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을 응원할게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 3
쿠르트 회르텐후버 지음, 코니 볼프 그림 / 꽃삽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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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뜬금없이 나를 눈물 짓게 만드는 단어가 몇 있다.

그 중 1순위는, 아마도 '엄마'라는 단어.

왜인지 모르게, 엄마라는 단어는 그 단어를 입 밖에 내어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눈물을 흘리게 만들곤 한다.

그 다음은, 바로 '꿈'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가 듣고 눈물을 흘리는 노래도 구구절절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노래가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노래다.

('거위의 꿈'이나, '넌 할 수 있어', '&design' 같은 노래들은, 조금 흥얼거려보다가 그만 눈물을 주룩주룩...)

 

이 책 제목에, 당연히 마음이 끌렸지만, 동시에 당혹감도 느꼈다.

난 무엇을 응원받아야 하지?

예전에 위의 노래들을 부르며, 내 가슴속에 간직한 꿈을 떠올리고 가슴이 벅차거나 힘이 솟곤 했는데,

지금 문득 내 꿈을 응원해준다는 책 제목을 보면서는, 그만 머릿속이 흐려진 까닭이었다.

늘 또렷한 이미지로 간직하고 있던 내 꿈이, 어느틈엔가 이렇게나 흐려져 있었다.

아니, 이제는 그게 정말 내 꿈이었나 싶기도 하다.

꿈을 이룰 수 없는 것보다 더 지독한 것은, 목숨 걸고 이루고자 하는 꿈이 없는 거다.

 

그렇게 조금은 심란하고 슬픈 마음으로, 꼬마천사가 들려주는 '행복의 끈' 이야기를 따라갔다.

이번에 꼬마천사가 지구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자 한 것은,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법, 꿈을 이루는 법이었다.

꼬마천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실 우리들이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다.

웃는 마음으로 삶을 대해라,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해라, 실패를 두려워마라, 마음속 꿈에 귀를 기울여라, 그 꿈을 생생하게 그려라,……

다른 자기개발서를 통해서도 숱하게 접해본 내용이고, 성공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성공과 행복의 비결 등에서도 자주 만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천하고 있지 않은.

 

누군가가 자기개발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나 떠들어대는 책,이라고 말하는 걸 본 적 있다.

나도 한때 자기개발서를 좋아하여 많이 읽어봤지만, 사실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나도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기개발서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이니만큼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기개발서를 열 권을 읽으면 뭐하고 백 권을 읽으면 뭐할 것인가. 다 아는 내용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실천은 하지 않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아직 그 '누구나 아는 그런 이야기'를 모를 때에 그 이야기를 들려 줄 자기개발서 한 권과, 그 책에서 얻은 내용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력이다.

그런 행동력이 흐릿해지거나 부족할 때는, 두 권이고 세 권이고, 비슷한 내용의 책을 반복해 읽으며 자극을 받고 채찍질 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꼬마천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간단명료하다.

시간에 쫓기며 책 읽기 힘든 사람들도 잠깐 시간을 내면 꼬마천사가 들려주는 이 성공의 '시크릿'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 등의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의 핵심이 바로 이 책 속의 이야기이다.)

 

아직도 내 머릿속의, 가슴속의 꿈은 안개에 싸인 듯 희미하다.

조만간 내 마음속에 쉼표를 찍고 차분하고 진지하게 내 마음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마음속 꿈에 귀를 기울여 봐.

이게 바로 삶의 행복을 위한 아주 중요한 끈이야.

이루고 싶은 삶의 꿈을 마음속에 그려 봐.

되도록 아름답고 화려하게.

그것을 진짜처럼 느끼면서 냄새도 맡고 맛도 볼 수 있게 될 만큼.

마음에서 우러나온 꿈이라면 절대 버리지 마.

처음에는 조금 터무니없거나이루기 힘들 것같이 보여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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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결국엔 보통의 존재로밖엔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관한 정보를 찾던 중에 이런 문장을 만났다. 

우리 모두는 결국 보통의 존재... 

이 한 문장에, 책을 읽기도 전부터 그만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 책, 꼭 읽어야겠다! 

 이런 멋진 추천사도 함께라니~! ^^ 

 

지구라는 별에 잠시 들른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오래 머물 줄이야. 처음에는 복이 참 많아서 이렇게 멋진 별에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빛이 그늘을 만들 듯, 기쁨이 슬픔을 낳고 행복이 고통을 불러오리라는 건 전혀 모르던 시절의 일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석원 씨의 말처럼 보통의 존재가 되어갔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점점 줄어든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는 단 하나만을 원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으로 사랑받는 일. 석원 씨의 글을 읽으니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겠다. 덕분에 우리는 나날이 외로워진다. 우린 참 비뚤어지기 쉽게 태어났다. 그래도 지구라서 다행이다. 화성도, 금성도 아니고. 지구라는 별에서 외로울 수 있어서. 어쨌든 여기엔 노래도 있고, 글도 있으니까. 당신이 노래 부를 때는 그 노래를 듣고, 글을 썼을 때는 그 글을 읽을 수 있으니까.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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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고양이 -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녹스 사진, 사라 닐리 글, 한희선 옮김 / 예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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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하세요?

 

아, 정말 예쁜 고양이 사진집을 만났다.

평소에 외출을 별로 안 하다보니, 온라인 서점을 애용하고, 오프라인 서점은 1년에 몇 번 갈까말까인데,

추석 때 만난 친구와 들른 서점에서, 이 책에 파악 꽂혀버렸다.

온라인 서점이었으면, 사진집 같은 건 지나쳤을 거다.

그날도, 서점에서 한참 이 책을 들여다보며, 조금 망설였다.

책 속 사진은 정말정말 예쁘지만, 글이 조금밖에 없다보니, 평소 사진집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던 탓이다.

서서 이 책을 몇 번 넘겨보면서, 결국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아 데리고 왔다.

아, 잘했군, 잘했어!

요즘 이 고양이 사진들 덕분에,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간질간질 해질 수 있었다.

 

우리 동네에도 '길냥이'들이 많이 산다.

언젠가는 이제 겨우 젖을 뗐을 것 같은 아가를 겨우 구슬려서(아가지만, 경계심 만큼은 여느 길냥이 만큼...)

우리 집에 데리고 와 며칠 보살핀 뒤 잘 키워주겠다는 분께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어렸을 때, 집에서 고양이를 몇 번 키우기도 했고,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보니, 지나가다 길냥이를 만나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춰진다.

하지만, 자기 앞에 멈추는 나를 발견하면 후다닥 도망가고 마는 아이들.

가끔 멀찍이서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어 보기도 하지만, 그 아이들을 찍는 건 여간 힘들지 않다.

사람들이 그 아이들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걸까? 사람을 향한 경계심은 그 아이들의 발톱만큼 날카롭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속 아이들이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방랑 고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렌즈를 향한 아이들의 눈빛에 적대심이나 경계심 같은 건 조금도 담겨져 있지 않다.

오히려, 마치 제 주인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뛰어노는 것 같거나, 한없이 평온한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들이다.

어떤 사진들은, 렌즈 너머에 있을 사람의 눈동자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예쁘게 찍어주실 거죠?" 라고 하는 걸까?

 

사진집 맨 뒷부분에 십여 페이지 가량 실린 글을 읽어보면서, 이 고양이들이 '길냥이' 같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이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민 사람은, 나처럼 지나가다 호기심에 그들 앞에 멈춘 사람이 아니라,

그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관심과 사랑을 나눠준,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진이 더욱 따스하고 정다워보인다.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 생긴 신뢰가, 사진에도 그대로 드러난 것일테지.

 

처음에는 글이 많지 않아 구입을 망설였지만, 나중에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며, 오히려 글이 적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설명글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사진으로만 감상을 하니, 내 감정과 느낌에 충만할 수 있었다.

내키면, 사진 속 고양이들에게 상상의 말풍선을 달아주고, 내 맘대로 대화도 시도해보고 말이다.

예쁜 사진은 보고 또 봐도 좋고, 볼 때마다 내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요즘, 이 아이들의 사진이, 가라앉은 내 마음을 살금살금 간질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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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창비시선 211
이면우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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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공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면우 시인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라는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내가 울었을 밤에, 함께 울었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렇게 만나게 된 이면우 시인의 시집을 읽노라니, 이런 말 아직 어울리지 않는 나이이지만,

자꾸, 지나온 삶이 되돌아봐졌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있을 나이의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51년 생 시인. 지천명에 삶을 돌아다보는 시들이, 이립의 내 마음에도 이렇게 와 닿을 줄이야.

내 마음은 벌써 몇 십년 뒤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인지.

 

 

  서른 전, 꼭 되짚어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론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여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쯤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 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 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번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턴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오늘, 쉰이 되었다' 전문)

 

 

생의 북쪽에 와 있는 것만 같은 내 마음에, 언젠가 북쪽에도 눈 녹고 꽃 필 날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해 주는 목소리에 가만히 힘을 얻어본다.(누구라도 자기 안에 북쪽을 지니고 간다 좀 더디지만 북쪽에 쌓인 눈도 때 되면 녹고 꽃은 한꺼번에 붉고 푸른 빛을 몰아 터뜨리기도 했다. _ '생의 북쪽'에서) 

내 삶도 하나의 왕국, 아름다움을 가진 왕국, 그러니 한껏 자신을 즐겨야지. 나도 한 아름다운 왕국의 주인임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글에 삶은 조금 더 힘차진다.(생은 하나씩 왕국이다/모든 왕국의 아름다움을 나는 믿는다 언젠가/여름 풀숲 고슴도치 한껏 자신을 즐기는 걸 보았다 _ '골짜기의 포장도로'에서)

 

어쩌면, 밤은,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이 있어서 더 밤다운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어딘가 메말라 보일지도.

환한 햇빛 아래 힘겹게 감춰온 눈물을, 밤이라면, 그 어둠의 두께로 다 감싸안아 줄 것 같다.

그러니, 밤에는 맘 놓고 울자.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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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달래는 순서 창비시선 296
김경미 지음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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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 만남에도 시절 인연이 있다는 걸 굳게 믿는다.

이 시집을, 지금 이 가을, 이런 시간에 만나게 된 것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금이 아니어도, 충분히 내 마음을 흔들고 달래주었을 시집이지만, 지금 이 시집은 내게 최상의 '약효'를 발휘한다.

 

고통을 달래는 순서,라니. 그 순서가 궁금했다.

잠깐, 그 전에,

고통이, 달래지는 것이던가?

육체적인 고통이든, 정신적인 고통이든, 내 과거 경험들을 비추어 봤을 때 말이다.

 

그렇지. 고통을 달래는 데는, '순서란 없다 견딘다'.

 

육체적 고통을 겪는 데 있어서라면, 그 고통을 견디는 데 있어서라면, (안타깝게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을, 한 여인에 대한 글이 떠올랐다.

그녀는 '고통을 참는다'는 멕시코 말 '아구안타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1925년 12월 5일 일기에는 '유일한 희소식은 이제 내가 참는 데 익숙해졌다는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_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 중에서...

갑자기 이 글이 떠오른 건, '유일한 희소식은 이제 내가 참는 데 익숙해졌다는 것이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고통은, 어떻게 해도 달래지지 않는다, 그저 참고 참고 또 참고, 그렇게 견디어 내는 것일 뿐.

 

이 시집은, 나의 고통을, 혹은 누군가의 고통을 공유하고 함께 견디어 준다.

나의 아픔은, 누군가가 내밀어 준 한 알의 아스피린보다는, 나도 같은 고통 안고 있다, 혹은 네가 그런 고통을 안고 있구나, 공유하고 이해해주는 것으로 더 견딜만 해진다.

 

이 시집이, 지금 나를 만나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된 까닭은,

요즘 나를 괴롭히는 마음의 고통들이 이 시집안에 공유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시 구절구절에 빨간 밑줄을 두 번이나 긋고 별표를 그려넣을 정도로,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내 마음과 같은 상황이 담겨 있는 시집이라니, 어찌 아니 사랑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시집에는, 내가 처한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시들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내가 읽기에는, 그 시들이 더욱 구구절절이 다가왔을 뿐.

다음에 다시 읽을 때는, 이 시집의 다른 시들에 밑줄을 그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밑줄 그은 문장들을 보며, 내 마음 유난히 시리게 했던 이 가을을 떠올리겠지.

그때 '매일의 행복과 항복 사이'에 나는 잘 견뎌내었다고, 그리고 그때 이 시집이 내밀어준 손길이 유난히 따스했었다고 말이다.

 

 

다정한 모임 속 네가 갑자기 내 머리에 못을 박았다

그 대못 얼버무리려 괜한 웃음을 웃느라

이마와 코가 헐거워졌다,

너무 가깝거나 멀어 몹쓸

사이도 아닌데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낙담시키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는데도 뺨으로 눈썹이 흘러내렸다

나는 확실히

사람과 잘 안 맞아 어떻게 사람이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죽은 척하는 순간

고양이가 내 두 손을 지목한다



 

_ '그날의 배경' 중에서

 

 

  내 사랑의 겉묘엔 선혈의 망치못들, 잔디떼의 잔못질들 그 속 반달의 흙뚜껑 들솟도록 너무 많이 죽거나 너무 많이 죽인 나와 당신의 시신들 여전히 푸르고 성성하니 고르지 못한 처신과 처사들 사이 못질 좋은 모서리들 가득한데 나 하나 걸어둘 대못 하나 아직 단단치 못한 나는 마냥 쓸모없는 인간 같아요 위로나 두둔 따위 마세요 알지도 못하면서 어느덧 오늘도 귀신이 나타난다는 자정이다 잊고 싶지 않은 일들 벽에 못질해두는 일 따위

 

  이젠 하지 않지만

 

_ '잘 모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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