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종들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3
한 둥 지음, 김택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독종들...

눈길을 확 잡아 끄는 제목에다 표지를 장식한, 한눈에도 '악동'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세 명의 소년.

'아, 이 책 물건이겠다'는 생각에 당장 집어들게된 책이다.

 

한둥.

내가 아는 중국 작가라봐야 손에 꼽을 정도이고 보니, 역시 처음보는 이름인데, 저자 소개가 흥미로웠다.

'기성 문학계의 배타성과 보수성을 뛰어넘을 중국 문단의 이단아이자 새로운 가능성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중국 문단의 이단아...나도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더 끌리곤 한다. 그런 점에서 한둥의 소설을 만난 것은 내게 행운!

 

<독종들>은 장편소설이지만, 장편소설의 느낌보다는 크게 세 부분 정도로 나눠지는 중단편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먼저 전반 1/3쯤은 요절복통 이 '독종들'의 학교생활 이야기다.

(하필, 이 부분을 서울 오가는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지하철에서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결국은 큭큭 터져나오는 웃음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책으로 얼굴 가리고 잠시 웃음을 터뜨려주고...흠흠...)

주인공인 '나' 장짜오는 여덟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농촌으로 하방 되었다가, 6년 뒤 궁수이 현성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초급중학 2학년 1반에 들어가 '절친' 주훙쥔과 딩샤오하이(짐작건대, 이 세 사람이 표지의 모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대단한 악동 웨이둥 등을 만나게 된다.

'예 난쟁이' '류 노새' '양 뻐드렁니' '미친 닭발'...선생님들에게 감히 이런 별명을 지어줄 자 누구인가. 바로 '독종' 중의 '독종' 웨이둥이다. 별명 짓기의 달인 웨이둥은 '장난질'의 달인이기도 하다. '똥침'은 우리네도 어렸을 때 많이 쳤던 장난이지만, '방귀 잡기' '방귀 빌리기'같은 놀이는 도대체! 한바탕 그들의 방귀 놀이를 훔쳐보며 나도 동참해 보고 싶은 생각이 슬그머니 들기도...비록 얄밉게, 때론 도가 지나치게 온갖 악동짓 다하고 다니는 웨이둥이지만(주훙쥔 앞에서는 꼼짝 못하지만!) 그가 있었기에 그들의 학창시절을 그렇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재미나게 써내려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바탕 신나게 악동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뒤에는 인물에 따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거지 장신성과 가난한 집의 장남 딩샤오하이, '나'의 아버지, '나'의 미술 선생님 리춘과 런간쯔, 그리고 '세상에 이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주훙쥔과의 추억담 등. '나'가 들려주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얼씨구나~'하며 따라 읽다가, 이제 1978년부터 2005년까지 시대별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 친구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누군가는 이 세상을 떠났고(그 중에는 꽤나 가슴 아픈 죽음도 있었다! 물론 모든 죽음은 다 슬프긴 하지만...), 누군가는 가난에서 탈출해 큰 돈을 거머쥐었다가 다시금 쇠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누군가는 갑자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되기도 하고...인간사 부침이 이 짧은 글 속에서 다 보여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표지 속 세 모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나는 정말 이 세 친구의 모습이 참 부럽다.

"너,외,계,인,한,테,납,치,당,하,고,싶,지,않,냐,고?"

"그,러,고,싶,어,당,연,히,그,러,고,싶,어!"

그렇게 함께 '납치의 희망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릴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정말 멋진 '청춘'이 아니었을까.

나와 함께 그런 파란 시절 이야기를 그려냈었던 친구들이 무척 보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마지막 사족. 역시, 역사 공부는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라, 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책으로 하는 게 나에게 잘 맞는다. 뭐, 역사 소설은 아니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중국 현대사를 소설 속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맛 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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