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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캐런 킹스턴 지음, 최이정 옮김 / 도솔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잡동사니를 끼고 사십니까?
저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합니다. 말로만 추구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번잡하게 늘어놓고 정리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인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을 보았을 때 화끈하고 볼이 빨개졌습니다. 저를 가리키는 말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 같이 평소에 잡동사니를 치우지 않아 강박관념이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었을 것입니다.
제가 가진 잡동사니는 다음과 같은 부류들이 있습니다.
먼저 언젠가 다시 쓸 것이라 쌓아두는 것입니다. 예전의 옷들, 이제는 잘 쓰지 않는 전자제품이나 공구들, 읽겠다고 사고 내버려둔 책들이 이런 부류에 해당합니다.
다음으로 기념품들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선물로 준 것이기도 하고 여행을 갔다 구해온 물건들이기도 합니다. 이것들은 가족의 취향이나 집의 분위기에 맞지 않아 그냥 짊어지고 가는 물건들입니다. 도대체 삼십 대에 받은 대형 미키 마우스 벽걸이 시계는 왜 아직도 보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빈약한 존재감의 잡동사니들입니다. 이것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 집의 다락방이나, 보일러실, 문 뒤쪽, 장롱의 윗부분에 방치된 채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자의 글은 마사 스튜어트류의 아름다운 집 정리정돈보다는 심오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집안의 잡동사니들이 에너지의 흐름을 막아 좋지 않다는 풍수론을 제기합니다. 오래된 물건, 방치된 물건은 나쁜 에너지 또는 파동을 가지고 있어 긍정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막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저자는 이 주장의 근거로 확실한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잡동사니를 치워보고 그 효과를 경험하라는게 저자의 목소리입니다. 물론 저자의 책이나 강연을 듣고 효과를 본 사람들이 보낸 편지가 제시되기도 합니다.
논리는 빈약하지만 저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느 구석에 치워둘 물건이 방치되어 있다면 저도 모르게 신경을 쓰기에 에너지를 조금씩 쓸 것이라 생각합니다. 방치된 기간이 오래될수록 소모되는 에너지는 그만큼 많을 것입니다. 반대로 뭔가 치우기 시작했다면 묵은 체증이 내려간 시원함이 제게 플러스 에너지로 변할 것입니다.
이 책은 제 마음에 있는 찜찜함의 도화선에 불을 댕겼습니다. 오랜만에 묵을 때를 걷어내고 안 쓰는 물건을 내다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고장 난 BOSE 라디오를 팔아 오만원의 용돈도 챙겼으니 구체적인 이득도 생겼습니다. 아이들의 추억이 담긴 유모차와 카시트도 이 책을 계기로 버렸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입지 않은 옷과 도서도 정리할 생각입니다.
저자는 단순히 잡동사니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몸 안의 숙변을 비롯해 심리적인 잡동사니를 버릴 것을 권합니다. 최종적으로 물질에 대한 부질 없는 욕망을 버릴 것을 권합니다.
신변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분에게는 좋은 촉매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