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현주 지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알아두렴. 사람은 어떤 과제를 안고 살아가느냐가 그 과제를 풀었느냐 풀지 못했느냐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36)

 

 

이 책에는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아이들이 과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현주 할아버지'가 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궁금한 점을 아이들이 물어보면 지은이가 정말 할아버지처럼, 자신의 손자 손녀에게 이야기 하듯이 따뜻하고 정감있고 애정 넘치는 대답을 해준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때론 엉뚱하고, 때론 진지하고, 때론 천진난만한 질문에 할아버지가 어떤 대답을 해줄지 궁금해하며 그 대답을 열심히 읽었는데, 한참을 읽다보니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의 대답이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나온 그 질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어렸을 때는 마음속에 어떤 고민을 안고 자랐던가?

나는 어려서부터 호기심 많은 아이는 아니었다. 그러니 질문도 많지 않았고, 그렇다고 무언가 진지한 고민거리를 가슴에 품었던 기억도 없다. 내 머리는 늘 공상과 상상으로만 바빴다.

이 책에서 아이들이 묻고 있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마음이란 무엇인지, 사람들은 왜 오해를 하는지, 성공이란 무엇인지, 세상의 끝은 무엇인지, 그런 고민들은 글쎄 사춘기 이후에 머리가 좀 굵어진 뒤에 하지 않았을까.(사실 그런 고민도 별로 해 본 기억이 없다.)

이 책에 질문을 보낸 아이들의 정확한 연령은 모르겠으나 (느낌상 초등학생~중학생 쯤인데) 아이들이 참 조숙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 질문을 품고 있는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뭐가 되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아이들의 질문에 감탄하면서 아이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사는지 궁금해하느라 새벽 늦도록 마지막 질문까지 다 읽고서야 책을 덮었다.

 

나는 지금도 이 아이들만큼의 진지한 고민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살고 있다.

고민은 머리 아픈 것,이라고 되도록 고민할 일 같은 것은 무시하거나 피해버리곤 하는 내가 이 아이들에게서 '고민하기'를 배웠다.

그래서 아이들의 고민이 해답을 얻었는가 얻지 못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고민하는 자세, 그 자체가 훌륭하고 아름다우므로.

마음속에 그런 과제를 안고 사는 아이들은 삶을 대하는 자세도 더욱더 진지하고 깊이 있을 것으므로.

그리고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아이들이 그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길을 이끌어주는 할아버지의 대답이, 이 책에 들어 있다.

진지한 자세로 삶을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또 그런 아이들의 질문과 마주했을 때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는지도 배울 수 있는 참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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