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영화배우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지음, 정지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섹시한 표정의 마릴린 먼로가 독자들을 한껏 유혹하고 있는 이 책, 표지부터 심상치 않았다. 책등에는 도도한 오드리 헵번의 사진이 귀여운 사이즈로 실려있다.(말이 '귀여운 사이즈'이지, 책등이 이렇게 사진을 실을 수 있을만큼 두껍다는 얘기!)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보는 순간, 늘 내가 "오드리~!"라고 불렀던 친구가 생각났다. 고등학교도 같이 다니고 대학도 2년 정도 같이 다녔던 친구인데, 외모가 오드리 헵번 판박이였다. 이 친구를 보자마자 "오드리다!"라고 외치곤 그 후 함께 학교를 다닌 내내 내게 그녀는 '오드리'였다. (못 본지 10년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은데...보고싶어 오드리!!)

 

책등에 실린 오드리 헵번의 사진 때문에 나는 어떤 배우를 떠올리기 전에 친구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 책장을 넘겼을 때는 조금 당황했다. 으응? 흑백사진. 게다가 내가 아는 배우는 하나도 없군. 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후루루 넘겨 보는데 그제서야 연도별로 분류되어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제일 첫 장에 실린 배우는 자그만치 1868년에 태어나 1946년에 사망한(우리 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조지 알리스였다. 나는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지 않기에 영화배우에 관해서도 무지한 터라 앞부분에 실린 배우들은 거의 알 수가 없었다. 아, 그 옛날에는 이런 배우가 있었고, 이런 영화들이 있었구나, 하고 내가 모르는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배우 한 명당 한 페이지씩, 조금 더 비중있는 배우는 2~3페이지에 걸쳐 소개가 되어 있는데, 본명과 출생사망 시기, 스타성 등이 소개 되어 있고, 그들의 출연작들이 함께 실려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개글이 참 재미있었다. 짧은 글이지만 그들의 출연작에 관한 설명은 물론 배우가 된 계기가 실려있기도 하고 영화 외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기도 하다. 그리고 배우들이 남긴 말이 한 마디씩 따옴표에 담겨져 크게 표시되어 있는데, 가히 명언이라 할 만한 말들도 많았다. ("인생을 어렵게 만들지 말라. 그저 주어진 멜로디를 연주하라. 가능한 한 단순하게."-재키 글리슨, "예술가는 많은 것들을 시도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과감히 실패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존 카사베츠, 등과 같은 글귀이다.)

 

236페이지에 실린 비비안 리의 사진을 보니 또 고교 시절의 추억이 한 자락 떠오른다. 1학년 때였던가 시험에 중국의 유일한 여성 황제의 이름을 묻는 주관식 문제가 있었다. 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바로 이름을 묻는 문제.(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름 외루는 건 젬병이다.) 빈 칸 네 개가 주어졌지만 그때는 그 이름 '측천무후'가 죽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내가 빈 칸에 채워넣은 그 찬란한 이름, 바로 '비비안리'... 시험에서 빈칸은 절대 남기지 않는 스타일인지라 아무거나 적고 보자고 그렇게 적었던 것인데, 나는 그 일로 인해서 내 생애 처음으로 교무실로 불려가고 말았다. 황당한 표정의 선생님 앞에서 당황한 내가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 놓고 있는데,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근데 왜 하필 비비안 리냐? 비비안 리가 중국사람이냐?" ... "이씨잖아요. 비비안 '리'..." 어이 없어 하시던 선생님 표정이 떠오를 듯 하다.(죄송했어요!) 추억 속의 그녀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아마 영화 마니아들이라면 나보다 훨씬 많은 추억 여행들을 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한 권쯤 꼭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 한 번씩 궁금해지는 배우들을 찾아볼 수 있는 책, 가히 영화배우 '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책을 만나서 참 좋다. 아,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501명의 배우들 중에 한국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일본이나 중국 배우들은 적지 않게 눈에 띄는데 그 속에서 한국 배우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스타들도 이런 책에 이름 올릴 날이 왔으면 좋겠다.(지금도 충분히 그럴 만한 배우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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