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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정끝별 해설, 권신아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새해부터는 읽은 모든 책의 서평을 남기기로 했다.
2009년에 읽은 첫 책은 바로<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이다.)
작년에 사서는 책꽂이에 고이 모셔두었던 이 책을, 올해의 첫 책으로 빼어들었다.
(사실 새해 들어 읽기 시작한 책이 이미 여러권이니, '제일 먼저 끝을 본 책'이라 함이 더 정확하겠다.)
2008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책도 두 권의 시집-정호승의 <포옹>, 신경림의 <낙타>-이었다.
평소에 시를 잘 읽지 않지만, 요즘은 왠지 시가 끌린다.
그러고보니, 가끔 마음이 헛헛할 때, 내가 찾는 것이 책장에 몇 권 안 꽂혀있는 시집이었다.
시를 잘 모르면서도, 그 짧은 글 속에서 내 시린 마음에 위로를 얻었던가 보다.
새해 첫 책으로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또 어떤 위로를 받았는가...
이 책은 작년에 발간되었을 때부터 무척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이다.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은 누구이며 그들의 '애송시 100편'은 무엇일까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그때 막 눈에 익기 시작한 정끝별 시인과 이미 몇 권의 시집을 사서 읽었던 문태준 시인의 해설이 함께 들어있다 하여 더욱 기대가 되었다.
내가 만나본 1권은 정끝별 시인의 해설과 함께였다.
얼마 전에 정끝별 시인의 시집 <와락>을 무척 따뜻하게 읽은 까닭에, 시와 함께 실린 정끝별 시인의 글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정끝별 시인의 아름다운 해설과 권신아 님의 눈에, 마음에 쏙쏙 들어오는 그림과 함께 50편의 시를 만나보았다.
50편의 시 중에서 내가 아는 시는 20편이 채 안되었다.
'애송시'라는 단어 때문에, 시를 잘 모르는 나도 "아~ 이 시!"할 만한 시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시인들의 애송시여서인지, 아니면 내가 시를 너무 몰라서인지 (물론 후자이겠지만),
낯선 시들이 많아서 조금은 서먹하기도 했지만, 내가 모르는 좋은 시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는 시가 나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모르는 시가 나오면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으로.
시와 함께 실린 정끝별 시인의 해설은, 시를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시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녀의 시집에서 받은 느낌 만큼이나 참 아름답고 따뜻하고 재밌는 해설들을 만나보았다.
평소에 그림 있는 시집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는데, 시 옆에 실린 그림을 통해서 시의 이미지를 더 잘 떠올려볼 수 있었다. (특히 61쪽에 실린 시 '잘익은 사과'는 그림을 통해 시에서 말하는 이미지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시를 잘 보여주는 그림 한 편 한 편을 감상하는 맛도 아주 훌륭하다.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해준 애송시 100편 중, 나머지 50편도 얼른 만나봐야겠다.
문태준 시인의 해설은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 황인숙 '칼로 사과를 먹다' 중에서.
철길이 철길인 것은
길고 긴 먼 날 후 어드메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우리가 아직 내팽개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길이 이토록 머나먼 것은
그 이전의, 떠남이
그토록 절실했다는 뜻이다.
만남은 길보다 먼저 준비되고 있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내 발목에까지 다가와
- 김정환 '철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