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창비시선 211
이면우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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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공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면우 시인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라는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내가 울었을 밤에, 함께 울었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렇게 만나게 된 이면우 시인의 시집을 읽노라니, 이런 말 아직 어울리지 않는 나이이지만,

자꾸, 지나온 삶이 되돌아봐졌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있을 나이의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51년 생 시인. 지천명에 삶을 돌아다보는 시들이, 이립의 내 마음에도 이렇게 와 닿을 줄이야.

내 마음은 벌써 몇 십년 뒤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인지.

 

 

  서른 전, 꼭 되짚어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론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여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쯤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 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 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번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턴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오늘, 쉰이 되었다' 전문)

 

 

생의 북쪽에 와 있는 것만 같은 내 마음에, 언젠가 북쪽에도 눈 녹고 꽃 필 날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해 주는 목소리에 가만히 힘을 얻어본다.(누구라도 자기 안에 북쪽을 지니고 간다 좀 더디지만 북쪽에 쌓인 눈도 때 되면 녹고 꽃은 한꺼번에 붉고 푸른 빛을 몰아 터뜨리기도 했다. _ '생의 북쪽'에서) 

내 삶도 하나의 왕국, 아름다움을 가진 왕국, 그러니 한껏 자신을 즐겨야지. 나도 한 아름다운 왕국의 주인임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글에 삶은 조금 더 힘차진다.(생은 하나씩 왕국이다/모든 왕국의 아름다움을 나는 믿는다 언젠가/여름 풀숲 고슴도치 한껏 자신을 즐기는 걸 보았다 _ '골짜기의 포장도로'에서)

 

어쩌면, 밤은,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이 있어서 더 밤다운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어딘가 메말라 보일지도.

환한 햇빛 아래 힘겹게 감춰온 눈물을, 밤이라면, 그 어둠의 두께로 다 감싸안아 줄 것 같다.

그러니, 밤에는 맘 놓고 울자.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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