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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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어쩐지 쓸쓸하면서도, 하루하루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그런 글들. 더욱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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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다섯 밤의 기록, 개정판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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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왔길래 바로 구매! 독서의 위험성과 중요성에 대해서, 그리고 반복해서 읽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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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를 읽으면서 먹는 걸 살 때 원재료명을 꼭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침에 먹은 서울우유 플레인 요거트는 원재료가 우유랑 유산균으로 굉장히 단순했다. 그런데 냉장고에 굴러다니고 있던 또 다른 요거트 원재료에는 젤라틴, 유화제 같은 성분이 적혀있었다. 원재료가 단순하지 않아서 그런가 왠지 맛도 별로인 것 같고. 엄마도 나도 그 요거트에는 손이 안 가서 서울우유 요거트만 먹었다.


저녁에는 올리브영에 들렀다. 세일한다길래 뭐 살 거 있나 해서 들른건데 살 게 없었다. 립스틱도 파운데이션도 흥미를 잃은지 오래. 다만 바디로션 같은 거 세일하면 하나 사려고 했는데 검색해보니까 쿠팡에서 사는 게 훨씬 쌌다. 마실 거라도 사볼까 해서 냉장고쪽으로 향했다. 맥주랑 얼그레이 하이볼이 세일 중이길래 두 개를 들고서 원재료명을 확인했다. 얼그레이 하이볼에는 주정, 백설탕, 오크칩, 구연산, 향료 등이 들어있었다. 오크칩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봤더니 하이볼 향 낸다고 집어넣는 원재료인 듯 싶었다. 되게 건강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못먹을 화학약품은 없는 것 같아서 일단 하이볼은 겟. 맥주의 원재료명을 봤는데 얘는 훨씬 복잡했다. 일단 내가 잘 모르는 화학약품의 이름이 보였다. 


네이버 검색해보니 얼그레이 하이볼은 엄청 맛없다는 불호평이 많고 맥주는 맛있다는 평이 많았는데 나는 하이볼을 구매했다. <초가공식품>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명 따지면서 음식을 구매하는 일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으나 일단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만큼은 '음식이 아닌 음식'을 구매하기가 매우 꺼려졌다. 하이볼이랑 같이 먹을 과자도 사지 않고 집에 와서 한라봉이랑 호두를 으적으적 씹어 먹는 중이다. 평소 같았으면 봉지과자를 까놓고 하이볼을 즐겼을텐데 말이다. 한라봉과 호두는 음식이고, 온갖 화학 약품을 버무려놓은 과자는 '음식이 아닌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에 도저히 과자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요지는 이렇다. 인간은 스스로 먹는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조절 기제를 타고 태어난다. 그래서 신체는 자신에게 맞는 적정한 몸무게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의 등장 이후로 비만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초가공식품이 칼로리가 높다거나 지방 함량이 높다거나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초가공식품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즉 실험실에서 탄생한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초가공식품은 인간의 섭식 조절 능력 자체를 고장낸다. 그리하여 초가공식품에 중독된 인류는 '음식 아닌 음식'을 끝없이 갈망하게 된다는 것.


이런 식의 주장에 또다른 반론이 있을 수도 있으나, 내가 직관적으로 느끼기에는 이 책의 주장에 일견 타당성이 있다. 인류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실험실에서 탄생한 분자들을 먹는 게 몸에 뭐 그리 좋을 게 있을까. 가습기 살균제 사건 때도 느꼈고, 더 멀게는 방사선의 위험성을 모르고 방사능 음료를 판매한 사건에서도 느끼지만, 나는 일단 너무나 새로운 것에는 경계심을 갖는 편이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도 제로 열풍에 늘 의심을 품고 있었다. 콜라가 몸에 나쁘면 콜라를 끊어야지, 그걸 대체해서 제로 콜라를 먹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나는 어쩌다가 탄산음료가 먹고 싶으면 차라리 오리지널을 마신다. 설탕은 그래도 자연에서 뽑아내기라도 하지,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없는 저 성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선뜻 손이 안 간다. 평소에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이 책의 주장에 더욱더 감화가 되었는지도 모른다.(하지만 제로 음료는 불신하면서 과자 중독자로 살았던 나, 정말 모순덩어리였다...ㅠㅠ)


요즘 나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도 그렇고 아주 친하게 지내는 지인도 그렇고 다들 자신 나름의 방식으로 먹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각자 주장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공통점은 딱 하나. 질 좋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들 왜 이렇게 먹는 걸 신경쓰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조금만 신경을 놓으면 안 좋은 음식들을 먹기가 너무 쉬운 환경에 놓였기 때문인 듯 하다. 나만 봐도 그렇다. 요리하기가 싫으니까 온갖 화학 약품이 들어있는 밀키트를 사먹고, 밥 대신 과자를 먹는 일도 다반사였으니까.


먹는 걸로도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다. 건강하게 살려면 약에 기댈 생각하지 말고 먹는 것부터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이 어차피 평생 살 수는 없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데 식생활이 망가지면 반드시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과자는 끊을 수 없겠지만 밀키트는 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 하기 싫으면 야채 삶고 고기 구워서 소금 뿌려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올한해 목표는 가짜 음식 말고 진짜 음식으로 내 몸을 만드는 것. 초가공식품을 싹 끊을 수는 없지만(과자 없이 살 수는 없다ㅠㅠ) 서서히 멀어지고 싶다. 음식 아닌 음식들, 그동안 즐거웠고 앞으로는 적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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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빡세게 해보고 싶어서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를 주문했다. 경험상 이런 류의 책은 링제본을 해야 확실히 보기 편하다. 두께 때문에 두 권으로 나눠서 제본한다길래 얼마나 두껍나 했는데...진짜 두껍기는 하다. 제본 안 했으면 무거워서 들고다니지도 못할 뻔 했다.

어쩐지 너무 두껍고 어려워 보이는 책이라 한동안 거리두기를 하다가 어제 처음으로 책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도저히 집에서는 공부 못할 것 같아서 카페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스타벅스 가서 톨 사이즈 따뜻한 아메리카노랑 잉글리시 스콘을 주문했다.


커피랑 빵을 때려넣었는데도 너무 집중이 안 되어서 챕터1을 간신히 끝마쳤다. 처음에는 간단(?)해보이는 단어 10개 정도로 시작하는데 계속해서 새로운 단어로 가지치기 해나간다. 머언 옛날에 수능 영어 공부 열심히 했었는데ㅋㅋㅋ세상에 이렇게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이 튀어나오니까 새삼 충격 받았다. 세상은 넓고 외워야할 영어 단어는 무지하게 많다. 그래도 어원을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챕터1에서 그나마 익숙했던 단어는 A misogynist(여성 혐오자) 하나였다. 페미니즘 관련되어 아주 많이 등장하는 단어여서 나도 모르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추측할 수 있듯이, 'mis-'는 그리스어 misein(=미워하다)에서 파생되었고 gyne은 여성을 뜻하며 '-ist'는 보통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접미어이므로, A misogynist가 여성을 싫어하는 사람을 뜻한다는 걸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A philanthropist도 보자. 'Phil-'은 뭔가를 좋아한다는 뜻, anthropos는 인간을 뜻한다. 그러니까 인간을 좋아하는 사람들, 박애주의자라는 뜻이 완성된다. 독지가, 자선가라는 뜻도 있다. 의미는 참 좋은데 이거 발음하기 무지 어렵다. F 발음이 L 발음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TH 발음으로 연결된 후 P 발음을 내뱉어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나는 영어로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저 눈으로 보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뿐이라서 굳이 발음까지 공부해야 하나...? 싶었지만 열심히 연습했다. 안 되는 발음도 연습 하다보면 은근히 쾌감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독지가'라는 단어의 정확한 한자어 뜻이 뭘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네이버 한자사전 들어가서 검색했다. '篤 도타울 독/志 뜻 지/家 집 가'를 써서 [1. 마음이 독실(篤實)한 사람, 2. 사업(事業)이나 공공(公共)의 일에 특(特)히 마음을 쓰고 협력(協力)ㆍ원조(援助)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1번보다는 2번 뜻을 주로 사용하는 듯 하다. 연말연시가 되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의 후원' 이런 류의 기사 제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너무나 익숙한 단어였는데, 독지가의 '독'이 '도타울 독'이라는 걸 어제 처음 알았다. '도타울 독'은 또 언제 사용할까. 종교에 대한 믿음이 강할 때 '독실하다'라는 표현을 쓰는 데 '독실'의 '독'이 바로 '도타울 독'이라고 한다.


언젠가 '나는 한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심지어 신문이나 책에서 중요한 단어는 한자로 표기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가 '너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했다가는 꼰대 소리 듣는다'는 답변을 들었다.(심각한 분위기가 아니라 둘 다 농담처럼 던진 소리였다) 어쨌든 나는 한자를 좀더 많이 알고 싶다. 책을 보다가, 뉴스를 보다가, 저거는 무슨 한자를 쓰는 단어지? 이런 생각이 들면 네이버 사전을 찾아본다.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 어원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한국어 실력을 늘리려면 어느 순간 한자가 필요해진다.


오늘은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 챕터2를 공부해야 하는데,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좋은 책인 건 알겠는데 솔직히 나한테는 좀 어렵다ㅋㅋㅋㅋ. 이 책 앞에 보면 "매일 적어도 하나의 레슨을 공부하세요.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하루라도 건너뛰면 안 됩니다."라고 쓰여 있는데...건너뛰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하지만 공부해야지. 책을 구매했고, 링제본을 했다는 것은 재판매가 안 된다는 뜻.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품에서 이 책을 끝장내야 한다. 당분간 커피와 달달한 빵의 힘을 많이 빌려야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발음기호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전에 등장하는 일반적인 발음기호는 아무리 봐도 제대로 못 읽겠는데(그래서 꼭 발음듣기를 눌러서 소리로 들어봐야 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발음기호를 보면 읽힌다! 이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발음기호를 눈으로만 봐도 어떻게 읽는지 대충 짐작이 가니까 좀더 자신감 있게 단어를 공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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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2-13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한자를 익히려면 옥편을 뒤적일 줄 알아야 했지만,
요새는 네이버사전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한자를 살필 뿐 아니라, 한자 밑말(어원)까지
한눈에 찾아볼 수 있더군요.

한자는 굳이 따로 가르치기보다는
네이버사전으로 넉넉하다고 느껴요.

이보다는 우리말 말밑(어원)을
사람들이 제대로 살피고 익혀야
비로소 영어 말밑과 한자 말밑도
왜 그러한 결인지 알아차릴 만하지 싶습니다.
 

오늘도 눈이 내렸다. 이번 겨울은 눈이 참 자주 내린다. 나는 추운 건 좋은데 눈 내리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길을 걸을 때 팍팍팍 빠르게 걷고 싶은데 눈이 오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슬로우모션처럼 걸어야 하는 게 별로다. 그래서 올겨울에는 산책을 많이 못 했다. 그래서 살이 찌기 시작한 건가. 나가서 걷고 싶은데 길이 너무 질퍽거려서 걷기가 참 애매하다.


창밖을 보다가 루이즈 페니의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하면 캐나다, 캐나다 하면 가마슈 경감 시리즈라는 단순한 발상이다. 가마슈 경감 시리즈는 여름이 배경일 때도 있고, 겨울이 배경일 때도 있는데 나는 이 시리즈와 찰떡궁합인 계절은 겨울이라고 생각한다. 스리 파인스(사건이 주로 벌어지는 마을)에는 눈이 내려줘야 제맛이다.


눈 내리는 날, 스리 파인스의 비스트로에 모인 동네 사람들. 그들은 카페오레나 핫초코를 한 손에 들고 정답게 대화를 나눈다. 물론 살인 사건 이야기일 때가 많지만ㅋㅋㅋ. 


이번 사건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스리 파인스에서 늙어 죽는 사람은 없는 거야? 살인마저도 평범하지 않잖아. 그저 한 대 후려치거나 서로 찌르거나 총이나 몽둥이를 사용하면 안 되는 거야? 아니다. 언제나 난해했다. 복잡하기까지 했다. 전혀 퀘베쿠아답지 않았다. 퀘베쿠아는 거침없고 명쾌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얼싸안았다. 누군가를 죽이겠다면 머리를 후려치면 될 뿐이었다. 퍽. 끝. 유죄. 다음. ‘이건가?’, ‘이게 아닌가?’ 따윈 없다. 빌어먹을.


스리파인스를 묘사하는 이런 문장들이 너무 웃기고 좋다ㅋㅋ. 나야 소설이니까 읽는 거지만, 진짜로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매번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이 동네를 다 떠나고도 남지 싶다. 작고 아름답지만 너무나 무서운 마을...그곳이 스리 파인스다.


만약 살인 사건이 없다면 그런 마을에 살고 싶느냐 하면 그것도 글쎄. 생각은 좀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도시의 익명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작은 마을, 작은 공동체가 갖는 폐쇄된 분위기를 못 견딜 것 같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 하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스리 파인스를 너무나 사랑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벌어지는 같은 주제의 대화였다. 해변으로의 여행 상품 비교, 캐리비안 크루즈 여행 상품 고르기, 산 미겔 데 아옌데와 카보 산 루카스, 또는 바하마 대 바베이도스에 대한 논쟁. 끝을 모르고 내리는 눈과는 거리가 먼 이국적인 장소들. 하지만 여행이 아무리 근사해 보여도 실제로 떠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가브리는 그 이유를 알았다. 머나, 클라라, 피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루스의 이론은 달랐다.

"다들 게을러터져서 그런 거야."

글쎄, 꼭 그런 건 아니었다.

가브리는 카페오레를 홀짝이며 시선을 벽난로 속 타오르는 불길에 둔 채 익숙한 리듬을 타는 익숙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비스트로 안을 둘러보았다. 대들보, 넓은 널로 깐 바닥, 중간문설주가 달린 창문, 통일성을 무시하고 배치된 편안하고 오래된 가구들.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진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 스리 파인스보다 따뜻한 곳은 없으리라.


현실에서는 이런 마을에서 살아볼 일이 없어서 그런 건지, 루이즈 페니 소설에 등장하는 스리 파인즈의 분위기를 너무 사랑한다. 특히 겨울 배경 문장들이 좋다. 바깥이 너무나 춥기 때문에 실내가 대조적으로 더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눴고, 이따금 멈춰 서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입김을 불어 가며 대화하는 모습이 꼭 만화 속 등장인물들이 말풍선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몇몇은 카페라테를 마시러 올리비에의 비스트로로 향했고, 몇몇은 신선한 빵이나 과자를 사러 사라네 블랑제리 빵집으로 갔다.


피터와 클라라는 비스트로에 가는 동안 마주친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웠다. 두 사람은 개나 고양이가 물어뜯곤 했던 낡은 털모자 대신 크리스마스 양말 속에 들어있었던 새 모자를 쓰고 있어서 옛 모자에 익숙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키우는 반려동물들은 겨우내 모자에 달린 털실 방울을 가만히 놓아두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방울 대신 양초처럼 머리 꼭대기에 심지만 달고 다니기 마련이었다.


만약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떤 마을에 가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면 나는 겨울의 스리 파인스를 택해야겠다. 눈발을 해치면서 올리비에의 비스트로로 들어가 카페오레를 주문하고 머나의 헌책방에 들러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추천받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보니 눈 오는 겨울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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