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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고양이 -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녹스 사진, 사라 닐리 글, 한희선 옮김 / 예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아, 정말 예쁜 고양이 사진집을 만났다.
평소에 외출을 별로 안 하다보니, 온라인 서점을 애용하고, 오프라인 서점은 1년에 몇 번 갈까말까인데,
추석 때 만난 친구와 들른 서점에서, 이 책에 파악 꽂혀버렸다.
온라인 서점이었으면, 사진집 같은 건 지나쳤을 거다.
그날도, 서점에서 한참 이 책을 들여다보며, 조금 망설였다.
책 속 사진은 정말정말 예쁘지만, 글이 조금밖에 없다보니, 평소 사진집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던 탓이다.
서서 이 책을 몇 번 넘겨보면서, 결국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아 데리고 왔다.
아, 잘했군, 잘했어!
요즘 이 고양이 사진들 덕분에,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간질간질 해질 수 있었다.
우리 동네에도 '길냥이'들이 많이 산다.
언젠가는 이제 겨우 젖을 뗐을 것 같은 아가를 겨우 구슬려서(아가지만, 경계심 만큼은 여느 길냥이 만큼...)
우리 집에 데리고 와 며칠 보살핀 뒤 잘 키워주겠다는 분께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어렸을 때, 집에서 고양이를 몇 번 키우기도 했고,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보니, 지나가다 길냥이를 만나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춰진다.
하지만, 자기 앞에 멈추는 나를 발견하면 후다닥 도망가고 마는 아이들.
가끔 멀찍이서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어 보기도 하지만, 그 아이들을 찍는 건 여간 힘들지 않다.
사람들이 그 아이들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걸까? 사람을 향한 경계심은 그 아이들의 발톱만큼 날카롭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속 아이들이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방랑 고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렌즈를 향한 아이들의 눈빛에 적대심이나 경계심 같은 건 조금도 담겨져 있지 않다.
오히려, 마치 제 주인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뛰어노는 것 같거나, 한없이 평온한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들이다.
어떤 사진들은, 렌즈 너머에 있을 사람의 눈동자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예쁘게 찍어주실 거죠?" 라고 하는 걸까?
사진집 맨 뒷부분에 십여 페이지 가량 실린 글을 읽어보면서, 이 고양이들이 '길냥이' 같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이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민 사람은, 나처럼 지나가다 호기심에 그들 앞에 멈춘 사람이 아니라,
그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관심과 사랑을 나눠준,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진이 더욱 따스하고 정다워보인다.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 생긴 신뢰가, 사진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일테지.
처음에는 글이 많지 않아 구입을 망설였지만, 나중에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며, 오히려 글이 적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설명글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사진으로만 감상을 하니, 내 감정과 느낌에 충만할 수 있었다.
내키면, 사진 속 고양이들에게 상상의 말풍선을 달아주고, 내 맘대로 대화도 시도해보고 말이다.
예쁜 사진은 보고 또 봐도 좋고, 볼 때마다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요즘, 이 아이들의 사진이, 가라앉은 내 마음을 살금살금 간질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