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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가 발송하는 주간 뉴스레터 <영하의 날씨>가 시작되었다. 유료 구독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여러가지 주제의 글들을 묶어서 보내주는 형식이다. 며칠 전 첫 번째 뉴스레터를 받아보았는데 거기에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를 추천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재미있어 보여서 알라딘에 검색했더니 종이책만 있고 전자책이 없다ㅠㅠ.


그렇다면 이 저자의 다른 책 중에서 전자책으로 나온 게 뭐가 있나 살펴 보다가 <내 손으로, 발리>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종이책은 품절이고 전자책만 판매하고 있는데 심지어 밀리의 서재에도 들어와 있다. 바로 태블릿으로 밀리의 서재 어플을 켜서 이 책을 다운 받았다.


작가가 친구와 함께 다녀온 발리 여행 기록인데 특이하게도 인쇄 활자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책 가격 같은 서지 정보도 전부 손글씨로 적혀 있다. 컨셉에 매우 충실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가 이 요상한 책에 감겨 버렸다ㅋㅋㅋㅋ. '요상하다'는 건 절대 이상하다는 뜻이 아니다. 굉장히 날것인데 그 느낌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발리 역사책 읽고 몇 줄로 요약해주는 것도 너무 웃겼고 누리스와룽 식당 ㅈㄹ맛있다고 쓴 것도 너무 웃겼다.(손글씨로 쓴 일기장을 그대로 출판한 거라 비속어가 난무한다ㅋㅋㅋ그리고 누리스와룽이라면 비속어도 인정...우리는 우붓에 있던 며칠 동안 거기 세 번 갔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 받은 책을 다 읽고는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내 손으로, 발리>와 <내 손으로, 치앙마이> 전자책을 구매해버렸다. <내 손으로, 발리>는 밀리에서 읽었지만 그래도 소장해두고 싶어서 구매했고(이미 종이책이 품절이라 전자책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내 손으로, 치앙마이>는 별 고민 없이 함께 주문했다. 원래 같은 작가의 시리즈 도서 모으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치앙마이라면 또 그냥 지나칠 수 없기도 했다.


예전에는 나도 여행 가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었다. 본격적인 그림은 아니고 펜으로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정도였지만 그래도 그렇게 뭔가를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백지에다 그려내는 기분이 꽤 좋았다. 한때는 나에게도 그런 감성이 있었는데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로 대충 찰칵찰칵 찍고서는 외장하드에 넣어두고 잘 꺼내보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다.


이다 작가의 책을 보면서 인생의 어떤 장면들은 그림으로 남겨놓는 것도 참 좋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사진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함과 디테일, 그리고 유머와 독특함 같은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다음에 여행 가면 나도 그림 그려볼까....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사실 그래서 일부러 전자책으로 구매한 것도 있다. 여행 가서도 꺼내봐야 하니까 전자책이 편하다. 여행 가서 끄적거리다가 막히면 다시 이 책 좀 들여다보고 그러다가 또 그림 그리고....그렇게 놀면 너무너무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도 전자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나오면 일단 제가 한 권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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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두꺼운 벽돌책을 숙제 하듯이 읽었다. <미들마치2>는 '이달의 적립금' 이벤트 때문에 3월10일 전에 다 읽고 백자평을 남겨야 하는데 현재 30% 정도 읽었다. 그 와중에 밀리의 서재에서 <듄>이 곧 내려간다고 해서 부랴부랴 다운로드 받았는데 내가 가진 전자책 리더기에서 열리지 않아 태블릿으로 읽고 있다. 눈이 시려서 화면 밝기를 최저로 했다가 배경색을 노란 색으로 바꿨다가 태블릿을 멀리 두고 읽다가 사선으로 읽다가 아주 쌩쇼를 했다. 눈이 아파서 좀 쉬어야겠다 싶으면 다시 리더기를 들고 <미들마치>로.


벽돌책을 동시에 읽다보니 머리에서 과부하가 왔다. 책을 떠나 유튜브 어플을 켰는데 알고리즘이 나를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다룬 영상으로 이끌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본 책이다. 흥미롭게 읽기는 했지만 그때 나에게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이 책이 너무 좋아졌다. 이 책이야말로 내가 찾던 그 책이 아니겠는가. '읽고 싶은 모든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는 책이 나에게는 절실했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사야했다. 이렇게 나에게 영감을 준 책은 사야만 했다. 물론 나는 이 책을 몇 년 전에 읽어봤을 뿐이고 지금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으며 유튜브에서 책과 관련된 영상을 봤을 뿐이지만, 읽지 않고도 어떤 책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책의 논지에 따르자면, 나는 이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나는 지금 해외에 있기 때문에 일단 엄마에게 곧 내 이름으로 된 택배가 갈 거라고 말해두고 책 쇼핑에 돌입했다. 나는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읽는 사람인데 안타깝게도 이 책은 전자책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있었는데 현재 판매중지 상태다. 할 수 없이 종이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내친 김에 피에르 바야르의 다른 저작들도 훑어보다가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와 <햄릿을 수사한다>도 함께 장바구니에 넣었다.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커로드 살인사건에 대한 책인데 내용이 아주 신박하다. 피에르 바야르 본인이 봤을 때는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피에르 바야르는 여러 저작들을 통해 독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고 주장한다. 남들이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과 만나자는 것이다. 두꺼운 벽돌책을 쫓기듯이 읽다가 피에르 바야르를 만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셜록홈즈가 틀렸다>까지 구매했다. 피에르 바야르의 추리비평 3부작에서 책 하나가 빠지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서였다.


<셜록홈즈가 틀렸다>는 절판인데 다행히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었다. 배송비 2500원 내고 주문할까 2만원을 채울까 고민하다가 2만원을 기어이 채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채링크로스 84번지> <인도 야상곡> <독서의 역사>를 중고로 구입했다.


<독서의 역사>는 개정판이 새로 나왔던데 역시나 개정판은 비싸다. 그래서 구판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했다. 요즘 개정판이 나오면 책값이 너무 오른다ㅠ하지만 진짜 문제는 개정판이 안 나오고 아예 절판이 되어버리는 사태다. 사실 피에르 바야르 책도 절판 가능성이 높아보여서 급하게 구입한 측면도 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그래도 계속 찍어낼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추리비평 3부작의 나머지 책들은 왠지 시중에 있는 책이 다 소진되면 절판될 것 같다는 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가는 날을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부모님 댁으로 택배를 보낸 것이다.


위에도 썼다시피 이 책들은 전자책이 존재했다가 사라졌다. 알라딘 장바구니에서 '전자책 확인' 버튼을 누르면 전자책이 있다고 나오는데 전자책을 장바구니에 넣고 나면 '판매중지'라는 문구가 뜬다. 그동안 전자책의 절판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전자책이야말로 절판이 가장 빠르고 수월한 분야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종이책의 경우 출판사와 작가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더라도 이미 책으로 만들어져서 시중에 깔린 물량은 계속 판매가 될 것이다.(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혹 서점 매대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중고책 시장이 있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할 수가 있다. 그런데 전자책은 계약한 기간이 끝나면 바로 판매중지가 되고 그렇게 사라진 전자책은 구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동안 전자책은 디지털 파일이니까 계속 판매하는 거 아닌가,라는 나이브한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전자책도 사라진다. 그것도 종이책보다 더 쉽게 사라진다.


그동안 나의 전자책 구매 패턴에는 문제가 조금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구독 서비스와 전자도서관을 검색해보고 거기에 없는 책들만 구입해왔던 것이다. 내 돈을 쓰면서도 언제나 최선이 아니라 차선에 머무르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구매 패턴을 완전히 뜯어 고치기로 했다. 지금 현재 어딘가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진짜 좋아하는 책들은 판매 중일 때 미리 사놔야만 그 전자책이 판매중지가 되어도 읽을 수 있다.


보관함을 뒤지면서 만약 판매중지가 된다면 아쉬울 책들을 추렸다. 그 과정에서 보관함과 장바구니를 싹 재정비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예전에 흥미가 생겨서 담아뒀는데 지금은 관심이 없어진 분야의 책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요즘 화술에 약간 관심이 있는데, 말을 잘 하려면 쓸데 없는 말들을 하지 않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그 원칙은 독서에도 적용된다. 책을 잘 읽으려면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에 시간을 뺏기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취향에 휩쓸려 이 책 저 책 손 대고 다니다가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해진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피에르 바야르는 '모든 독서는 비독서'라고 했다. 


보관함에 있는 책들을 아주 과감하게 정리했다. 꼭 사서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은 장바구니에 담아두었고 빌려봐도 괜찮은 책들은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이북 적립금 들어올 때마다 이거 살까 저거 살까 고민하지 말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 중에서 절판 가능성이 있는 오래된 책부터 후딱 후딱 구매할 예정이다.


보관함이랑 장바구니 정리하느라 오늘은 책을 한 장도 못 읽었다. 하지만 책에 대해 그 어떤 때보다 많은 생각을 했다. 읽는 것만이 독서가 아니고 읽지 않는 것도 독서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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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3-01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은 한번도 안 읽어봤지만, 저도 언제나 파는 거 아닐까 했어요 그게 아니군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안 파는군요 한국 작가 책은 어떨지... 그것도 팔다가 안 팔기도 할까요


희선

Laika 2024-03-01 09:34   좋아요 1 | URL
저도 잘은 모르지만, 한국 작가의 전자책도 아마 계약이 끝나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판매할 때 미리 사놔야하는 것 같아요. 언제 절판되고 판매중지될지 모르니까요(ㅜㅜ)
 

정말 오랜만에 종이책을 샀다. 그것도 중고가 아닌 새 책으로.


나의 책 구매 패턴은 이러하다. 구매하는 책은 100% 전자책이다.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건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정 필요하면 중고책으로 구입한다. 최근 몇 년간 중고책을 산 적은 있어도 새 종이책을 산 적은...글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종이책을 샀냐 하면, 마르틴 베크 책을 사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스톡홀름 지도'를 준다는데 그 지도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그나저나 여태까지 스톡홀'롬'이라고 썼는데 올바른 표기법이 스톡홀'름'인가보다...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 내 마음을 홀린 바로 그 지도. 그런데 이렇게 이벤트 페이지 캡처해와서 올려도 되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나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사람이다. 책 속에서 물체를 묘사한다거나 거리를 묘사할 때 거의 이해를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에, 지도를 준다니! 너무 좋다. 너무너무 좋다. 이 지도를 갖지 못하면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가져야만 해!


혹시나 전자책으로 사도 지도 사은품을 주는지 살포시 전자책 구입하기를 눌러봤다. 사은품 선택하는 페이지가 없이 매정하게 결제창으로 넘어가버린다ㅠㅠ전자책 구매자들에게는 왜 사은품을 주지 않는걸까. 책 없이 사은품만 배송하려면 배송비가 나가니까 그런 것 같은데 가끔은 배송비를 추가로 내더라도 받아보고 싶은 사은품이 있다. 하지만 전자책 구매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흑흑.


그래서 종이책을 샀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사은품에 눈이 멀어 구입을 해버렸다.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했으니까 이참에 사은품 핑계 대면서 시작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얼마나 오랜만에 종이책 주문을 한 건지 무료배송 정책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로재나>만 담고 결제창으로 넘어갔는데 배송비가 붙어서 깜짝 놀랐다. 아주 예전에 종이책 한참 살 때는 한 권만 사도 무료배송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항상 이럴 때 미련한 결정을 내린다. 그냥 배송비 내면 될 것을, 꼭 그거 안 내겠다고 다른 물건들을 붙이는 악취미가 있다. 그래서 다른 책들도 골랐다. 보관함을 찬찬히 보면서, 몇 년 간에 걸친 전자책 구매 경험에 비춰볼 때 전자책이 안 나올 것 같은 책들을 공략했다.


먼저 고른 책은 <어얼구나강의 오른쪽>이라는 책이다. 중국 변방의 소수민족에 관한 책이다. 변방, 소수민족, 유목민족,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초원, 유라시아, 실크로드...이런 키워드들을 늘 좋아했다. 이 책도 다른 어떤 책에서 언급된 걸 보고는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어쩐지 전자책으로 나올 것 같지가 않아서 이번에 종이책으로 구입했다. 

내가 산 건 왼쪽 민트색 표지인데 사고나니까 같은 제목의 책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은 출판사, 같은 번역자가 작업한 책인데 다만 시리즈가 달라서 다른 표지로 나온 것 같다.(두 책 다 판매 중이다) 민트색 표지는 '세계문학의 천재들' 시리즈이고 전통의상 표지는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시리즈다. 내 취향은 전통의상 표지인데, 민트색 표지의 책을 주문하고나서야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취소하고 다시 주문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냅두기로 했다. 민트색 표지가 더 최신판이기도 하고 맨 마지막에 '어휘풀이'가 추가된 듯 하여 표지에 대한 호불호를 버리고 최신 버전을 들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주문한 또 다른 종이책은 조지수 작가의 <마지막 외출>이다. 이 작가의 전작인 <나스타샤>를 읽고 되게 쓸쓸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나는 이제 행복도 즐거움도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라는 내용의 문장이 있었다. 당시에 그 문장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수많은 책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중에도 <나스타샤>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전자책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어서 이번에 종이책으로 구매했다.(조지수 작가는 오직 글로만 모든 것을 말하기 위해 소설을 쓸 때 필명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그의 정체는 철학자인 조중걸 교수라고 한다. 근데 출판사에서 나온 책 목록만 유심히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애써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닌 듯 하다.)


이렇게 해서 오직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지도 포스터를 받기 위해 <로재나>, <어얼구나강의 오른쪽>, 그리고 <마지막 외출>을 구매했다. 지도 얻으려다가, 배송비 없애려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매가 되었지만 그래도 지도가 너무 갖고 싶으니 어쩔 수 없다. 지도 사은품 주문하는 김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 스페셜 북도 꼽사리껴서 주문 넣었다. 다행인 건 북엔드 같은 것을 탐하는 물욕은 없다는 거다. 마르틴 베크 5만원 이상 구매하면 북엔드 준다는데 북엔드에 꽂아둘 종이책도 없고, 시리즈 나머지는 전부 전자책으로 구입하고 싶어서 고민없이 북엔드는 패스했다.


읽으려고 쌓아둔 책 엄청 많은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도대체 언제 읽을 수 있을까. 그래도 일단 지도를 받아두면 언젠가는 읽긴 읽겠지. 코딩 하는 아는 동생 한 명이 핀란드로 이민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 친구 이민 가면 북유럽 여행 가야겠다. 가는 김에 스톡홀름 여행을 끼워넣고, 사은품으로 받은 지도를 가방에 넣고, 전자책 리더기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 열 권을 전부 담아가는거지. 환상적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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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2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속에서 물체를 묘사한다거나 거리를 묘사할 때 거의 이해를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 이거 제 얘긴줄 알았습니다. 저 역시 책 속에서 특히 공간에 대한 묘사를 하면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글자로 읽을 뿐.. 하하.


Laika 2024-01-25 16:11   좋아요 0 | URL
역시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왜 이렇게 공간지각에 약한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유명한 책이면 영상화된 게 없나 찾아보기도 하고 그래요. 영상을 봐야 그나마 공간이 그려진달까요. 그래도 저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됩니다ㅎㅎㅎㅎ
 

그저께 오후 한 시쯤에 밀크티 한 잔을 사먹었다. 요즘 얼그레이 밀크티에 빠져 있는데 아이스/로우 슈가/라지 사이즈로 주문하면 딱 좋다. 문제는 카페인이다. 희한하게 나한테는 커피보다 밀크티가 더 카페인 각성 효과가 크다. 오후 한 시면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문제 없는 시간대인데 밀크티는 문제가 있다. 그날 자정이 넘어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말똥말똥한 것도 아니고 분명히 피곤하고 잠이 오는데 잠에 빠져들지 못하는 묘한 각성 상태였다.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아침, 일어나니까 너무 피곤했다.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기분이었다. 하루 종일 좀비처럼 지냈다. 책만 펴면 잠이 쏟아지는데 낮잠 잤다가는 또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될 것 같아서 억지로 버티다가 저녁 8시에 쓰러져서 잠들었다.


어제 잠 안 자고 버티면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봤다. 얼마 전 <리틀 드러머 걸>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또다른 존 르 카레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를 골랐다. 사실 <팅.테.솔.스>를 몇 년 전에 보다가 인물들이 너무 헷갈려서 중간에 끈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아예 노트와 펜을 들고 새로운 사람들 나올 때마다 메모하면서 봤다. 유명한 영국 배우가 총출동한 영화라는데 나는 영화도 드라마도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아는 얼굴이라고는 콜린 퍼스와 베네딕트 컴버배치 정도였다. 콘트롤 역의 배우와 조지 스마일리 역의 배우도 낯은 익은데 완전히 얼굴을 익힌 상태는 아니라 처음에 둘이 헷갈렸다. 


그렇게 보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몰입해버렸다. 어느새 노트도 내려놓고 모니터에 빨려들어갈 것처럼 봤다. 하...너무 재밌다. 원래 로맨스 작품보다는 심장 쫄깃한 추리 스릴러물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팅.테.솔.스>는 잔잔하고 차가운 스파이물이라고 해서 내 취향 아닐까봐 오래 미뤄뒀다. 그런데 완전히 취향저격 당했다. 몇 년 전에 극장에서 재개봉 했던데 그때 못 본 게 한이다. 


영화 다 보고 나서 바로 존 르 카레 소설들을 찾아봤다. 책이 엄청 많은데 어쨌든 그 중에서 조지 스마일리가 나오는 시리즈 위주로 검색했다. 그런데 뭔가 감이 잡히질 않았다. 한 출판사에서 시리즈 번호 매겨서 쭉 나온 게 아니라서 그야말로 중구난방 제각각이다. 아마존 사이트를 검색했더니 존 르 카레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순서가 나와있다.


1. Call for the Dead

2. A Murder of Quality

3.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4. The Looking Glass War

5. Tinker, Tailor, Soldier, Spy

6. The Honourable Schoolboy

7. Smiley's People

8. The Secret Pilgrim

9. A Legacy of Spies


이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번역본들을 찾아보는데 1번인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죽.자.전)>가 절판이다. 두두둥. 시리즈 맨 첫 번째 책이 절판이면 어떻게 읽어야 하냐는 말이다. 심지어 전자책도 없다. 아니 전자책이 존재하는데 팔지를 않는다. 알라딘과 교보에서는 전자책이 검색되지 않고, 예사에는 전자책이 있다고 나오는데 절판이라면서 주문 버튼을 없애 버렸다.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 시리즈 2번인 <A Murder of Quality>는 국내 번역본이 없고 3번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추.나.스)>부터 정상 유통되고 있다. 앞의 두 권을 건너뛰고 시리즈 3번부터 읽으려니까 왠지 손이 안 간다...

지금은 품절 상태인 <죽.자.전>과 <추.나.스> 합본판이 있는데 희한하게도 시리즈 3번인 <추.나.스>가 <죽.자.전>보다 더 앞에 와있다ㅋㅋㅋ그러니까 독자들은 시리즈 3번을 먼저 읽고 1번을 읽게 된다는 소리다. 왜 이렇게 혼란스럽게 책을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현재는 품절이니까 다행이다.


다른 책들도 더 찾아보았다. 시리즈 4번인 <The Looking Glass War>는 '거울 나라의 전쟁'이라는 영화만 검색되고 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조지 스마일리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안 읽어도 된다는 평도 있다. 오케이, 이 책은 넘어가겠어. 


그 다음이 시리즈 5번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인데 스마일리 시리즈 중에서 5, 6, 7번을 따로 묶어서 '카를라 3부작'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니까 <팅.테.솔.스>는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5번이면서 카를라 3부작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 중요한 책인 것이다. 그래, 카를라 3부작을 읽어야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자마자 또 구매 욕구가 사라진다. 왜냐하면, 몇 십권도 아니고 고작 3부작인데 그 안에서 출판사가 갈리고 표지 디자인도 전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 통일성 있는 표지를 원했단 말이다.

심지어 <팅.테.솔.스>와 <오너러블 스쿨 보이>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건데도 어떻게 이렇게 표지 통일성이 떨어지는지 모르겠다.(<스마일리의 사람들>은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나왔다.) 


문제는 또 있다. 영화 배우 얼굴과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4월 전격 개봉'이라고 쓰인 저 표지 말이다. 지금이 2024년인데 2012년 개봉한 영화의 배우 얼굴이 박힌 표지를 갖고 싶지도 않고, '4월 개봉'이라는 말도 너무 거슬린다. 저걸 표지에 박아버리면 나는 영원히 2012년에 갇혀버리는 셈이다. 아마도 띠지로 만든 것 같은데 종이책 사용자들과 달리 전자책 사용자들은 띠지를 벗길 수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전자책 표지를 따로 올려주지 않는 한 저 책을 구매할 수는 없을 것 같다...ㅠ


슬픈 마음을 안고 다른 책들을 더 찾아봤다. 시리즈 8번인 <The Secret Pilgrim>은 국내 번역되지 않은 듯 하고 마지막 9번이 <스파이의 유산>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존 르 카레 소설을 열린책들에서 한참 내다가 그 후에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내는 듯 싶더니 또 열린책들에서도 나온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출판사가 갈라지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미국 아마존을 살펴보니 한 출판사에서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아홉 권을 전부 출간했고 표지 디자인도 통일성 있게 만들었다. 심지어 박스 셋도 팔고 있다. 좋겠다...부럽다...이렇게 또 영어 공부를 다짐해본다. 아무래도 존 르 카레 소설은 내가 영어 실력을 키워서 원서로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한국어 번역본이 싫은 건 절대 아니다. 한국어를 사랑하고 번역가라는 직업을 너무 사랑하고 번역가도 아니면서 번역 관련 책도 읽어봤다. 다만 출판사 두 곳에서 내는 바람에 표지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 심지어 한 출판사 내에서도 표지 디자인 통일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시리즈 맨 첫 번째 책은 전자책도 없이 절판되었다는 점, 표지에 배우 얼굴이 박혀있다는 점 등등 구매 욕구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다. 어느 출판사에서 판권을 전부 사들여서 통일성 있는 시리즈로 출간해주면(전자책도 함께 내준다면) 구매할 의사가 생길텐데 그 전까지는 모르겠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이렇게 또 2024년 목표인 영어 공부 의지를 불태워본다.


아무튼 존 르 카레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순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절판)

2. A Murder of Quality(미번역)

3.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4. The Looking Glass War(미번역)

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6. 오너러블 스쿨보이

7. 스마일리의 사람들

8. The Secret Pilgrim(미번역)

9. 스파이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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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슈테판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를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이 몇년 전에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라는 제목으로도 나왔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번역자도 같다.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나오면서 너무나 직관적인 제목을 버리고 <우체국 아가씨>라는 제목을 택했다. 게다가 표지도 아련하게 바뀌었다. 표지 새로 입힌 건 정말 다행이다. 예전 표지였으면 나는 절대로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 표지는 흡사 까치에서 나온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떠올리게 한다. 악몽 같은 표지다. 존.세.거는 종이책만 리커버 하지 말고 전자책도 리커버 좀 해주길 바란다ㅠㅠ


<우체국 아가씨> 읽기 전에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 읽었는데 이것도 국내 출판본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들이 퍼블릭 도메인이어서 여기저기서 번역되어 나온 것 같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제일 최근에 나온 이화북스 버전으로 읽었다. '최신 완역판'이라는 문구에 끌리기도 했고 전자책으로 나온 게 이것밖에 없었다.


또 무슨 책들이 있나 찾아보다가 <마리 앙투아네트>도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들은 아직 전자책이 없는데 츠바이크 선집을 내고 있는 이화북스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꼭 전자책으로 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츠바이크의 책을 좀더 찾다가 예쁜 표지로 유명한 녹색광선에서도 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녹색광선은 전자책을 내지 않으니까 나 같은 전자책 사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이 책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는데 똑같은 제목의 책이 하나 보인다. 이것도 같은 내용인가보다. 표지만 보면 녹색광선이 가장 최신에 나온 책처럼 보이는데 의외로 세창출판사 버전이 더 최신이다. 이 출판사에서는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 시리즈를 내고 있다. 게다가 전자책도 있다. 전자책 이용자인 나는 만약 <감정의 혼란>이 읽고 싶다면 세창출판사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쯤 되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츠바이크의 책들이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출판이 된 걸까. 이걸 어느 정도 알아둬야 겹치기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몇 개 더 찾아봤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 실린 <체스 이야기>와 <낯선 여인의 편지>도 세창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낯선 여인의 편지>와 <모르는 여인의 편지>로 제목이 살짝 다르지만 같은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검색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나온다. 너무 많아서 맨 위에 있는 책들만 가져왔다.


소설집도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의 수록 작품은 '아찔한 비밀, 불안,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모르는 여인의 편지, 보이지 않는 소장품, 어느 여인의 24시간'이다. 이 안에 '모르는 여인의 편지'가 또 수록되어 있다. 맨 마지막에 실린 '어느 여인의 24시간'도 낯이 익은 제목이다. 빛소굴 출판사에서 낸 츠바이크 소설집 '과거로의 여행'에 실린 두 번째 작품 제목이 '어느 여인의 삶에서 24시간'인데 아마도 두 개가 같은 작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천재, 광기, 열정>이라는 책이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를 쓰다'라는 제목의 츠바이크 평전 시리즈가 있는데 이 책들의 원전이 바로 <천재, 광기, 열정 1,2>라고 소개해준 페이퍼를 발견했다. 겉으로만 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헷갈릴 뻔 했다. <천재, 광기, 열정 1,2>에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니체, 클라이스트, 발자크, 디킨스, 스탕달, 카사노바 총 8명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쓰다' 시리즈에서는 클라이스트와 디킨스 내용이 빠진 듯 싶다.


이처럼 수도 없이 변주되어 나온 츠바이크의 책들인데 대산세계문학에서 나온 <초조한 마음>은 국내 출판본이 이거 하나뿐이고 전자책이 없다. 대산세계문학에서 전자책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번역해서 전자책이랑 같이 출간할 계획이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전자책으로 읽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ㅠㅠ그야말로 초조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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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4-01-2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는 요 몇년 사이 처음 알게 되어서 빛소굴의 우체국 아가씨, 녹색광선의 감정의 혼란, 빛소굴의 과거로의 여행, 그리고 문학과지성사의 초조한 마음을 총 네권을 샀는데 이렇게 다양한 판본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저는 그냥 표지가 예쁘기로 유명한 녹색광선 책을 사모으다가 빛소굴 책도 예뻐서 같이 사모으다가 (초조한 마음은 번역본이 이거 하나 뿐이라 그냥 샀고요) 아무튼 사모으기만 하고 아직 읽지는 않은 저로서는 같은 책을 여러 권 사지 않은게 운이 좋았네요. 😅

Laika 2024-01-23 18:02   좋아요 1 | URL
저도 이렇게 다양한 판본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츠바이크 책들이 꽤나 잘 팔렸던 걸까요ㅎㅎ...아무튼 겹치기 구매를 하지 않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저도 이것저것 전자책으로 구입했는데 다행히 중복되는 내용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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