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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없는 사람들
하산 알리 톱타시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이발사에게 비둘기 그림을 손수 그렸냐고 물었다.
"예, 벌써 말씀드렸을 텐데요."
이발사가 대답했다.
"기억이 안 나는데요. 제가 까먹었나 봅니다."
"틀림없이 또 잊고 다음에 다시 물으시겠지요."
"우리네 삶이라는 게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때 이발사가 내 옆에 앉더니 예의 사형집행인 눈으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반복의 반복으로 이루어지지요."
한 마을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내 영혼이 줄어든다!"고 외친 즌글 누리가 제일 먼저 사라졌고,
그 마을의 아리따운 처녀 귀베르진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젠네트의 아들이 귀베르진 납치의 용의자가 되어 '고문'에 가까운 추궁을 받지만,
결국 젠네트의 아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실종'되고 만다.
일련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큰 도시들에 이 일을 알리러 떠난 읍장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이 마을에서 벌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고백하자면, 포스트 오르한 파묵! 터키의 카프카! 이런 수식어들에 혹해서 읽은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어내기가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나는 도대체 이발사(준글 누리)가 사라진 건지, 사라지지 않은 건지, 돌아온 건지, 언제 돌아온 건지
이 책이 끝날 때까지도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즈음에 가서는 더 헷갈려 버렸다.)
즌글 누리는 아내에게 자기의 영혼이 줄어든다고 외치고 사라진 인물이다.
하지만 즌글 누리가 사라지고 나서도 이 마을에는 여전히 즌글 누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새로온 이발사가 어쩌면 즌글 누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즌글 누리는 애초에 사라지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작중에서 1인칭으로 나오는 '나'가 또 그 모든 인물인 것도 같고, 혼란의 도가니다.
장면도 이발소였다가 읍장 집이었다가, 오늘 아침이었다가 읍장의 과거였다가, 이리저리 수도 없이 전환되어
안 그래도 이해력 둔한 내가 따라가기에는 조금 벅찬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진 사람들을 찾는 과정을 따라다니다 보니,
문득, 사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잃어버린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존재가 내 주변의 누가 되었든, 혹은 나 자신이 되었든.
'그림자 없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영혼을 상실한 기분이랄까.(즌글 누리의 표현을 빌려, '영혼이 줄어드는' 기분?)
나는 늘 마을에 있지만, 사람들은 나의 존재를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제각각이다. '그림자 없는 사람'이 아닌 '그림자만 남긴' 사람이 되어버린 듯.
또한 사실 그 사람은 늘 내 옆에 있었지만 나는 그의 존재를 망각하고 만다.
내 앞의 그 사람에게 태연하게 이전에 내가 알던 그 사람 이야기를 한다. 이런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고.
(사실은 눈 앞의 그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러고는 이런 질문이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 "글쎄요, 제가 누구일까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음이 굉장히 헛헛하다.
이 책 속에 그만 나의 그림자를 두고 나와버렸다.
아니, 어쩌면 내가 늘 그림자를 잃어버리고 지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지도.
한 번 쯤은 읽어보면 좋을 소설이다.
한 마을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내 영혼이 줄어든다!"고 외친 즌글 누리가 제일 먼저 사라졌고,
그 마을의 아리따운 처녀 귀베르진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젠네트의 아들이 귀베르진 납치의 용의자가 되어 '고문'에 가까운 추궁을 받지만,
결국 젠네트의 아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실종'되고 만다.
일련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큰 도시들에 이 일을 알리러 떠난 읍장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이 마을에서 벌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고백하자면, 포스트 오르한 파묵! 터키의 카프카! 이런 수식어들에 혹해서 읽은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어내기가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나는 도대체 이발사(준글 누리)가 사라진 건지, 사라지지 않은 건지, 돌아온 건지, 언제 돌아온 건지
이 책이 끝날 때까지도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즈음에 가서는 더 헷갈려 버렸다.)
즌글 누리는 아내에게 자기의 영혼이 줄어든다고 외치고 사라진 인물이다.
하지만 즌글 누리가 사라지고 나서도 이 마을에는 여전히 즌글 누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새로온 이발사가 어쩌면 즌글 누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즌글 누리는 애초에 사라지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작중에서 1인칭으로 나오는 '나'가 또 그 모든 인물인 것도 같고, 혼란의 도가니다.
장면도 이발소였다가 읍장 집이었다가, 오늘 아침이었다가 읍장의 과거였다가, 이리저리 수도 없이 전환되어
안 그래도 이해력 둔한 내가 따라가기에는 조금 벅찬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진 사람들을 찾는 과정을 따라다니다 보니,
문득, 사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잃어버린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존재가 내 주변의 누가 되었든, 혹은 나 자신이 되었든.
'그림자 없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영혼을 상실한 기분이랄까.(즌글 누리의 표현을 빌려, '영혼이 줄어드는' 기분?)
나는 늘 마을에 있지만, 사람들은 나의 존재를 그만 잊어버리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제각각이다. '그림자 없는 사람'이 아닌 '그림자만 남긴' 사람이 되어버린 듯.
또한 사실 그 사람은 늘 내 옆에 있었지만 나는 그의 존재를 망각하고 만다.
내 앞의 그 사람에게 태연하게 이전에 내가 알던 그 사람 이야기를 한다. 이런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고.
(사실은 눈 앞의 그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러고는 이런 질문이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 "글쎄요, 제가 누구일까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음이 굉장히 헛헛하다.
이 책 속에 그만 나의 그림자를 두고 나와버렸다.
아니, 어쩌면 내가 늘 그림자를 잃어버리고 지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지도.
한 번 쯤은 읽어보면 좋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