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작은 아씨들 (186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디럭스 벨벳 에디션) - 합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지선 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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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녀시절을 빛나게 해주었던 꿈결같은 이야기]

 

 

출간되면 사서 모으는 고전들이 있다. [키다리 아저씨], [빨간머리 앤] 그리고 [작은 아씨들]. 이 세 작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력이 있어서 각각 다른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면 그저 홀리듯 구입해 진열하는 희열을 맛보고 싶어진다. 게다가 이번 [작은 아씨들] 은 186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에 무려 금장이다! 이러니 어찌 소유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으랴! 나도 좀 멋지게 무소유의 삶을 살아보고 싶지만, 책에 있어서만큼은 그 무소유가 실천이 안되니 큰일이라면 큰일이고 별일이 아니라면 별일이 아닌 것이고. 그러나 같이 사는 옆지기가 우리집이 무슨 서점이냐며 참다참다 한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점점 큰일이 되어갈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주 어렸을 때 읽고 이번에 완독했더니 네 자매들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 네 자매들이 엄청 큰 언니들로 비춰졌는데, 알고보니 이 언니들 나이가 그리 많지도 않다. 큰언니인 메그가 겨우 열 여섯, 말괄량이 조가 열 다섯, 아버지에게 '평온한 귀염둥이'라 불리는 베스는 열 셋이다. 와! 열 여섯이면 자기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만도 벅찰 나이인데 어머니가 안 계실 때는 맏이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동생들을 알뜰살뜰 보살피다니, 아무리 시대 차이가 있다고 해도 나의 그 시절을 생각하면 대단하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조는 어떤가! 열 다섯이라는 나이에 자신만의 글을 써서 신문에 투고까지 하는 당차고 대범하며 이미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해내는 어엿한 여성이다. 수줍음은 많지만 가족들과 아끼는 물건들에 애정이 깊고 음악을 사랑하는 베스와, 다소 이기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어쩌면 그 나이에 맞게 잘 생활하고 있는 에이미의 모습은 마음 깊은 곳을 따뜻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들 자매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마치 부인.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 지에 따라 등장인물을 보는 눈도 달라지기 마련이라, 어린 시절에는 그저 '엄마'로 여겨졌던 마치 부인의 아내로서의 모습과 어머니로서의 역할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여성으로서의 의무나 다소 고리타분한 내용을 딸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세대차이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남편을 멀리 전장에 내보내고 의연하고 굳건한 모습으로 네 딸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씩씩하게 생활해나가는 모습은 감탄스럽기만 하다. 잔소리보다는 딸들이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모습이나, 에이미가 조의 원고를 태워버리는 아주 심한 짓을 저질렀을 때조차 화를 내기보다 토닥임과 조언으로 딸들을 건사해나가는 모습은 자애로운 어머니, 바로 그 자체다.

 

앞부분의 주요 내용들은 읽으면서 얼핏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뒷부분 내용은 새로웠다. 내 기억에 옆집 소년 로리는 조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랑 결혼을 하고, 조 또한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교수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을 읽어가면서 아주 조금 충격에 빠졌다. 헉, 이런 내용이었어?! 하는 기분. 마지막 부분에서 베스가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것도 충격. 왜 내 기억 속에는 네 자매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로 남아있는 것인가. 소설은 이미 아주 오래 전에 쓰여졌는데 2020년에 베스를 보며 눈물짓는 나라니.

 

표지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으나 완독을 한 지금 다시 읽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래서 예전 작품들을 찾아읽게 되는 것이다. 내 소녀시절을 빛나게 해주었던 꿈결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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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결정적 리더십의 교과서, 책 읽어드립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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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군주론! 표지도 멋지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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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마법사입니다
아이나 S. 에리세 지음, 하코보 무니스 그림, 성초림 옮김 / 니케주니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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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슨 식물관련 책인가 싶지만 이것은 단순한 식물책이 아니다. 부제는 <우리가 몰랐던 동화 속 숨은 과학 이야기>. 아홉 가지 동화의 본래 이야기와 그 뒤에 숨겨져 있었을 것 같은 이야기, 그리고 동화 속에 등장하는 식물에 대해 이런 저런 내용이 실려 있다. 어린이 대상 책이라 그런지 일단 책이 너무 예뻐 합격! 어린이 책이라 생각 못하고 요즘 어른을 겨냥한 동화책이나 그림책도 많아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내심 걱정했는데 아이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잘 쓰여 있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부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완전 쉬운 것은 또 아닌 그런 책이랄까. 난이도가 적절히 배합된(?) 그림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실려 있는 동화는 모두 아홉 가지. 저자는 식물이 없었다면 동화도 없었을 거라고, 동화 속에서 식물이 어떻게 주인공 역할을 하는 지 보여주겠노라 한다. 일단 각각의 동화의 줄거리를 먼저 소개하고, 그 동화에 등장하는 식물이 어떻게 이야기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이고, 과학적이고 식물기원학적 그리고 역사적으로 그 식물만의 독특한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는 당연히 사과가 주인공. 독사과의 품종은 무엇이었을지, 마트에 있는 전부 똑같이 생긴 사과들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왕비가 마법의 거울 때문에 미쳐 버린 것인지 등등의 이야기들과 함께 마지막에는 '계모의 사과'라는 제목으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가 등장한다.

 

뒤를 잇는 동화들은 아기 돼지 삼형제, 헨젤과 그레텔, 백조 왕자,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 모자, 미녀와 야수, 알리바바와 사십 인의 도둑. 가장 궁금했던 내용은 어렸을 때부터 늘 의문이 뒤따랐던 <헨젤과 그레텔>이다. 실제로 과자와 사탕, 케이크를 이용해 집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림 형제가 쓴 동화에서 그 집은 그냥 빵으로 만들어졌다고 되어 있다는데, 그림 형제가 살던 독일 북서부의 베스트팔렌 지역에서는 품퍼니켈이라는 호밀 빵이 유명했다고 전해진다. 이 빵은 몇 달이 지나도 딱딱해지지 않았다고. 생각의 가지치기로 빵과 사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밀가루와 향신료에 대한 짤막한 설명, 옛날에는 향신료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었던 설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식물, 사탕무 등 아주 어렵지 않지만 알고나면 재미있는 내용들까지 적혀 있다.

 

올해 말쯤 첫째에게 명작 동화 전집을 읽어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참이라 이런 책은 아주 보석같다. 단순히 동화의 내용만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 여기에 실린 아홉 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앞으로 읽어주게 될 동화들의 소소한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식물이 등장했으니 다음 이야기는 동물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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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팝콘 웅진 우리그림책 58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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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만끽하게 하는 그림책 출동입니다!

그림책의 색감만큼이나 이름도 너무 예뻐요!

                               

겨울잠에서 깨어난 배고픈 동물들이 모여 각자 재료를 가져옵니다.

유채기름과 성냥, 허브가루, 옥수수를 넣고 불을 피우니 짜잔!

팝콘이 완성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픈 동물들.

 

새들이 부지런히 씨앗을 모아옵니다.

불판 위에 꿀과 씨앗이 쌓여갔어요.

그리고.

                            

펑!

벚꽃 팝콘이 활짝 피었습니다!

펑!펑!펑!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책입니다.

제 사진보다 실물로 보면 색감이 더 예쁜 책이에요.

 

전 올봄에 벚꽃 피는 것도 제대로 못봤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과 계속 집콕생활했거든요.

계획대로였다면 혼자만의 봄을 만끽했을텐데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 아쉬움을 이 책으로나마 달래보아요.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책.

엄마미소 저절로 피어오르는 가슴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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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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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성 난청을 앓고 있어 언제 발작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한 미사키 요스케. 폴란드는 지금 국제적인 테러의 위협을 받고 있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얼마 전 일어난 대통령 전용기 폭발사고로 인해 도시에는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그럼에도 중단되지 않는 쇼팽 콩쿠르. 쇼팽은 폴란드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의미있는 음악가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국민들의 저항정신을 음악으로 잘 나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콩쿠르 공연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도시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폭탄 테러. 연주자들 중에서도 희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미사키 요스케는 테러범 '피아니스트'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나 쇼팽]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와타베 경부 시리즈들도 사랑해마지 않지만, 사실 내가 제일 애정하는 캐릭터는 이 미사키 요스케다. 아버지 미사키 검사의 뒤를 잇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장소마다 매력적인 피아노 실력과 감동을 선사하는 그. 당연히 그런 그를 존경하고 동경하는 제자들도 넘쳐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미사키 요스케가 향하는 곳에서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 이번 작품의 무대는 무려 폴란드다. 쇼팽의 고향. 폴란드인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해도 좋을 쇼팽의 음악이, 음악 플레이어를 틀지 않았는데도 작가의 손끝에서 살아나 귓가를 울린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에는 미사키 요스케를 주축으로 성장하는 학생이 꼭 한 명씩 등장한다. [안녕, 드뷔시]의 그녀와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의 기도 아키라. 이번에는 폴란드에서 쇼팽의 뒤를 잇는 연주가로 칭송받는 얀 스테판스가 그 주인공이다. 4대째 음악가 집안이라는 이름 아래 뛰어난 실력을 지녔음에도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얀.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지점에서부터 쇼팽은 이미 얀과 한몸이었다. 그 누구보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하기 위해 아들을 엄하게 키워온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자란 얀은, 쇼팽 콩쿠르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피아니스트 사카키바 류헤이와 미사키 요스케의 연주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지만 쇼팽은 나에게 매끄럽고 깨끗한 선율로 기억되고 있었는데 이번 이야기를 계기로 여러 작품을 찾아 들어보니 그 안에 내재된 열정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미사키가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이 어떤 경위로 일촉즉발의 테러 현장에 울려 퍼진다.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음악의 힘. 너무나 소설스럽지만, 누가 봐도 감동적인 장면이라 눈가가 촉촉해지고 말 것이다. 이러니 내가 미사키 요스케를 사랑하지 않을 방도가 있나.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굴하지 않고 꼿꼿하게 앞을 바라보며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그. 멋지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음 작품인 [어디선가 베토벤], [다시 한 번 베토벤]에서는 미사키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한다니 기대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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