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수사국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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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추리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때문에 읽는 소설들의 대부분도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이지요. 나는 언제부터 추리 매니아가 되었나 곰곰 생각해 보니, 아마도 그건 '명탐정 코난'이란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방영되고 부터였지 싶습니다. 코난에 이어 방영된 '소년 탐정 김전일'도 한몫 했을 테구요. 그렇게 추리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며 그래서 꼭 읽어봐야지 싶어 사들이는 책들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셜록홈즈', '애거서크리스티', '엘러리퀸'등이 바로 그런 작품들일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셜록홈즈 세트를 사들여 읽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셜록홈즈 시리즈가 기대했던 것만큼 미친듯이 재밌지가 않았습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책장이 참으로 더디게 넘어가더라구요. 이런 저의 반응은 세계 3대 추리소설의 톱이라 불리우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홈즈 팬분들이나 애거서팬분들께 죄송한 생각이 들지만,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니 이해해주시길^^;) 그래서 깨달았지요. 아, 나는 장르소설에서마저도 고전을 읽을 그릇이 못되나 보다...하구요.

 

그런데 2년전 쯤 동네 도서관 서고를 산림욕하는 마음으로 둘러 보다가 또다른 세계 3대 미스터리 중 한 작품인 'Y의 비극'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고전 알러지(?)가 있지만, 책의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지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었는데... 어느새 책에 완전히 몰입하여 끊임없이 책장을 넘겨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고전이 이토록 가독성이 좋다니요, 고전이 이토록 세련되었다니요. 그후로 저는 점점 엘러리퀸 예찬론자가 되어 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퀸 수사국>이란 국내 초역인 단편집이 출간을 하게 되었지요. 저는 고전에 대한 편견(진부하다, 단순하다)처럼 단편에 대한 편견(단순하다, 싱겁다) 또한 가지고 있었기에, 혹시나 엘러리퀸이 고전에 대한 편견을 깨 주었던 것처럼 단편에 대한 편견도 깨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장을 열었습니다.

 

 

총 18편의 단편이 모여있는 이 책의 목차는 이렇습니다. 우리가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김전일이나 여타 추리소설속에서 보아오던 전형적인 소재들이지요. 때문에 여러 단편들에서 기시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몇몇 작품들의 엔딩이나 반전은 제 추리가(...라기 보단 이미 어디선가 봐서 익숙했기에 가능했던 예측이) 자주 적중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의 수많은 작품들이 엘러리퀸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를 깨닫게 되는 대목이지요. 그렇다면 익숙한 소재에 익숙한 트릭들이니 김이 새 버리지 않았냐구요? 저같은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담없이 심심풀이로 읽는 추리 퀴즈 같아서 재밌었달까요? 게다가 익숙하거나 단순한 트릭이나 반전들을 차치해 버리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명탐정 '엘러리'였습니다. 저는 '엘러리'란 인물이 참으로 좋습니다. 너무나 잘났음에도 결코 뻐기지 않음이 좋고, 일하기 싫을 땐 침대에 몇날 며칠을 엎어져 지내는 평범함이 좋고,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는 그 유쾌함이 좋습니다. 그리고 '엘러리'가 특히 좋을 때는 역시 아버지인 '퀸 경감'과 아웅다웅하면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환상적인 케미가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들이 소소한 '엘러리'의 일상속에 잘 녹아 있기에 이 작품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한 알 한알 먹다보면 어느새 금세 한 박스를 전부 해치워 버리고 마는 고급 수제 초콜릿이 있지요. 엘러리퀸의 <퀸 수사국>은 바로 그런 초콜릿 박스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점점 중독되어 한 편만 더 읽을까, 또 한 편 더 읽고 자야지, 딱 한 편만 더 읽고 일해야지...하다가 어느새 18편의 작품을 시나브로 전부 해치워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달콤한 초콜릿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왠지 굉장히 유쾌해집니다. 독서라는 것은 바로 이 맛에 하는 거지요.

 

혹시 고전은 심지어 장르소설마저도 읽기가 힘들어. 고전 추리소설은 밍숭맹숭해. 고전 추리소설 주인공들은 너무나 전형적이라 개성이 없어....하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으신지요? 그렇다면 부디 엘러리 퀸의 작품들을 읽어 보시길 추천하는 바입니다. 읽고 나면 분명 저처럼 한 세기 가까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작가 "엘러리 퀸(들)"을 그리고 너무나 매력적인 탐정 "엘러리 퀸(부자)"를 찬양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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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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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모티프로 한 가상 기구인 '인권증진위원회'라는 곳에 근무하는 네 공무원들의 이야기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국가 기구.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어는 봤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 기관에서 하는 구체적인 일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니 아는 바가 거의 없네요. 그저 피상적으로 국가기관 때문에 인권을 침해 당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이란 정도 밖에는요.

 

그래서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인 네 명의 조사관들도 뭔가 굉장히 거창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겠거니 했었습니다. 그런데... 왠 걸;; 그들은 지극히 평범하고 하자 또한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아토피를 달고 사는 베테랑 조사관 한윤서, 정의감이 지나쳐 독단적인 배홍태, 다혈질의 이달숙, 오만방자 부지훈이 그들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하는 일이란 것 또한 형사처럼 범인 잡고, 검사처럼 추궁하고, 판사처럼 판결하고, 변호사처럼 변호하는 그런 일들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어떤 형사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가기관이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한 경위가 있는가, 없는가...를 조사하여 그저 '보고'만 하는 것이지요. 마치 호랑이나 사자 표범 재규어 같은 강자들이 지배하는 정글에 존재하는 한마리의 승냥이처럼 말이지요. 때문에 그들의 조사결과가 사건 해결 과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영향을 끼쳐서는 안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위치에서 딜레마를 겪고 맙니다. 그들이 조사를 진행하보면 자연스레 사건의 경위나, 숨겨진 진실 같은 것에 접근하는 경우가 생기고 말지요. 그럼 정의를 위해 어느 선까지 나서야하는 가의 문제로 말입니다.

 

총 5편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연작 소설인 이 작품에서의 탐정 역할은 물론 '조사관'들이 합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그들이 하는 일은 사건 수사도, 사건 해결도 아닙니다. 때문에 그 조사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고, 긴장감이 넘치지만 그 결말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열린 결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특히나 미스터리 소설에서) 이 작품이 별로 맘에 들지 않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런 점이 좋았습니다. 애초에 문학이란 것이, 소설이란 것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없을 테니까요. 단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데 힌트 비슷한 것을 주는 것이 본분일 테니까요. 다만 이런 열린 결말 덕에.... 저 같은 경우는 4번째 작품인 '푸른 십자가를 따라간 남자'의 결말을 보고 의문점이 생겨 그 의문점을 해결하고자 급기야 출판사에 문의를 하는 오지랖을 떨기도 했습니다;;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 주신 편집자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 속에는 국내 여러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이 등장을 합니다. 민간인 사찰이라든가 이태원 살인 사건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말이죠. 국내 장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감대 형성이 쉽다는 것일 겁니다. 때문에 흥미롭게 욕도 좀 해가며(사회파 미스터리는 이 맛으로 읽는거 아닌가요;;), 또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도 해보면서 아주 재밌고 빠르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국내 장르소설 작가의 작품들은 낯설기만 합니다. 이는 저의 무지탓이지요. 그래서 요근래에 들어서야 비로소 여러 작가들 작품을 한편씩 찾아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만족감과 함께 자부심 비슷한 것이 샘솟는군요. 송시우 작가도 <달리는 조사관>으로 처음 접한 작가였습니다. 작가의 전작인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이 참으로 궁금해지네요. 곧 읽어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송시우 작가를 비롯한 국내 장르 문학 작가님들 부디 화이팅입니다!

 

p.320 권력을 가진 국가기구를 호랑이나 사자에 비유한다면 국가인권기구는 승냥이라고. 호랑이나 사자에 맞서 싸워 이길 수는 없지만 호랑이나 사자가 힘을 남용하여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는지 안 하는지, 그 작고 날랜 몸으로 재빠르게 다니며 살펴보는 짐승. 호랑이나 사자를 끊임없이 신경 쓰이게 하는 존재. 죽일 수는 없지만 물어뜯을 수 는 있는 작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감시자. 호랑이나 사자, 곰, 표범과 재규어 같은 강자들이 지배하는 정글에 승냥이 한마리는 있어야지. 그들이 힘을 정해진 규칙대로 쓰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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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해놓은지 한달도 넘은 것 같네요.

그동안 출간 지연 문자를 서너통이나 받고,

그래 언젠가는 출간되겠지...하고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소와다리에서 당시 초판본을 그대로 재현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렇게 1955년도 10주기 증보판 초판본(왼쪽) + 1948 초판본 (오른쪽) + 육필 원고철 밀 판결문 (아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을 열어봤더니 연희전문 졸업 시절의 청년 윤동주가 저를 반깁니다.

중학교 시절 처음 윤동주의 시 '자화상'을 배우면서 지금까지 쭈욱 저의 이상형은 아름다운 청년 윤동주였습니다^^

이젠 제가 윤동주보다 훨씬 더 늙어버렸네요... ㅠㅠ ㅋㅋㅋ

그리고 시집의 처음은 역시 서시군요.

지금도 외우며 이따금 낭송해 보는 시네요.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살다 갔는데....

부디 그 정신을 본받아야 하는데......

 

 

그리고 상당한 크기의 육필원고철이 궁금해 열어봤더니.....

 

 

윤동주의 육필 원고가 그대로 실려있지 뭡니까....ㅠㅠ

엉엉 감격해서 울 뻔 했어요.

글씨도 어쩜 이렇게 고운지.....ㅠㅠ

마음도 얼굴도 그리고 글자마저도 고운 윤동주....ㅠㅠ

 

 

 

그리고 육필 원고철 뒤엔 윤동주의 판결문도 담겨 있네요...

2년을 판결 받았는데...... 결국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두게 되죠 ㅠㅠ

광복을 불과 몇달을 앞두고.... ㅠㅠ

(이 과정에 대해선 이정명 작가의 별을 스치는 바람이란 소설을 추천드립니다.)

 

 

 

이건... 정지용의 서문(?) 윤동주의 시는 정지용을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거라고 하네요^^

 

 

역시 예약하길 잘한 것 같아요.

심지어 가격마저 저렴해요....!

소와다리 정말 대박!!!

 

 

 

그리고.. 생각난 김에 저의 윤동주 콜렉션들을 꺼내 보았습니다.

 

   

 오늘 받은 윤동주 10주기 기념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초판본(우)

연희 전문학교 졸업 당시 내려했으나 일제의 압박때문에 무산되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아래)

 

 

 

 

 

 

 

 

 

 

 

 

 

 

 

 

책만드는집과 아티초크에서 낸 시선들

 

 

 

 

 

 

 

 

 

 

 

 

 

 

 

 

여전히 미궁에 쌓여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윤동주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의 삶과 죽음의 과정을,

아름다운 문체와 미스터리적 상상력으로 아주 흥미진진하며 감성적으로 써 낸,

이정명 작가의 별을 스치는 바람(제 인생의 책 중 하나입니다.)

 

안소영 작가가 청소년을 겨냥해 평전처럼 써낸 소설 시인 동주.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윤동주는 영원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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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녀,읽다. 2016-01-23 17:50   좋아요 0 | URL
어머~ 저랑 비슷한 분이 또 계셨었군요^^ 반갑네요!!! 가격도 저렴하고 소장가치 대박입니다! 전 특히 육필 원고가 너무나 맘에 들더라구요!!

못생긴토끼 2016-01-2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대박... 사야겠어요

그녀,읽다. 2016-01-23 17:50   좋아요 0 | URL
소장가치 최고에요!!! ^^

살리미 2016-01-23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육필원고 보는 순간 울컥했어요. 글씨 틀려서 다시 지운 흔적까지... 원고 쓰던 순간이 그대로 내게 전해지는 느낌!!! 비록 복사본이지만 유물처럼 간직할랍니다!!

그녀,읽다. 2016-01-23 18:21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유물처럼 소중하게 간직하려구요^^
 
코끼리의 무덤은 없다
조디 피코 지음, 곽영미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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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족인 저는 그저 표지의 색감 때문에 이 책이 끌렸더랬습니다. 작가도 생소했고, 어떤 장르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책을 펼쳐들었지요. 다만, 동물들의 생애랄지...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엔 쉽게 공감하는지라 조금은 기대도 하면서요.

 

이야기의 주축은 제나라는 열세살 소녀의 엄마 찾기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제나의 엄마인 앨리스는 코끼리의 인지 능력 및 슬픔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였습니다. 제나가 3살이던 10년 전, 그녀의 엄마와 아빠가 함께 운영하던 코끼리 보호소(...동물원이 아닌 보호소입니다. 서커스나 동물원에서 문제 코끼리로 분류되거나 버려진 코끼리를 데려다 보호해주는 시설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들이 코끼리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는지 알게 되어 소름돋았습니다.)에서 직원 하나가 코끼리에게 밟혀 죽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앨리스는 기절한 채 발견되어 병원에 실려 가지만,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사라져 버리지요. 제나의 아빠는 정신이상으로 정신 병원에 수용됩니다. 그렇게 제나는 할머니 손에 길러지는데, 엄마가 남기고 간 코끼리 연구 일지를 보며 엄마는 살아 있을까, 그렇다면 왜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는 걸까, 자신은 버림받은 것일까, 엄마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등의 내적 갈등을 겪게 되지요. 열세살이면 한창 감성이 예민할 사춘기 시절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때문에 급기야 제나는 엄마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데 우연인듯 필연처럼 심령술사 세레니티와 사설 탐정이가 10년전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버질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제나의 시점, 세리니티의 시점, 버질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이 됩니다. 이런 구성은 다각도에서 사건에 접근해 갈 수 있어 흥미롭지요. 하지만 또한 인물들간의 어긋나는 서술에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기에 저는 이 소설이 미스터리물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세 인물이 10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앨리스를 찾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 그 자체였습니다. 과연 앨리스는 살아 있을 것인지, 10년 전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서 자꾸만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그리고 중후반부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지점을 지나, 놀라운 결말 및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미스터리물인 줄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제게 그 반전의 충격은 꽤나 크고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시점이 있습니다. 코끼리의 슬픔을 연구하던 앨리스의 일지가 그것이지요.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피나 BBC 채널을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한 코끼리에 대한 묘사는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큰 축이 됩니다. 코끼리들이 왜 무리를 지어 다니는지, 코끼리들의 그들의 새끼를 어떻게 양육하는지, 코끼리들은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지 등을 매우 지적이며 감성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전부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논문들과 작가 스스로 수년동안 코끼리들을 관할한 결과에서 왔다고 합니다. 앨리시의 서술을 읽고 있자니 동물원에서나 혹은 동물의 왕국 같은 텔레비전에서나 몇 번 보았던, 그저 구경의 대상이었던 코끼리들이 한층 친근하게 느껴지며 경외심마저 들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한 장면은 역시 아기 코끼리를 사산한 후 어미 코끼리의 반응과 애도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코끼리들의 기억과 슬픔을 통해 우리 인간들이 무엇을 깨달아야할지... 작가는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했지만 떠난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그와 함께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p.548) 우리 인간들은 코끼리들에게 미안한 점도, 배울 점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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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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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2 알베르는 에두아르를 안고 생각한다. 전쟁 내내 모든 이가 그랬듯 에두아르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겠지. 이제 전쟁이 끝나고 이렇게 살아 있는데, 이제는 사라져 버릴 생각만 하고 있구나. 이제 살아남은 이들마저 죽어 버리는 것 말고는 다른 희망이 없으니, 세상에 이게 무슨 낭비냐고...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실은 전 세계사에 몹시도 무지합니다. 때문에 1차대전이라는 꽤 오래전 사건의 상황을 거의 전혀 모르다시피 하지요. 그런 무지로 인해 이 책이 그저 크게 한 탕하는 '사기극'이리라 짐작하고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더랬습니다. 그런데... 첫페이지부터 이건 아니지 싶습니다. 전쟁의 상황을 전쟁에 참여한 일개 병사인 주인공의 관점에서 지극히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해놓았습니다. 주인공인 '알베르'는 포탄이 뿌린 흙더미에 묻혀 죽을 뻔 했고, '에두아르'는 '알베르'를 구하려다가 얼굴의 반이 날아가 버립니다. 이런 상황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두 주인공에 완벽하게 몰입하여 서술해 놓아서 솔직히 가볍게 읽어나가진 못했습니다. 굉장히 무겁게... 때문에 굉장히 더디게 읽어나갔지요. 게다가 그들이 죽을 고비를 맞게 되는 것은 적군인 독일군이 아닌 아군때문이어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들은 어쨌든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음으로... 크게 한탕...하리라... 제 2의 인생을 살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제대 후 그들의 삶은 전쟁중일 때보다도 못했습니다. 사회 부적응자로 겉돌게 되지요. 심지어 '에두아르'는 얼굴도 없어졌으니... 오죽했을까요. 그들의 참전 후의 트라우마 또한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어 참으로 먹먹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기회였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프라델' 대위가 바로 그렇습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전쟁 후 사회 분위기를 백분 활용하여...아니 악용하여 부를 축적하고 권세를 누립니다. 알베르와 에두아르를 사지로 내몰고 공을 쌓아 전쟁후에도 승승장구 하는 그가 어찌나 그가 얄밉던지요.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의 피해는 어마어마 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전역에 아군 적군의 시체가 어디서나 널려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 큰 전쟁후의 나라 분위기라는 것은 상상이 가면서 또한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참전했던 병사들도... 후방에서 그들이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던 사람들도... 모두 전쟁으로 인해 크나큰 상처를 입었을 겁니다. 이는 비단 1차 대전 때의 프랑스만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우리 또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세계에선 여전히 전쟁들이 끊임없이 진행중이니까요. 하긴 인류의 역사라는 것이 어쩌면 전쟁의 역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전쟁이란 것이 없어졌으면...하고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몽상일지도 모르겠네요. 과거의, 현재의, 그리고 앞으로의 '알베르'와 '에두아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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