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 스트레스 없이 키우기 - 애견 행복 매뉴얼
후지이 사토시 지음, 이윤혜 옮김 / 보누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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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몽아, 언니 나갔다 올게...”

외출할 때마다 강아지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는 내 발걸음도 가볍지 않고, 기운 없이 축 쳐져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강아지도 안쓰럽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대문을 열기도 전부터 애처로운 목소리로 울어대다 나를 보곤 종내 오줌까지 지리는 강아지를 보면 혼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싶은 생각에 어찌나 안쓰러운지, 외출 한 번 한 번이 쉽지가 않다.

 


우리 개, 스트레스 없이 키울 순 없을까?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 본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개 스트레스 없이 키우기>는 제목부터 눈길을 확 잡아끈다. ‘애견 행복 매뉴얼’이라니, 이제라도 우리 몽양을 위해 내가 꼭 읽어줘야 할 책이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무척 놀라웠던 것은, 그 동안 내가 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 참 많았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늘 집에서 개를 길러왔기에, 개와 함께 한 시간이 적어도 20년은 넘는데 아직도 개에 대해 아는 게 이렇게 없다니.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나는 20여년을 개와 함께 하면서 풍월은커녕, 아직도 우리 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나 않나 전전긍긍 마음을 쓰고만 있는 ‘만년 초짜’다.

 


서두에 외출 풍경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 바로 ‘외출할 때 개에게 인사하지 말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개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면, 개는 ‘이제부터 나 혼자 남겨지는구나’는 생각에 그때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개의 기분 변화의 폭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외출에서 돌아와 재회 인사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그런데 우리 몽이는 8년 째 “갔다 올게” “갔다 왔어” 이렇게 작별 인사와 재회 인사를 반복해서 들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생각하니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나친 애정표현은 스트레스의 원인(밥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주지 마라 등), 개의 스트레스 신호를 읽는 법(같은 부위를 계속 핥는다던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돈다던가, 졸리지 않은데 하품을 한다던가 등의 행동을 하는 이유), 우리 개 기분 좋게 만드는 생활습관(개에게 자기만의 공간 만들어주기, 개집 안에 전용 화장실을 두지 마라 등등), 우리 개 스트레스 없이 키우는 비법(등 마사지 해주기! 다른 개와 어울리지 못할 때 대처하는 법, 스킨십으로 스트레스 풀어주는 법 등등), 전문가가 추천하는 놀이법(장바구니 물고 심부름하는 놀이법, 수영 즐기는 법, 애견 사진 멋지게 찍는 법 등등) 등의 내용이 아주 알차게 들어 있다.

 


평소에 이해하지 못했던 강아지의 행동들과, 평소에 잘못하고 있었던 나의 행동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살펴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사랑스런 강아지와 함께 할 것이기에 이제라도 이런 책을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이제 만년 초짜,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도 나는 아직 어설프다. 지금 반려견과 함께 하고 있는 사람, 또는 앞으로 강아지 식구와 함께할 계획인 사람들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사랑스런 우리 개들 스트레스 없이 잘 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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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종들 ㅣ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3
한 둥 지음, 김택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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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독종들...

눈길을 확 잡아 끄는 제목에다 표지를 장식한, 한눈에도 '악동'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세 명의 소년.

'아, 이 책 물건이겠다'는 생각에 당장 집어들게된 책이다.

 

한둥.

내가 아는 중국 작가라봐야 손에 꼽을 정도이고 보니, 역시 처음보는 이름인데, 저자 소개가 흥미로웠다.

'기성 문학계의 배타성과 보수성을 뛰어넘을 중국 문단의 이단아이자 새로운 가능성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중국 문단의 이단아...나도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더 끌리곤 한다. 그런 점에서 한둥의 소설을 만난 것은 내게 행운!

 

<독종들>은 장편소설이지만, 장편소설의 느낌보다는 크게 세 부분 정도로 나눠지는 중단편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먼저 전반 1/3쯤은 요절복통 이 '독종들'의 학교생활 이야기다.

(하필, 이 부분을 서울 오가는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지하철에서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결국은 큭큭 터져나오는 웃음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책으로 얼굴 가리고 잠시 웃음을 터뜨려주고...흠흠...)

주인공인 '나' 장짜오는 여덟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농촌으로 하방 되었다가, 6년 뒤 궁수이 현성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초급중학 2학년 1반에 들어가 '절친' 주훙쥔과 딩샤오하이(짐작건대, 이 세 사람이 표지의 모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대단한 악동 웨이둥 등을 만나게 된다.

'예 난쟁이' '류 노새' '양 뻐드렁니' '미친 닭발'...선생님들에게 감히 이런 별명을 지어줄 자 누구인가. 바로 '독종' 중의 '독종' 웨이둥이다. 별명 짓기의 달인 웨이둥은 '장난질'의 달인이기도 하다. '똥침'은 우리네도 어렸을 때 많이 쳤던 장난이지만, '방귀 잡기' '방귀 빌리기'같은 놀이는 도대체! 한바탕 그들의 방귀 놀이를 훔쳐보며 나도 동참해 보고 싶은 생각이 슬그머니 들기도...비록 얄밉게, 때론 도가 지나치게 온갖 악동짓 다하고 다니는 웨이둥이지만(주훙쥔 앞에서는 꼼짝 못하지만!) 그가 있었기에 그들의 학창시절을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재미나게 써내려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바탕 신나게 악동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뒤에는 인물에 따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거지 장신성과 가난한 집의 장남 딩샤오하이, '나'의 아버지, '나'의 미술 선생님 리춘과 런간쯔, 그리고 '세상에 이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주훙쥔과의 추억담 등. '나'가 들려주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얼씨구나~'하며 따라 읽다가, 이제 1978년부터 2005년까지 시대별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 친구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누군가는 이 세상을 떠났고(그 중에는 꽤나 가슴 아픈 죽음도 있었다! 물론 모든 죽음은 다 슬프긴 하지만...), 누군가는 가난에서 탈출해 큰 돈을 거머쥐었다가 다시금 쇠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누군가는 갑자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되기도 하고...인간사 부침이 이 짧은 글 속에서 다 보여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표지 속 세 모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나는 정말 이 세 친구의 모습이 참 부럽다.

"너,외,계,인,한,테,납,치,당,하,고,싶,지,않,냐,고?"

"그,러,고,싶,어,당,연,히,그,러,고,싶,어!"

그렇게 함께 '납치의 희망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릴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정말 멋진 '청춘'이 아니었을까.

나와 함께 그런 파란 시절 이야기를 그려냈었던 친구들이 무척 보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마지막 사족. 역시, 역사 공부는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라, 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책으로 하는 게 나에게 잘 맞는다. 뭐, 역사 소설은 아니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중국 현대사를 소설 속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맛 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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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영화배우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지음, 정지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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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섹시한 표정의 마릴린 먼로가 독자들을 한껏 유혹하고 있는 이 책, 표지부터 심상치 않았다. 책등에는 도도한 오드리 헵번의 사진이 귀여운 사이즈로 실려있다.(말이 '귀여운 사이즈'이지, 책등이 이렇게 사진을 실을 수 있을만큼 두껍다는 얘기!)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보는 순간, 늘 내가 "오드리~!"라고 불렀던 친구가 생각났다. 고등학교도 같이 다니고 대학도 2년 정도 같이 다녔던 친구인데, 외모가 오드리 헵번 판박이였다. 이 친구를 보자마자 "오드리다!"라고 외치곤 그 후 함께 학교를 다닌 내내 내게 그녀는 '오드리'였다. (못 본지 10년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은데...보고싶어 오드리!!)

 

책등에 실린 오드리 헵번의 사진 때문에 나는 어떤 배우를 떠올리기 전에 친구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 책장을 넘겼을 때는 조금 당황했다. 으응? 흑백사진. 게다가 내가 아는 배우는 하나도 없군. 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후루루 넘겨 보는데 그제서야 연도별로 분류되어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제일 첫 장에 실린 배우는 자그만치 1868년에 태어나 1946년에 사망한(우리 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조지 알리스였다. 나는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지 않기에 영화배우에 관해서도 무지한 터라 앞부분에 실린 배우들은 거의 알 수가 없었다. 아, 그 옛날에는 이런 배우가 있었고, 이런 영화들이 있었구나, 하고 내가 모르는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배우 한 명당 한 페이지씩, 조금 더 비중있는 배우는 2~3페이지에 걸쳐 소개가 되어 있는데, 본명과 출생사망 시기, 스타성 등이 소개 되어 있고, 그들의 출연작들이 함께 실려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개글이 참 재미있었다. 짧은 글이지만 그들의 출연작에 관한 설명은 물론 배우가 된 계기가 실려있기도 하고 영화 외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기도 하다. 그리고 배우들이 남긴 말이 한 마디씩 따옴표에 담겨져 크게 표시되어 있는데, 가히 명언이라 할 만한 말들도 많았다. ("인생을 어렵게 만들지 말라. 그저 주어진 멜로디를 연주하라. 가능한 한 단순하게."-재키 글리슨, "예술가는 많은 것들을 시도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과감히 실패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존 카사베츠, 등과 같은 글귀이다.)

 

236페이지에 실린 비비안 리의 사진을 보니 또 고교 시절의 추억이 한 자락 떠오른다. 1학년 때였던가 시험에 중국의 유일한 여성 황제의 이름을 묻는 주관식 문제가 있었다. 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바로 이름을 묻는 문제.(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름 외루는 건 젬병이다.) 빈 칸 네 개가 주어졌지만 그때는 그 이름 '측천무후'가 죽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내가 빈 칸에 채워넣은 그 찬란한 이름, 바로 '비비안리'... 시험에서 빈칸은 절대 남기지 않는 스타일인지라 아무거나 적고 보자고 그렇게 적었던 것인데, 나는 그 일로 인해서 내 생애 처음으로 교무실로 불려가고 말았다. 황당한 표정의 선생님 앞에서 당황한 내가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 놓고 있는데,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근데 왜 하필 비비안 리냐? 비비안 리가 중국사람이냐?" ... "이씨잖아요. 비비안 '리'..." 어이 없어 하시던 선생님 표정이 떠오를 듯 하다.(죄송했어요!) 추억 속의 그녀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아마 영화 마니아들이라면 나보다 훨씬 많은 추억 여행들을 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한 권쯤 꼭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 한 번씩 궁금해지는 배우들을 찾아볼 수 있는 책, 가히 영화배우 '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책을 만나서 참 좋다. 아,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501명의 배우들 중에 한국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일본이나 중국 배우들은 적지 않게 눈에 띄는데 그 속에서 한국 배우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스타들도 이런 책에 이름 올릴 날이 왔으면 좋겠다.(지금도 충분히 그럴 만한 배우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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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바람이 되다 - 집시처럼 떠돈 289일, 8만 3000Km 아메리카 유랑기
김창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여행의 계절을 보내면서 많은 여행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나도 적지 않은 여행서를 접하고 있다.

허나 이 책 <길 위의 바람이 되다>는 '여행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뭔가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 마음 속 책꽂이에서도 여느 여행서들과는 다른 한 켠에 자리한 이 책은, 책 표지에도 쓰인 '유랑기'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책이다. 정처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닌 이야기. 이는 여행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전적인 의미만 봐도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인데, 이 책의 저자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 것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한 것이 아니라 '정처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닌'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길 위의 바람이 되어, 불고 싶은 방향으로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돌았다.

 

20년 가까이 신문기자 생활을 했던 저자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역마살을 어찌하지 못하고 '이국의 하늘 아래서 죽음을 맞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2006년 8월,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이미 2000년부터 6년을 미국에서 보낸 뒤였지만, 이번의 미국행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소망했던 '떠돌이'가 되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깨달음을 갖고 돌아오라'는 아내의 당부에 '그냥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오는 걸로 만족해달라'며 떠난 길이었다. 이번 여행길에서 그와 함께 한 것은 그의 발이 되어주고 잠자리가 되어주고 보호막이 되어준 미니밴 한 대와 약간의 짐과 지도 한 장이 전부였다. 그가 챙겨간 것은 그 정도뿐이었지만, 실상 그와 함께한 것은 미국이란 대륙의 광활한 대자연이었다. 미국의 산과 들과 물과 바람과 바위가 그와 함께 했다.

 

2006년 늦여름 샌타바버라에서 출발한 저자의 '유랑'은 2007년 초여름 시애틀에서 막을 내렸다. 장장 289일 동안 거대한 미국 대륙의 이곳 저곳을 열심히 떠돌았다. 어느 한 곳에 오래 머물러 구경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저 열심히 내달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함께 속도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감을 중시하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일정을 하루 이틀 줄이는 데 있지 않다. 먼 여행길에서 옷깃을 스치듯 나눈 인연에 더 많은 여운이 있고 더 많은 얘기가 자리잡듯이, 가벼운 만남이 불러오는 끝없는 상상을 즐기고 싶은 게 내가 속도를 내는 이유다.' 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광들이 주는 무한한 상상. 바로 그 상상을 즐겼던 것이다. 또한 '차창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즐기고, 콘크리트 구조물이 가득한 도시보다는 자연에 훨씬 애착을 느끼는' 스타일은 나와도 잘 맞아 나는 저자와 함께하는 이번 미국 여행길이 별 다섯 개도 부족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자이언캐니언의 천지개벽을 연상케하는 아침 풍경, 수피리어 호수의 안온한 일출, 빠져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마이애미의 비췻빛 바다, 미시시피 강의 동서로 펼쳐진 대평원, 사람의 존재를 모래 한알과 같이 만들어버리는 콜로라도 고원...책 속의 사진 한 장과 몇 줄의 글로 만나는 모습들이었지만 내 가슴에는 내내 가벼운 흥분이 일었다.

  

내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I ♡ NY'이라는 이미지로 대표되는 거대한 도시 뉴욕이었다. 미국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어 떠오르는 것도 많지 않지만 그 외에 연상되는 것도 전부 고층빌딩 숲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대도시의 모습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면서 아메리카 대륙이 품고 있는 대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바로 이것이 미국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던 '미국=I♡NY'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장엄한 대자연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었다. 내가 미국을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이 책 속에 나와있는 것 같은 대자연의 이미지를 느끼러 가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나도 저자처럼 열심히 달려야지. 그리고 그 짧은 만남이 주는 무한한 상상 속으로 빠져보고 싶다.

 

* 책 속 밑줄 긋기.

 

- 세상은 때때로 넋을 놓고 봐야 아름답다. (p.28)

- 산에서 내려다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런 세상을 한동안 보고 있노라면 이번에는 내가 달라진다. 한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면 세상도 세상일 터다. 그렇다면 변한 것은 애초부터 세상이 아니고 나였을 것이다. (p.107)

- 세상에 안 미친 사람이 어디 있나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미쳐서 살지요. (p.112)

- 고향, 내 것, 우리 것은 절실한 것이다. 마이너리티라면 특히 사무치게 그리운 대상이기도 하다. 집을 떠나와 밖으로만 나돌면서 문득문득 그런 것들이 떠오를 때면 뼛속이 다 시린 듯 절절한 심정이었으니까. (p.131)

- 나의 존재를 한없이 가볍게 한 것은 아마도 억겁의 땅이 가진 심원한 무게였을 것이다. ... 콜로라도 고원에서 사람의 존재는 바위 꼭대기에 앉아 있는 모래 한알쯤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한순간 존재하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져서 이런저런 원소들로 낱낱이 분해돼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게 유기물의 한계이고 보면, 모래 한알만도 못한 게 인생사인지도 모른다. (p.284)

- 현실은 때때로 꿈의 천적이다. 단 한 번의 망치질로 꿈을 산산조각 내는 힘이 있다.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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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우산을 펼치다 - 세상으로의 외침, 젊은 부부의 나눔 여행기!
최안희 지음 / 에이지21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인도. 이 나라가 내 마음 속에 깊이 각인 되었던 것은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만나면서였다. 그 책을 만나면서 '인도'라는 나라는 내가 살면서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고, 그래서 해마다 여행서를 볼 때마다 인도에 관한 책이 거의 빠지질 않는다. 꼭 가보고 싶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 인도, 이 나라가 올해는 <마음속 우산을 펼치다>라는 책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던 날 밤, 마침 창 밖에 빗소리가 들려왔다. 타탁타탁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도 저자와 함께 내 마음속의 우산을 펴들고 인도의 어느 거리로 발을 내딛었다. 마치 저자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듯 진솔하고 꾸밈없는 이야기들에 마음이 금세 편안해지며,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고민들도 다 사라지고 그대로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은 무척 따뜻했다. 저자 최안희 부부의 따뜻한 마음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자꾸 사슴 밥을 사라며 귀찮게 구는 아이를 떨궈내기 위해 사진을 찍어주었다가 무척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후에 인도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보며, 언젠가 내가 폴로라이드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가고 싶어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처럼 사진이 일상화 되지 않은 그 사람들에게는 사진 한 장도 정말 소중한 인생의 추억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언젠가 인도에서 사이클릭샤를 너무 저렴한 가격에 탄 게 마음에 걸려서 꼭 갚고 싶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다시 찾아간 인도에서 사이클릭샤를 탔는데, 예순도 넘어보이는 릭샤꾼이 안쓰러워보여서 남편이 대신 자전거를 끌고 릭샤꾼을 뒤에 태우고 달렸다는 이야기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릭샤 삯도 충분히 드리고 사진까지 찍어 건네드리고는 그제서야 몇 년 전의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 부부. 이렇게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인도 이야기가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 모른다.

 

내 마음에 인도를 품은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가보질 못했다. 아마 아키오가 이런 나를 본다면 "아직도?"라고 놀라며 말하겠지... 저자가 인도 전통 악기 타블라를 배우려고 마음 먹었다가 계속 미루기만 했는데, 몇 달 뒤에 타블라를 멋지게 연주하는 아키오를 보며 타블라를 사기로 마음 먹고 아키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델리에 가면 타블라 살까 고민 중이에요." 그때 아키오의 반응이 바로 이것이었다. "아직도?" 이 짧은 대화가 내 마음 속에 찌릿한 전류를 흘려주었다. '아직도!' 나는 정말 '아직도' 고민만 하고 행동에 못 옮기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10년 전부터 꿈꾸어 왔던 인도 여행을 포함해서 말이다. 아키오와 나와의 대화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나 피아노를 배울까 생각중이에요." "아직도?"(이 일 역시 10년 넘게 '아직도'이다..) "나 수영 배울까하는데.." "아직도?"(이것도 재작년부터 '아직도'...) 이제는 '아직도'를 버리고 그 동안 꿈꾸어 왔던 일들을 '드디어!' 행동에 옮기도록 해봐야겠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인도 여행, 가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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