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살인하는 돌>을 주말 동안 집중해서 읽었다. 역시나 재밌어...역시나 내 취향이야. 


이번 소설의 배경은 퀘백의 여름이다. 맑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나 싶어니 폭풍우가 몰아닥치고 살인이 벌어진다. 그 후로 이어지는 살인범 찾기. 하지만 사실은 피해자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들이다. 다른 소설들도 그랬지만 가족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증오로 바뀌기 쉬운 관계가 가족이다. 


소설의 배경이 퀘백이니만큼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복잡했다. 예전에 프랑스계가 영국계의 밑에서 시녀나 하인 역할을 했는데 프랑스계가 권력을 잡으면서 영국계는 쫒겨나다시피 고향인 퀘백을 떠나야했다고 한다. 과거에 영국계 밑에서 눌려살았던 프랑스계들은 당연히 영국계를 싫어하고 자신이 쫒겨났다고 생각하는 영국계들은 은근히 프랑스계에 앙심을 품고 있다. 이런 갈등을 품고 살아가는 퀘백 사람들...큰 갈등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게 맞는걸까?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읽으면 읽을 수록 퀘백에 대해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번 소설에서도 가마슈 너무 허술해서 빵 터졌다.


"렌 마리가 어느 날 일요일 미사가 끝난 후 점심 식사에 초대했지요. 가족들과 함께하는 자리였죠. 가 보니 형제자매가 일흔세 명이더군요." 

"아홉이에요." 아내가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 

"물론 저는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지요. 그래서 그 주 내내 이 사람 어머니께 뭘 가지고 가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너무 크면 안 됐어요. 잘난 척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너무 작아서도 안 됐습니다. 싸구려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식욕도 달아나더군요. 그게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돼 버렸습니다." 

"뭘 가져가셨어요?" 클라라가 물었다. 

"욕실용 매트요."


부인 렌 마리와 사귀던 시절, 처음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는 날 욕실용 매트를 선물로 가져간 가마슈 형사, 도대체 어떻게 결혼에 성공한걸까ㅋㅋㅋㅋㅋ



<에이징 솔로>는 크레마 북클럽에서 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보고 마트 계산하면서 기다릴 때 보고 음료 테이크아웃 기다리면서 보고. 그런 식으로 짬짬이 보고 있다. 삶의 궤적은 누구나 다 다르지만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서 누구나 솔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한 사람도 사별할 수 있고, 자식이 있다고 해도 그 자식이 해외에 나가서 살거나 직장 때문에 원가족과 먼 지역에 정착을 하게 될 수 있다. 호적에는 가족이 있지만 심리적으로 혼자 남았다고 느껴진다면 누구나 스스로를 솔로라고 여길 수 있다. 물론 이 책에서는 쭉 혼자서 살아온 사람들과 어느날 갑자기 솔로가 된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며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다. 부모 돌봄 노동에 대해서 혹은 에이징 솔로 본인이 늙어서 몸을 기댈 곳이 없는 상황에 대해서 묻고 기록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에이징 솔로가 처할 수 있는 어려움을 느낄 때는 시베리아 벌판에 선 것처럼 온몸이 춥다가도, 그래도 이겨낼 수 있다고 사회가 조장하는 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글을 읽다보면 또 마음 한구석에 핫팩을 댄 것처럼 따뜻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함과 따뜻함이 9대 1이다ㅋㅋㅋㅋㅋ대부분 불안하다ㅋㅋㅋㅋ나는 현재 솔로는 아니지만 자식 계획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솔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봤다. 그래서 더 불안한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성격이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주변에 친구도 지인도 많을테니 어떻게든 극복이 가능할텐데 나는 I형 97%인 사람이라 만약에 혼자 살다가 아파도 누군가에게 전화 하느니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미래는 오지 않았고 나에게 주어진 것은 현재뿐. 현재를 즐기자.



이 책도 크레마 북클럽에서 읽고 있는 책이다. 내가 갖고 있는 이북리더기에서는 밀리의 서재가 잘 돌아가질 않고 크레마 북클럽은 아주 잘 돌아간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은 밀리에 훨씬 많은데 막상 읽은 책들은 보면 전부 크레마 북클럽에 있다. 이 일을 어찌 해야하나. 이북리더기를 새 걸로 바꿔야 하나. 아무튼 이 책은 처음 읽어보는 카렐 차페크 책이다. 일단 초반부를 읽고 있는 중인데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사건이 드라마틱하지 않아서 자기 전에 주로 읽고 있다. 내용이 복잡한 책들은 노션에 기록하면서 읽어야 해서 자기 전에 못 읽는다. 그래서 책들을 자기 전에 읽는 책, 각 잡고 책상 앞에 앉아서 기록하면서 읽는 책, 돌아다니면서 읽는 책으로 다 나눠놨다. 이 책은 주로 자기 전에 읽는데 나는 누우면 자는 스타일이어서 사실 몇 페이지 못 읽고 잠들어버린다. 다 읽을 때까지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귀신들이 땅>은 각 잡고 읽는 책이다. 등장인물이 많다. 7남매에 아빠 엄마까지. 뒷부분에 조부모나 동네 사람들 이야기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아무 정보도 없이 읽다가 아아 그러니까 이런 내용이구나 싶어서 알라딘 책 정보를 찾아봤는데 내가 대충 이해한 게 맞는 것 같다. 얼른 쭉쭉 읽어야겠다. 일단 초반은 흡입력이 있고 재미있다.


이 책은 얼마 전에 민음사TV 유튜브 영상에서 소개가 되었다. 천쓰홍 작가가 직접 그 영상에 자신의 책을 읽어줘서 고맙다고 댓글까지 달았다. 그 영상이 이 책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영상도 아니고 병렬독서하는 책들 얘기하다가 이 책 이야기가 나온건데 그걸 어떻게 찾아봤는지 모르겠다. 서치 능력 대단하신데...? 이 책은 처음 읽는 타이완 작가 책인데 타이완에 대해서도 좀더 알고 싶다. 거기도 역사가 엄청나게 복잡하다. 늘 타이완에 가보고 싶어했고 그쪽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는데 일단 이 책부터 읽고 가지치기 하면서 뻗어나가야겠다.


그나저나 알라딘에 사놓고도 안 읽은 전자책 수십 권인데 밀리의 서재 보관함에 160권 담겨있는 거 어떡해야하나. 날 잡아서 보관함에 담아둔 책 다 열어보고 읽을 책과 안 읽을 책은 빨리 구분해서 정리해야겠다. 현실에서도 물건 많은 걸 안 좋아하는데 디지털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뭔가가 너무 많이 쌓이면 부담스러워서 정리하고 싶다. 


자고 일어나면 머릿속에 칩 이식한 것처럼 읽고 싶었던 책 내용이 싸악 빨려들어왔으면 좋겠다.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뉴럴링크가 얼마 전에 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한다. 10년 20년 후면 책 읽을 필요 없이 칩만 이식해주는 기술이 생기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미래는 정말로 알 수 없다. 모든 게 컴퓨터 칩과 알약으로 대체되기 전에 열심히 맛있는 거 먹고 살아야겠다. 음식은 하는 것도 귀찮고 먹는 것도 귀찮아서 알약으로 대체되어도 상관없는데 밀크티랑 오트라떼는 꼭 실물로 먹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현재를 즐기며 맛있는 거 먹고 살아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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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2-0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럴링크가 실현된대도... 전 책읽는 즐거움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요~~~~~!^^

저 얼마전 타이완 갔다오면서 이 책 봤는데 읽고 싶더라구요
재밌다시니 더 궁금합니다^^

Laika 2024-02-05 14: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실 책은 직접 읽는 게 제일 재밌죠!ㅎㅎㅎ <귀신들의 땅>은 타이완 배경인데도 한국 문화랑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더 공감가더라구요. 타이완 다녀오셨으면 아마 더 재밌게 읽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 다녀와서 그 나라 관련 책 읽는 거 넘 재밌잖아요ㅎㅎ

은하수 2024-02-0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오는 뱅기 안에서 대만 책 읽어봐야지 생각했죠 의외로 대만 작가 책을 안읽었더라구요^^
근데 피니스아프리카에 루이즈 페니책은 정말 표지가 넘넘 아름답지 않습니까
소장욕구가 마구 차오르네요
가마슈 경감도 좋구요~~~

Laika 2024-02-05 17:56   좋아요 0 | URL
그쵸, 가마슈 경감 책은 표지가 정말 예뻐요. 저는 전자책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종이책으로 사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