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의 고양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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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그 곳이 나의 우주야]

 

콜센터에서 파견 사원으로 근무하며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야자키 루리 앞에 이상한 소녀 쥐라가 나타납니다. 어딘가 모자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천진난만한 쥐라에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는 루리. 자신도 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쥐라는, 아버지의 빚 대신 팔려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그림을 그리면서 잔혹한 현실을 버티고 있는 쥐라입니다. 쥐라가 그린, 딸기 모양으로 배열된 행성 비슷한 그림을 보면서 놀라움과 신비함을 느끼는 루리는 이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함과 동시에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루리의 꿈은 우주 비행사가 되어서 우주에 펼쳐진 별바다를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너무나 아름다운 그 풍경을, 자신은 평생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원망같은 것이 피어올라오죠. 그 아쉬움과 서운함을 플라네타륨으로 달래던 루리가 쥐라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며 충격을 받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거예요. 아마도 쥐라와의 만남이 루리 인생에 있어서는 빅뱅과도 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운명의 상대는 그런 걸까요.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루리가 인생 대격변을 위해 앞뒤 안보고 무턱대고 달리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두 사람의 도피. 아슬아슬한 생활이지만 그 시간 속에서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며 위로를 느끼는 두 사람입니다.

 

설마설마 했지만 루리와 쥐라는 특별한 사이가 됩니다. 어린 시절 남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루리와 성착취를 당해온 쥐라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어요. 쥐라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쥐라이기 때문에 여자라도 괜찮았다는 루리의 마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입니다. 표지에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일까요. 두 사람만의 도피처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그 어떤 편견과 선입견이 작용하지 않는 안드로메다에서 뒹굴거리는 고양이를 연상시킵니다. 설사 그 앞에 피할 수 없는 시련이 닥쳐온다고 해도요.

 

이제는 모든 시련이 다 끝났다 싶었을 때 찾아온 사랑의 끝. 마지막을 읽고 작가님이 눈 앞에 있었다면 왜 그랬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무척 가슴 아팠습니다. 열린 결말 싫어하지만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로요. 부디 두 사람이 그들만의 보금자리에서 꽁냥거리고 있는 것이라 혼자 믿고 싶습니다.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은 그 동안 괴담 분위기 같은 작품들만 읽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작가의 작풍에 약간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너무 오랜만에 이 작가를 다시 만난 걸까요.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에 신선하기도 하고, 삶을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 배어나오기도 했던, 묘하면서 가슴 아픈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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