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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남콩녀 - 홍콩 여자 홍콩 남자의 남 눈치 안 보고 사는 즐거운 인생
경정아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 연말에 대만 홍콩 마카오 등지를 놓고 여행 상품권을 골라본 적이 있다.
거의 대만 행 패키지를 예약하는가 싶다가 늘 그렇듯이 '사정'이 생겨서 작년에도 그만 국경을 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창 여행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던 때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콩남콩녀'라는 우스꽝스러운 제목에 그냥 지나치려다가 '홍콩'이라는 단어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그러니까 '콩남콩녀'라는 건 홍콩 남자 홍콩 여자의 줄임말이렸다.
(떠나진 못했지만) 최종 여행지를 대만으로 고르긴 했더라도 홍콩 역시 이 겨울 내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 도시였기에 이 책, 만나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서야 알았는데, '콩녀' '콩남'이라는 건 한때 우리나라에도 유행했던 단어인 '된장녀' '된장남'과 의미가 통하는 홍콩의 신조어라 한다. 콩녀는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돈이면 만사 OK라는 삶의 철학으로 살아가는 젊은 여성을 일컫는 속된 말'이라고 저자가 그 의미를 소개해 주었다.
그러니까 '콩남콩녀'라는 이 책의 제목을 우리식으로 바꾸자면 '된장남 된장녀' 쯤 되는 셈이다. 만약에 내게 홍콩인 친구가 있다면 선뜻 보여주기 힘들 제목이겠구나는 생각이 문득.
이 책의 저자는 남들 다 부러워하는 직장을 버리고 여행을 떠났다가 홍콩에 터를 잡고 현재 홍콩교민신문사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무척이나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이력'의 소유자인 저자에게 먼저 경의를 표했다.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포기하고 떠날 수 있는 용기. 기껏 3박 4일의 패키지 여행도 선뜻 가지 못하는 나에게는 쥐꼬리 만큼도 없는 그 '용기'. 그래서 나는 늘 모든 여행자를 존경한다.
이 책은 여행서라기 보다는 홍콩에 관한 편안하고 가벼운 보고서(?)라고 하면 좀 더 어울리려나?
저자가 홍콩교민신문사의 기자로 일하면서 홍콩에 머무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토대로 홍콩의 요모조모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제목에서처럼 홍콩 젊은 남녀의 삶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홍콩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양조위든 애프터눈티든 쇼핑이든 무엇이든) 별다른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편안하게 이야기해준다.
편안하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자 어쩌면 단점일지도 모르겠다.
장점이라면 부담없이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기 때문이겠고,
단점이라면 (이게 '편안함'과 상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자주 눈에 띄는 오탈자와 어색한 문장이 자꾸 책읽기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뭐 이 책이 문학책도 아니고 어떤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책도 아닌, 편안하게 읽으면 그뿐인 책이니, 뭐 이런 책에서까지 굳이 오탈자와 문장 오류를 꼬집느냐고, 되레 나를 탓한데도 할 말은 없지만, 다만 나의 책 읽기 스타일이 그런 걸 어쩌겠나. 평소에 소설책도 스토리보다는 문장 위주로 볼 때가 많고, 그러지 않으려 해도 자꾸 눈에 들어오는 오탈자에 집중력이 흐려지곤 하는 내 독서 스타일에는 그런 점에서 잘 맞지 않는 책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그런 아쉬움은 뒤로 하고,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내가 처음 만나본 홍콩에 관한 책이었다.
지리적으로도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어렸을 때 홍콩 영화도 자주 봤고, 또 내 전공언어인 중국어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인데, 그곳에 관한 책 한 권 본 적이 없다니. 내심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래서 더욱 열심히 저자가 들려주는 홍콩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홍콩 사람들의 결혼 풍습, 생활 곳곳에서 풍수를 중시하는 모습, 태풍 경보에 따른 대피 모습, 주말이면 센트럴 일대를 전세내는 '언니들'의 정체 등등 짧은 여행으로는 체험하기 힘들 홍콩의 속살을 한 겹 한 겹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자가 극찬한 에그타르트와 밀크티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아아 당장이라도 홍콩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에 군침만 삼켰다.
(역시 여행을 향한 가장 강렬한 유혹 중 하나는 먹을 것! 언젠가는 음식 여행을 꼬옥 떠나리라, 다시 한번 다짐!)
언제쯤에야 한번 저자가 소개해 준 홍콩의 모습을 직접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용기 내어 떠날 날이 오겠지. 비록 그게 홍콩이 아니더라도. 그 어디라도.
연초부터 또 한번 여행을 향한 꿈을 불태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