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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 풀꽃도감 생태탐사의 길잡이 3
이영득.정현도 지음 / 황소걸음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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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풀꽃 사랑모임에 참여하고 계시는 이영득 선생님은 자신을 '풀꽃지기'라고 부릅니다. 숲 속에 있는 여러 풀꽃과 지기인 선생님과 함께 숲으로 들어서면 몇 걸음을 내딛지 못해 풀꽃 친구들과 인사해야 합니다.


5~6시간 혹은 종일 숲 체험을 함께 해도 여기저기 피어있는 풀꽃들과 만나고 생김새를 관찰하고 이름 유래를 듣다보면, 겨울엔 몇 백 미터밖에 못가고 체험활동을 마치게 됩니다. 지난 주말에는 '가을꽃과 씨앗'을 주제로 이영득 선생님과 함께 풀꽃들을 만났습니다. 


덜꿩나무, 오리나무, 도둑놈의 갈고리, 기름새, 좀담배풀, 주름 조개풀, 솜나물, 실새, 청미래덩쿨, 콩제비꽃, 산초나무, 참마, 단풍마, 쇠뜨기, 고사리, 쑥부쟁이들과 만났습니다. 가을이라 이 친구들의 씨앗을 관찰하며 놀았습니다. 그냥 숲속을 걸어갈 때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풀꽃들과 만나고, 그 씨앗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돋보기로 들여다본 '고사리 포자'가 참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영득 선생님이 소개해준 풀꽃을 만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나태주님의 시가 있습니다. 짧지만 풀꽃을 만나는 사랑하는 방법을 몽땅 알려주는 멋진 시 한 편이었습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영득·정현도 선생님이 글을 쓰고 직접 찍은 사진을 모아 만든 <주머니 속 풀꽃 도감>은 바로 이 시와 같은 마음으로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만든 책입니다.


풀꽃을 소개하는 여러 책들이 꽃이 핀 예쁜 모습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 이영득 선생님이 엮은 <주머니 속 풀꽃 도감>은 꽃도 예쁘고, 잎도 예쁘고, 싹이 날 때는 그때대로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풀꽃지기 이영득 선생님이 풀꽃과 더 친해지는 과정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덜어보려고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꽃만 나온 도감을 보고 싹이나 꽃이 피지 않은 어린 모습까지 알아보는 것은 어렵더라고요. 작으면서 많은 식물이 나오고, 배낭에 넣어도 자리 덜 차지하며, 꽃이 피지 않은 모습을 보고도 무슨 꽃인지 알 수 있는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머리말 중에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수생식물로 나누어 실은 <주머니 속 풀꽃 도감>은 "우리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풀꽃이 많아요. 어찌 보면 너무나 작고 하찮은 풀, 그러면서도 누구나 한 번쯤은 '저 풀도 이름이 있을까', '저 풀은 이름이 뭘까' 생각해봤을 것 같은 풀"을 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때 누가 봐도 알아보기 쉽게 꽃이 피지 않은 모습도 담으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운 풀은 나란히 실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털대사초가 나오는 20쪽에는 '털대사초'와 '털대사초 꽃' 사진이 나란히 나오고, 같은 쪽에 털이 없고 잎이 좁고 갸름한 '지리 대사초'가 함께 나옵니다.


천남성은 싹(4월), 잎(5월), 열매(10월)로 나누어 다른 계절에 찍은 사진이 실려 있고, 헷갈리기 쉬운 남산천남성, 두루미천남성, 큰천남성을 함께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꿩의 바람꽃'이 나오는 쪽에는 꿩의 바람꽃(4월), 꿩의 바람꽃 잎(3월), 꿩의 바람꽃 꽃봉오리(3월)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고, 비슷하게 생긴 6월에 피는 바람꽃, 5월에 피는 나도바람꽃, 3월에 피는 만주바람꽃, 5월에 피는 홀아비바람꽃, 3월에 피는 너도바람꽃과 회리바람꽃, 변산바람꽃을 함께 모아두었답니다.


연구실에서 풀꽃을 분류했다면 이렇게 구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두 "무겁고 두꺼운 식물도감을 배낭에 넣고 다녀" 본 풀꽃지기 이영득 선생님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라서 이렇게 편집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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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에서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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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득 선생님이 쓴 동화 <할머니 집에서>를 읽는 동안 자꾸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교보환경대상을 수상한 고승하 선생님이 만든 노래 중에 '서울 아이들'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서울아이들은 윤동재 선생님이 쓴 글에 고승하 선생님이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서울(요즘) 아이들

서울(요즘) 아이들에게는 질경이 꽃도 이름 모를 꽃이 된다
서울(요즘) 아이들에게는 굴뚝새도 이름 모를 새가 된다
서울(요즘) 아이들에게는 은피라미도 이름 모를 물고기가 된다
말도마라 이제는 옆집 아이도 이름 모를 아이가 된다


이제는 서울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에 있는 작은 도시에 사는 아이들도 질경이 꽃도, 굴뚝새도, 은피라미도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서울' 대신에 '요즘'이라고 가사를 바꾸어 부릅니다.

<할머니 집에서>를 쓴 이영득 선생님은 풀꽃과 나무가 좋아서 들여다보고 찾아다니고 공부를 하다가, 어느새 숲 해설가이자 들꽃 안내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숲에서 어린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린이 책을 쓰는 일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북 울진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은 김해에 사는 이영득 선생님이 쓴 <할머니 집에서>는 경상도 지역말로 써 더 반갑습니다.

저도 아이들이 '서울 아이들'처럼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들에게 질경이 꽃도 가르쳐주고, 갈퀴덩굴도 가르쳐주려고 합니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질경이 꽃도 가르쳐주고 갈퀴덩굴도 알려주고 싶어 풀꽃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내 눈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만 가득한 창원 봉림산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놓을 때마다 제각각 제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풀꽃들과 인사를 시켜주신 분이 이영득 선생님입니다.

2년 전 봄에 봉림산 풀꽃 공부할 때 딱 한 번 만난 것이 전부이지만, 마치 자주 만나는 친한 사이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영득 선생님이 2년 전 여름 내 놓은 책 <풀꽃 친구야 안녕?>을 자주 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풀꽃 친구야 안녕?>에는 풀꽃 지기가 들려주는 재미난 풀꽃 이야기와 자세하게 관찰하면 찍은 풀꽃 사진이 담긴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영득 선생님이 쓴 <할머니 집에서>에는 이야기책에는 이야기 사이사이에 다정한 친구 같은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곤 합니다. 하얀 감자꽃, 자주 감자꽃, 망개덩쿨, 호박꽃, 콩, 옥수수, 참깨, 이질풀이 그들이다. 주인공 솔이와 시골 친구 상구가 설사하는 닭에게 '설사하는 이질에 약이 되는 이질풀'을 뜯어다 먹였더니, 설사병이 멎었다는 이야기가 '꼬꼬꼬 닭이 아파요'에 나옵니다.

<할머니 집에서>에는 경상도 표준말도 많이 나옵니다. 말씨만 보아도 솔이네 집은 서울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서울이 아닐 뿐만 아니라 경상도 지역이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솔이냐? 할미다. 내일 할미 집에 올 끼가?", "오야 오야. 자주 꽃 핀 감자, 이제 솔이 끼다"와 같은 '경상도 표준말'이 가득하답니다.

솔이 할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시며 사시고, 솔이네는 인근 작은 도시에 살면서 주말이면 할머니가 사는 '원앙골'로 내려가 농사일을 거듭니다.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어른들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고 젊은 부부는 도시에서 사는 가족입니다.

감자 꽃이 하얗게 핀 감자밭에 자줏빛 꽃이 피었는데, 솔이는 이 꽃을 보고 하얀꽃에는 감자가 열리니 자주꽃에는 '고구마'가 열릴지도 모르겠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합니다. 솔이 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솔이 엄마도 '자주감자'가 열리는 줄을 모릅니다. 아마 서울 아이들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자주감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이만 마흔이 넘었지만 도시에서만 자란 저도 서른 즈음에 '노래마을 1집' 음반에서 '감자꽃'이란 노래를 듣고서야 자주감자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권태응님의 시에 백창우 선생님이 곡을 붙이고, 이제는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다는 노래 말입니다.

감자꽃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할머니 집에서>에 나오는 요즘 아이 '솔이'도 자주꽃 핀 곳에서는 자주감자가 열린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됩니다.

50여 쪽 남짓한 이영득 선생님의 짧은 동화 <할머니 집에서>에는 자주 감자 이야기가 나오는 '내 감자가 생겼어요', 시골 친구 동수와 친해지면서 망개로 목걸이를 만드는 이야기 '또글또글 망개 목걸이' 밭에 있는 호박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 이야기 '말 잘 듣는 호박', 그리고 이질풀을 먹고 설사병이 낳는 '꼬꼬꼬, 닭이 아파요'라는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또글또글 망개 목걸이'를 읽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망개 목걸이를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말 잘 듣는 호박이야기에는 암꽃이 피지 않아 열매를 맺지 않는 호박을 나무라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할머니에게 혼이 나는 호박을 보고서 솔이는 콩밭에다 대고 "콩콩, 많이 달려!"하고 소리치고, "옥수수야, 알 꽉꽉 차야 돼!"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에모토 마사루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호박도 콩도, 옥수수도, 참깨도 솔이 말을 모두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솔이 할머니와 같이 농사를 지어본 어른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호박하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콩, 옥수수, 참깨랑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답니다.

마치 초등학교 1학년쯤 되는 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는 듯한 큰 제목과 작은 제목이 참 예쁘고요. 솔이랑 또래인 정한나라는 어린이가 썼다고 합니다.

이영득 선생님 이야기에 그림을 그려주신 김동수 선생님 그림 역시 솔이 또래 아이들 보다는 훨씬 잘 그렸지만, 그래도 솔이 만한 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는 듯한 기발한 표현이 담긴 그림이 가득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마치 솔이의 그림일기장 본 듯한 느낌이 오래 여운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또 하루 종일 '서울 아이들'과 '감자꽃'이라는 동요 두 곡을 흥얼거렸습니다.

*** 오마이뉴스 책동네에 기사로 올렸던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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