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슨 식물관련 책인가 싶지만 이것은 단순한 식물책이 아니다. 부제는 <우리가 몰랐던 동화 속 숨은 과학 이야기>. 아홉 가지 동화의 본래 이야기와 그 뒤에 숨겨져 있었을 것 같은 이야기, 그리고 동화 속에 등장하는 식물에 대해 이런 저런 내용이 실려 있다. 어린이 대상 책이라 그런지 일단 책이 너무 예뻐 합격! 어린이 책이라 생각 못하고 요즘 어른을 겨냥한 동화책이나 그림책도 많아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내심 걱정했는데 아이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잘 쓰여 있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부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완전 쉬운 것은 또 아닌 그런 책이랄까. 난이도가 적절히 배합된(?) 그림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실려 있는 동화는 모두 아홉 가지. 저자는 식물이 없었다면 동화도 없었을 거라고, 동화 속에서 식물이 어떻게 주인공 역할을 하는 지 보여주겠노라 한다. 일단 각각의 동화의 줄거리를 먼저 소개하고, 그 동화에 등장하는 식물이 어떻게 이야기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이고, 과학적이고 식물기원학적 그리고 역사적으로 그 식물만의 독특한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는 당연히 사과가 주인공. 독사과의 품종은 무엇이었을지, 마트에 있는 전부 똑같이 생긴 사과들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왕비가 마법의 거울 때문에 미쳐 버린 것인지 등등의 이야기들과 함께 마지막에는 '계모의 사과'라는 제목으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가 등장한다.
뒤를 잇는 동화들은 아기 돼지 삼형제, 헨젤과 그레텔, 백조 왕자,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 모자, 미녀와 야수, 알리바바와 사십 인의 도둑. 가장 궁금했던 내용은 어렸을 때부터 늘 의문이 뒤따랐던 <헨젤과 그레텔>이다. 실제로 과자와 사탕, 케이크를 이용해 집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림 형제가 쓴 동화에서 그 집은 그냥 빵으로 만들어졌다고 되어 있다는데, 그림 형제가 살던 독일 북서부의 베스트팔렌 지역에서는 품퍼니켈이라는 호밀 빵이 유명했다고 전해진다. 이 빵은 몇 달이 지나도 딱딱해지지 않았다고. 생각의 가지치기로 빵과 사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밀가루와 향신료에 대한 짤막한 설명, 옛날에는 향신료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었던 설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식물, 사탕무 등 아주 어렵지 않지만 알고나면 재미있는 내용들까지 적혀 있다.
올해 말쯤 첫째에게 명작 동화 전집을 읽어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참이라 이런 책은 아주 보석같다. 단순히 동화의 내용만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 여기에 실린 아홉 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앞으로 읽어주게 될 동화들의 소소한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식물이 등장했으니 다음 이야기는 동물로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