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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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2 알베르는 에두아르를 안고 생각한다. 전쟁 내내 모든 이가 그랬듯 에두아르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겠지. 이제 전쟁이 끝나고 이렇게 살아 있는데, 이제는 사라져 버릴 생각만 하고 있구나. 이제 살아남은 이들마저 죽어 버리는 것 말고는 다른 희망이 없으니, 세상에 이게 무슨 낭비냐고...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실은 전 세계사에 몹시도 무지합니다. 때문에 1차대전이라는 꽤 오래전 사건의 상황을 거의 전혀 모르다시피 하지요. 그런 무지로 인해 이 책이 그저 크게 한 탕하는 '사기극'이리라 짐작하고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더랬습니다. 그런데... 첫페이지부터 이건 아니지 싶습니다. 전쟁의 상황을 전쟁에 참여한 일개 병사인 주인공의 관점에서 지극히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해놓았습니다. 주인공인 '알베르'는 포탄이 뿌린 흙더미에 묻혀 죽을 뻔 했고, '에두아르'는 '알베르'를 구하려다가 얼굴의 반이 날아가 버립니다. 이런 상황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두 주인공에 완벽하게 몰입하여 서술해 놓아서 솔직히 가볍게 읽어나가진 못했습니다. 굉장히 무겁게... 때문에 굉장히 더디게 읽어나갔지요. 게다가 그들이 죽을 고비를 맞게 되는 것은 적군인 독일군이 아닌 아군때문이어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들은 어쨌든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음으로... 크게 한탕...하리라... 제 2의 인생을 살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제대 후 그들의 삶은 전쟁중일 때보다도 못했습니다. 사회 부적응자로 겉돌게 되지요. 심지어 '에두아르'는 얼굴도 없어졌으니... 오죽했을까요. 그들의 참전 후의 트라우마 또한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어 참으로 먹먹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기회였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프라델' 대위가 바로 그렇습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전쟁 후 사회 분위기를 백분 활용하여...아니 악용하여 부를 축적하고 권세를 누립니다. 알베르와 에두아르를 사지로 내몰고 공을 쌓아 전쟁후에도 승승장구 하는 그가 어찌나 그가 얄밉던지요.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의 피해는 어마어마 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전역에 아군 적군의 시체가 어디서나 널려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 큰 전쟁후의 나라 분위기라는 것은 상상이 가면서 또한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참전했던 병사들도... 후방에서 그들이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던 사람들도... 모두 전쟁으로 인해 크나큰 상처를 입었을 겁니다. 이는 비단 1차 대전 때의 프랑스만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우리 또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세계에선 여전히 전쟁들이 끊임없이 진행중이니까요. 하긴 인류의 역사라는 것이 어쩌면 전쟁의 역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전쟁이란 것이 없어졌으면...하고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몽상일지도 모르겠네요. 과거의, 현재의, 그리고 앞으로의 '알베르'와 '에두아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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