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여행, 혹은 여행처럼』 에서 만난 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

 

 

1995년 2월 말, 당시 열아홉 살이었던 소모뚜는 새벽 4시에 일어났다. 그날은 그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날이었다. 공항은 집에서 택시로 40분 정도 거리였다. 그는 엄마가 해준 콩 볶음밥을 아침으로 먹었다. 정확히 말하면 볶음밥이라기보다는 콩을 삶아서 밥이랑 양파랑 비벼먹는 빼뽁이란 요리였다. 그날 이후 그 요리를 두 번 다시 먹어보진 못했기 때문에 빼뽁의 냄새는 언제나 코끝에 감도는 그리움으로 남게 되었다. 부모와 동생 둘,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에에투와 함께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버마 양곤 국제공항이었다. 처음엔 난생처음 공항에 왔기 때문에 여기저기 구경을 했다. 그렇지만 비행 시간이 가까워오자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정말로 고향을 떠나는구나! 이제 몇 년 있어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한 3년쯤 걸릴까?' 탑승할 때가 되자 엄마가 그를 안아주고 양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울기 시작했다. 

 

"내 큰아들, 건강하고 무엇보다 네가 가장 소중해. 너보다 소중한 건 없어. 이별엔 두 가지가 있다고 하지. 살아 있으면서 하는 이별, 죽어서 하는 이별. 살아 있으면서 헤어지는 건 견딜 수 없어. 하지만 죽어서 이별하는 건 견딜 수가 없어.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돌아와다오! 이렇게 건강하고 이렇게 믿음직한 모습으로."

 

소모뚜는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이대로 돌아올게요"라고 약속했다. 나머지 가족들은 울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다섯 명, 소모뚜는 혼자, 5대 1이니까 우리가 울면 안 돼.' 이렇게 생각하면서 참고 있다는 걸 소모뚜는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아빠가 말했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텐데 인내심을 갖고 살아라. 고통스런 것, 힘든 노동 다 참아내라. 하지만 단 하나, 올바르지 못한 건 참지 말아라."

 

소모뚜는 아빠에게 그러겠다고 약속을 하고 손을 흔들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소모뚜 소속 밴드 Stop Crackdown 앨범에서 들은 노래, '월급날'

 

 



오늘은 월급날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한참동안 받지 못했던 월급을 돌려준대요

나의 소중한 가족들 사랑하는 부모님

이제는 나의 손으로 행복하게 해줄게요

오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 사모님 내 월급을 주세요

나의 꿈과 희망이 담긴 조그맣고 소중한 내 월급

얼마 전 하얀 봉투 들고 퇴근했던 동료들

내 어깨를 두드리며 걱정 말라고 말하지

자정 시간이 넘어야 나의 일이 끝나네

봉투 없는 내 월급 오늘도 보이지 않네

나에겐 좋은 날이 언제 올런지...?

오 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그 동안 밀린 내 월급을 주세요

날 욕한 건 참을 수 있어요

내 월급만은 돌려주세요

 

_ '월급날', Stop Crackdown

 

 

 

 

다시 또, 정혜윤의 『여행, 혹은 여행처럼』으로 돌아와서,

 

 



_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물었어요.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나? 한국에서 너는 무슨 죄를 지었나? 우리가 죄를 짓지 않았다면 같이 살아갈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IMF도 같이 겪었다, 우리도 월급을 삭감했고 우리도 야근 수당을 받지 않았다, 사장이 조금만 참고 견뎌보자고 하면 우리도 그렇게 했다, 월드컵 때도 함께 응원했다, 기쁨도 슬픔도 같이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 친구 아닌가?

 

_ 내가 노동자란 걸 인정해달라. 우리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걸 인정해달라. 우리는 Stop Crackdown이라고 외쳤어요. 그러다가 난 그 온갖 국적의 냄새 속에서 어떤 희미한 희망을 봤어요. 나는 당당했던 겁니다. 비자가 없는데도 나는 왜 당당한가? 나는 쫓겨날지 모르는데 어떻게 당당할 수 있는가? 나는 노동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비자의 도장 하나가 나와 우리의 노동자로서의 가치를 없앨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희망의 느낌으로 밴드 이름을 정했어요.

 

_ 나는 인권이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인권은 나도 당신보다 못나지 않다, 그렇다고 잘나지도 않았다, 다만 나도 당신과 같은 인간이다, 마찬가지로 당신도 나보다 못하지 않다, 당신도 나와 같은 인간이다! 내겐 그런 것이 인권입니다.

 

_ 우리가 출발점으로 절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는 딱 한 경우뿐이다.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려 하지 않는 경우, 안주할 경우. 그러니 소모뚜의 여행은 계속된다.

 

 

 

 

 

 

추석, 모처럼의 여유를 맞아, 가족들과 근처 산길을 걸었다.

오가는 길에, 조금씩 다른 피부색의 이들을 종종 스쳤다. 타국의 명절에, 고국 생각 간절할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집에 돌아와 스탑크랙다운의 앨범을 틀었다. 씨디 플레이어가 따로 있지 않아 컴퓨터를 켜면 들어야지, 하다보니 씨디를 받고도 며칠간 듣지 못했다.

 

오, 노래 괜찮은걸.

제법 흥도 겨웠다.

신이 나서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노래에서 하던 일을 가만히 멈추고 노래에 더욱 귀를 기울이며 가사집을 펴들었다.

'월급날'...

외국인 노동자들의 '흉내'를 내며 '농담'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한 마디가 생각났다.

"사장님 나빠요!"

 

사장님이 나빠서,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슬퍼서, 사장님과 같은 나라 사람인 게 미안해서,

그만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정혜윤의 『여행, 혹은 여행처럼』을 펼쳐 소모뚜의 이야기를 읽으며, 더 그랬다...

 

나는 출발지점으로 돌아가기 힘든 사람이다. 지금 있는 이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고, 안주를 바라니까.

나의 현실도 바꾸지 못하는 내가, 그깟 눈물 몇 방울로 뭘 할 수 있을까. 눈물 몇 방울 마저도 부끄러워진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읽어도, 이런 노래를 듣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혹은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보름달의 효험 같은 것 믿지 않지만, 그래도 추석 보름달 향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원 하나 빌고 싶어졌다.

한국인도, 외국인 노동자도, 사장님도 아닌, 그냥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오게 해달라고.

 

 

가장 곤궁한 자들의 외침에 귀를 막는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_ 브레히트 

 



 

※ 스탑크랙다운은,

 

스탑 크랙다운은 공장에서 이주노동자로서 열심히 일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노래로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다국적 노동자밴드이다.



2003년 11월15일 ‘고용허가제’ 도입과 함께 시작된 미등록노동자 단속에 맞서 결성되었다.

이주노동자 천막농성 중 만나게 되어 결성된 그룹으로 스탑크랙다운(stopcrackdown)의 이름은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의 뜻을 담은 ‘탄압을 중단하라’는 뜻이다.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 이들은 농성장인 천막 안에서 1집을 만들어냈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처럼 이들은 전기부품공장, 종이공장, 철판공장, 봉제공장 등에서 일을 하면서 주말에는 노래로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있다.



멤버들이 각각 인천, 동대문, 의정부 등에서 일하고 있어 연습이라곤 일요일만 가능하지만

휴일을 반납하고 최근 2집을 발매했다. 1집에서는 노동자의 수많은 요구사항을 담기 위해 상대적으로 '구호'로써의 성격이 짙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음악을 통해 모든 사람이 하나 되는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 (출처: 스탑크랙다운 카페 http://cafe.daum.net/stopcrackdown/)

 

음반구매는 이곳에서 ☞ http://cafe.daum.net/stopcrackdown/Er4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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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고통을 달래는 순서란 없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아니면 이 책을 읽어라.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나를 위해 웃다보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은 기분. 건투를 빈다. 와락~~!!

 

 

 

 

 

_ 제목만으로도 내게 위로가 되는 고마운 책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_ 이면우 시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_ 김연수 장편소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_ 에크하르트 톨레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_ 미란다 줄라이 소설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_ 김연수, 문태준 외 에세이

『고통을 달래는 순서』 _ 김경미 시집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_ 한창훈 산문집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_ A.M.홈스 장편소설

『나를 위해 웃다』 _ 정한아 소설

『건투를 빈다』 _ 김어준

『와락』 _ 정끝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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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시작은, 강산에의 「그래도 9月이다」를 들으며 열었다.

이웃 블로거가 9월을 맞으며 블로그에 올린 노래였다.

아, 이런 노래가 있었구나, 9월이면 듣지 않고는 못배길...

해마다 어느 때가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는 것, 참 좋다.

그러다 문득, 한 달이 시작될 때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책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가장 대표적인 책이 『늦어도 11월에는』.

11월만 되면 생각한다. '늦어도 11에는 『늦어도 11월에는』을 꼭 읽어야지!'

하지만 왜인지, 몇 해째 다짐만... 올해 11월에는 꼭 읽을 테다.

그래서 정리. 매달 나는 무슨 책을, 무슨 글을 떠올리는가... (떠올리기만 하고 안 읽은 책이 더 많다;;;;;)

 

 

그 달이 오면 생각나는 책(글). '달맞춤 독서'

 

 

1월 ㅡ 「모두에게 복된 새해」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 수록되어 있는 「모두에게 복된 새해」

이 소설을 만난 후 나의 새해 인사는 "모두에게 복된 새해~!"가 되었다. 새해 뿐 아니라, "모두에게 복된 추석~!" "모두에게 복된 성탄절~!" 등등, 명절 인사를 할 때마다 즐겨 쓴다.(모 작가가 인터넷 연재 당시 새해 인사로 역시 "모두에게 복된 새해~!"라고 쓴 것을 보았다. 언젠가는 '국민 새해 인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바람...)

이 '복된' 제목 때문에, 나는 새해를 맞을 때면 이 소설을 떠올린다. 진심으로, 모두에게 복된 새해,가 되길 바라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얘기했고, 더이상 말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이른 아침에도, 햇살이 힘없이 늘어지는 오후에도, 눈 그친 깊은 밤에도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2월 ㅡ 「2월, 그대에게 바치는 詩


 

이외수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에 수록되어 있는 「2월, 그대에게 바치는 詩」

2월이면 꺼내어 읽게되는 詩. 혼자도 읽고, '그대에게 바치'고 싶어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기도 하고.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 감성의 낱말들을 /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 나른다. 내가 사랑하는 낱말 / 들은 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 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 엽서를 쓴다. 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 소스라쳐 문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 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 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3월 ㅡ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삼월은 붉은 구렁을』.

제목 때문에 삼월이 되면 늘 떠올리는 책이지만 온다 리쿠의 다른 책이 나와 맞지 않아서 이 책도 선뜻 집어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금 보니 온라인 서점에 반값 할인 중이다. 일단 장바구니에 담고... 내년 3월에는 꼭 읽을 테닷!

 

 

독서가 유일한 취미인 평범한 회사원 사메시마 고이치. 그는 단지 취미를 이유로 회사 회장의 별장에 2박3일간 초대를 받는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수상쩍은 호사가들이 그에게 들려준 것은 저택 내에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5년이 넘도록 발견하지 못했다는 희귀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이야기. 단 한 사람에게 단 하룻밤만 빌려줄 수 있다는 책을 둘러싼 색다른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남다른 자매의 아픈 자의식을 담은 습작, 두 소녀의 비극적 운명을 담고 태어나는 작품, 지금 원고지를 마주한 작가가 써 나가는 글. 이 이야기들은 모두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또 다른 얼굴이 되어 안쪽과 바깥쪽이 이어진 뫼비우스의 띠를 이룬다.(출처: 예스24)

 

 

 

4월 ㅡ 『4월 3일 사건』

 

위화 『4월 3일 사건』

위화가 직접 가려 뽑은 중편 4편이 실려 있는 책. 그 중 한 편이 「4월 3일」이다.

올해 4월 3일에 읽으려다가(^^;;;) 못 읽고 지나갔다. 내년 4월 3일을 기약하며........

(사실 4월에는 아마도이자람밴드의 '4월 24일'을 먼저 떠올린다. 큼큼)

 

「4월 3일 사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와 압박에 시달리는 한 소년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소년은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들, 친구, 이웃, 심지어 부모까지도 뭔가 자신과 관련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때도, 거리를 걸을 때도, 친구들을 만날 때도 잔뜩 긴장한 채 모든 사람을 의심한다. 소년이 생각할 때 이 음모가 실행되는 날은 바로 “4월 3일”이다. 그래서 소년은 이 음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마을을 등지고 역을 떠나는 화물열차에 몸을 싣는다. 이렇듯 소년은 스스로 거대한 음모에 맞선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 음모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출처: 예스24)

 

 

5월 ㅡ 『꽃의 나라』


한창훈 『꽃의 나라』

1980년 5월, 한창훈 작가는 남쪽의 한 도시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평생 떨칠 수 없는 악몽을 겪었다. 그 악몽 속에서 바로 곁에 있던 이가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5월이면, (꼭 5월이 아니어도) 우리 함께 읽으면 좋겠다. '야만과 폭력이 판치는 세상, 참혹한 역사에 흰 꽃을 바쳐 위로하는' 이 소설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지프를 타고 도와달라고 외치고 다니던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우리는 저들과 싸우러 갑니다." 나와 진숙이는 그녀의 말을 들었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마지막 말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잊겠어요." 진숙이가 대답했다. 하지만 잊지 않는다는 말은 오래 산다는 말이었다. 그럴 자신이 없어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기전까지는 안 잊을게요."

 

 

 

6월 ㅡ 『순교자』



김은국 『순교자』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6·25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떠오른다.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작가 김은국의 대표작. 6·25전쟁 당시 평양을 배경으로, 이념의 대립이 빚어낸 비극적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며 그 과정에서 겪는 신앙과 양심의 갈등을 그려냈다. 한국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실존과 보편적 운명이라는 세계문학적 주제와 연결시켰으며, 이를 추리소설적 요소를 이용해 풀어낸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출처: 예스24)

 

 

 

 

 

7월 ㅡ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외 『젊은 도시, 오래된 성』 수록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우리가 보낸 순간』의 작가 소개에 이런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모두 열네 권의 책을 펴냈지만, 최근에 발표한 단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가장 좋아한다.'

김연수 작가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사월에도 생각나고, 칠월에도 생각나겠지. 나는 칠월보다는 사월에 더 이 글을 떠올릴 것 같다.

사월에는, 내 생일이 있으니까.(참으로, 단순한 이유.)

 

 

인생을 한 번 더 살 수 있다면, 아마도 이모는 정방동 136-2번지, 그 함석지붕 집을 찾아가겠지. 미래가 없는 두 연인이 삼 개월 동안 살던 집. 말했다시피 그 집에서 살 때 뭐가 그렇게 좋았냐니까 빗소리가 좋았다고 이모는 대답했다. 자기들이 세를 얻어 들어가던 사월에는 미였다가 칠월에는 솔까지 올라갔다던 그 빗소리.

 

 

 

8월 ㅡ 『8월의 7번째 이야기』

 

자비네 루드비히 『8월의 7번째 이야기』

이번엔 동화! 더 이상 '아이'가 아니게 된 후 동화는 읽지 않았는데 작년부터 다시 동화의 세계에 들어섰다.

동화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것은 맞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글은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지.

 

사춘기를 앞둔 11살 프레디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언니 미아를 이해할 수 없고, 그런 언니를 무한한 이해심으로 지켜봐 주는 엄마도 이해할 수 없고, 요리에만 정신이 팔린 아빠도 이해할 수 없다. 이기적인 베프 베로는 자기 말만 하려 하고, 좋아하는 다니엘은 조에와 바람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내일부터 다시 학교에 가야 하지만, 프레디는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프레디는 소원을 빌어 본다. 다시는 월요일이 오지 않기를!
영화 속에서 봤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다면?
엉망진창으로 꼬인 피곤한 일요일을 정리하고 잠이 든 프레디는 월요일 아침이라 생각하고 눈을 뜨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다. 월요일이 아니라 다시 일요일이다. 믿어지지 않지만 오늘은 다시 일요일이다. 어제 엉망진창으로 꼬인 일들이 오늘은 제대로 정리될 수 있을까?(출처: 네이버 책)


 

 

9월 ㅡ 『9월의 빛』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9월의 빛』

아, 9월에는 도무지 떠오르는 책이 없더라. 온라인 서점 뒤져 이 책을 찾아내었다. 단순히, 제목으로, 9월에 읽을 책!

 

한여름의 열기를 몸도 마음도 기억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날이 쓸쓸해져가는 날, 슬리퍼를 신고 바닷가에서 파도를 발로 차면서 읽기 좋은 책을 꼽으라면 나로선 사폰의 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날은 솔직히 좀 쉬어가는 독서를 하고 싶고 (매일 톨스토이와 조이스를 읽고 쇤베르크의 음악을 듣고 살 수는 없으니까) 저주받은 섬세하고 외로운 소년, 어두운 도시를 감싸고도는 안개 같은 이야기, 거대한 모험, 손을 꽉 잡고 있는 용감한 연인들, 영원 같은 한 순간,죽는 순간 마지막 흘리는 눈물 속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사랑 이야기에 한숨을 쉬면서 휩쓸리고 싶다. 사폰은 멜로와 미스터리와 탐정 소설에 우리가 거는 통속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원형에 가까운 기대를 가장 잘 아는 능란한 작가다. 즉 우리도 가끔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일이 진행되는 작품을 읽고 싶다. 그 속에서 영원한 사랑은 성취되고 악은 사라지고 파도는 말없이 철썩인다. 내가 누구를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도 나를 그리워한다. 세상은 살 만한다. _ 정혜윤

 

 

 

10월 ㅡ 『10월의 아이』

 

필립 베송 『10월의 아이』

아이를 소재로 한 잔인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10월도 딱히 생각나는 다른 책이 없는 데다, 필립 베송의 책 꼭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했으므로. 올 10월에는 이 책, 놓치지 말아야지.

 

1984년 10월, 프랑스의 산골 보주의 차가운 강물에서 손발이 묶인 네 살짜리 사내아이의 시신이 떠오른다. 2001년 공소국이 사건 종결을 선언할 때까지, 무려 17년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결로 남은 이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쓴, 필립 베송의 소설 『10월의 아이』는 출간 당시 소설 외적인 요소들로 문단 밖까지 한 차례 들끓게 했다.
전설이 된 미스터리 ‘그레고리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현장 검증을 하고 공판 결과가 여러번 번복되었으며, 죽은 아이의 엄마를 용의자로 몰아 수감 시키는 경악스러운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필립 베송은 이 작품에서 사건을 가감 없이 담담하게 전달하는 삼인칭 내레이션과 엄청난 비극을 몸소 겪어낸 죽은 아이의 어머니의 일인칭 서술을 교차시킴으로써, 실제 사건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핵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출처: 예스24)


 

 

 

11월 ㅡ 『늦어도 11월에는』

한스 에리히 노삭 『늦어도 11월에는』

벌써 몇 해 동안, 11월마다 나의 마음에 찾아온 이 책! 11월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왜 아직 못 읽었는지 모르겠다. 늦어도 올해 11월에는, 꼭 읽어줄 테닷!!

 

두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의 시작은, 멋진 저택과 건실하고 부유한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앙상하게 말라가던 스물여덟 살의 귀부인 마리안네에게 던진 베르톨트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길로 마리안네는 막대한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편과 어린 아들, 유일하게 호감과 애정을 느끼는 시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떠난다. 낯선 도시 D시, 베르톨트의 친구 부부 집에 머물며 이 주일을 보낸 이들은, 라인 강을 넘어 외진 국경마을인 루드비히스호프에 도착해서 얼마간을 보내다가 다시 낯선 도시로 떠나 헤어지기 전까지 함께 지낸다. 자신의 작품조차도 냉소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기존의 사회적 통념과 질서에 대해 냉혹한 비판을 가하는 묀켄은 11월에 무대에 올려질 연극의 희곡을 쓰는 일에 집중한다. 도피생활이 불안한 이들은, 무슨 일이든 “늦어도 11월에는” 해결되지 않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11월에 이들을 찾아오는 것은 비극적인 결말뿐이다.(출처: 예스24)

 

 

12월 ㅡ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난, 단순하니까~! 12월에는 크리스마스에 관한 책을~!

그래서 고른 크리스마스의 고전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랑받은 작품 『크리스마스캐럴』. 구두쇠인 에브니저 스크루지가 유령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1843년 출간된 이래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오랫동안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 작품집에는 「크리스마스캐럴」 외에도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쓴 다른 이야기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단편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는 본래 『피크위크 문서』에 수록된 것으로 「크리스마스캐럴」의 원형이 된 소설이다. 다른 소품들은 디킨스가 주간지에 매년 연재했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서 발췌한 것이다. 디킨스는 이 작품집에 실린 모든 글에서 크리스마스를 온정과 자비를 베풀고,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는 축제의 기간으로 기념하고 있다.(출처: 예스24)


 

 

 

매달 한 권씩, 이렇게 '달맞춤 독서' 해도 좋겠다.

언제고 읽어도 좋을 책들이겠지만, 그 책과 조금 더 어울리는 계절, 어울리는 달에 읽어준다면, 어쩐지 느낌이 색다를 듯.

그럼, 이번 달에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9월의 빛』이다!

 

 

 

 

+ 1년 12달 24절기마다 생각나는 책

정양 시집 『철들 무렵』

입춘부터 대한까지, 24절기 모두 시가 되어 담긴 시집이다. 24절기를 지날 때마다 생각나 꺼내어 보곤 한다.

얼마 전 처서가 지날 때도 펼쳐서 '처서(處暑) 1'을 블로그에 옮겨 적기도 했다.

9월 접어들고, 이제 곧 백로가 다가온다. 미리 읽어 본다.

 

 

별빛이 빚은 것 치고 / 맑지 않은 게 있으랴마는 / 이슬에 서린 결연한 가을 기운을 /

맑다 못해 깨끗하다 못해 / 해맑게 글썽거리는 풀밭 /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각오로 /

한세상 반짝이던 눈빛들이 / 세월 거슬러 저렇게 / 새하얗게 맺혀 있다

 

- 백로(白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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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아, 4월 5일, 미국에서 정식 출간된 신경숙 작가님의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Please Look After Mom』이에요!!
엄마를 부탁해 미국 출간을 앞두고 계속해서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더니,
오늘은 발간 하루만에 아마존닷컴에서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는 뉴스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도 미국 출간이 추진 중이라는 기사도 짧게나마 보여서 더 반가웠어요!!^^*)

(관련 기사가 무척 많지만, 출간 기념 리셉션 소식이 실린 기사로 링크 하나 걸게요~! ^^
http://economy.hankooki.com/lpage/entv/201104/e2011040617193394220.htm)

 
아참, 그러니까 그 화제의 도서, 곧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 믿는 『Please Look After Mom』이 제 품에도 안겼답니다~!*^^*
(사진 질은 좀, 죄송하게 됐지만;;;;)  

 아아, 이 책 끌어안고 어찌나 좋아했는지요! *^_____^*

 
겉표지를 벗긴 속 모습도 참 예뻐요. (실물은, 정말 멋스럽고 예쁩니다!!! ^^;;;)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로 시작해서,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ㅡ
라고 끝나던,
시작부터 끝까지, 입술끝이 떨리도록 만든 이 소설을, 이렇게 영문으로도 만나니 색다른 감동이....

(-_-;;; 혹시나, 하고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읽지는 못.............-_-;;;;;; 더 길게 말하진 않겠습니다;;; 아아, 작아진다, 작아진다;;;;)

 

책 뒷날개에 실린 신경숙 작가님 소개예요~! ^^*
예쁜 프로필 사진은 이병률 시인께서 찍으신!! 

 

이 책이 영미권 독자들에게도, 제가 받았던 것처럼 깊고 묵직하고 맑은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국내에서만큼 큰 사랑을 받기를 바라구요!!
뉴욕에서 들려올 소식들에 귀 쫑긋~ ^-_-^ 세워봅니다!!^0^*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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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책좋사),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

 

네이버 카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http://cafe.naver.com/bookishman) 회원들의 리뷰가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매주 뽑는 우수 리뷰들이 그 대상이었던 듯 하며, 나도 일전에 '출간 동의서'를 보낸 기억이 있어, 책 출간 소식이 반가웠다.

내 리뷰가 실렸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책좋사 우수 리뷰 100여 편이 책에 실렸다. 저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인세 전부와 책 수익금 일부는 어려운 곳에 성금으로 쓰인다 한다.





 

목록에서 반가운 책 제목을 발견했다.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청춘의 문장들』(김연수)

(물론, 반가운 책이야 많았지만, 이 책은 내가 우수 리뷰로 뽑혔던 책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디보자, 141쪽이라...

아앗, 정말 내 리뷰다!! @.@

반가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편집자의 손이 많이 거쳐갈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거의 그대로 실렸다. 맞춤법 틀린 것도 있는데...흠흠;;;)

 

작년에 내 리뷰만으로 만들어진 리뷰북을 모 온라인 서점에서 선물 받긴 했지만,

이렇게 정식 출간 된 책에 내 글이 실리는 건 처음이라,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나다.





 

거기다가, 내가 가장 애정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인, 김연수 작가님 책 리뷰라니. 우후훗.

가보로 길이길이~~~!! ^^*


 

 

이 책에는 네이버 파워블로거를 비롯해, 북리뷰계의 유명인들, 내 블로그 이웃 등 반가운 이들의 글도 많이 실려 있어 그 닉네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우아, 자목련, 설해목, 세상틈에, 개츠비, 유랑인, 햇살박이, 행인, 인메이, 뒷북소녀, 태극취호 등의 닉네임이 눈에 띄었다.

(실은 이 몸이 '책좋사' 유령회원인지라, 더 많은 회원들을 알지 못하여...흠흠)

 

이렇게 반가운 닉네임들을 찾아가며 글 읽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찬찬히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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