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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대학시절 경제학원론 수업에서 C정도의 성적을 받았다. 워낙 숫자와 관련된 학문을 싫어한 탓도 있지만 솔직히 그때 담당 교수도 지독히 재미없게 가르쳤다. 경제학원론에서 가르치는 모든 이론은 내게는 허공에 뜬 것이었고, 수업에 흥미가 없어서인지 시험공부도 대충 할 수밖에 없었다.
[괴짜경제학]을 읽어보니 경제학이 지독히 현실적인 학문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거대한 이론의 틀에 현실을 맞춘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 어떤 법칙성을 찾아내어서인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재밌고 신선하다. 이 책은 이처럼 현실감을 가진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이 그의 연구 논문들을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 쓴 글이다. 이 속에서 저자는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사회적 통념이 사실은 잘못된 선입견이나 정보에 기반하여 형성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작년의 뉴욕 유학에서 예상 밖에 그곳이 안전한 도시인 것에 놀란 적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론으로 뉴욕이 안전해진 이유를 설명했는데, 첫째는 검사 출신인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당선되어 뉴욕의 치안을 바로잡았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거리를 향해 통유리로 사방을 감시하게끔 만들어진 스타벅스 커피숍의 유행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을 펼친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낙태의 전면적 허용'이 미국 대도시의 범죄율을 급속히 떨어뜨렸다는 분석에 가히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선입견과 잘못된 정보의 왜곡을 넘어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다. 반인종주의로 폭력적인 집단으로 알려진 KKK가 사실은 그렇게 실적이 남을 만큼 폭력적이지 않았고, 다만 그들의 초기 이미지로 '테러의 두려움'을 오히려 무기화했다는 사실이 그렇거니와, KKK의 비밀스러움을 조롱거리로 삼아 그들을 무력화시킨 일례도 아주 재밌었다.
자식을 기르는 입장의 부모에게는 힘 빠지는 진실도 알려준다.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을 해주느냐(What parents do)는 거의 영향이 없고, 부모가 어떠한 사람인가(who the parents are)가 이미 자식의 인생을 결정지었다는 사실들의 통계적인 증거는 더욱 충격적이다. 즉 이미 부모의 유전적인 자질이나 사회, 경제적인 현 위치가 자식의 미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책을 많이 사주거나, 박물관에 데려가거나,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후천적인 행위는 자식의 미래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놓치는 또는 당연히 생각하는 자명한 현실의 법칙을 저자는 찾아내어 입증하고 또 반론을 제시하였다. 그래서 우리에 세상의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였다.
내가 만일 대학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내 경제학원론 성적은 더 좋았을까? 그건 확실치 않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재미없게 이론을 나열했던 경제학원론 교수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 강의 내용은 좀더 실속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비소설이 정보가 많고 신선하며 게다가 아주 쉽게 쓰였다면, 나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괴짜경제학]은 내게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