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무덤은 없다
조디 피코 지음, 곽영미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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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족인 저는 그저 표지의 색감 때문에 이 책이 끌렸더랬습니다. 작가도 생소했고, 어떤 장르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책을 펼쳐들었지요. 다만, 동물들의 생애랄지...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엔 쉽게 공감하는지라 조금은 기대도 하면서요.

 

이야기의 주축은 제나라는 열세살 소녀의 엄마 찾기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제나의 엄마인 앨리스는 코끼리의 인지 능력 및 슬픔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였습니다. 제나가 3살이던 10년 전, 그녀의 엄마와 아빠가 함께 운영하던 코끼리 보호소(...동물원이 아닌 보호소입니다. 서커스나 동물원에서 문제 코끼리로 분류되거나 버려진 코끼리를 데려다 보호해주는 시설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들이 코끼리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는지 알게 되어 소름돋았습니다.)에서 직원 하나가 코끼리에게 밟혀 죽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앨리스는 기절한 채 발견되어 병원에 실려 가지만,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사라져 버리지요. 제나의 아빠는 정신이상으로 정신 병원에 수용됩니다. 그렇게 제나는 할머니 손에 길러지는데, 엄마가 남기고 간 코끼리 연구 일지를 보며 엄마는 살아 있을까, 그렇다면 왜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는 걸까, 자신은 버림받은 것일까, 엄마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등의 내적 갈등을 겪게 되지요. 열세살이면 한창 감성이 예민할 사춘기 시절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때문에 급기야 제나는 엄마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데 우연인듯 필연처럼 심령술사 세레니티와 사설 탐정이가 10년전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버질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제나의 시점, 세리니티의 시점, 버질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이 됩니다. 이런 구성은 다각도에서 사건에 접근해 갈 수 있어 흥미롭지요. 하지만 또한 인물들간의 어긋나는 서술에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기에 저는 이 소설이 미스터리물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세 인물이 10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앨리스를 찾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 그 자체였습니다. 과연 앨리스는 살아 있을 것인지, 10년 전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서 자꾸만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그리고 중후반부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지점을 지나, 놀라운 결말 및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미스터리물인 줄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제게 그 반전의 충격은 꽤나 크고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시점이 있습니다. 코끼리의 슬픔을 연구하던 앨리스의 일지가 그것이지요.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피나 BBC 채널을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한 코끼리에 대한 묘사는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큰 축이 됩니다. 코끼리들이 왜 무리를 지어 다니는지, 코끼리들의 그들의 새끼를 어떻게 양육하는지, 코끼리들은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지 등을 매우 지적이며 감성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전부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논문들과 작가 스스로 수년동안 코끼리들을 관할한 결과에서 왔다고 합니다. 앨리시의 서술을 읽고 있자니 동물원에서나 혹은 동물의 왕국 같은 텔레비전에서나 몇 번 보았던, 그저 구경의 대상이었던 코끼리들이 한층 친근하게 느껴지며 경외심마저 들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한 장면은 역시 아기 코끼리를 사산한 후 어미 코끼리의 반응과 애도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코끼리들의 기억과 슬픔을 통해 우리 인간들이 무엇을 깨달아야할지... 작가는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했지만 떠난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그와 함께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p.548) 우리 인간들은 코끼리들에게 미안한 점도, 배울 점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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