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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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에 읽은 두 권의 책 중 한 권이 고종석의 책이었다.

부끄럽지만, 고백컨대 (일단 변명부터 붙이고) 소설만 지독하게 편애하는 나는 고종석의 책을 처음 만나본 거였다.

1일에 펼쳐 들었던 책은 <코드 훔치기>였는데, 반쯤 읽다가 잠시 다른 책을 읽느라 아직 다 읽지 못했다.

그러고는 그 뒤에 잡은 이 책, <고종석의 여자들>을 먼저 완독했다.

연초부터 소설도 아닌, 슬쩍 넘겨만 봐도 어려워보이는 그 책을 읽겠다고 펼쳐든건 저자 이름 때문이었다.

작년에 친구로부터 "아, 고종석 너무 좋아!"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던 게 생각나서.

그러니까 내가 소설, 시, 에세이를 벗어나서 평소에 감히 눈도 안 돌리던 쪽에 슬쩍 눈길을 기울인 건 순전히 친구의 '고종석 사랑' 덕분이다. 고맙다, 친구야. 덕분에 올해는 연초부터 별식을 즐기는구나!

 

이 책도 역시 고종석의 책이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다.

또 한번 고백하자면, 지난해 내 독서 목록은 편식의 끝을 달려 소설, 시, 에세이가 95%쯤 차지한 듯 싶다.

그나마 조금 벗어난 거라면 사진집 정도?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이런 책(? 어떤 책? 아무튼 소설, 시, 에세이가 아닌 이런 책!)을 읽어봤다.

<코드 훔치기>를 읽을 때부터 뇌의 움직임이 평소와 다른 게 느껴질 정도였다.

잔뜩 긴장하고, 낯선 단어단어들에 주눅도 들며,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면서도 어쩐지 흥미진진하여 쉬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평소의 책 읽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책 읽기.

(그래서 이 책 리뷰를 쓴다고 페이지를 열어 놓고도 책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고 평소와는 다른 책 읽기에서 받은 신선한 긴장을 줄줄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흠흠)

 

이 책에는 모두 서른네 명의 여자가 등장하는데 국내외를 막론하여 역사적 인물도 있고,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도 있고, 현존하는 소설가나 정치가도 있다. 지은이가 편애하는 여인들이라고 보면 될까? 그 서른네 명의 리스트부터 흥미진진하다.

일단 나는 저자 고종석을 전혀 모르므로, 그 여인들에 대하여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무척 궁금했는데,

단순히 한 여인의 일생을 소개하고 거기에 간단한 에피소드를 곁들이는 식의 글이 아니었다.

(모르긴 해도, 아마 고종석의 글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단순한 글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 같다.)

그 여인들을 만나는 데는 역사, 문화, 문학 등이 배경 장면이 되어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그 서른네 명의 여인들 대다수가 내게 낯선 인물이므로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 역시 대부분은 '새로운 세계'.

이 책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 두 가지는, 친구가 어째서 '아, 고종석 너무 좋아!'라는 문자 메시지를 내게 보냈는지를 알 것 같았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는 편식에서 벗어나 이런 책(!) 좀 많이 읽어야겠다는 것.

아무래도 평소에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었다보니, '제대로'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리뷰 남기기도 참 힘들다.

정말 무식이 통통 튀는 내 모습을 까발려내는 것 같은 시간인데, 흠흠, 어찌되었든, 이 책을 계기로 올해는 편식에서 벗어나야겠다!

(정말, 책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결론이다. 참, 나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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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현주 지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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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렴. 사람은 어떤 과제를 안고 살아가느냐가 그 과제를 풀었느냐 풀지 못했느냐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36)

 

 

이 책에는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아이들이 과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현주 할아버지'가 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궁금한 점을 아이들이 물어보면 지은이가 정말 할아버지처럼, 자신의 손자 손녀에게 이야기 하듯이 따뜻하고 정감있고 애정 넘치는 대답을 해준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때론 엉뚱하고, 때론 진지하고, 때론 천진난만한 질문에 할아버지가 어떤 대답을 해줄지 궁금해하며 그 대답을 열심히 읽었는데, 한참을 읽다보니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의 대답이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나온 그 질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어렸을 때는 마음속에 어떤 고민을 안고 자랐던가?

나는 어려서부터 호기심 많은 아이는 아니었다. 그러니 질문도 많지 않았고, 그렇다고 무언가 진지한 고민거리를 가슴에 품었던 기억도 없다. 내 머리는 늘 공상과 상상으로만 바빴다.

이 책에서 아이들이 묻고 있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마음이란 무엇인지, 사람들은 왜 오해를 하는지, 성공이란 무엇인지, 세상의 끝은 무엇인지, 그런 고민들은 글쎄 사춘기 이후에 머리가 좀 굵어진 뒤에 하지 않았을까.(사실 그런 고민도 별로 해 본 기억이 없다.)

이 책에 질문을 보낸 아이들의 정확한 연령은 모르겠으나 (느낌상 초등학생~중학생 쯤인데) 아이들이 참 조숙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 질문을 품고 있는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뭐가 되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아이들의 질문에 감탄하면서 아이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사는지 궁금해하느라 새벽 늦도록 마지막 질문까지 다 읽고서야 책을 덮었다.

 

나는 지금도 이 아이들만큼의 진지한 고민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살고 있다.

고민은 머리 아픈 것,이라고 되도록 고민할 일 같은 것은 무시하거나 피해버리곤 하는 내가 이 아이들에게서 '고민하기'를 배웠다.

그래서 아이들의 고민이 해답을 얻었는가 얻지 못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고민하는 자세, 그 자체가 훌륭하고 아름다우므로.

마음속에 그런 과제를 안고 사는 아이들은 삶을 대하는 자세도 더욱더 진지하고 깊이 있을 것으므로.

그리고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아이들이 그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길을 이끌어주는 할아버지의 대답이, 이 책에 들어 있다.

진지한 자세로 삶을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또 그런 아이들의 질문과 마주했을 때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는지도 배울 수 있는 참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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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남콩녀 - 홍콩 여자 홍콩 남자의 남 눈치 안 보고 사는 즐거운 인생
경정아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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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연말에 대만 홍콩 마카오 등지를 놓고 여행 상품권을 골라본 적이 있다.

거의 대만 행 패키지를 예약하는가 싶다가 늘 그렇듯이 '사정'이 생겨서 작년에도 그만 국경을 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창 여행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던 때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콩남콩녀'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에 그냥 지나치려다가 '홍콩'이라는 단어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그러니까 '콩남콩녀'라는 건 홍콩 남자 홍콩 여자의 줄임말이렸다.

(떠나진 못했지만) 최종 여행지를 대만으로 고르긴 했더라도 홍콩 역시 이 겨울 내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 도시였기에 이 책, 만나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서야 알았는데, '콩녀' '콩남'이라는 건 한때 우리나라에도 유행했던 단어인 '된장녀' '된장남'과 의미가 통하는 홍콩의 신조어라 한다. 콩녀는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돈이면 만사 OK라는 삶의 철학으로 살아가는 젊은 여성을 일컫는 속된 말'이라고 저자가 그 의미를 소개해 주었다.

그러니까 '콩남콩녀'라는 이 책의 제목을 우리식으로 바꾸자면 '된장남 된장녀' 쯤 되는 셈이다. 만약에 내게 홍콩인 친구가 있다면 선뜻 보여주기 힘들 제목이겠구나는 생각이 문득.

 

이 책의 저자는 남들 다 부러워하는 직장을 버리고 여행을 떠났다가 홍콩에 터를 잡고 현재 홍콩교민신문사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무척이나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이력'의 소유자인 저자에게 먼저 경의를 표했다.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포기하고 떠날 수 있는 용기. 기껏 3박 4일의 패키지 여행도 선뜻 가지 못하는 나에게는 쥐꼬리 만큼도 없는 그 '용기'. 그래서 나는 늘 모든 여행자를 존경한다.

 

이 책은 여행서라기 보다는 홍콩에 관한 편안하고 가벼운 보고서(?)라고 하면 좀 더 어울리려나?

저자가 홍콩교민신문사의 기자로 일하면서 홍콩에 머무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토대로 홍콩의 요모조모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제목에서처럼 홍콩 젊은 남녀의 삶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홍콩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양조위든 애프터눈티든 쇼핑이든 무엇이든) 별다른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편안하게 이야기해준다.

편안하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자 어쩌면 단점일지도 모르겠다.

장점이라면 부담없이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기 때문이겠고,

단점이라면 (이게 '편안함'과 상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자주 눈에 띄는 오탈자와 어색한 문장이 자꾸 책읽기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뭐 이 책이 문학책도 아니고 어떤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책도 아닌, 편안하게 읽으면 그뿐인 책이니, 뭐 이런 책에서까지 굳이 오탈자와 문장 오류를 꼬집느냐고, 되레 나를 탓한데도 할 말은 없지만, 다만 나의 책 읽기 스타일이 그런 걸 어쩌겠나. 평소에 소설책도 스토리보다는 문장 위주로 볼 때가 많고, 그러지 않으려 해도 자꾸 눈에 들어오는 오탈자에 집중력이 흐려지곤 하는 내 독서 스타일에는 그런 점에서 잘 맞지 않는 책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그런 아쉬움은 뒤로 하고,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내가 처음 만나본 홍콩에 관한 책이었다.

지리적으로도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어렸을 때 홍콩 영화도 자주 봤고, 또 내 전공언어인 중국어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인데, 그곳에 관한 책 한 권 본 적이 없다니. 내심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래서 더욱 열심히 저자가 들려주는 홍콩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홍콩 사람들의 결혼 풍습, 생활 곳곳에서 풍수를 중시하는 모습, 태풍 경보에 따른 대피 모습, 주말이면 센트럴 일대를 전세내는 '언니들'의 정체 등등 짧은 여행으로는 체험하기 힘들 홍콩의 속살을 한 겹 한 겹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자가 극찬한 에그타르트와 밀크티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아아 당장이라도 홍콩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에 군침만 삼켰다.

(역시 여행을 향한 가장 강렬한 유혹 중 하나는 먹을 것! 언젠가는 음식 여행을 꼬옥 떠나리라, 다시 한번 다짐!)

 

언제쯤에야 한번 저자가 소개해 준 홍콩의 모습을 직접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용기 내어 떠날 날이 오겠지. 비록 그게 홍콩이 아니더라도. 그 어디라도.

연초부터 또 한번 여행을 향한 꿈을 불태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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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 나를 바꾸는 아침
사토 덴 지음, 위귀정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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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일찍'부터 잠이 왔다.

12시 무렵이었으니 새나라의 어른들은 잠자리에 들 시간이겠지만,

올빼미 중에서도 상 올빼미인지라 나에게 12시 취침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2시에 자건 3시에 자건 5시에 자건 아침 기상 시간은 '해가 중천'이므로, 일찍 자면 잘수록 손해보는 느낌이다.

그러다 문득, 칠전팔기로도 모자라 한 십칠전십팔기쯤 혹은 그 이상 시도해보고 때려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가 살살 당겼다.

아아, 어떻게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침의 그 상쾌한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 상념에 다시 젖어볼 수 있을까, 거의 잠의 경계선까지 다가간 머리로 몽롱하게 생각하다가 문득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 책이 생각났다.

벌떡 일어나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이 뭔가 자극이 되어 줄 거야! 적어도 내일 아침만은 일찍 일어날 수 있겠지! 라는, 십팔전십구기를 향한 믿음을 가지고...

 

책은 굉장히 얇고 부담없이 술술 읽힌다.

한 30분 정도 걸려 다 읽은 것 같다.

그런데 그 30분 투자할 시간에 그냥 잘 걸 그랬다는 생각도 조금 든다.

전에도 아침 햇살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라고 나에게 자극을 줄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일찍 일어났는지 어쨌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적어도 아침 시간의 소중함은 절실히 깨닫고 아침 시간을 더욱더 갈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도 책에게서 자극을 좀 받아볼까 생각했던 건데, '해가 중천'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나에게 정말이지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동기부여가 거의 안 되었다는 것.

어젯밤에 읽었는데 오늘 벌써 생각나는 내용의 거의 없다.

책을 살짝 뒤적여 보자면,

'아침에 꿈을 소리내어 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소제목의 글이 있었는데,

사실 이건 아침이건 낮이건 밤이건 그냥 '꿈을 소리내어 말하면 이루어진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도 오랫동안 꿈을 말하고 다닌 덕분에, 꿈을 이룬 적도 있고 말이다. 물론 아침에는 한 번도 꿈을 말해본 적이 없다. 난 자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굳이 아침이 아니더라도 꿈은 소리내어 말하면 이루어진다고요,라고 작가에게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침 일기'를 쓰라는 글에서는 좀 솔깃했는데, 일기라면 당연히 밤에 쓰는 것으로 생각이 되어온 사람들에게 '아침 일기(미래 일기)'를 쓰라고만 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주지 않아 좀 아쉬웠다. 미래 일기,니까 오늘 나는 뭘 할 것이다, 하는 내용을 쓰라는 건가? 정 쓰고 싶으면 내가 인터넷 검색해보고 써야겠다. 아, <아침 일기의 기적>이라는 책으로 자세한 내용이 출간되었단다. 그렇군.

 

비록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 각각 한 가지씩 나를 변화시킨 내용은 실제로 있었다.

세수하면서 꿈을 소리내어 말하라고 하기에 어젯밤에 실천에 옮겼다.(물론 이 책에서는 아침에 그러라고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주먹을 쥐는 동작으로 (아가들 죔죔 하듯이) 심장이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에 급작스런 자극을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오늘 아침에 잠결에 열심히 죔죔죔 했다. 가볍게 세 번, 조금 세게 세 번, 아주 세게 세 번.(손톱 깎아야겠더라.)

 

이번 책에서 별다른 자극을 받지 못한 것은,

어쩌면 왕년에 자기계발서를 많이 봐서 이미 내성이 생긴 탓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다고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은 내 모습이 살짝 우습기도 하다.

어쨌든 모든 것은 자기 의지에 달린 일.

나는 지금 심각한 의지 박약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멍청한 원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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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포스터 작가정신 청소년문학 1
케이 기본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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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어느 나라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만 18세(성인)가 되면 자신의 이름을 직접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마음에 들면 쭈욱 쓰면 되는 거고, 그러지 않으면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이름을 지을 수 있다는 것.(그런데 그런 나라가 실제로 있는지는 아직 확인 못 했다. 사실, 내 기억으로는 말이다...미국이었다. 흠.)

그 얘기를 듣고 우리나라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내가 성인이 되면 그런 법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부러움과 희망을 가져본 적이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초등학교 시절 들은 그 이야기가 종종 생각나며, 나도 내 이름의 주인된 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여 내 맘대로 이름을 좀 바꿔볼 수 없을까, 생각하곤 했다.

이름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버린 건(그렇다, 지금은 내 이름 석자를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불과 몇 년 전이었다.

나는 이제서야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딱히 그런 건 아니었는데, 이름을 바꾼다는 그 행위와 내 운명을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었던 게 그 원인이었던 듯 하다.

그러니까 이름을 바꾸면 운명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말이다.

정말로 이름을 바꿔 운명이 바뀐다면, 그래서 좀 더 나은 운명으로 간다면 무척이나 복된 일이겠으나, 혹시 돌팔이 작명가라도 만나 내 인생 개털되는 이름이라도 만나게 되면 어쩐단 말인가. 로또 한 장에 운을 걸어보는 담도 없는데, 내 이름에 운명을 걸어보는 모험을 할 수 있는 내가 절대로 아니었다.

그래, 이 이름도 지금까지 내게 그리 힘든 삶은 가져다 주지 않았다. 이렇다 할 사고 한 번 난 적 없고, 크게 아픈 적도 없고, 중국어로 '마마후후(그저그런)'한 삶 정도는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이름인가 보다, 그저 부르기 예쁘지 않아서 그렇지.

난 그렇게 새 이름을 향한 갈망과 작별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름을 바꾸고 싶어하던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그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주인공 이름 때문이었다.

사실 주인공의 이름에 대해서 책에 비중있게 나오는 건 아닌데, 나는 '엘렌 포스터' 그 중에서 '포스터'라는 성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깊게 와 닿았다. 원래 자신의 성은 아니지만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성 '포스터'. 엘렌은 원래 자신의 성(이 무엇이었더라?)을 버리고 포스터라는 성을 선택하고 포스터 가를 찾아가 그 집의 구성원이 된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스스로의 운명을 찾아나서 일구어낸 것이다. 엘렌이 '엘렌 포스터'가 되기까지는 그녀 앞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로 감히 엘렌 포스터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다 그러려니 덮어버리기는 좀 미안할 정도다.

아침 잠 하나 극복하지 못하는 나에게, 엘렌의, 이름을 바꾸는 그 행동력은 무척이나 큰 울림을 안겨주었다.

 

문득 <만약에 말이지>라는 책이 생각난다.

그 책의 주인공도 이름을 바꾼다. 어느날 우연히 일어난 사건 때문에, just in case,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이름을 저스틴 케이스로 바꾸고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한 사내 아이의 이야기가 나오는 책이다.

문득 이 두 책의, 이름까지 바꿔가며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소년소녀 이야기가 내 가슴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다시, 작명소 찾을 생각에 심장이 간질간질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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