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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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쓰홍 작가는 굉장한 이야기꾼이네요. 마치 용징에서 살아봤던 것처럼 모든 게 생생합니다. 너무 몰입해서 읽느라 괴로웠어요. 그만큼 재미있었습니다.(전자책 표지에 띠지가 없어서 더욱 마음에 듭니다. 주석도 팝업으로 뜨니 전자책으로 읽기에 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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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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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배경은 타이완의 작은 마을인 용징. 혹독한 가부장제와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한 그곳에서 딸만 다섯이 태어났다. 그 후에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아들 둘이 더 태어난다. 천씨 집안 7남매 중 막내인 천톈홍은 누가 봐도 작가 본인을 투영한 인물인데 작가는 일인칭 시점을 사용하지 않고 '그'라고 지칭한다. 


그는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으며 동성연인 T가 있다. T는 그가 떠나온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떠나온 용징이 어떤 곳이었는지 생각한다. 그곳은 귀신들의 땅이다. '그'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소설 배경이 몇 년도인지도 모르겠고 약간 모호한 기분으로 소설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모호한 가운데에서 작가는 초반부터 강력한 떡밥들을 던진다. 용징에는 귀신이 많은데 특히 여자 귀신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그의 집에서도 여자 귀신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부터는 자세를 고쳐 앉고 집중하게 된다. 그가 살았던 용징과 그의 집안이 겪었던 일들이 보통 일은 아닐 거라는 느낌이 사악 스며든다.


[ T에게 자신이 이런 귀신들의 땅에서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했을까. 자신의 황당한 신세를 어떻게 말해야 했을까. 누나 다섯에 형 하나, 좀처럼 말이 없는 아버지, 이러쿵저러쿵 끊임없이 얘기를 늘어놓는 엄마, 뱀 잡는 이웃, 빨간 반바지 차림의 징쯔총, 물웅덩이, 혼례, 추풍나무, 백악관, 하마, 용싱 수영장, 지하실, 양타오 과수원, 청자오마, 밍르 서점, 은색 물탱크 탑을 어떻게 설명해야 했을까. ]


소설 극초반에 나오는 문장인데 이 소설은 앞으로 이 사람과 장소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살해, 교도소, 자살, 화재 등등 귀신도 놀라 도망칠 천씨 집안의 잔혹사가 펼쳐진다. 작가는 한번에 모든 걸 설명하지 않고 약간씩 떡밥을 던진다. 그 떡밥들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 회수한다. 책이 1, 2,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3부부터는 숨도 안 쉬고 읽었다.


누구나 유년 시절에 대해 쓰고 싶은 이야기가 한두개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좋았던 일이든 슬펐던 일이든 누구에게나 강렬한 기억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너무 생생해서 과거를 재현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용징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용징의 흙먼지,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들의 소리, 여름의 끈적끈적함, 먹어본 적도 없는 양타오 탕이 떠오른다.


이 소설은 매 챕터마다 중심 인물이 바뀐다. 천톈홍을 포함한 7남매,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다 읽고 나면 커다란 퍼즐 조각이 차라락 맞춰진다. 각 챕터가 누구를 중심 인물로 내세우냐에 따라 그 챕터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천톈홍과 샤오촨이 만나는 모든 장면들이다.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여성 스트리퍼다. 타이완 시골 마을에 무슨 스트리퍼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타이완 문화라고 한다. 할말을 잃었다. 세상은 넓고 희한한 문화는 차고 넘친다. 물론 이미 없어졌겠지만은.


이 소설을 보면서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생각났다. 4시간 길이의 영화라서 OTT로 보다가 포기할 뻔 했다. 타이완 역사에 아주 약간의 관심이 있었기에 허벅지 찔러가면서 끝까지 봤다. 등장인물들 설정과 시대 배경이 다르기는 한데 그래도 소설을 감상하는 데 1그램 정도의 도움을 주었다. 영화에 나오는, 사람 미치게 하는 그 억압된 분위기를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영화에서도 그렇고 이 소설에서도 그렇고 학교가 학생을 가르치는건지 조폭을 기르는건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사실 한국도 걸어왔던 길이라서 그런지 어떤 부분은 '오오 한국이랑 비슷해' 이러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이건 정말 심한데' 싶기도 하다.


여기서부터는 책과 관련없는 쓸데없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구아버'가 등장한다. 처음 봤을 때는 '구아바'를 잘못 쓴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구아버'라고 쓰길래 이게 뭔일인가 싶어서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했더니 guava의 올바른 표기가 '구아버'라고 한다. guava는 누가 봐도 '구아바'인데 '구아버'가 올바른 표기법이라고 하니 충격 받았다. 


이 책은 주석이 많은 편인데 주석을 누르면 팝업으로 떠서 전자책 읽을 때 편리했다. 주석이 맨뒷장에 있고 왔다 갔다 하도록 만든 전자책이 제일 싫다...ㅜ 다행히 이 책은 그런 문제는 없었다.


민음사 블로그에 이 소설과 관련된 타이완 풍속을 정리해놓은 글이 있는데 읽어볼만 하다. 빈랑과 베틀후추, 삼합원 등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다만 조선일보에 실린 작가 인터뷰 전문은 완독 전에는 피하는 게 좋다. 기자 질문에 소설 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다. 인터뷰는 책 다 읽고 나서 보는 게 맞기는 한데, 이 책은 워낙 천톈홍이 작가의 분신처럼 느껴져서 중간에 작가 인터뷰를 찾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꾹 참고 인터뷰는 나중에 읽길 정말 잘했다. 참고로, 소설에 나오는 천톈홍의 누나는 다섯 명, 작가 천쓰홍의 누나는 일곱 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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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01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에 나온 천톈홍보다 천쓰홍 작가 누나가 더 많군요 종이책도 주석 같은 게 뒤에 있으면 보기 안 좋죠 전자책은 뒤에 있는 것도 있고 팝업으로 뜨는 것도 있군요 귀신도 놀라서 달아날 천씨 집안 이야기군요


희선
 
[전자책] [세트] 을유세계문학전집 (총100권)
을유문화사 편집부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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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세트를 전자책으로 구입하니까 정말 저렴하네요. 구입하고 나니까 마음이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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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살인하는 돌>을 주말 동안 집중해서 읽었다. 역시나 재밌어...역시나 내 취향이야. 


이번 소설의 배경은 퀘백의 여름이다. 맑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나 싶어니 폭풍우가 몰아닥치고 살인이 벌어진다. 그 후로 이어지는 살인범 찾기. 하지만 사실은 피해자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들이다. 다른 소설들도 그랬지만 가족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증오로 바뀌기 쉬운 관계가 가족이다. 


소설의 배경이 퀘백이니만큼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복잡했다. 예전에 프랑스계가 영국계의 밑에서 시녀나 하인 역할을 했는데 프랑스계가 권력을 잡으면서 영국계는 쫒겨나다시피 고향인 퀘백을 떠나야했다고 한다. 과거에 영국계 밑에서 눌려살았던 프랑스계들은 당연히 영국계를 싫어하고 자신이 쫒겨났다고 생각하는 영국계들은 은근히 프랑스계에 앙심을 품고 있다. 이런 갈등을 품고 살아가는 퀘백 사람들...큰 갈등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게 맞는걸까?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읽으면 읽을 수록 퀘백에 대해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번 소설에서도 가마슈 너무 허술해서 빵 터졌다.


"렌 마리가 어느 날 일요일 미사가 끝난 후 점심 식사에 초대했지요. 가족들과 함께하는 자리였죠. 가 보니 형제자매가 일흔세 명이더군요." 

"아홉이에요." 아내가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 

"물론 저는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지요. 그래서 그 주 내내 이 사람 어머니께 뭘 가지고 가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너무 크면 안 됐어요. 잘난 척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너무 작아서도 안 됐습니다. 싸구려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식욕도 달아나더군요. 그게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돼 버렸습니다." 

"뭘 가져가셨어요?" 클라라가 물었다. 

"욕실용 매트요."


부인 렌 마리와 사귀던 시절, 처음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는 날 욕실용 매트를 선물로 가져간 가마슈 형사, 도대체 어떻게 결혼에 성공한걸까ㅋㅋㅋㅋㅋ



<에이징 솔로>는 크레마 북클럽에서 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보고 마트 계산하면서 기다릴 때 보고 음료 테이크아웃 기다리면서 보고. 그런 식으로 짬짬이 보고 있다. 삶의 궤적은 누구나 다 다르지만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서 누구나 솔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한 사람도 사별할 수 있고, 자식이 있다고 해도 그 자식이 해외에 나가서 살거나 직장 때문에 원가족과 먼 지역에 정착을 하게 될 수 있다. 호적에는 가족이 있지만 심리적으로 혼자 남았다고 느껴진다면 누구나 스스로를 솔로라고 여길 수 있다. 물론 이 책에서는 쭉 혼자서 살아온 사람들과 어느날 갑자기 솔로가 된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며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다. 부모 돌봄 노동에 대해서 혹은 에이징 솔로 본인이 늙어서 몸을 기댈 곳이 없는 상황에 대해서 묻고 기록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에이징 솔로가 처할 수 있는 어려움을 느낄 때는 시베리아 벌판에 선 것처럼 온몸이 춥다가도, 그래도 이겨낼 수 있다고 사회가 조장하는 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글을 읽다보면 또 마음 한구석에 핫팩을 댄 것처럼 따뜻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함과 따뜻함이 9대 1이다ㅋㅋㅋㅋㅋ대부분 불안하다ㅋㅋㅋㅋ나는 현재 솔로는 아니지만 자식 계획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솔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봤다. 그래서 더 불안한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성격이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주변에 친구도 지인도 많을테니 어떻게든 극복이 가능할텐데 나는 I형 97%인 사람이라 만약에 혼자 살다가 아파도 누군가에게 전화 하느니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미래는 오지 않았고 나에게 주어진 것은 현재뿐. 현재를 즐기자.



이 책도 크레마 북클럽에서 읽고 있는 책이다. 내가 갖고 있는 이북리더기에서는 밀리의 서재가 잘 돌아가질 않고 크레마 북클럽은 아주 잘 돌아간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은 밀리에 훨씬 많은데 막상 읽은 책들은 보면 전부 크레마 북클럽에 있다. 이 일을 어찌 해야하나. 이북리더기를 새 걸로 바꿔야 하나. 아무튼 이 책은 처음 읽어보는 카렐 차페크 책이다. 일단 초반부를 읽고 있는 중인데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사건이 드라마틱하지 않아서 자기 전에 주로 읽고 있다. 내용이 복잡한 책들은 노션에 기록하면서 읽어야 해서 자기 전에 못 읽는다. 그래서 책들을 자기 전에 읽는 책, 각 잡고 책상 앞에 앉아서 기록하면서 읽는 책, 돌아다니면서 읽는 책으로 다 나눠놨다. 이 책은 주로 자기 전에 읽는데 나는 누우면 자는 스타일이어서 사실 몇 페이지 못 읽고 잠들어버린다. 다 읽을 때까지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귀신들이 땅>은 각 잡고 읽는 책이다. 등장인물이 많다. 7남매에 아빠 엄마까지. 뒷부분에 조부모나 동네 사람들 이야기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아무 정보도 없이 읽다가 아아 그러니까 이런 내용이구나 싶어서 알라딘 책 정보를 찾아봤는데 내가 대충 이해한 게 맞는 것 같다. 얼른 쭉쭉 읽어야겠다. 일단 초반은 흡입력이 있고 재미있다.


이 책은 얼마 전에 민음사TV 유튜브 영상에서 소개가 되었다. 천쓰홍 작가가 직접 그 영상에 자신의 책을 읽어줘서 고맙다고 댓글까지 달았다. 그 영상이 이 책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영상도 아니고 병렬독서하는 책들 얘기하다가 이 책 이야기가 나온건데 그걸 어떻게 찾아봤는지 모르겠다. 서치 능력 대단하신데...? 이 책은 처음 읽는 타이완 작가 책인데 타이완에 대해서도 좀더 알고 싶다. 거기도 역사가 엄청나게 복잡하다. 늘 타이완에 가보고 싶어했고 그쪽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는데 일단 이 책부터 읽고 가지치기 하면서 뻗어나가야겠다.


그나저나 알라딘에 사놓고도 안 읽은 전자책 수십 권인데 밀리의 서재 보관함에 160권 담겨있는 거 어떡해야하나. 날 잡아서 보관함에 담아둔 책 다 열어보고 읽을 책과 안 읽을 책은 빨리 구분해서 정리해야겠다. 현실에서도 물건 많은 걸 안 좋아하는데 디지털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뭔가가 너무 많이 쌓이면 부담스러워서 정리하고 싶다. 


자고 일어나면 머릿속에 칩 이식한 것처럼 읽고 싶었던 책 내용이 싸악 빨려들어왔으면 좋겠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뉴럴링크가 얼마 전에 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한다. 10년 20년 후면 책 읽을 필요 없이 칩만 이식해주는 기술이 생기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미래는 정말로 알 수 없다. 모든 게 컴퓨터 칩과 알약으로 대체되기 전에 열심히 맛있는 거 먹고 살아야겠다. 음식은 하는 것도 귀찮고 먹는 것도 귀찮아서 알약으로 대체되어도 상관없는데 밀크티랑 오트라떼는 꼭 실물로 먹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현재를 즐기며 맛있는 거 먹고 살아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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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2-0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럴링크가 실현된대도... 전 책읽는 즐거움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요~~~~~!^^

저 얼마전 타이완 갔다오면서 이 책 봤는데 읽고 싶더라구요
재밌다시니 더 궁금합니다^^

Laika 2024-02-05 14: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실 책은 직접 읽는 게 제일 재밌죠!ㅎㅎㅎ <귀신들의 땅>은 타이완 배경인데도 한국 문화랑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더 공감가더라구요. 타이완 다녀오셨으면 아마 더 재밌게 읽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 다녀와서 그 나라 관련 책 읽는 거 넘 재밌잖아요ㅎㅎ

은하수 2024-02-0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오는 뱅기 안에서 대만 책 읽어봐야지 생각했죠 의외로 대만 작가 책을 안읽었더라구요^^
근데 피니스아프리카에 루이즈 페니책은 정말 표지가 넘넘 아름답지 않습니까
소장욕구가 마구 차오르네요
가마슈 경감도 좋구요~~~

Laika 2024-02-05 17:56   좋아요 0 | URL
그쵸, 가마슈 경감 책은 표지가 정말 예뻐요. 저는 전자책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종이책으로 사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ㅎㅎㅎ
 

요즘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에 폭 빠져서 지내고 있다.


시리즈 1권 <스틸 라이프>는 읽고서 리뷰 썼고 그후로 2, 3권 읽었다. 문제는 2권을 스포를 당한 채로 읽었다는 것이다. 왓챠에 올라온 드라마 <쓰리 파인즈>가 바로 이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길래 에피소드 제목을 자세히 봤다. 1,2화 에피소드 제목이 '화이트 아웃'인데 소설 어디에도 그런 제목은 없다. 이 에피소드는 소설과 관계없는 오리지널 에피소드인가보다, 하면서 봤는데 그게 바로 <치명적인 은총>의 내용이었던 것이다.


<치명적인 은총> 읽기 시작했을 때 드라마에서 이미 본 내용들이 나오길래 얼마나 당황했던지ㅋㅋㅋㅋ. 다행히도 나는 스포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다. 진짜 재미있는 컨텐츠는 결말을 알고 봐도 재미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약 30초 좌절하고 나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드라마 에피소드 1,2화를 보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왓챠에서 <쓰리 파인즈>가 사라져버렸다.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 했는데 찾아보니까 다행히 티빙에 존재한다. 얼른 소설 다 보고 드라마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언제 OTT에서 내려갈지 모른다.(내 기준 드라마보다 소설이 천 배쯤 더 재미있다. 소설이 짱이다.)


<치명적인 은총>은 스포를 다 보고 봤는데도 재밌었다. 나한테는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는 범인 찾으려고 보는 소설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보는 재미로 이 소설을 본다. 수사 할 때마다 팀호튼 더블더블 커피와 초코 도넛을 먹고 겨울이 되면 마을 사람들 전부 얼굴을 내놓지 않고 꽁꽁 싸매기 때문에 서로의 모자 색깔을 보고 누군지 알아본다는, 이런 문장들이 너무 좋다. 새 모자 꺼내서 쓰는 날에는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고 한다. 너무 귀엽다. 팀호튼 더블더블은 도대체 무슨 커피인가 찾아봤더니 커피에 설탕2 크림2 넣은 거라고 한다. 달달한 커피는 좋아하지 않는데 팀호튼 더블더블은 먹어보고 싶다. 한국에 들어왔다는데 가격이 사악할 게 뻔하니 언젠가 캐나다에 가게 된다면 꼭 사먹어봐야지.


이 사람들이 먹는 음식들도 궁금하다.


" 사울 페트로프는 녹인 스틸턴 치즈를 얹은 바게트에 아루굴라를 넣어 만든 로스트 비프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맥주를 마셨다. 접시에 쌓여 있던 슈스트링 감자튀김은 상당히 줄어 있었다. "


나도 치즈 좋아하는데, 도대체 저 스틸턴 치즈라는 건 뭘까. 아루굴라도 궁금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북미로 여행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 미국이랑 캐나다는 아주 아주 오래 전에 무슨 일 때문에 며칠 들린 게 전부다. 왜인지는 몰라도 북미는 끌리지 않았는데 이 소설 보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퀘백에 가보고 싶다. 그것도 겨울에!! 미친 짓인 건 아는데 퀘백의 혹독한 추위를 겪어보고 싶다. 올리비에 비스트로에 앉아서 화로에 장작 몇 개 던져두고 카푸치노와 크로와상 먹는 상상을 해본다. 


이 소설 읽을 때 유튜브에서 모닥불 asmr 검색해서 틀어놓으면 좋다. 엄청 잘 어울린다. 나는 8시간 짜리 틀어놓고 읽었다.


그나저나 퀘백 경찰청 워라밸 너무 퍼펙트 하다ㅋㅋㅋ. 오후 5시반에서 6시면 퇴근한다. 가마슈랑 보부아르는 수사하는 동안에는 스리파인즈에 있는 B&B에서 머물기 때문에 집에 안 들어가기는 하는데 그래도 절대 야근은 안 한다. 다른 형사들한테는 외근 나갔다가 다섯시 반이면 거기서 퇴근하라고 지시한다. 우리나라 형사 영화 보면 형사들 전부 경찰서에서 먹고 자고 거지꼴로 짜장면 시켜 먹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가마슈는 정반대다. 비스트로에서 식사와 와인을 즐기면서 수사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라는 제목의 한국 여행 영상을 봤는데 그거 보고 나서 아르망 가마슈 소설까지 읽으니까 우리나라가 얼마나 워커홀릭 국가인지 더욱 절절하게 와닿았다. 그런데 나도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캐나다 속도에 적응할 자신은 없다. 저런 나라에서는 인터넷이 고장 나면 한 달 후에 고치러 온다는데 나는 그렇게는 못 살아...적당히 빠르게 사는 게 나랑 맞기는 하다.


이 소설에 개의 죽음과 관련된 장면이 나온다. 보다가 눈물이 흘렀다. 부모님이 개를 키우시는데 이제 노견이다. 그래서 개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은 되도록 안 보려고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피해갈 수가 없다. 그래도 마냥 슬프지 않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사람 죽는 추리소설 보면서 개가 죽는 내용만 나오면 눈물을 흘리는 내 감정선에 문제가 있나 싶은데...그런데 정말 개가 아프거나 죽는 장면을 접하면 수도꼭지 튼 것처럼 자동적으로 눈물이 난다. 큰일이다.


시리즈 3편인 <가장 잔인한 달>에서는 가마슈 경감과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이 소설은 메인 스토리와 별개로 가마슈 경감이 겪고 있는 문제를 보여주는데 생각보다 오래 안 끌고 3편에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 물론 절대 여기서 끝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뿌려놓은 떡밥들은 <가장 잔인한 달>에서 제대로 회수를 한다. 루즈할 틈이 없다.


루이즈 페니의 개그 코드는 나랑 너무 잘 맞는다. 이번 소설에는 유령과 대화를 나누는 영매가 나온다. 스리 파인즈 주민들이 부활절을 맞이해서 귀신을 부르는 교령회 모임을 갖게 된다. 손을 맞잡고 귀신을 부르다가 갑자기 무서워지니까 클라라가 식전 기도문을 외운다ㅋㅋㅋㅋㅋ. 여기서 완전 뒤집어졌다. 무서울 때 주기도문, 십계명, 나무관세음보살 외우는 사람들은 봤는데 냅다 식전기도문 외우는 사람은 소설 속 클라라가 처음이었다. 아 너무 웃겼다.


또 이런 문장들은 너무 아름답다.


[ 그는 대부분의 집이 봄이 되면 슬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밝고 유쾌한 눈송이가 사라지고 꽃과 나무는 아직 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슬픔은 때때로 천천히 찾아온다. 누군가가 살해된 첫날, 살해된 사람의 친척들이나 가까운 친구들은 다행스럽게도 마비 상태가 된다. 그들은 무심한 제삼자가 자신들에게 닥친 재앙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거의 항상 뭉쳐 지내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척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옛 해들리 저택처럼 조금씩 무너져 간다. ]


이 소설에는 상당히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데 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클라라와 피터, 올리비에와 가브라, 머나, 루스 자도 같은 사람들이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다. 가마슈랑 보부아르랑 이자벨 라코스트 형사랑은 이미 식사 몇 번 한 것 같다.


주말 동안에 시리즈 4,5권 보고 잠깐 쉬었다가 9권까지 달려야겠다. 스리 파인즈라는 마을을 떠나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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