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 잡지 『풋,』에 연재되었던 김연수 작가의 장편소설 『원더보이』가 드디어 예약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반.드.시.

기.필.코.

기.어.이.

절.대.로.

 

예약 구매를 해야 하는 까닭은(;;;;;)

 

김연수 미니 칼럼집 『김연수 欄』 증정!!!!

 

 

 

『읽Go, 듣Go, 달린다』 때의 마음 고생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독자라면, 예약 판매 기간 놓치지 마세요~!

(이번 미니 칼럼집도 역시 예약 구매 한정판이라고 합니다요!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아!! -_-+)

 

 

 

 

“나는 글을 쓰게 되어 있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김연수’라는 소설가에게 이제 다른 수식어는 불필요해 보인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글을 쓰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글을 쓰면서 살게 되어 있는 소설가 김연수가 『밤은 노래한다』(2008) 이후 사 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2008년 봄에 청소년문예지 『풋,』에 연재하기 시작해 끝을 비워놓은 상태로 연재를 끝냈던 『원더보이』가 연재를 중단한 지, 꼭 이 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원더보이』는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되기로 한 것처럼 스스로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어른들도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알게 된다. 우주에 이토록 많은 별이 있는데도 우리의 밤이 이다지도 어두운 것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서로를 껴안은 우리의 몸이 그토록 뜨거운 것은 “그때 우리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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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2-0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연수를 제대로 읽어 본 적도 없으면서 김연수가 별로 일까요???ㅠㅠ
이참에 정말 김연수를 집어들어야 할까요???

원주 2012-02-01 14:1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작가 있어요.^^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데도 왠지 별로여서 읽지 않게 되는... 그러면 그냥 아직은 나랑 인연이 아닌가보다, 생각하고 그 작가와의 만남은 나중을 기약하곤 해요. 인연이 있으면, 읽게 될 테니까요! ^^
츄츄 님과 김연수 작가님과의 인연도 언젠가는 예쁘게 열리길 바랄게요~!^^*
 
중국 만세! - 중국식 사회주의의 위대함을 보라
장리자 지음, 송기정 옮김 / 현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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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여름에 『山楂树之恋(산사나무 아래)』를 읽은 이후 문화대혁명 직후 중국 사회, 아니 이를 겪어낸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이 무척 궁금했다.

문화대혁명에 관한 책을 한 권 구입해 읽어보려 했으나, 첫 장부터 머리를 아프게 하는 내용들에 몇 장 읽지도 못한 채 내팽겨친 지 어언 몇 달.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책 첫 시작이 1980년이다. 문화대혁명은 1976년에 끝났다 하니, 내가 읽고 싶은 시대는 제대로 찾은 셈.

책을 여는 첫 이야기는 엄마가 다니던 공장을 주인공이 이어 받아 다니게 되는 딩즈(頂職, 부모가 퇴직하면 부모의 직장을 자녀가 물려받는 것). 내가 궁금하던 소재의 이야기까지 제대로 찾았다!

530여쪽에 달하는 책이었지만 어찌나 흥미진진하게 읽히던지 이틀 밤 동안 다 읽어내렸다. 노동자에서 국제적 저널리스트가 된 지은이가 자신의 노동자 시절 이야기를 기록한 이 책은 전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들에 초점을 많이 맞춤으로써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딱 내가 찾던, 내가 읽고 싶던 책이었다는 말씀!

 

지은이는 착실히 학교 잘 다니며 영어 공부를 하던 1980년 겨울에 엄마로부터 자신의 뒤를 이어 노동자가 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지만 지은이에게는 '협박'에 가까운 '제안')을 받는다. 물론 거절했지만, 그 집이나 우리 집이나 '부모 이기는 자식'은 없는 모양으로(세상에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던데, 세상이야 어찌 되었든 아무튼 '부모 이기는 자식' 없는 집도 많긴 많을 테다, 라는 잡설 추가), 어쨌든 기자를 꿈꾸던 소녀는 그렇게 학교를 떠나 공장으로 가 노동자가 된다. 공장에서 업무에는 착실했을지 모르나 하지 말라는 짓도 참 많이 했는데, 그 이야기들이 이 책의 중심 이야깃거리이다. 역시 하지 말라는 짓 하는 얘기는 재밌다. 몰래 숨어 영어 공부 하고, 몰래 연애 하고, 심지어는 한밤중의 공장에서 애인과 운우지정을 나누거나(!), 유부남 애인을 만들어 정부(情婦)가 되기도 하고, 복장 단속에 걸릴 법한 옷차림을 하고, 노동자들을 이끌어 학생 운동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여하튼, 파란만장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해 전에 읽은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이라는 책이 자주 떠올랐다. 평양사범대 교수였다가 탈북해 미국에 정착한 한 교수가 북한 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낱낱이 보여준 책으로 기억하는데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놀라움이 이 책을 읽는 중에도 자주 나타났다. 정말 그 사회 속에서 살아보지 않았으면 짐작도 못 해볼, 상상도 못 해볼 그런 삶을, 나는 (다행스럽게도!) 책을 통해서만 만나고 놀라움을 느낄 뿐. 그러고 보니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과 함께, 두 권 모두 추천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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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군대의 장군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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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만 책을 골랐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책. 죽음, 군대, 장군, 제목에 쓰인 세 단어가 모두 나의 흥미를 전혀 끌지 못하는 책이었다. '이런' 제목인데도 굳이 이 책이 끌렸던 건, 이 책을 읽은 어떤 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고 싶어졌다'고 한 말 때문이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출간 한 달밖에 안 된 신간인데! 단 한 권의 만남으로 그 작가의 책을 모두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면 역시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받아보고서야 알바니아 출신 작가의 책임을 알았다. 책 뒤표지에는 이런 문구.

 

우리는 『죽은 군대의 장군』을 통해 알바니아에 고귀한 문학적 전통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발칸반도의 '문학 대사' 이스마일 카다레, 그의 문학의 서막을 연 첫 장편소설.

 

'알바니아'라는 나라 이름 때문에 나는 '책탑'을 이룬 신간 중에서도 이 책을 좀 더 일찍 집어들게 되었다. 얼른 읽고 동생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알바니아라는 나라를 알게 된 건, 2003년이었다. 당시 중국에 있던 나는 알바니아로부터 날아온 편지를 여러 통 받았고, 나 또한 발신인에는 중국 주소를, 수신인에는 알바니아 주소를 적어 넣은 편지를 꽤 여러 통 보냈다. 알바니아는 내 동생이 일 년 가까이 머물렀던 곳이다. 나는 '알바니아' 하면 그때 주고받았던 편지들과 나는 짐작도 못할 어떤 풍경 속에서 지냈을 동생이 떠오른다. 내가 머물렀던 어떤 곳들 못지 않게 내 안에 친근함으로 자리한 나라, 알바니아. 그리고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만나게 된 알바니아 소설이다! 읽기도 전부터, 나는 이 책에 정을 주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어느 '죽은 군대의 장군' 이야기이다. 내용을 알고 보니 딱 그 주인공을 묘사한 제목이지만, 내용을 알기 전에는 의아하기만 했던 제목. 죽은 군대의 장군이라니, 자기 군대를 모조리 적진에 버리고 홀로 도망친 장군 이야기라도 되는 걸까? 라고 잠깐 생각도.

 

지금 나는 죽은 자들로 이루어진 한 군대를 지휘하고 있다. 비닐 가방이 군복을 대신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테두리는 검고 흰 줄이 두 개 쳐진, 올림피아 사에서 특수 제작한 푸른 가방. 처음에는 관 몇 개가 전부였지만 차츰 중대와 대대가 형성되었고, 이제는 연대와 사단이 완성되어가고 있다. 비닐 가방에 든 일단의 군대가…… _ 156~157쪽

 

장군은 지금 이십 년 전, 전쟁의 포화 속에 목숨을 잃고 타국에 묻힌 자국 병사들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알바니아에 와 있다. 그러니까 '비닐 가방에 든 일단의 군대'는 그가 발굴해 내어 수습한 병사들의 유골이다. '올림피아 사에서 특수 제작한 푸른 가방' 속에 담긴 유골. 그리고 이 책은 장군이 '관 몇 개'에서부터 '일단의 군대'를 형성하기까지 유해를 수습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분위기는 대체로 무겁고 어둡지만, 무엇이 전조등처럼 끊임없이 이 책의 책장을 비추어 멈추지 않고 책의 마지막 장까지 달리도록 한다. 그 '무엇'은 나는 살면서 몇 번 떠올려보지 못했던,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낯선 땅 이곳저곳에 묻힌 우리 군인들의 유해이기도 했고, 이 책에 등장한, 곧 자국 대령의 손에 목숨을 잃을 한 탈영병의 일기장이기도 했고, 유해 발굴 작업을 마무리 짓기 직전에 맞닥뜨린 최대의 고비이기도 했으며, 이 책을 지배한 두 계절, 가을과 겨울의 스산함이기도 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비극적인 문학의 혈맥 가운데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작가에 대한 평을 읽고 조금쯤은 유쾌한 글을 기대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는 '유머러스'한 어떤 면을 거의 맛보지는 못했다.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할 수야 없겠습니다만." 나는 바로 이 때문에 작가의 다른 책들을 더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처녀작 이후 어떤 글들을 써내었는지 몹시 궁금해지는 작가라는 데 동의. 그리고 이 책 곳곳에 묘사된 알바니아 인들의 습성에 관한 부분들도 많은 흥미를 이끌어냈다. 이 책에서는 주로 무기와 전쟁에 관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지만 작가의 또다른 책을 통해 내게 마음만으로는 친근한 이 나라 알바니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아 적잖은 기대가 피어오른다.

 

 

책을 덮으며, 장군이 유해를 찾으러 떠나기 전 장군을 찾아온 노파의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간청을 드릴 테니," 노파가 말을 이었다. "부디 이 노인네의 아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봐주시겠소? 마지막 순간 누가 곁에 있었고 마실 거라도 주었는지,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_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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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군대의 장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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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만 책을 골랐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책. 죽음, 군대, 장군, 제목에 쓰인 세 단어가 모두 나의 흥미를 전혀 끌지 못하는 책이었다. '이런' 제목인데도 굳이 이 책이 끌렸던 건, 이 책을 읽은 어떤 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고 싶어졌다'고 한 말 때문이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출간 한 달밖에 안 된 신간인데! 단 한 권의 만남으로 그 작가의 책을 모두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면 역시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받아보고서야 알바니아 출신 작가의 책임을 알았다. 책 뒤표지에는 이런 문구.

 

우리는 『죽은 군대의 장군』을 통해 알바니아에 고귀한 문학적 전통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발칸반도의 '문학 대사' 이스마일 카다레, 그의 문학의 서막을 연 첫 장편소설.

 

'알바니아'라는 나라 이름 때문에 나는 '책탑'을 이룬 신간 중에서도 이 책을 좀 더 일찍 집어들게 되었다. 얼른 읽고 동생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알바니아라는 나라를 알게 된 건, 2003년이었다. 당시 중국에 있던 나는 알바니아로부터 날아온 편지를 여러 통 받았고, 나 또한 발신인에는 중국 주소를, 수신인에는 알바니아 주소를 적어 넣은 편지를 꽤 여러 통 보냈다. 알바니아는 내 동생이 일 년 가까이 머물렀던 곳이다. 나는 '알바니아' 하면 그때 주고받았던 편지들과 나는 짐작도 못할 어떤 풍경 속에서 지냈을 동생이 떠오른다. 내가 머물렀던 어떤 곳들 못지 않게 내 안에 친근함으로 자리한 나라, 알바니아. 그리고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만나게 된 알바니아 소설이다! 읽기도 전부터, 나는 이 책에 정을 주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어느 '죽은 군대의 장군' 이야기이다. 내용을 알고 보니 딱 그 주인공을 묘사한 제목이지만, 내용을 알기 전에는 의아하기만 했던 제목. 죽은 군대의 장군이라니, 자기 군대를 모조리 적진에 버리고 홀로 도망친 장군 이야기라도 되는 걸까? 라고 잠깐 생각도.

 

지금 나는 죽은 자들로 이루어진 한 군대를 지휘하고 있다. 비닐 가방이 군복을 대신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테두리는 검고 흰 줄이 두 개 쳐진, 올림피아 사에서 특수 제작한 푸른 가방. 처음에는 관 몇 개가 전부였지만 차츰 중대와 대대가 형성되었고, 이제는 연대와 사단이 완성되어가고 있다. 비닐 가방에 든 일단의 군대가…… _ 156~157쪽

 

장군은 지금 이십 년 전, 전쟁의 포화 속에 목숨을 잃고 타국에 묻힌 자국 병사들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알바니아에 와 있다. 그러니까 '비닐 가방에 든 일단의 군대'는 그가 발굴해 내어 수습한 병사들의 유골이다. '올림피아 사에서 특수 제작한 푸른 가방' 속에 담긴 유골. 그리고 이 책은 장군이 '관 몇 개'에서부터 '일단의 군대'를 형성하기까지 유해를 수습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분위기는 대체로 무겁고 어둡지만, 무엇이 전조등처럼 끊임없이 이 책의 책장을 비추어 멈추지 않고 책의 마지막 장까지 달리도록 한다. 그 '무엇'은 나는 살면서 몇 번 떠올려보지 못했던,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낯선 땅 이곳저곳에 묻힌 우리 군인들의 유해이기도 했고, 이 책에 등장한, 곧 자국 대령의 손에 목숨을 잃을 한 탈영병의 일기장이기도 했고, 유해 발굴 작업을 마무리 짓기 직전에 맞닥뜨린 최대의 고비이기도 했으며, 이 책을 지배한 두 계절, 가을과 겨울의 스산함이기도 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비극적인 문학의 혈맥 가운데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작가에 대한 평을 읽고 조금쯤은 유쾌한 글을 기대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는 '유머러스'한 어떤 면을 거의 맛보지는 못했다.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할 수야 없겠습니다만." 나는 바로 이 때문에 작가의 다른 책들을 더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처녀작 이후 어떤 글들을 써내었는지 몹시 궁금해지는 작가라는 데 동의. 그리고 이 책 곳곳에 묘사된 알바니아 인들의 습성에 관한 부분들도 많은 흥미를 이끌어냈다. 이 책에서는 주로 무기와 전쟁에 관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지만 작가의 또다른 책을 통해 내게 마음만으로는 친근한 이 나라 알바니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아 적잖은 기대가 피어오른다.

 

 

책을 덮으며, 장군이 유해를 찾으러 떠나기 전 장군을 찾아온 노파의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간청을 드릴 테니," 노파가 말을 이었다. "부디 이 노인네의 아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봐주시겠소? 마지막 순간 누가 곁에 있었고 마실 거라도 주었는지,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_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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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무어라 말하면 좋을까? 어느 신체 장애인의 눈물 겨운 성공담,이라고 한다면 이 책을 향한 모욕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이런 표현을 한 번 끄집어내어 본다. 왜냐하면, 그럴 거라 짐작하고 이 책을 읽지 않은 내가 있었으니까. 나는 이러저러하게 몸이 불편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나는 어려움을 딛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러니 당신도-사지육신 멀쩡한 당신도-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했고 (딱히 그런 책을 이전에 읽고 반감을 가진 적이 있는 것은 아닌데도) 무슨 심리인지 그렇다면 읽고 싶지 않았다. 어느 책 제목처럼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하는 이야기를 거부하는, 글쎄, 비뚤어진 심리?(저 제목의 책을 나쁘게 말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고, 그저 이 상황을 담을 제목을 빌려왔을 뿐.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언젠가 나의 힘이 바닥 났을 때 붙들 지푸라기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책장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있는 책이다.)

 

도대체 잣대가 어디 있고, 무엇이 잣대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떤 잣대 하나를 들고 '자, 나는 당신보다 이만큼 힘든 사람이다. 하지만 나도 해냈다. 그러니 당신도 해내길 바란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일단 비교하기 싫었고, 비교를 통해 내가 누군가보다 이런 점은 낫다는 것을 확인하며 쾌락 또는 안도를 느끼고 싶지 않았고, 비교를 통해서만이 나도 어느 부분쯤은 '괜찮은 인간'임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냥 나로서, 나의 가치를 찾아야 할 뿐이라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내게 바로 그 점을 일깨워주었다. 내가 나 자신으로서 나의 가치를 찾기를 말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가능성'이다. 내 안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해준 책.

 

책의 주인공은 자기 안의 가능성을 찾아낸 인물이고,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가능성으로 지금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삶-누구나가 바라 마지 않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자기 안의 가능성을 찾아내기 위해, 마지막 한계까지 발끝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 그 이야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빠져들었다.

 

그에게 그의 장애에 대해 한번 물어보라. 아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무슨 장애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장애를 가진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마음만 먹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걸요. 부모님은 저를 그렇게 키우셨습니다." _ 10쪽

 

패트릭 헨리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깨달은 사실은 아니었으나, 또 오랫동안 잊고 있다 새롭게 내 안에서 깨어난 가르침들. 나 또한 마음만 먹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존재일지도 모르며(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가 나를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 것이며), 내가 태어날 때 신이 내게도 무언가 능력 하나를 주셨을 것이며(설마, 하필, 내가 태어날 때만 깜빡 졸고 계시진 않았겠죠?), 내가 어디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알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말 것이며(포기하는 순간, 나는 내 한계를 스스로 한정 짓고 말 테니), 내 곁에는 이처럼 사랑 가득한 내 가족들이 늘 나를 응원하고 지켜주고 있으며(늘 잊고 살아 미안해요, 나의 가족들), 내가 나로 태어난 데는 나만의 어떤 소용이 있으리라는 것 등등. 때로는 '꾸짖음'으로 들리는 말들도 있었다. 패트릭 헨리가 나를 꾸짖은 게 아니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나 자신을 꾸짖는 소리들. '사랑의 매'보다 효과는 좋으면서 육체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것도 아니니(육체적 고통은 때로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나무 몽둥이'보다 나무에서 나온 종이로 만들어진 책이 훨씬 나은 '사랑의 매' 역할을 함을 새삼 깨닫기도.

 

나는 몇 번인가 부모님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걸을 수 없나요?"

화가 난 게 아니라 호기심 때문이었다.

"하느님은 우리를 모두 다르게 만드셨단다. 그래서 너도 다르게 만드셨을 뿐이야."

엄마는 늘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걸을 수 있어도 나처럼 피아노를 잘 치진 못한다는 말도 꼭 덧붙였다. 마치 하느님이 커다란 상자 속에 수많은 능력을 넣어두었다가 사람이 태어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나누어준다는 이야기 같았다. _ 118쪽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으로 시작되는 질문은 나도 나 스스로에게 많이 던져본 질문이다(대부분은 사춘기 때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다시 사춘기가 오려는지 원).그 질문들을 일일이 꺼내자면 끝도 없을 테고, 또 굳이 일부러 끄집어 내어 나의 못난 점을 하나하나 상기하며 얼굴에 그늘 드리울 필요는 없을 테니 생략하겠지만, '하느님' 곁의 커다란 상자가 머릿속에 그려지며 그 안에서 내가 태어나던 순간 꺼내 주었을 그 능력을 떠올려보며 조금쯤 가슴이 따듯해진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그 능력을 이미 발굴해놓고도 내가 아직 최선을 다해 내 한계까지 가보지 않아 이쯤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내가 내 능력 발굴에 너무 무심한 나머지 내 그 능력이 무엇인지 아직 찾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마음만 먹으면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해보고 싶도록 내 안에 불을 지펴준 이 책, 그리고 그 단어 '가능성'. 내 안의 가능성과 내가 다시금 마음 맞추도록 해 준 이 책을 읽은 이 시간이 참 귀중했다.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든든한 단어인 줄 미처 몰랐다.

 

나도, 가능성이다. 

 

 

 

'오늘'은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로 가득 차 있다. 자기 자신이 알든 모르든.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고유한 재능을 갖고 있다. 그 재능이 너무나 독특해서, 너무나 각양각색이라서, 자기 자신조차도 미처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나는 하느님이 내게 앞을 볼 수 없다는 '선물'을 주신 이유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내면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또 내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주신 이유는 내 능력을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고 믿는다. 그리고 내게 사랑 많은 가족을 주신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아낌없이 베풀며 축복을 나누게 하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_ 304~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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