칠에 쓰인 기사인지까지 아주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근현대사 100년의 이미지를 통해 과거 우리나라의 모습을 재조명할 수 있어요. 사진도 크고 글자도 큼지막해서 일단은 어린이용이라고 분류되어 있지만 성인인 제가 봐도 너무 유익한 책이에요. 꼬레아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근현대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해를 도와주는 자료집입니다.

 

첫 사진은 <이채로운 조선인의 모습>으로 영국 런던 주간지 <더 그래픽> 1909년 12월 4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진 기자 톰 브라운이 직접 본 조선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그려져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남성들이 쓰던 '갓'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습니다. 톰 브라운에 의하면 갓은 '말총으로 촘촘히 엮어 만든 뻣뻣하고 투명한 모자'로 묘사되어 있고, 두루마기는 수의를 연상시켜 오싹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기사와 함께 1904년 3월 5일자에 실린 그림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흰 옷에 갓을 쓰고 담뱃대를 문 채 밀밭을 지나는 조선 사람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갓에 대해 '이색적인 모자'라고 서술합니다. 사실 지금의 제가 봐도 참 신기한 물건인데 서양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였을지, 보고 놀라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납니다.

 

혹시 '석전'이라는 말 들어보셨을까요? 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는데요, 조선의 민속놀이였대요! 강이나 개천, 넓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편을 갈라 돌을 던지며 싸우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놀이라고 합니다. 주로 정월대보름에 행해졌고, 지역에 따라서는 단오나 추석에도 벌어졌는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가 전쟁 대비 군사 훈련으로도 행해졌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이것을 무예 훈련으로 여긴 일본에 의해 1908년 한양에서 석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니, 또다시 가슴에서 불길이 활활 솟아오릅니다!

 

이 밖에도 서울에 자동차가 최초로 나타났을 때, 대한제국 황제의 행차, 한성에서 열린 전차 개통식, 일본 요코하마에 도착한 조선 수신사의 모습, 조선 왕비의 암살, 총으로 이토 암살 등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들, 몰랐지만 알면 더 좋을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생활에 치여 역사를 잊고 산 어른들, 이제 막 역사 공부를 시작해 흥미를 붙인 학생들, 어린 아이들 모두와 함께 보고 싶은 책입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제제의숲>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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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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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주세요. 진실의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가닿기를 바라며]

 

2년 전 병으로 아내를 잃고 전국지 사회부 유군기자에서 여성지의 취재기자가 된 마쓰다 노리오. 달라진 환경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해고 위기에 놓인 마쓰다는 심령 현상 취재 의뢰를 받게 됩니다.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에서 나타나는 여자 유령. 누군가는 그 유령을 보고 건널목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생각에 차단기 안으로 들어가려고도 하지만, 또 누군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이에요. 그 여성은 클럽에서 일하고 있었고, 폭력단 조직의 일원인 남자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하지만 그 뿐. 여성의 이름, 출신 지역, 거처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알려지지 않은 채였어요. 범인은 어째서인지 여성 살해 직후부터 거의 정신을 놓은 상태였고요. 유령이라는 단어에서 아내를 떠올리게 된 걸까요. 이 사건에 빠져들어버린 마쓰다는 결국 기나긴 미로를 지나 여성의 신원과 그녀의 죽음 뒤 도사리고 있는 잔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13계단]과 [제노사이드]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11년 만의 신간으로 찾아왔습니다. 손꼽아 기다린 것은 아니나 여전히 책장에 꽂혀 있는 두 권의 작품을 볼 때마다 왜 후속작이 출간되지 않는지 궁금했던 저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게다가 2023년 나오키상 후보작이라니!!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용이 깨어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두둥!! 심령현상이라니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아마 저처럼 '역시!!'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실 거예요.

 

작품의 배경은 1994년인데요, 현재가 아니라 9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 더 빛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쩐지 오컬트같은 느낌이 그 시대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랄까요. 과학수사가 활발한 것도 아니고 오직 형사의 걸음과 기자의 열정만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시대.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여전히 괴로워하면서 신원불명 여성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열심히 여기저기 조사하러 다니는 모습이 애잔함을 불러일으켰어요. 아마 컴퓨터 앞에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현재라면, 이런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신원 불명의 여성. 하아. 생각만으로도 할 말이 정말 많이 솟아오르지만 앞으로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제 입을 막을게요. 다만, 한 가지. 그녀를 무서워하지 말아주세요. 살아서도 죽어서도 고단한 그녀의 삶을 떠올려주시고 마쓰다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해주시면 됩니다. 사건의 진실 뒤에 숨어 있는 교활한 그 작자가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면 어쩌나 무척 걱정했는데, 너무나 멋진 결말이었어요. 속이 시원했습니다. 어쩌면 작가님은 현실에서 제대로 처단당하지 않는 악인에 대한 울분으로 이 작품을 쓰신 걸까요??!!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지 의구심 반 호기심 반이었는데요, 심령현상과 사회파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조합된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쓰다가 신원 불명의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우리 모두 타인의 표면적인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진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음 작품까지 설마 또 11년이 걸리는 건 아니겠죠??!! 그보다는 조금 더 빨리,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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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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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그 곳이 나의 우주야]

 

콜센터에서 파견 사원으로 근무하며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야자키 루리 앞에 이상한 소녀 쥐라가 나타납니다. 어딘가 모자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천진난만한 쥐라에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는 루리. 자신도 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쥐라는, 아버지의 빚 대신 팔려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그림을 그리면서 잔혹한 현실을 버티고 있는 쥐라입니다. 쥐라가 그린, 딸기 모양으로 배열된 행성 비슷한 그림을 보면서 놀라움과 신비함을 느끼는 루리는 이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함과 동시에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루리의 꿈은 우주 비행사가 되어서 우주에 펼쳐진 별바다를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너무나 아름다운 그 풍경을, 자신은 평생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원망같은 것이 피어올라오죠. 그 아쉬움과 서운함을 플라네타륨으로 달래던 루리가 쥐라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며 충격을 받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거예요. 아마도 쥐라와의 만남이 루리 인생에 있어서는 빅뱅과도 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운명의 상대는 그런 걸까요.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루리가 인생 대격변을 위해 앞뒤 안보고 무턱대고 달리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두 사람의 도피. 아슬아슬한 생활이지만 그 시간 속에서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며 위로를 느끼는 두 사람입니다.

 

설마설마 했지만 루리와 쥐라는 특별한 사이가 됩니다. 어린 시절 남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루리와 성착취를 당해온 쥐라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어요. 쥐라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쥐라이기 때문에 여자라도 괜찮았다는 루리의 마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입니다. 표지에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일까요. 두 사람만의 도피처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그 어떤 편견과 선입견이 작용하지 않는 안드로메다에서 뒹굴거리는 고양이를 연상시킵니다. 설사 그 앞에 피할 수 없는 시련이 닥쳐온다고 해도요.

 

이제는 모든 시련이 다 끝났다 싶었을 때 찾아온 사랑의 끝. 마지막을 읽고 작가님이 눈 앞에 있었다면 왜 그랬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무척 가슴 아팠습니다. 열린 결말 싫어하지만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로요. 부디 두 사람이 그들만의 보금자리에서 꽁냥거리고 있는 것이라 혼자 믿고 싶습니다.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은 그 동안 괴담 분위기 같은 작품들만 읽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작가의 작풍에 약간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너무 오랜만에 이 작가를 다시 만난 걸까요.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에 신선하기도 하고, 삶을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 배어나오기도 했던, 묘하면서 가슴 아픈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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