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후지와라 신야.

<인도방랑>, <동양기행> 등 책 제목과 함께 익숙한 이름의 저자이지만, 그의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책이 꾸준히 번역 출간되는 걸 보니 분명 사람을 끌어당기는 어떤 매력이 담긴 글을 쓰는 사람이겠구나 생각했는데,

(단 한 권만 읽고 단정 짓기는 무리일지도 모르나) 역시 그의 책은 일반 여행서와는 확연히 다른 글을 싣고 있었다.

저자의 후기에도 이 책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 실려 있다.

 

  글을 마치고 쓴 후기가 약간 고찰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이 책의 내용 또한 여행기치고는 그런 대목이 많다.

  미국에서 미국인이 일상으로 영위하는 평범한 생활부터 접하려고 애썼다. 늘 그렇듯이 내가 선택하는 방법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여행을 통해 과거에 동양을 여행할 때처럼, 지구의 또 다른 모습을 살펴볼 수가 있었다. _ 저자 후기에서

 

이 책은 '여행기치고는'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고찰이 매우 깊이 있게 담겨 있다.

미국에서 마주친 장면 장면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의 습성에 대해 샅샅이 파헤치고 연구하는 글은 그저 놀랍기만 했다.

'늘 그렇듯이 내가 선택하는 방법'이라 했으니, 아마 저자의 다른 여행서들도 다 이런 스타일인가 보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책들을 모조리 찾아 읽어보리라 마음 먹을 수밖에!

 

아메리카의 미키마우스가 가지고 있는 의미, 피부 색깔로 인해 까닭없이 받아야 하는 멸시와 조롱, 맥도널드 종업원이 모두 백인과 흑인뿐인 이유(아시아계, 히스패닉계 사람을 적어도 저자가 방문한 50여개의 맥도널드 매장에서는 보지 못했다 한다), 미국인의 연설에 반드시 유머가 들어가는 까닭, 연예인의 행차를 위해 교통통제가 가능한 나라 미국, 없는 게 없는 뉴욕이지만 그런 뉴욕의 거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 가지, 미국 요리가 맛이 없는 이유, 미국인들이 과잉 표현-원더풀, 뷰티풀, 그레이트, 판타스틱, 다이너마이트-을 하는 까닭……

 

보통 여행기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어느 지역의 어느 풍경이 아름답고 음식은 어떤 것이 맛있으며 등의 정보이거나, 혹은 저자의 감정에 이입되어 풍부한 감성의 세계로 떠나 맛보는 설렘과 두근거림 등인데, 이 책에서는 다른 여행기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들을 만났다. 그야말로 원더풀, 뷰티풀, 그레이트, 판타스틱, 다이너마이트였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그저 화려하고 눈부신 미국의 도시들과, 낯선 이에게 "헬로!" 인사하는 미국인들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돌아오는 미국 여행이지만, 저자는 한 순간도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을 느슨히 하지 않으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면모를 들여다본다. 물론 저자의 분석과 연구가 모두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겠으나, 덕분에 무척 다양한 각도에서 미국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 현미경을 들여대는 행위가, 후지와라 신야의 '아메리카 기행'이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 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혹은 몰랐던 혹은 무관심했던 미국의 수많은 얼굴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많지 않은 외국 체류 경험 동안 나는 '인종 차별'을 느껴본 적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황인종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기에는 어쩐지 무서운 생각이 든다.

"코크 앤드 햄버거."라는 말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인상을 쓰며 계속 "파든?"이라고 하더니 "아프리카에서 어저께 온 거야, 당신?"이라는 말은 단번에 알아듣고 "shit"이라고 중얼거리는 종업원이 있는, 백인들만 가득한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맥도널드' 이야기는 그 어떤 공포 소설 못지 않은 공포감을 내게 주었다. 이 외에도 저자가 이유없이 멸시가 담긴 눈빛을 받는 장면들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움찔움찔.

이 책에서 수많은 모습의 미국을 만났지만, '피부색'에 관한 이야기가 유독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아마도 '남 이야기'가 아니어서 그랬을테지. 꽤나 공포스럽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도 마무리는 따뜻하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오늘 아침, 미소만큼의 사랑을 받았다면'이라는 제목에 실린 문장이었다. 이 글은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한 여인을 보며, 그녀가 자신이 아는 '거리의 피에로'가 아닐까 생각하다가, 어쩌면 누군가의 미소가 그녀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 글은 무척 슬퍼 눈물 방울을 떨구며 읽어야 했지만 다시금 미소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미소만큼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극장 맞은편의 패스트푸드점에 아침을 먹으러 가다가 몇 번 스친 적이 있다.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그녀에게 웃어보인 적도 있다. 그런 날이면 그녀는 아침부터 사랑의 조각을 받게 된 셈이다. 비장하리만큼 어지럽게 차려입은 그녀의 얼굴은 짙은 화장에도 불구하고 푸르스름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른 아침 전해지는 타자로부터의 시선, 그리고 미소는 그녀의 얼굴에 혈색이 감돌게 했다. 넋이 나간 눈매에 웃음을 띠고 부끄럼 타는 말투로 '굿모닝.'하고 인사를 던진다.  타인의 시선과 미소를 양식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그것은 조촐한 아침식사였던 것이다.

…

나의 시선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구급차의 뒤를 좇는다.

만일 저 안에 그녀가 있다면.

그런 생각이 든다.

아니, 그녀가 아니더라도 오늘 아침 어느 거리에서 누군가로부터 한 조각 사랑을 받았다면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죽음을 연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랑이 가장 소중한 양식이라는 것을

이 메마른 거리를 살다 보면 절실하게 느낀다. (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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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배케이션
김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Shakespeare Vacation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남짓의 유급 독서휴가를 주었던 데에서 비롯된 말이다.

조선의 세종 임금이 젊은 선비들에게 긴 휴가를 주어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게 했다는 사가독서와도 의미가 통한다.

 

 

올 여름 '북캉스'가 인기라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전국 곳곳,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든 듯한 북적북적한 관광지 대신 집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원한 휴가라니, 사람 많은 곳 싫어하고 집에서 책 읽는 것 좋아하는 내게 딱 알맞는 휴가 스타일이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는 용어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아아아, 한 달 남짓의 유급 독서휴가라니! 오로지 이 유급 독서휴가만을 위해 빅토리와 여왕 시대로 돌아가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 김경의 이력을 보니 과연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는 말과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싶다. '휴가 때면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오히려 집에 들어앉아 완벽한 토플리스 차림이' 되어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독서용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는 그녀, 김경. 산으로 바다로 찾아 나가기 바쁜 휴가 기간에 오히려 집에서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독서를 즐긴다니 멋진 사람이다.

 

책 제목과 저자 소개를 보고 이 책은 책으로 떠나는 여행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저자가 휴가 기간에 읽은 책 내용을 가지고 파리도 갔다가, 리스본도 갔다가, 이탈리아도 갔다가, 그렇게 저자도 우리도 함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즐기는 책일 거라고 짐작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정말 여행서였다. 서른넷에 1년의 장기 휴가를 받고 그녀는 떠났다. 그 동안 책에서만 봐왔던 도시들로.

 

내 멋대로 한 짐작이 틀렸기 때문에, 그래서 진짜 떠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나는 갑작스레 여행가방 꾸려 떠나는 여행자의 심정이 되어 부랴부랴 '토플리스' 차림이 되려던 마음에게 옷을 입히고 운동화 끈 질끈 묶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그 이름을 들어본 적도 별로 많지 않은 몰타에서 시작하여,'살고 싶은 도시 1위' 포카라로 막을 내리는 이 여행길을 따라다니며 참 많은 도시들을 만났고, 참 많은 도시들에 반해버렸다.

 

그녀가 이탈리아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는 나도 그만 이탈리아를 사랑해버렸고,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한 번 다시 카프리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는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카프리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며, 리스본의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 소박하고 정겨워 눈물이 난다고 할 때는 가보지도 않은 리스본을 상상해보며 코끝이 찡해지고, 존 버거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리스본에서 만나고 싶은 망자들을 떠올려봤다. 저자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들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는 글을 보며는 어쩐지 바르셀로나에 내 인생의 행복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으며, 1년 간의 유럽 여행 중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곳은 부다페스트라는 말에 나도 조용히 부다페스트라고 발음해보며 언젠가 그 곳에 갈 수 있길 꿈꿨다.

 

참 행복한 여행이었다. 중간중간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기에 더 그랬던 듯 하다.

여러 책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래서 바로 내 장바구니에 담겼던) 책은 존 버거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었다. 책 속에서 존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난다. "망자들은 죽으면 지상에 머물 곳을 선택할 수 있단다. 지상에 머물기로 하는 경우엔 언제나." 그래서 그 어머니가 선택한 도시는 리스본이었다. 존 버거가 '망자들의 특별한 정거장'이라고 명명했다는 도시 리스본. 망자들은 왜 리스본을 선택해 머물까? 그 도시에 가보지 않는 한은 그 명확한 대답을 얻을 수 없겠지. 그래서 더욱더 그 도시에 가보고 싶어졌다. 저자 김경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리스본의 언덕 마을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그 풍경은 너무도 소박하고 정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라고 표현한 그 도시가 내 마음속 깊이 자리잡았다.

 

멋진 그녀 김경과 함께 한 여행은 행복했던 만큼 후유증도 컸다. "현실로는 충분치 않았다. 마법이 필요했다."

그렇다, 나에게도 마법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여행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는다."

그랬다, 김경은 여행을 했고, 나는 그녀의 여행을 읽었다. 언젠가는 내가 여행을 하고, 누군가가 내 여행을 읽을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법을 기다리게 되었다. 수리수리마수리 이루어져라.

 



놀랍게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정말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찾아왔다. 녹초가 된, 기진맥진 지쳐 뻗을 지경인, 곧 죽을 것처럼 헐떡이는 그 순간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나무가 울창한 숲의 어여쁜 야생화들에게, 쉼 없이 변화하며 흘러가는 구름에게, 함석지붕 위로 쏟아질 듯 빛나는 수많은 별들에게, 방울 소리를 울리며 지나가는 노새에게, 쏜살같이 떼지어 지나가며 내 앞길을 막는 산양들에게, 크고 맑고 깊었던 아이들의 눈망울에게, 허름한 숙소 창문을 통해 마주하는 안나푸르나에게 인사하며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_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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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12: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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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 꿈을 응원할게 ㅣ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 3
쿠르트 회르텐후버 지음, 코니 볼프 그림 / 꽃삽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에는 뜬금없이 나를 눈물 짓게 만드는 단어가 몇 있다.

그 중 1순위는, 아마도 '엄마'라는 단어.

왜인지 모르게, 엄마라는 단어는 그 단어를 입 밖에 내어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눈물을 흘리게 만들곤 한다.

그 다음은, 바로 '꿈'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가 듣고 눈물을 흘리는 노래도 구구절절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노래가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노래다.

('거위의 꿈'이나, '넌 할 수 있어', '&design' 같은 노래들은, 조금 흥얼거려보다가 그만 눈물을 주룩주룩...)

 

이 책 제목에, 당연히 마음이 끌렸지만, 동시에 당혹감도 느꼈다.

난 무엇을 응원받아야 하지?

예전에 위의 노래들을 부르며, 내 가슴속에 간직한 꿈을 떠올리고 가슴이 벅차거나 힘이 솟곤 했는데,

지금 문득 내 꿈을 응원해준다는 책 제목을 보면서는, 그만 머릿속이 흐려진 까닭이었다.

늘 또렷한 이미지로 간직하고 있던 내 꿈이, 어느틈엔가 이렇게나 흐려져 있었다.

아니, 이제는 그게 정말 내 꿈이었나 싶기도 하다.

꿈을 이룰 수 없는 것보다 더 지독한 것은, 목숨 걸고 이루고자 하는 꿈이 없는 거다.

 

그렇게 조금은 심란하고 슬픈 마음으로, 꼬마천사가 들려주는 '행복의 끈' 이야기를 따라갔다.

이번에 꼬마천사가 지구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자 한 것은,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법, 꿈을 이루는 법이었다.

꼬마천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실 우리들이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다.

웃는 마음으로 삶을 대해라,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해라, 실패를 두려워마라, 마음속 꿈에 귀를 기울여라, 그 꿈을 생생하게 그려라,……

다른 자기개발서를 통해서도 숱하게 접해본 내용이고, 성공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성공과 행복의 비결 등에서도 자주 만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천하고 있지 않은.

 

누군가가 자기개발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나 떠들어대는 책,이라고 말하는 걸 본 적 있다.

나도 한때 자기개발서를 좋아하여 많이 읽어봤지만, 사실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나도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기개발서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이니만큼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기개발서를 열 권을 읽으면 뭐하고 백 권을 읽으면 뭐할 것인가. 다 아는 내용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실천은 하지 않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아직 그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를 모를 때에 그 이야기를 들려 줄 자기개발서 한 권과, 그 책에서 얻은 내용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력이다.

그런 행동력이 흐릿해지거나 부족할 때는, 두 권이고 세 권이고, 비슷한 내용의 책을 반복해 읽으며 자극을 받고 채찍질 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꼬마천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간단명료하다.

시간에 쫓기며 책 읽기 힘든 사람들도 잠깐 시간을 내면 꼬마천사가 들려주는 이 성공의 '시크릿'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 등의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의 핵심이 바로 이 책 속의 이야기이다.)

 

아직도 내 머릿속의, 가슴속의 꿈은 안개에 싸인 듯 희미하다.

조만간 내 마음속에 쉼표를 찍고 차분하고 진지하게 내 마음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마음속 꿈에 귀를 기울여 봐.

이게 바로 삶의 행복을 위한 아주 중요한 끈이야.

이루고 싶은 삶의 꿈을 마음속에 그려 봐.

되도록 아름답고 화려하게.

그것을 진짜처럼 느끼면서 냄새도 맡고 맛도 볼 수 있게 될 만큼.

마음에서 우러나온 꿈이라면 절대 버리지 마.

처음에는 조금 터무니없거나이루기 힘들 것같이 보여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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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결국엔 보통의 존재로밖엔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관한 정보를 찾던 중에 이런 문장을 만났다. 

우리 모두는 결국 보통의 존재... 

이 한 문장에, 책을 읽기도 전부터 그만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 책, 꼭 읽어야겠다! 

 이런 멋진 추천사도 함께라니~! ^^ 

 

지구라는 별에 잠시 들른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오래 머물 줄이야. 처음에는 복이 참 많아서 이렇게 멋진 별에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빛이 그늘을 만들 듯, 기쁨이 슬픔을 낳고 행복이 고통을 불러오리라는 건 전혀 모르던 시절의 일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석원 씨의 말처럼 보통의 존재가 되어갔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점점 줄어든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는 단 하나만을 원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으로 사랑받는 일. 석원 씨의 글을 읽으니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겠다. 덕분에 우리는 나날이 외로워진다. 우린 참 비뚤어지기 쉽게 태어났다. 그래도 지구라서 다행이다. 화성도, 금성도 아니고. 지구라는 별에서 외로울 수 있어서. 어쨌든 여기엔 노래도 있고, 글도 있으니까. 당신이 노래 부를 때는 그 노래를 듣고, 글을 썼을 때는 그 글을 읽을 수 있으니까.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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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고양이 -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녹스 사진, 사라 닐리 글, 한희선 옮김 / 예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아, 정말 예쁜 고양이 사진집을 만났다.

평소에 외출을 별로 안 하다보니, 온라인 서점을 애용하고, 오프라인 서점은 1년에 몇 번 갈까말까인데,

추석 때 만난 친구와 들른 서점에서, 이 책에 파악 꽂혀버렸다.

온라인 서점이었으면, 사진집 같은 건 지나쳤을 거다.

그날도, 서점에서 한참 이 책을 들여다보며, 조금 망설였다.

책 속 사진은 정말정말 예쁘지만, 글이 조금밖에 없다보니, 평소 사진집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던 탓이다.

서서 이 책을 몇 번 넘겨보면서, 결국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아 데리고 왔다.

아, 잘했군, 잘했어!

요즘 이 고양이 사진들 덕분에,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간질간질 해질 수 있었다.

 

우리 동네에도 '길냥이'들이 많이 산다.

언젠가는 이제 겨우 젖을 뗐을 것 같은 아가를 겨우 구슬려서(아가지만, 경계심 만큼은 여느 길냥이 만큼...)

우리 집에 데리고 와 며칠 보살핀 뒤 잘 키워주겠다는 분께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어렸을 때, 집에서 고양이를 몇 번 키우기도 했고,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보니, 지나가다 길냥이를 만나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춰진다.

하지만, 자기 앞에 멈추는 나를 발견하면 후다닥 도망가고 마는 아이들.

가끔 멀찍이서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어 보기도 하지만, 그 아이들을 찍는 건 여간 힘들지 않다.

사람들이 그 아이들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걸까? 사람을 향한 경계심은 그 아이들의 발톱만큼 날카롭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속 아이들이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방랑 고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렌즈를 향한 아이들의 눈빛에 적대심이나 경계심 같은 건 조금도 담겨져 있지 않다.

오히려, 마치 제 주인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뛰어노는 것 같거나, 한없이 평온한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들이다.

어떤 사진들은, 렌즈 너머에 있을 사람의 눈동자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예쁘게 찍어주실 거죠?" 라고 하는 걸까?

 

사진집 맨 뒷부분에 십여 페이지 가량 실린 글을 읽어보면서, 이 고양이들이 '길냥이' 같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이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민 사람은, 나처럼 지나가다 호기심에 그들 앞에 멈춘 사람이 아니라,

그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관심과 사랑을 나눠준,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진이 더욱 따스하고 정다워보인다.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 생긴 신뢰가, 사진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일테지.

 

처음에는 글이 많지 않아 구입을 망설였지만, 나중에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며, 오히려 글이 적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설명글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사진으로만 감상을 하니, 내 감정과 느낌에 충만할 수 있었다.

내키면, 사진 속 고양이들에게 상상의 말풍선을 달아주고, 내 맘대로 대화도 시도해보고 말이다.

예쁜 사진은 보고 또 봐도 좋고, 볼 때마다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요즘, 이 아이들의 사진이, 가라앉은 내 마음을 살금살금 간질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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