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강아지 사랑으로 유명한 애견인 스타, '펫승아' 윤승아의 강아지책, 

『강아지야, 너 무슨 생각해?』 

 

출간 소식 접했을 때부터 무척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출간되는가보다!!

유튜브에 올라온 북트레일러 보다가, 눈물이 주루루룩....ㅜ_ㅜ

 

 

얼렁 집에 가서 몽이랑 부비부비 하고 싶다...

 

 

북트레일러 보기 _ http://youtu.be/HMabTV9Mf3Q

 

 

 

 

 

네가 말하지 못하는 너의 마음을

내가 들어줄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을까?

강아지야, 너 무슨 생각해?

 

*

 

아직도 초보 개엄마인 나의 곁에서

건강하게 또 밝게 함께

살아가는 너희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한마디뿐이야

 

"고마워"

 

*

 

가끔은 너희들 속마음도 모르고

말썽쟁이라며 엄마 말 안 듣는다며

무작정 혼내서 미안해, 아픈데 몰라줘서 미안해…

 

*

 

나의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 문득, 노라조 <멍멍이> 뮤직비디오 생각나네... 울 몽이 사진 나온 장면들~!

(노라조 <멍멍이> 뮤비는 요기 http://blog.naver.com/yuanzhou/130100187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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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사랑은 하늘가에 메아리로 흩어지고. 

ㅡ 할머니, 나 외로워. 

ㅡ 그 이름 입술마다 맴돌아서 아픈데.

ㅡ 할머니, 나 사랑만 받고 싶다고.

할머니는 아이스크림 막대를 흔들며 말했다.

ㅡ 이 버스 안에 자신이 외롭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ㅡ 몰라.

ㅡ 좋은 거야.

ㅡ 뭐가 좋아, 내 마음은 너덜너덜하고 내 눈은 짓물렀다고.

ㅡ 마음과 눈의 느낌을 아는 것. 그건 참 좋은 거야.

ㅡ 마음과 눈의 구성성분이나 요소 같은 것 말이야?

ㅡ 소중한 것을 잃고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느낌, 퉁퉁 부은 눈을 하고서도 '아무 일도 아니에요'라고 미소짓는 느낌, 저 멀리 언덕을 넘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손을 흔들며 나타날 것 같은 느낌, 그 사람이 웃어주는 것만으로 우주의 모든 애정을 받는 것 같은 느낌, 꼭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모아 밤새 태산이라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흠뻑 젖는 시절을 마음껏 누려야 돼.

 

 

 

_ 홍희정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이 책 내밀며 고백하고 싶어지는 제목...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

그래, 바쁘면 말고 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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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악착같이 해 보란 말이야." 

   고3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충고가 바로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하라는 것이었다. 아마 전국의 수험생들이 보편적으로 듣는 조언일 텐데, 사실 나는 왜 공부 따위를 죽지 않을 만큼이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의 우상 리엄 갤러거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난 내 인생의 어떤 면에서든 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지 않아. 뭣하러 그래? 왜 스스로에게 그렇게 가혹하게 구는 거지?

 

*

 

  내 마음은 여러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며 꽂아 놓은 바늘로 가득하다. 그 수많은 상처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건, 내게 상처를 준 이들이 그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상처를 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서 생긴 것들이다.

 

*

 

  윤리 시간에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라고 배웠다. 어느 인간도 방대한 우주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티끌만 보고 우주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피곤해졌다.

 

*

 

  우리는 열아홉이다. 젊다고 하기엔 어리고, 어리다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 세상이 너무 어둡고 축축해서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엔 누려 보지 못한 세상이 너무나 넓었고, 세상이 마냥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라고 여기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린 나이였다. 누가 뭐라든 우리는 열아홉이다. 어리석은 열아홉도, 철없는 열아홉도,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열아홉도 아닌 그냥 열아홉.

  시리지만 상쾌한 밤공기에 나는 옷깃을 여미었다.

  그래, 춥지 않다. 우리는 춥지 않다.

 

 

 

 

* "고등학교 2학년 때, 수업이 끝나면 저녁 먹고 야자 마치고 집에 와서 쓴 소설".

저자 소개의 이 문구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한 건,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 '어린' 나이에 쓴 소설이라는 게 놀라워서이기도 하고,

고등학생이 또래의 이야기를 써낸 소설이란 건, 이렇게 생생하게 펄떡펄떡 살아 있는 거로구나, 그 또한 놀라웠기 때문.

 

내가 읽어본 책들 중, '어린 작가' 하면 전아리 작가가 먼저 떠오르는데(이제 전아리 작가도 어리지 않네... 이 책을 쓴 최서경 작가보다 여덟 살이나 많다...) 전아리 작가의 책을 읽었을 때의 그 '경이'와는 또 다른 것이다.

 

 

청소년소설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청소년이겠구나, 하는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을 깨달으며,

몹시도 빨려들어가 읽었다.

 

 

 

* 그 또래 아이들의, 날것 그대로의 속마음이 담긴 소설이다.

어떤 교훈이나, 그럴 듯한 성장담 같은 게 담긴 건 아니다. 왠지, 그 느낌이 더 좋았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고서, '저 아이들은 지금 이런 마음으로 저 시기를 보내고 있겠군' 하고 섣불리 '아는 척'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 번만이라도, 들어봐 주길...

"도대체 왜 그래?" "이유가 뭐야?" "뭐가 불만이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봐." 듣겠다는 건지 윽박을 지르겠다는 건지 모를 그 입이 아니라,

가만히 그 마음을 들어줄 수 있는 귀를, 내밀어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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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16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착같이 해보란 말을 저 역시 참 많이도 들었는데 으레 그래야하는 줄 알았고 당연한 줄 알았어요. 물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고 해서 실제로 악착같이 뭔가 해본 적은 없지만요. 올려두신 인용문들을 보며 책을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특히나 두번째 인용문은 비단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니까요. 어른들에게도 해당하는 거니까요.

원주 2013-10-16 16:52   좋아요 0 | URL
저도요. 죽지 않을 만큼은 뭔가를 해봐야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는데(그렇다고 저 역시, 죽지 않을 만큼 뭔갈 악착같이 해본 건 딱히 아닌데...^^;),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아 정말, 왜 스스로에게 그렇게 가혹하게 굴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제가 귀가 얇기도 하지만, 죽지 않을 만큼만 해보라는 말보다, 나 자신에게 가혹하지 말자는 말이 더 끌려요...!

청소년 소설이지만, 청소년 졸업한 지 한참 오랜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무언가 가슴을 때리는 것들이 많았던...!
 
바나나 우유 - 그리움으로 찾아낸 50가지 음식의 기억
김주현 지음 / 앨리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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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가을비가 제법 힘 있게 창을 두드린다. 

2013년 9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맞으며, 가을비에 젖어드는 이 밤,

아빠는 낚시를 하러 친구 몇 분과 바닷가에 가셨고,

엄마는 "아빠 없으니까 잠이 안 오네" 하며 억지로 잠을 청하고 계시고,

언니는 큰딸 작은딸 소식을 연방 카톡으로 전해오고 있고,

여동생은 얼마 전에 태어난 셋째 아들이 아무래도 원빈을 닮았다며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고,

남동생은 친구들과 논다며 큼직한 가방을 둘러메고 나갔고,

몽은 얼마 전에 사준 '마약방석'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고,

나는, 노란 책 한 권이 불러온 상념에 잠겨 있다가,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 그대와 나의 '3층집', 그리고 '사남매' 이야기

 

이십여 년 전 그 옥탑 집에 살 때 계셨던 할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지 십 년이 가까워오고,

많은 가족 구성원이 새로이 생겨났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 아빠 엄마 언니 나 여동생 남동생, 일곱 명입니다."

일곱 가족의 이야기는, 그때 그 시절 속에 남겨둔 채, 이제는 '그리움'과 '추억'으로만 아련하다.

 

문득, 그 옥탑 집을 떠올리게 한 것은, 노란빛 바나나 우유였다.

빙그레 웃으며 마셔야만 할 것 같은 '바나나맛 우유'가 아니라, 음식 잡지 기자 김주현이 쓴 책, 『바나나 우유』.

 

그 유년의 시간 한복판에는 지상의 방 한 칸, 3층집이 있다. _ 82

 

저자의 '3층집' 이야기가 불러온, 내 유년의 3층(이랄지 옥상이랄지)에서의 그 시절.

1층은 식당, 2층은 여인숙이 있던 건물의 옥상을 빌려(?), 아버지가 손수 만들었다던 그 집.

놀랍게도, 나의 그 시절 이야기를 꼭 닮은 이야기가 이 책 속에 펼쳐져 있었다.

3층(이랄까 옥상이랄까)집에서 뛰놀고 뒹굴고 치고받고 먹고 자고 사랑하고 웃고 울고 떠들며 자라나던 우리 4남매의 이야기를 쏙 빼닮은 이야기.

그리하여 절로 그 시절의 추억 속으로 흘러들게 된 나.

 

'그리움으로 찾아낸 50가지 음식의 기억'이 담긴 이 책은 짐작도 못 했으리라.

여기 한 독자는,

음식에 앞서 '3층집'과 '사남매' 이야기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그 시절의 '옥탑 집'으로 돌아가 눈물 한방울 또로록 해야 했음을...

 

지금 돌이켜보면 참 허름했던 집, 참 궁색한 살림살이였는데

가난은 우리를 할퀴고 가지 못했다.

아마도 온 힘을 다해 우리의 바람막이가 돼주신 엄마,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_ p.86

 

 

 

#.  할머니와 '달구나' 한 냄비

 

'달구나'를 유난히 좋아하던 우리들을 위해 할머니는 어느 날, 냄비에 설탕을 잔뜩 부어 녹여서는 달구나를 한 국자도 아닌 '한 냄비' 만들어주셨다.

그날 그 달구나를 정말 말끔히 싹싹 다 먹었던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지만, 내 생에 가장 통 큰 '음식'으로 내 마음속에 위풍당당 자리잡고 있다.

나는 아직도 달구나(혹은 달고나, 혹은 뽑기, 혹은 쪽자, 혹은 국자, 혹은 띠기 등등으로 불리는 듯한 그것)를 몹시 좋아해서,

지나가다 별이며 하트를 찍어주는 뽑기 장수 아주머니 아저씨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얼굴 벌게지도록 열탕 같은 하루를 보낸 날이면

지금도 바나나 우유를 마신다.

살이 홀라당 벗겨질 것 같아도, 이 시간들도 모두 지나가는 거다,

눈에 비누 거품이 들어간 것처럼 괴로운 시간들도 모두 지나갈 거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_ p.6

 

저자가 열탕 같은 일상에 지치면 찾는다는 바나나 우유,와 같은 존재가 내게는 어쩌면 달구나인지도 모르겠다.

꼭 달구나가 아니어도 달달한 믹스커피나 초콜릿처럼 일단 단 것들이면 오케이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보는 순간부터 환호작약하여 단숨에 '열탕'의 온기를 낮춰주는 존재는, 달구나가 최고다.

 

빙그레 웃는 날보다, '앗 뜨거!' 세상에 데이며 삶기며 튀겨지며 살아가는 날이 더 많을지라도,

다시 아자아자 용기를 내게 해주는 힘, 어쩌면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내 온몸이 절로 싱긋이 웃을 수 있는 작은 '맛' 하나로도 충분한지도.

 

 

 

 

 

 

 

# 사는 게 쉽지 않은 날 위로의 '음식'이 되어주는 문장들

 

 

정말 누구에게나 삶은 쉽지 않은 걸까.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아마 나도 모르게 어두컴컴한 시간들을 지나갔다는 거겠지. 무엇이든 쉬워 보이는 그들의 인생에도 어딘가 터널이 있었다는 얘기일 거다.

 

그렇다면 조금 위로가 된다. 한 번도 막막하고 무서운 터널을 지나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내게 너무 먼 사람들이니까. _ 78

 

 

풋.

'처음 나온' '덜 읽은' '깊지 않은'

풋사랑, 풋과일, 풋콩, 풋잠…

떫고, 시고, 그러나 싱그럽고 풋풋한 것들.

여물지 않아서, 너무 깊지 않아서

그 '어설픔'이 예쁜 것들.

 

세월이 지나면 다시 못 올 '풋것'의 시간들, 색깔들, 냄새들.

 

풋내 나는 시간들. 그 풋내를 즐겨. 다시 못 올 시간들이니까. _ 117

 

 

사소한 하루를 살아가는 나는

사소한 일에 분개하고

사소한 일에 설레며

사소한 일에 마음 무너지고

사소한 일에 눈물 닦는다.

 

나는 무수한 사소함으로 살아간다.

 

나무를 버티게 해주는 잔뿌리들처럼. 그런 사소함으로.

 

나를 견디게 해주고 나를 버티게 해주는 사소함들에게 인사한다. _ 267

 

 

아마도 당신이 사는 동안 만나고

사귐을 나눈 사람들 속에 새긴 구절 속에서야

당신이 얼마나 근사했던 사람인지,

당신이 얼마나 포근했던 사람인지,

알 수 있겠지.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내 삶의 한 구절을 새기며 산다.

사람은 사람에게 기억되니까, 사람은 사람에 의해 지워지니까.

한 생을 여행하면서 누군가의 마음에 새기는 비문,

어떤 문장을 새기며 살아가고 있을까. _ 277

 

 

 

 

#. 그리고,

 

할머니의 홍시, 아빠의 배, 엄마의 단감, 언니의 자몽, 나의 자두, 여동생의 복숭아, 남동생의 곶감.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았던,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 그 중에서 과일.

이 과일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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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 새우를 잡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가만히 숨죽이고 있다가 그가 다시 한숨을 몰아쉬고 나서 말했다.

  "밤하늘에 그물을 풀어 별들을 무더기로 끌어당기는 느낌이지. 운이 좋으면 가끔 달도 걸려들고."

  흠, 그래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로구나.

  "바다는 언제나 고독한 계절이지. 별이 쏟아지는 밤에 배 위에 누워 있으면, 바다와 하늘의 구분 따위는 곧 사라지지. 그러니까 나는 배를 타고 하늘 어딘가에 떠 있거나, 바다 어딘가에 떠 있거나…… 흐흐."

 

 

_ 윤대녕 「반달」

 

 

 

 

 

 

 

 

 

 

 

 

 

 

 

 

 

 

도자기 박물관에 갔다가, 반달을 만났어요.

오랜만에,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맑디맑은 동요를 흥얼거리며...

 

 

추석 언저리에는,

늘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생각하고 기다리고 바라보는데,

이번 추석에는 반달이 몹시도 그리웠답니다.

(실은, 그래서, 추석날 저녁에 만난 '슈퍼문'급의 보름달 보면서도 쬐끔 덜 반가워했어요. 보름달, 미안~! ^^;;)

 

 

 

  "반달이로구나. 부엌칼로 무를 썰어놓은 듯 깨끗하고 하얗게 떠 있구나."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조금(小潮)의 바다. 그래서 바다가 움직임을 멈춘 채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로구나.

  "하얀 쪽배란 말이 정말 딱 어울리는구나."

  나는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의 무리가 성운을 이뤄 강처럼 하얗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문득 숨이 멎었다. 무심결에 어머니가 읊조리고 있는 동요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어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자니 유년의 서글픈 꿈들이 하나씩 되살아나면서 금세 덧없이 사라져갔다.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_ 윤대녕 「반달」

 

 

 

부엌칼로 무를 썰어놓은 듯, 하얀 쪽배를 꼭 닮은, 반달.

그 반달에 온통 마음을 사로잡혔답니다.

 

소설에서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 새우를 잡는" 느낌을, "밤하늘에 그물을 풀어 별들을 무더기로 끌어당기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는데요, 밤하늘에 그물을 풀어 별들을 무더기로 끌어당겨본 적은 없지만(^^; 누군들 있으랴만은...), 왠지 그 느낌을 알 것 같았어요.

「반달」을 읽은 제 마음도, 꼭 그런 느낌인 것 같았거든요.

 

무언가 총총하고도 은은한 기운으로 제 가슴을 충만하게 한, 반달.

그 여운이 참으로 짙습니다...!

 

 

언젠가 꼬옥, 서늘한 밤바다 앞에 서서,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가는 그 하얀 쪽배를 바라보고 싶어요.

 

 

 

 

 

 

삶의 길을 잃고 헤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덧없는 꿈이니 고독한 환상이니 화염 같은 고통이니 하는 말들이 두서없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렇게 길을 잃었었기 때문에

어쩌면 사랑이 가능했고 가까스로 삶의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_ 윤대녕 「반달」

 

 

 

 

 

 

 

 

 

 

 

 

 

 

 

 

 

 

 

 

 

반달은_아니지만_은하수도_아니지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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