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인과 함께 창 넓은 카페에 앉아 점심으로 빵과 커피를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완전 초록초록할 때 오면 이 자리 정말 끝내주겠다, 그때는 여기 자리 잡기 치열할걸, 그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지인의 바지.
'패피(패션 피플)'인 그이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대로 '롤업한 팬츠'를 입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롤업'을 떠올리며 내가 정작 내뱉은 말은, "요즘 이거 유행이라며, 바지 접어 입는 거".
내 말을 받는 지인의 대답은, "응, 롤업".
"나도 롤업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패션 고자'인 내가 롤업이라고 하려니까 넘 웃겨서 '바지 접어 입는 거'라고 말했어. 아아, 내게는 '롤업'이 '하기 힘든 말'이야!"
역시 마스다 미리의 애독자인 그이와는 그뒤로 각자의 '하기 힘든 말'들에 대한 수다를 나누며 깔깔거렸다.
줄곧 격한 공감 / 묘한 공감 / 비밀스러운 공감 /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공감(^^) 등등등 각종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으로 내 마음을 톡톡 건드려온 마스다 미리. 최근에 연달아 만난 두 권의 책, 『하기 힘든 말』과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역시 그랬다.
그리고 이 책들에 공감하며 나는 묘한 깨달음이랄까, 그런 걸 얻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하기 힘든 말이 많아지면서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라는 것.
문득 문득,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는데, 나에게는 하기 힘든 말이 많아진 것도 그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