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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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주세요. 진실의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가닿기를 바라며]

 

2년 전 병으로 아내를 잃고 전국지 사회부 유군기자에서 여성지의 취재기자가 된 마쓰다 노리오. 달라진 환경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해고 위기에 놓인 마쓰다는 심령 현상 취재 의뢰를 받게 됩니다.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에서 나타나는 여자 유령. 누군가는 그 유령을 보고 건널목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생각에 차단기 안으로 들어가려고도 하지만, 또 누군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이에요. 그 여성은 클럽에서 일하고 있었고, 폭력단 조직의 일원인 남자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하지만 그 뿐. 여성의 이름, 출신 지역, 거처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알려지지 않은 채였어요. 범인은 어째서인지 여성 살해 직후부터 거의 정신을 놓은 상태였고요. 유령이라는 단어에서 아내를 떠올리게 된 걸까요. 이 사건에 빠져들어버린 마쓰다는 결국 기나긴 미로를 지나 여성의 신원과 그녀의 죽음 뒤 도사리고 있는 잔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13계단]과 [제노사이드]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11년 만의 신간으로 찾아왔습니다. 손꼽아 기다린 것은 아니나 여전히 책장에 꽂혀 있는 두 권의 작품을 볼 때마다 왜 후속작이 출간되지 않는지 궁금했던 저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게다가 2023년 나오키상 후보작이라니!!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용이 깨어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두둥!! 심령현상이라니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아마 저처럼 '역시!!'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실 거예요.

 

작품의 배경은 1994년인데요, 현재가 아니라 9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 더 빛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쩐지 오컬트같은 느낌이 그 시대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랄까요. 과학수사가 활발한 것도 아니고 오직 형사의 걸음과 기자의 열정만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시대.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여전히 괴로워하면서 신원불명 여성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열심히 여기저기 조사하러 다니는 모습이 애잔함을 불러일으켰어요. 아마 컴퓨터 앞에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현재라면, 이런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신원 불명의 여성. 하아. 생각만으로도 할 말이 정말 많이 솟아오르지만 앞으로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제 입을 막을게요. 다만, 한 가지. 그녀를 무서워하지 말아주세요. 살아서도 죽어서도 고단한 그녀의 삶을 떠올려주시고 마쓰다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해주시면 됩니다. 사건의 진실 뒤에 숨어 있는 교활한 그 작자가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면 어쩌나 무척 걱정했는데, 너무나 멋진 결말이었어요. 속이 시원했습니다. 어쩌면 작가님은 현실에서 제대로 처단당하지 않는 악인에 대한 울분으로 이 작품을 쓰신 걸까요??!!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지 의구심 반 호기심 반이었는데요, 심령현상과 사회파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조합된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쓰다가 신원 불명의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우리 모두 타인의 표면적인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진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음 작품까지 설마 또 11년이 걸리는 건 아니겠죠??!! 그보다는 조금 더 빨리,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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